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질란드, 아프리카의 기이한 절대군주국

남아공의 보호를 받는 작은 국가

2018-07-31     알랭 비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지난봄, 스와질란드는 독립 50주년과 음스와티 3세 국왕의 50세 생일을 동시에 기념했다. 아프리카 남부의 작은 국가이자 아프리카 4위 사탕수수 생산국인 이곳에서 군주는 절대적으로 군림하고, 군주의 파벌은 부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이런 독단 앞에서 국민들이 인내심을 잃어간다.


음스와티 3세 국왕 국제공항에서 수도 음바바네를 향해 뻗어있는 황량한 4차선 도로 옆, 스와질란드 독립 반세기를 축하하는 내용이 표지판들에 적혀 있다.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의 50년.” 1억 4,000만 유로를 들여 지은 왕국의 새로운 공항터미널은 관리비용만 드는 ‘흰 코끼리’(1)나 다름없다. 스와질란드 ‘설탕벨트’ 평야 가운데, 음바바네에서 70km 떨어진 이 공항에서는 하루에 단 3편의 왕복항공편만이 국경 인접국인 남아공으로 향하고, 대만기업 중화항공에서 1,100만 유로에 사들인 음스와티 3세 국왕의 에어버스 A340가 가끔 오갈 뿐이다. 

“군주는 국가를 자신의 개인 봉토로 만들었다”고 야당 인민연합민주운동(PUDEMO)당의 마리오 마수쿠는 말한다. PUDEMO당 역시 다른 모든 정당과 마찬가지로 1973년 법령에 의해 활동이 금지됐다. “스와질란드 경제는 군주의 가족, 측근, 군주와 함께 하는 몇몇 기업가 및 사업가 파벌에게만 이익이 된다.” 첫 번째 파벌은 국왕의 부인 13명, 자녀 23명, 형제자매 200여 명으로 이뤄지고, 여기에 콤프라도르 부르주아,(2) 즉 자국과 가까운 이곳에서 세 배 이상 저렴한 노동력을 찾는 남아공 투자자들, 그리고 영국식민지배자 후손인 백인 기업가 그룹이 더해진다.  

국가예산의 8%를 미리 떼어가는 국가원수

130만이 넘는 국민을 거느리고, 리무쟁(Limousin, 행정구역 개편 전 프랑스 중부지방 명칭, 면적 약 1만 7,000㎢-역주)에 버금가는 광활한 영토에 군림하는 절대군주 음스와티 3세는 1986년부터 모잠비크와 남아공에 둘러싸인 이 국가를 다스리고 있다. 음스와티 국왕은 30년 이상 집권 중인 아프리카 5대 국가 원수들 중 한 명이다. “남아프리카 노동조합회의(Cosatu, 남아공의 주요 노동조합)와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남아공의 흑인해방운동조직, 현 남아공 여당-역주)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음스와티 3세는 감시망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고 스와질란드 노동조합회의(Tucoswa)의 무지 음흘랑가 제2 부총장이 한탄했다. 

노동조합회의는 2015년 허가된 스와질란드의 노동조합 연맹이다. 인민연합민주운동당과 가까운 스와질란드 노동조합회의는 민주주의 수립을 요구한다. 부패가 심하고, 폭력성으로 유명한 경찰은 국가의 애정을 받으면서 2017년 예산 중 군대와 비슷한 수준인 5%의 예산을 할당받았다. 국가원수의 업무 지출 비용은 국가 예산의 8%로, 미리 공제된다. 국왕의 개인 자산은 7,500만에서 1억 8,0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군주는 스와질란드 왕국의 건국월과 같은 지난 4월에 50세를 맞이했다. 이 두 기념일 축하행사의 예산은 7,500만 유로로 추산됐는데, 이 국가의 2016년 국내총생산은 32억 7,000만 달러였다. 음스와티 3세는 공공기금뿐 아니라, 그동안 자신이 거리낌 없이 돈을 빼 쓰던 연금 및 공제 기금에서도 행사기금을 사용하도록 했다. 대만은 자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마지막 아프리카 국가에 호의를 보이며 약 130만 달러를 지불했다. 

국왕은 이 50주년 축하행사에서 자신의 왕국을 ‘에스와티니’(Eswatini, 스와티어로 ‘스와질란드인들의 국가’라는 뜻)라고 다시 명명했다. 공식적으로는 식민시대에서 계승된 이름과 단절하겠다는 의미였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영어명칭이 비슷한 스위스(영어로 Switzerland)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역주) 시기에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지자들은 스와질란드 왕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해온 반면, 남아공 백인들은 본국의 도덕적 책무를 피해 스와질란드로 건너와 관광지 엘주위니(Elzuwini) 계곡의 술집과 사창가에서 돈을 긁어모았다. 

