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쟁이란 무엇인가?
2018-07-31 가브리엘 갈리스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미명 하에 행해지는 군사작전이 합법적이라는 이유로 국제법 위반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정작 합법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8년 4월 14일 미국, 영국, 프랑스의 폭탄공격이 UN헌장에 규정된 무력사용 금지를 위반한 것이 그 예다. 『제국주의의 연대기』(1)에서 일체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인 브뤼노 기그는 시리아 전쟁에 대한 주류 분석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기그는 시리아 공산당의 아마르 바그다슈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한다.
“시리아의 국가 내부에서는 이라크와 리비아와 달리 언제나 협력이 강하게 이뤄졌다. (…) 시리아가 단순히 군대만 믿었다면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리아가 저항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이라는 기반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얼마 전의 과거를 상기하며 국민의 권리라는 개념, 테러, 동방의 기독교 신자들, 이스라엘, 미국, 나토의 영향력 확대를 주장하는 유럽 좌파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한다.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의 특파원을 지냈던 미카엘 뤼데르스는 중동을 피로 물들이는 폭력에 서방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제목에도 이런 메시지가 전달된다. 『소요를 채취하는 사람들』(2)은 도입부에서 경고문을 통해 메시지를 철학적으로 전한다. “이익 대신 ‘가치’를 앞세우며 호들갑 떠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 뤼데르스는 CIA가 해외에서 선동한 첫 번째 쿠데타가 1949년 시리아에서 일어났으며, 이는 2016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밝힌 사실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3) 뤼데르스는 현재의 위기사태에 미국이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미 단독으로 시리아의 전장에 무기 10억 대를 판매한 가운데, 워싱턴과 브뤼셀의 제재로 시리아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그리고 이 때문에 시리아 난민들의 탈출행렬이 가속화됐다.” 간결하지만 상세한 책이다.
반제국주의자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프랑수아 레지 르그리에는 성 오귀스탱 혹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생각한 ‘정의로운 전쟁’ 개념에 동의하고 블라디미르 솔로비에프, 알베르 카뮈, 앙리 위드에게서 영감을 받아 의견을 내세운다.(4) 르그리에는 ‘개입권’의 부당한 이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망상,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개입주의에 반대한다. 또한 프랑스와 영국이 2011년 리비아에서 NATO의 깃발 아래에서 벌인 전쟁을 비난하고 평화주의와 무력 개입주의 사이에서 중도의 길을 모색한다.
하지만 저서에서 제안하는 내용 일부는 우려스럽다. 르그리에는 ‘새로운 종교, 공화국’을 비난하며, “내부 질서를 군에 맡기자”고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원전 73년 스파르타쿠스의 반란, 1970년대 북아일랜드 투쟁처럼). 아울러 르그리에는 ‘제한된 전쟁’으로 회귀하자고 제안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 민주주의 국가들, 특히 프랑스는 정치를 넘어 모든 분야에서 가치의 우월성을 버려야 한다.”
루이 아라공은 시 <장미와 물푸레나무>에서 조국 방어를 좀 더 넓게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신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병사들에게 붙들린 아름다운 여성 포로를 사랑했다.”
글·가브리엘 갈리스 Gabriel Galic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Bruno Guigue, 『Chroniques de l’impérialisme(제국주의의 연대기)』, Delga, Paris, 2017
(2) Michael Lüders, 『Die den Sturm ernten. Wie der Westen Syrien ins Chaos stürzte(소요를 채취하는 사람들)』, C. H. Beck, 뮌헨, 2017
(3) Robert F. Kennedy, Jr, ‘Why the Arabs don’t want us in Syria’, Politico, 2016년 2월 23일, www.politico.eu
(4) François-Régis Legrier, 『Si tu veux la paix, prépare la guerre. Essai sur la guerre juste(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정의로운 전쟁에 관한 에세이)』, Via Romana, Versaille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