페루 인디언 ‘웜피스’족의 자치 투쟁

2018-07-31     폴 코지아&라파엘 콜리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

페루의 보수파 대통령인 페드로 쿠친스키를 사임시킨 부패 스캔들에 페루의 정치 엘리트들이 몰두해 있는 반면, 아메리카 인디언 주민들은 ‘다민족 국가’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들의 자율성을 지키고 있다. 이 개념은 이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의 헌법에 포함돼 있다.


우리의 작은 보트가 페루 북부에 위치한 콘도르칸키(Condorcanqui) 주(州)의 주도인 니에바의 산타마리아항구를 떠난 때는 아침 8시쯤이다. 웜피스(1)족의 영지 중심부에 위치한 작은 혼혈촌락인 포자(Poza)에 도착하는 데 5시간이 걸린다. 이곳에는 사냥꾼, 어부, 정원사, 교사, 간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1만여 명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데, 이 마을은 더 작은 ‘공동체’ 단위로 다시 나뉜다. 우리는 서부의 아마조나스와 동부의 로레토 지역에 걸쳐 있는 페루의 아마존 북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소형보트는 거대한 아마존 평원에 다다르기 직전의 안데스산맥 마지막 돌출부인 푸르른 캄판키스(Kampankis) 산맥의 서쪽으로 흘러가는 산티아고 강을 서서히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군데군데 흙더미들 때문에 강가가 훼손돼 있다. 그 흙더미들이 사금채취자들의 불법 활동의 흔적들이라고 한 승객이 우리에게 설명한다. 사금채취자들은 귀금속을 추출해내기 위해 강바닥을 파서 수은이 섞여 있는 토양을 ‘씻어낸다’. 웜피스(Wampis)족인지 아와준(Awajun)족인지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사금채취 행위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불편한 대화 주제인 것이다. 얼마 후 우리는 그 지역주민 중 일부는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금채취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최근 사금채취 행위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된 웜피스족 자치정부 의회(GTANW)의 견해와는 반대다. GTANW의 태도는, 원료추출 경쟁에 혈안이 된 대륙의 상황에서, 모든 정치파벌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자치정부는 1990년대에 시작된 기나긴 투쟁의 열매인데, 이 과정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호의적인 수많은 인류학자, 법학자, 지리학자가 참여했다. 관할구역과 자연자원을 지도형태로 표시하고, 오래전부터 이 공간을 계속 점유해온 사실을 증명한 후에, 웜피스족은 고유한 법적 틀과 정부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를 통해, 수백 명의 리더들은 2015년 말, 특히 민간영역이 탐내는 자연자원의 자율적 관리를 요구하면서, 웜피스 민족국가의 창건을 공표했다. 그러나 페루 법률은 원주민의 ‘민족국가’나 ‘정부’ 같은 실체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운동은 별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행정부 입장에서는 제한된 인구 및 영토의 일부에만 관련된 아메리카인디언 ‘공동체들’만 존재할 뿐이다. 거의 130만 헥타르에 가까운 열대 숲(페루 전체면적의 약 1%)에 대한 자율권을 요구하는, 1만여 명으로 구성된 민족국가의 출현이 가져올 법률‧행정적 문제들에 대해,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멀리서 보이는 호텔의 콘크리트 벽은 우리가 포자(Poza)에 도착했음을 알려줬다. 대부분 안데스산맥과 태평양 연안에서 태어난 포자의 주민들은 온갖 종류의 공산품을 팔아가면서 행운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이들에게 있어, 금이 들어있든 그렇지 않든 천연자원 채굴과 관련된 활동은 좋은 돈벌이가 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웃인 웜피스 족과 긴장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들은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다. 주민들의 대변인이자 외교관인 페르난도 라미레즈는 우리에게 명확하게 말한다. “이곳 포자에서는 모든 사람이 불법 사금채취에 반대한다. 강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가게에 ‘금 매매’라는 간판이 여전히 붙어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모터 택시가 우리를 푸에르토 갈릴레아(Puerto Galilea)의 웜피스 공동체로 데려다줬다. ‘우정의 길’이 두 마을을 나누고 있다. 이 길 이름은 웜피스족과 그들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정착민들’이라고 부르는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숨기고 있다. 자치정부 설계사 제로니모 페트사인이 우리를 그의 집으로 안내했다. 웜피스의 정치연맹에서 몇 년간 투쟁한 이 40대 남자는 상당히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우리를 다음날 모임에 초대했는데, 모임의 주제는 “불법적 광산 활동에 연루돼 있다고 비난받는 ‘정착민들’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해야 하는가?”였다. 우리는 곧바로 그 주제에 빠져들었다.