이들은 이 ‘행복한 계곡에’ 자신들만의 사립학교, 쇼핑센터, 호텔, 고급 카지노, 수공업 상점들을 열었고, 백인들이 소유한 이곳은 거대한 미국 대사관과 함께 백인의 낙원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현지 실상은 참혹하다. 세계은행과 유엔에이즈계획에 따르면, 스와질란드 국민 63%가 빈곤한계선 아래에서 살아가고, 26%가 에이즈-HIV바이러스 보균자이며, 20만 명이 국제 식량 원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데다가, 경제활동 인구 중 28%가 실업 상태이고, 평균수명은 49세를 넘지 못한다. 

처녀성에 집착하는 일부다처 국왕 음스와티 3세는 이혼과 미니스커트 착용을 금지했다. 이런 도덕주의는 왕이 지지하는 복음주의 교회의 설교뿐만 아니라 현지 전통과도 결합한다. 미신주의자인 국왕은 무티(주술)의 힘을 믿는다. 국왕은 자신의 가족 구성원들, 전통 지도자들 그리고 1996년에서 2003년까지, 또 2008년부터 다시 정부 수반으로 일하는 바르나바스 시부시소 들라미니 총리만을 신뢰한다. 음스와티 3세는 의례도 늘리고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우믈항가(‘갈대의 춤’)다. 매년 8월 말, 농촌에서 온 수천 명의 소녀들이 왕궁 앞에서 자태를 뽐내며 춤을 춘다. 이 소녀들은 왕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쓴다. 

이토록 ‘독특한’ 왕국을 찾는 서양과 남아공의 방문자들이 높이 평가하는 이 우믈항가는 스와질란드의 대표적인 관광 모델이다. 역사학자 조이 둠실 드완드웨는 “다른 모든 대규모 전통 행사와 마찬가지로 우믈항가도 국왕에 의해 완전히 변질되고 정치화됐다. 이 행사에 딸을 보내지 않는 사람은 이곳에서 배척당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며, 심지어 가족들의 퇴직연금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전통 행사들이 대중의 관심을 돌리는 동안, “약 1만 5,000여 명의 사업가들은 왕국의 부도덕과 부패로부터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마수쿠는 지적했다. 이들 상류층은 사탕수수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 스와질란드는 아프리카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사탕수수 생산국이다. ‘스와질란드 골드’라는 별명처럼 사탕수수는 GDP의 18%를 차지하고 2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하지만 경작지 정비를 명분으로 내세운 농촌공동체 해체, 아동 노동, 주 60시간에 이르는 고된 노동 등, 사탕수수 재배는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노동조합연맹에서는 “까다롭고 건강에 해로운 노동조건, 열악한 임금, 노조가입 시도에 대한 폭력적 억압”(3) 등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사탕수수는, 막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누리는 코카콜라 현지 공장에도 공급된다.(4) 2016년 말 유럽연합이 여러 남아프리카 국가와 체결한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이곳 사탕수수 생산량의 40%가 유럽 시장에 수출된다.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미 행정부가 인권침해를 이유로 스와질란드를 ‘아프리카 성장 및 기회’ 법(AGOA)의 수혜지역에서 제외한 반면, 유럽은 지속해서 국왕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고 음흘랑가는 유감스러워했다.

84세의 윌리엄 K. 음칼리피는 스와질란드산 설탕 보이콧을 주장한다. 사탕수수를 소량 생산하던 그는 스와질란드 사탕수수 생산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왕립 스와질란드 설탕 법인(Royal Swaziland Sugar Corporation)에 의해, 2016년 다른 20여 명의 농부와 경작하던 농장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 음칼리피와 그의 동료들은 고등법원에 제소하고 항의도 했으나 소용없었다. 왕권을 존중하는 그는 스와질란드 전통 의회인 시바야(Sibaya)에도 호소했다. 

2016년 8월, 시바야에 호소한 뒤 며칠 후, 음칼리피는 경찰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고, 이어 농기구 절도죄로 체포됐다가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우리 국가 역사상 그 어떤 왕도 이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시바야는 모든 스와질란드 사람들이 자신의 군주 앞에서 어떤 두려움도 없이, 학대 및 살해위협을 당할 위험 없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의회다”라고 그는 분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그와의 만남은 ‘설탕벨트’의 눈에 띄지 않는 한 장소에서 이뤄졌다. 멀리 밭에서는 사탕수수들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고, 더 먼 곳에서는 왕립 스와질란드 설탕 법인에 원료를 공급하는 시무니에 제당 공장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왕립 스와질란드 설탕 법인의 지분 50%는 국부펀드 ‘티비요 타카은과네’가 소유하고 있다. 이 국부펀드는 스와질란드가 독립했을 때, 현 군주의 부친인 소부자 2세 국왕이 만든 것으로, 식민개척자들이 버려둔 기업들과 농장 등을 사들이는 게 목적이었다. 

