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정치적 미학 구도의 영화 이야기

영화 평론가 노엘 버치, 내부 모순과 긴장에 주목한 비평

2008-10-29     에릭 마스 | 문학 평론가

 

1932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노엘 버치는 1951년에 프랑스로 건너 와 영화 감독의 길을 갔다. 1970년에 프랑스로 귀화한 그는 1993년에 영화 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노엘 버치는 형식적 미학에 갇혀 이야기의 역사적인 면과 이데올로기적인 면을 간과하는 프랑스 영화 애호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평론가가 되었다. 그는 영화를 박학 다식하게 정치적으로 해석한 저서 <시야>를 3부로 출간했다. 전기 스타일과 철학적인 스타일을 동시에 보이는 이 책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잘 나타나 있다.
 그는 1991년에 출간한 저서 <무한의 빛들의 창, 영화 언어의 탄생>에서 무성 영화를 통한 영화 표현 시스템을 독특하게 분석했다. 또 다른 저서 <할리우드를 다시 보다. 새로운 영미 비평>에서는 문화 연구를 통해 분석한 영화에 관한 주요 텍스트를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특히 노엘 버치는 이제까지 소개된 논문과 미 발행된 논문을 모아 하나로 묶어 저서 <화장실의 아름다움에 관하여. 영화와 그 외에서의 의미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사진)로 출간했다. 특히 노엘 버치는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는 근대 형식주의, 일반 문화 분석과 영화 연구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추상적 탐미주의에 관심을 갖고 분석했다.
 그러나 노엘 버치는 당시 자신이 살던 시대의 영화에서 추함과 유용성을 무시하려는 경향 때문에 남성과 백인의 입장에서만 아름다움을 해석하는 시각이 발달했다고 봤다. 이러한 시각 때문에 영화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엘리트와 평민, 예술과 대중 문화, 창조하는 남성과 아이를 낳는 여성으로 이분화 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이분법을 극복한다 해도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고 노엘 버치는 강조했다. 바로 문화 권력 관계를 분석하며, 특히 젠더의 관계를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비평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이분법을 뒤집을 수 있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더 나아가 보수와 진보주의 사이의 갈등, 남성주의와 여성주의 사이의 긴장이 영화 비평뿐만 아니라 영화 작품 그 자체에도 감돌게 된다.
 가령 <이중 언어. 할리우드 영화의 모호한 경향에 관하여>란 제목의 논문에서 노엘 버치는 앞서 설명한 긴장의 관점에서 이론을 다루었다. 영화 <현기증>은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이 불가분의 관계이며, 영화 <택시 드라이버>는 보수와 자유주의가 불가분의 관계이며, 영화 <로보캅>은 안전과 불안이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즉, 모든 것이 내부 모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노엘 버치는 형식적인 미학이 아니라 예술적이며 정치적인 미학의 입장에서 이데올로기의 긴장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히치콕 감독, 킹 비더 같은 감독뿐만 아니라 더욱 뛰어난 감독 및 명성이 덜한 다른 영화 감독들이 할리우드의 다채로운 틀 속에서 기본적인 사회의 모순을 복잡하게 다루면 소위 말하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다.' 논문 59페이지에서 노엘 버치가 쓴 글이다.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사회주의자인가, '관리자'인가?
사회당원 들라노에 파리 시장 '경제는 경제일 뿐'… 탈 이념 선언