달콤하고 낭만적인 비전은 없다

윔피스족의 자치정부는, 환경적 압박들이 점점 강해지는데도 불구하고 국가가 점점 더 수동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출현하게 됐다. 2015년 여름 동안, 웜피스의 우두머리 대표단은 산티아고와 모로나 강가에 위치한 공동체들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대표단은 웜피스족 성원들에게 자치령 정부 프로젝트에 가입하고, 웜피스 민족국가의 통합영토에 들어와 달라고 설득했다. ‘통합영토’ 개념은 1990년대 중반 페루 아마존의 북서부 원주민 조직들의 주도 아래, 페드로 가르시아 히에로(Pedro Garcia Hierro), 알렉산드레 수라에스(Alexandre Surrallés) 같은 변호사들과 인류학자들의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2) ‘통합영토’는 분열의 원인이 되는 지방자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웜피스족의 주요 논점은 환경문제다. 사금채취자들이 토양과 강에 내던진 중금속과 북부 페루 송유관의 파열은 동물군과 식물상 그리고 주민 전체의 건강을 위협한다. 2016년 송유관 파열이 11번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송유관 파열은 아마존 숲 지역에 엄청난 오염을 야기했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목재무역이나 남획은 생물 다양성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비난받았다. 따라서 공동관할구역 내의 공간들을 통합하는 것이, 채굴산업이 야기할 수 있는 오염 및 채굴산업에 대항해 땅을 지킬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푸에르토 갈릴레아의 웜피스 지도자인 안드레스 누민고가 말하듯, 자치정부의 수립은 “영토 방어전략이며, 우리를 하위 공동체들로 분할시키려는 노력에 대한 대응이다.”(3)

각 공동체가 매번 단독으로 기업과 협상하게 되면, 분열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웜피스족들은 이런 분열을 막으려는 것이다. 이는 공동 토지대장(土地臺帳)의 경직성과 한계를 극복하고 토지 유동성을 되찾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유동성은 아마존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중시돼온, 이동하고 흩어지는 주거형태에도 적합하다. 

내부 행정과 정치발전 담당 장관인 후안 누닌고는 토지와의 관계를 ‘통합’관계라고 규정한다. 그는 카사바를 발효시킨 음료, 마사토(Masato)가 든 호리병을 우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 영토 전체의 관리권, 다시 말해 숲, 강, 공기, 지하의 관리권을 되찾고자 한다. 영토라는 것은 하나의 총체이고 우리의 문화는 이 모든 요소들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어느덧 밤은 깊어가고, 몇몇 호기심 많은 이웃들은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몇몇 사람들이 들어와서 주인에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장관인 후안 누민고와의 대화는 더욱 격렬해졌다. 그는 국가적, 그리고 국제적 정치 쟁점들과 기구들을 알지 못한 채 인디언들이 ‘자연스럽게’ 자연보호를 지지할 것이라는 식의, 낭만적이고 감미로운 식민지 시대의 시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4)

사실, 우리가 만난 웜피스족 지도자들은, 워싱턴과 제네바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呪文)처럼, 원주민과 부족민에 관한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169조(1989년), 원주민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을 매번 상기시켰다. 이 협정들은 동시대의 국가-민족국가 내에서의 자기 결정권, 행정적·정치적·영토적 자치권을 국제무대에서 합법화하는 데 기여했다. 여기서 웜피스족, 고유정부 모델을 만드는 문제와 연관이 될 때뿐만 아니라 이 협정들이 권한의 주체를 개념화하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들의 접근방식에 대한 강력하고 타당한 근거를 찾아내고 있다. 