현재 소부자 2세 왕의 아들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국부펀드는 국내 토지 60%를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급 숙박업, 부동산, 운송, 유제품, 광산, 맥주 양조, 그리고 설탕 등 주요 품목의 기업 지분까지 갖고 있다. 2015년 국부펀드 ‘티비요’의 추산 가치는 20억 달러였다. 하지만 설립 헌장에 따르면, 본래 이 펀드는 스와질란드 국민들의 “물질적 안녕과 생활수준 개선”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럼에도 덴마크의 아프리카 콘택트 협회(5)의 평가에 의하면 “왕가의 지출이 티비요에서 충당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 누구에게도 비밀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펀드의 민영화 및 과세를 권고했다.(6)

그러는 동안, 농촌 주민들이 2016년의 극심한 가뭄을 겪은 이후 상황을 호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제로에 가까운 성장률과 낮은 조세 수입은 국가재정을 적자 상태로 빠트렸다. 공공서비스도 붕괴했다. 스와질란드 내 공공 구급차는 12대에 불과하고 약국의 선반은 텅 비어있으며, 초등학교에서도 더 이상 교내식당 운영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기념일 행사 며칠 전, 스와질란드 노동조합회의(Tucoswa)는 음바바네에서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했다. 긴축 재정은 전기료 및 부가가치세(VAT) 인상에 따라 더욱 강화된 터였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행진은 경찰에 의해 거칠게 진압됐다. 

“두려움의 벽이 흔들리고 있다”

노동조합들과 야당들은 9월 선거의 ‘속임수’를 거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스와질란드는 5년마다 티쿤둘라(Tikhundula)의 전통 체계에 따라 총선을 치른다. 루드지드지니(Ludzidzini) 왕궁에 종속된 300명의 전통 지도자의 감시하에 65명 중 55명이 (티군둘라의 이름으로, 소속 정당 없이) 지역 국회의원으로 선출된다. 국왕이 직접 10명의 국회의원을 지명하고, 상원의원 30명 가운데 3분의 2를 임명하며 마지막으로 총리와 정부 각료를 선택한다. 국왕은 또한 법관들도 임명한다. 하지만, 이제 저항의 기운은 시골로까지 퍼지고 있다. 월간지 <더 네이션>의 베키 마수쿠 편집장은 “(국민들 사이에) 두려움의 벽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히 사법권의 독립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14개월간 수감됐었다. 

7월의 한 저녁에는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사탕수수밭 가운데서 춤을 췄다. ‘행복한 계곡’ 근처 말컨스 계곡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명한 들불축제가 12년 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여기에선 나이지리아 가수 예미 알라데나(Yemi Alade), 말리의 살리프 케이타 같은 스타들도 등장하는데, 관중의 1/3은 남아공에서 온 백인들이다. 천진난만한 분위기에 혼혈 청년들은 무척 행복한 듯 춤을 춘다. 히피 스타일에 가까운 들불축제의 기획자 지그스 손은 “들불축제가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데 기여하길 기원한다”고 말한다. 

농촌 공동체 지원, 에이즈 바이러스 퇴치 및 교육 지원도 들불축제의 우선과제에 포함된다. 1,000명을 고용하는 들불축제는 올해 100만 유로의 금액을 ‘지방 창조경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투입했다. 스와질란드에서 들불축제는 깜짝 놀랄만한 자유의 오아시스다. 대마초가 공식적으로는 금지됐지만, 이 축제기간만큼은 남아공 관광객 등을 위해 대마초 흡연이 자유롭게 허용된다. 올해에는, 동성애가 금지된 이 국가에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또는 퀴어(LGBTQ) 부스가 처음으로 설치됐다. CNN과 BBC가 환영하는 이 축제가 이 왕국에는 외국통화를 끌어들이며, 좀 더 상냥한 얼굴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노동조합이나 야당 활동가들은 스와질란드의 변혁을 위해 차라리 이웃국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진행 중인 정치변화에 기대를 건다.(7) 마수쿠는 2월에 임기를 시작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마지막 절대군주국에 더 이상 호의를 갖지 않기를 원한다.  


글·알랭 비키 Alain Vicky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업

(1) White elephant: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자본만 탕진하게 된 초호화 건축물을 뜻한다. 샴(태국의 옛 이름)의 옛날이야기에서 유래. 왕이 자기 마음에 안 드는 누군가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하면, 그 사람은 그 희귀한 동물을 돌보기 위해 가진 돈을 다 써야 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
(2) Comprador bourgeoisie: 외국과의 무역에서 중개인 역할을 하며 부를 취하는 부르주아
(3) ‘King Mswati’s gold: workers’ rights and land confiscation in Swaziland’s sugar sector’,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 2016.10.26, www.ituc-csi.org
(4) Patrick McGroarty, ‘In Swaziland, coke holds sway with the king’,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3.11.18. 
(5) ‘The European Union in Swaziland: in support of an authoritarian king?’, <Afrika Kontakt>, 코펜하겐, 2017년 12월, https://afrika.dk
(6) ‘IMF executive board concludes 2017 article IV consultation with the kingdom of Swaziland’, 국제통화기금, Washington, DC, 2017.9.11.
(7) Sabine Cessou, ‘L’ANC, aux origines d’un parti-État(아프리카 민족회의, 정당국가의 기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