국가는, 토착 주민들이나 토착민 민족국가들을 사회적 하위부분집합으로서 인정할 것이 아니라, ‘토착 주민들’이나 ‘토착민 민족국가들’의 독립된 존재를 인정하라고 강요받고 있다. 그래서 웜피스족은 이런 협정들을 끊임없이 준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협정들의 서명당사자인 페루라는 국가에 그 의무들을 환기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웜피스족 주민들이 원하는 자치는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야망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대집회’의 사무총장인 훌리오 히노호사가 우리에게 설명했다. “우리는 페루사람들이고, 페루 신분증을 갖고 있다. 우리는 국가와 관계를 끊고 싶지 않으며, 단지 우리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의 비전과 우리의 문화를 따르면서 우리 영토를 우리 스스로 관리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바로 자원의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사용을 통해,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다.” 

웜피스족 대통령인 라이스 페레즈(Wraiz Pérez)가 지적했듯, 자치정부는 웜피스족이 페루 공화국 이전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국가에 상기시키는 도구이고, 국가로 하여금 자신들이 비준한 협정을 적용할 것을 강제하는 수단인 것이다.

어떤 사유재산 체제인가?

리마(페루 수도)의 사람들은 이런 요구를 결코 들어주지 않는다. 상당수의 고위 공무원들과 의원들은 자치정부가 국가의 주권을 위협한다고, 특히 웜피스족이 에콰도르의 수아르(Shuar)족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 때문에 국가 주권을 위협한다고 비난한다. 웜피스족과 수아르족은 친족관계를 맺고 있고, 여기에 덧붙여 무역교류도 하고 있으며, 원주민연맹과 다양한 정치적·물적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웜피스족의 자치는 지역에서, 오랜 국경분쟁의 역사로 손상을 입은 페루의 주권을 약화할 것이고, 독립의 요구로 가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페루와 에콰도르는 국경분쟁을 1993년까지 1세기 이상 계속해 왔다.

거의 19%의 지지표로 3위에 올라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둔 좌파운동연합 프렌테 암플리오(Frente Amplio: 광역전선)의 여성의원 마리아 엘레나 포론다 파로는(5) “분리주의를 추구한다”는 비난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자신들의 주도적 행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데스·아마존·아프리카계 페루 사람들 및 환경과 생태계’라는 보통 위원회의 의장인 그녀는 웜피스족 정부에 ‘환경수호자’라는 칭호를 부여해, 웜피스족 정부를 특별히 구분했다.

푸에르토 갈릴레아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다. 칼라민 지붕의 열기 밑에서 논쟁이 8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사금채취 제재의 본질에 대해 오랜 시간 논의했다. 홀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분위기는 뜨겁다. 사람들은 거기서 자치정부의 구성규약 속에 기술된 다양한 정부 결정기관들을 보게 된다. 조그만 단상(壇上)의 중앙에는 ‘대집회’ 대표들이 앉아있다. 몇몇 의원들은 자랑스럽게 큰부리새 깃털 왕관을 쓰고 있는데, 이 깃털 왕관은 예전의 위대한 전사들의 장신구로, 자신들의 대표자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사람들은 웜피스족이 정부나 의회 등 국가적 형태의 조직에 점점 애착을 가진다는 사실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국가 조직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전략적인 이유들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공동체 모델에 연속성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공동체가 사실상 기본정치 구조로 남게 되고, 이 구조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그런 후 공동 집회에서 대집회의 성원들을 선출한다. 이 아이디어는 현재의 법적수단들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토적·정치적 역동성 속에 통합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국가의 일부 역할을 맡아 국가와 대화하고 하나의 민주적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함이다. 이런 식으로 대집회는 자치 정부의 대통령인 파묵(Pamuk)을 선출하고, 대통령은 ‘지도자 위원회’의 멤버들을 임명했다. 이 지도자들이 각각 교육에서 예산, 환경, 운송, 무역, 건강에 이르기까지의 개별 영역을 관리한다. 요약하면 중앙정부와의 공유영역을 만들어내는 방식인 것이다.

그렇지만 웜피스족의 자치방식이 새로운 정치적 접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그들의 자치 방식이 페루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조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993년 페루 헌법은, 최초로 국가의 민족적 다양성을 보호하려는 국가 의무를 인정하면서, 규제완화 정책을 천명했다. 즉, 다른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에서처럼, ‘신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에 입각해 인디언 소수족들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이들을 시장경제에 통합시키고자 했다.(6)

이 논리가 페루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체 면적의 서쪽 반을 차지하는 리오 산티아고(Rio Santiago) 구역의 시장인 마테오 임피가 이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모임이 진행되는 건물 내 토론열기도 참석자들의 점심 휴식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점심 휴식시간을 이용해 임피 시장에게 그의 정치노선과 개발에 대한 그의 비전에 대해 질문한다.

2014년부터 시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임피는 이 지역의 또 다른 거대 종족인 아와준(Awajun) 족이다. 오전 첫 번째 회의시간에 임피는 비난을 받았다. 사금채취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과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우리를 맞이한 사무실에서 그는 ‘웜피스족 주민’의 주도적 행동에 동의하고, 자신의 시정(市政) 정책과 ‘유사한 것들’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불일치점 때문에 그는 자치정부와 대립하고 있는데, 그것은 영토의 경제적 관리와 그에서 파생되는 ‘사유재산체제’라는 명제와 연관된 것이다.

사실상 웜피스족 민족국가의 구성적 규정은 영토 소유권에 대한 공동의 그리고 양도불가능한 특성을 다시 확언하는 것이지만,(7) 임피는 이와 대립되는 시각을 옹호했다. “만약 내가 공동체 안에서 토지를 획득하게 된다면, 누가 나의 소유권을 보장해 줄 것인가? 사람들이 그 소유권을 나에게서 언제든지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의 토지가 진정 투자자의 것이라고 보장해 주지 않으면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는가? 내 생각에는 우리가 아메리카인디언이라는 이유로 계속 빈곤에 허덕이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토지의 자유화를 거부하고 웜피스족 영토의 규모에 맞게 공동영토에 적용되는 동일한 집단 관리 채택을 희망하는 GTANW의 ‘매우 폐쇄적인’ 관점에 개탄했다. 공동체 내에서 새로운 주민의 도착, 주택의 건설이나 기업의 진출을 위한 구획의 부여와 관련된 모든 결정에는 투표에 의한 집단적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기업의 진출과 관련된 건은 GTANW와 자치정부 의회의 결정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발언권은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없어

임피는 여기서 통설을 전했다. 잠재적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자산이 자의적으로 몰수될 것을 두려워해 합법적이지만 비공식적인 공동 재산이 경제발전에 제약이 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비공식적 재산의 공식화를 담당하는 기관인 코포프리(Cofopri)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 아마존 공동체들 안에서 아주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 기관은 공동체의 주민들에게, 주민들의 집이 건설된 토지 일부를 재구매하라고 부추긴다. 

얼핏 좋은 의도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전략은 당국의 목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그들의 영토를 세분화하기 쉽게 만들어서, 공동체 체제를 점차 해체하는 것이다.

웜피스족 정부가 모든 석유탐사에 반대하는 것 외에도, 웜피스족 정부가 토지에 대한 접근을 집단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페루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방향과 상반된다. 경제 정책은 정확하게 웜피스 민족의 다섯 번째 정상회담의 핵심의제였다. 이 정상회담은 2017년 8월 에콰도르 국경에서 배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산 후안 데 모로나(San Juan de Morona)의 공동체에서 열렸다. 대집회의 대표들은 정상회담에서 생태여행, 양어, 가금사육, 카카오 재배 등 대안적이고 오염을 덜 일으키는 경제활동을 환기시켰다.

이런 관점은 ‘좋은 삶’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개발모델에 속한다. 웜피스족 리더들과 지역의 비정부기구들이 자신들의 처지에 적합하게 만든 이 개념은, 특히 에콰도르(2008)와 볼리비아(2009) 헌법에 포함된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수많은 원주민 투쟁의 중심주제가 됐다.

정치적, 경제적 방향을 넘어, ‘좋은 삶’의 가치들은 또한 민주적 요구를 통합하고 있다. 자치정부의 규정에 의하면 최고 권력은 대통령이 아니라 리더들의 모임인 대집회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책임자들은, 공동체 대표들 사이에 발언권이 독점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청중들 사이에 자리한 공동체 대표들은 가장 신념에 찬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나온 목소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려 노력했다.
 
각자 자기 차례가 되자, 의견을 발표하고 청중을 설득하려고 애썼다. 몇몇 대표들은 얼굴에 페인트를 칠하고 창으로 무장한 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는 단상 위의 상석을 차지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합법성은 지역적 기반, 즉 공동체로부터 유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스페인 정착민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살았던 웜피스족은, 그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중앙정부와 대화하고, ‘좋은 삶’의 가치들에 따라 발전정책을 촉진하기를 원한다. 자치 정부는 이 모든 요소들을 결합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결국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를 헌법적으로 ‘다민족’ 국가들로 정의하게 했다. 다문화주의와 달리 다민족주의는 토착민에게 소수자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소수자가 다수사회에 통합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민족단위라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국가와 이 국가를 구성하는 실체들 사이에 좀 더 수평적인 관계를 설정하려는 것과 연관된 문제다. 국가를 구성하는 실체들 각자가 자신의 영토와 자원에 대해 자율적인 관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적 장치들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함을 함의한다. 

과연 리마는 이런 주장에 동의할 것인가?  


글·폴 코지아 Paul Codji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라파엘 콜리오 Raphaël Colliaux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인류학과 사회학 박사과정

번역·고광식
파리 8대학 언어학박사로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있다. <르몽드 세계사 3> 등의 역서가 있다.

(1) Wampis; 스페인어로 후암비사(Huambisa)라 불리는 웜피스어는 아슈아르(Achuar), 수아르(Shuar), 시비아르(Shiwiar), 아와준(Awajun) 언어들을 묶은 히바로(jivaro) 어군에 속한다.
(2) 통합영토의 개념은 환경에 거주하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 즉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의 생태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알렉산드레 수라에스(Alexandre Surrallés), 페드로 가르시아 히에로(Pedro Garcia Hierro)의 <권리 인류학. 인권으로서의 원주민의 자유로운 영토 결정>(IWGIA, 코펜하겐, 2009)과 시모네 갈라(Simone Garra), 라울 리올 갈라(Raul Riol Gala)의 “‘원주민의 통합 영토’를 향한 어려운 여정 : 아와준족(Awajun)과 웜피스족 (Wampis) 사이의 자치, 국경 및 동맹”(<인류학>, 32호, 리마, 2014) 참조.
(3) “웜피스 타운은 페루 최초의 원주민 자치 정부다”, 세르빈디(Servindi), 2015년 11월 30일, www.servindi.org
(4) 마엘 마리에트(Maëlle Mariette), “À la recherche de la Pachamama 파차마마(안데스산맥의 여신)를 찾아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3월호‧한국어판 2018년 5월호.
(5) 아만다 샤파로(Amanda Chaparro), “우파투성이의 페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6월호‧한국어판 2016년 7월호.
(6) 기욤 보카라(Guillaume Boccara), “‘다른 사람들의‘ 정부. 라틴아메리카의 신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 <오늘날의 마르크스>, 2권, 50호, 파리, 2011년.
(7) 41조는 다음을 언급하고 있다: “웜피스족 민족국가의 영토는 공동의 재산이며 어느 누구도 이 영토를 외국인들이나 국가 혹은 민간 기구들에게 매도할 수 없을 것이다.”



박스기사

모호한 인정

2015년 11월 대략 70여 개 공동체들을 대표하는 3백여 명의 웜피스족 리더들이 자신들의 자치정부 창설을 선언할 때, 그 전개방식은 확실히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그러나 자치정부의 창설은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페루정부의 관계에 대한 길고 미묘한 역사 속에 새겨졌다. 주도적 행동은 후안 벨라스코 알바라도 독재정부에 의해 1974년 채택된 ‘원주민 공동체들에 관한 법’에 대한 반응으로서 시작됐다. 좌파성향의 권위주의 지도자 벨라스코(Velasco)는 대규모 토지 소유자들에 의해 오랫동안 독점된 경작 가능한 토지를 재배분하기 위해 대규모 농지개혁을 포고했다. 원주민 공동체 법은 아마존의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 토지권을 보장하는 최초의 법적 자료다. 이 법은 다양한 민족들이 ‘공동체’ 안으로 모이도록 부추긴다. 토지의 공동소유자인 공동체 성원들은 내부에서 강한 자율권을 얻는다. 이 법은 공동토지의 양도를 금지한다.

엄청나게 폭력적인 식민시대의 파고가 지나간 후, ‘해방’의 상징이 된 이 조치는 아마존 주민들을(전체 주민의 1.05%) 국가에 통합시키기 위해 행해졌다. 복잡한 행정 네트워크에 공동체를 포함시켰다. 중앙정부는 공동체들에게 토양과 숲 자원의 ‘사용권만 양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석유회사 등 채굴기업들에, 그들의 활동이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함에도 불구하고, 토지 구획을 넘길 권한을 가졌다.

“공동체들의 창설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됐다. 그 이유는 자원이 법적으로 여전히 국가에 귀속돼 있고, 국가가 공동관할구역의 내부에서 숲이나 석유를 개발할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공동관할구역 내부 행정과 정치 발전을 담당하는 장관, 후안 누민고가 설명한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정부는 공기업인 페트로 페루(Petroperu)에 탄화수소 구획구간 192번에 대해 30년간의 개발권을 부여했는데, 이 구획구간은 아마존 북부의 50만 헥타르에 걸쳐 있고, 하루에 1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1) 이 공지(公知)는 이런 활동들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백 개의 아메리카인디언 공동체들을 분노하게 했다. 단번에 제한을 받게 된 이 공동소유권은 그 후 후속 정부들에 의해 논쟁의 대상이 됐다. 공동 관할구역의 ‘양도불능’의 성격이 1993년 헌법에 의해 폐지됐고, 그리하여 공동토지 구획들에 대한 사유화의 길이 열리게 된다.(2) 토지의 자유화는, 민간 투자를 촉진해 농촌 공동체들에 대한 ‘국가의 가부장주의’에 종말을 고하기 위해, 1991년 시작됐다. 이 표현은, 공동소유권에서 전(前)자본주의적 구시대성을 찾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즐겨 쓴다.(3)

자유화 과정은, 국제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함으로써 가스와 석유산업이 2000년대에 엄청나게 성장함에 따라, 점점 심화됐다. 탄화수소와 연관된 경제활동이 2016년 국내총생산의 14.36%를 차지한다. 이 분야의 중요성은, 특히 2005년부터 석유 배럴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고무됐다. 알란 가르시아(Alan Garcia) 대통령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에(2006~2011) 유리한 조세정책과 개발 지역들의 대규모 경매를 통해 민간투자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노력했다. 2005년에는 탄화수소 구획구간이 페루 아마존의 15%를 차지했지만, 5년 후에는 49만 제곱킬로미터로 확장돼 아마존 토지의 72%를 차지하게 됐다.(4)

이런 정치적 결정들은 토착민 연맹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왔고, 이 저항은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됐다. 2009년 6월 바구아(Bagua)에서 대치 사태가 발생해 33명이 사망하고 2백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 ‘페트로 페루가 구획구간 192번에 대해 100%의 개발권을 획득하다’, <라 레푸블리카>, 리마, 2018년 1월 26일.
(2)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직무기간(1990~2000) 승인된 1993년 헌법은 공동토지의 ‘시효소멸불가성’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공동토지가 어떤 조건 하에서는 매매·양도·제공 및 저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89조)
(3) Raphaël Colliaux, ‘L’économiste, les indigènes et le cadastre 에르난도 데 소토, 라틴 아메리카의 반(反)피케티 경제학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6년 6월호‧한국어판 2016년 7월호.
(4) Matt Finer, Marti Orta-Marinez, ‘페루 아마존의 오일 경계선과 원주민의 저항’, <Ecological Economics>, 70권, 2호, 201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