 시간이 지나면서 프랑스 사회당의 어느 위원이 "개인이라는 개념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는데, 과연 그는 동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인가? 또한 그는 "이제는 사회 계급을 나누어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마르크스 시대가 아니다"고 했는데 이 같은 발언을 통해 좀 더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베르트랑 들라노에의 저서는 이런 대담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사회당이 걸어 온 길과 비교해 그렇다는 것이다. 들라노에는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지만 사회당 지도층은 들라노에의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다.
 파리 시장이기도 한 들라노에는 기업가, 심지어 관리자(그는 대화 도중에 '관리자'란 단어를 네 번이나 사용했다
1)가 되려고 한다. 마치 어린 왕자가 찾아온 네 번째 별에 살고 있는 생텍쥐페리의 이미지를 파는 비즈니스맨 같은 모습을 보인다. 골치 아픈 심각한 일은 다른 사람들이 처리해 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는 어린 왕자처럼 공상적이다.
 그의 말은 더욱 과장되어 친구인 로랑 조프랭 <리베라시옹>지 편집장의 기대를 만족시킨 듯하다. 로랑 조프랭 편집장은 들라노에와 대담을 나눈 후 <리베라시옹>지의 사설에서 "자유주의는 우선 자유에 관한 정치 철학."이라며 들라노에의 말을 그대로 실었다. 들라노에는 "시장 경제는 토론할 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경제는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 경제는 경제일 뿐이다.", "생산을 하지 않으면 분배도 할 수 없다.", "사회당 위원이 기업가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는 등의 말도 덧붙였다.
 사회당 내부에서 들라노에는 경쟁자인 세골렌 루아얄보다 뚜렷한 우파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세골렌 루아얄은 사회당 위원다운 면모를 분명히 했다. "시장 경제를 받아 들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그 실상을 알고 보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꺾고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라는 소리입니다.2)"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들라노에는 저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서서히 깨어나라고 했다. 그의 저서 25페이지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금 시민들의 투쟁을 과거 혁명과 똑같은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중략). 이제 혁명은 끝났다. 프랑수아 퓌레 이후로 우리가 선언하노니 프랑스 혁명은 끝났다. 프랑스 혁명은 우리 프랑스 공화국의 정신으로 남아 있고 지금의 우리 프랑스 공화국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졌다'
 물론 그렇다. 프랑스 사회당 위원들이 혁명기의 희망과 연을 끊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3). 하지만 그래도 좌파는 프랑스 혁명을 역사의 뒤안 길로 쉬이 보내려 하지 않는다. 실제로 프랑스 혁명과 함께 좌파가 태동했기 때문이다. 당시 1789년 혁명 당시에는 왕당파들이 우파를 형성했다. 들라노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입장을 참조하면서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유주의를 주창했다. 그러나 너무 '나대는' 그의 행동을 보다 못한 프랑수아 미테랑은 이렇게 말했다. "성장을 하려고 뿌리까지 자르는 건 바보 중에서 바보나 하는 행동입니다. 기억 없는 상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4)"
 그러나 들라노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기는 커녕 실용주의자, 현실주의자, 온건파들이 득실거리는 무대에 당당히 나섰다. 기성 세대의 구시대적 유물과 과감히 손을 끊고,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로 한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나선 것이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게라르 슈뢰더 독일 총리 같은 해외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미셸 로카르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같은 프랑스 정치인들(들라노에는 이들을 가리켜 이상주의자에 가까운 인물들이라고 평했다.)도 그의 행동을 시대의 흐름에 영합하는 것으로 봤다.
 아르노 르가르데르와 친분이 있는 들라노에는 서민 유권자들에게 다가 서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고 있다. 파리에서 서민 유권자들의 존재감이 그만큼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들라노에가 '변화를 생각합시다', '공기업에도 민간 기업의 관리 방식을 적용시킵시다.'라고 제 아무리 떠들어봐야 서민 유권자들이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줄 리도 없어서다.
 외교 문제에서도 들라노에는 과감하고 좌파적인 사상을 고수할까? 프랑스에 닥친 국제 사회의 과제가 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테러리즘입니다. 전 세계가 테러의 위협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이란 가치를 품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테러의 위협으로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광신자들은 인권이란 가치를 파괴하려 하죠."
 그의 말에 따르면 세계는 민주주의 국가와 광신도들로 나뉘어지는 셈이다. 사회 질서를 분석하여 여러 가지 합당한 원인을 찾을 때에만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이 파악한 복잡한 세계 정세가 설득력을 갖게 된다. 

 


 

1)"우리는 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변화, 개혁, 노사간 대화를 주도하는 관리자, 희망을 주는 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어쨌든 이 같은 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같은 발언은 저서 57페이지에서 '훌륭한 사회당 의원이 되려면 훌륭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대담한 표현으로 나타났다.
2) 세골렌 루아얄과 알랭 투렌의 저서 <좌파가 사상을 원한다면 Si la gauche veut des id맯es> (Grasset 출판사, 2008년 파리, 324페이지, 20유로) 중 59페이지
3) 2007년 4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 '좌파가 전하는 좌파 역사의 이야기를 전할 때'와 2007년 6월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기사 그레고리 르뎁스키와 앙투안 슈바츠의 '좌파에서 일어나는 영원한 중도주의 시도'를 참조
4) 프랑수아 미테랑, <이 곳과 지금> (Fayard 출판사, 1980년 파리, 152페이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 '읽을 만한 책들'

- 미국편 


<미시시피. 미국의 근원을 향한 여행
MISSISSIPPI. Voyage aux sources de l'Amerique>

 에세이이자 여행기록이며 문학적인 향기가 담긴 일기 형식에 사회 및 지리에 관한 조사 자료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미시시피의 역사를 열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1541년에 헤르난도 데 소토에 의해 발견된 미시시피는 인디언이 서서히 멸종되어 간 곳이기도 하며 1609년부터 흑인 노예 무역이 자리를 잡은 곳이기도 하다.

 

- 사회편 


<아이와 판사.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성년자 재판
L'ENFANT ET SON JUGE. Le justice des mineurs au quotidien>

 다시 살아나는 부모의 권위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실제 저자는 미성년자 법정에서 부책임자를 맡으며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만났고 사회 봉사 기관들과 협력했다.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다. 범인이 청소년일 경우에는 판사가 교화  역할 뿐만 아니라 부모의 역할까지 해야 한다. 미성년자 재판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 사상편 


<영원의 역사. 10가지 철학 이야기
HISTOIRES DE TOUJOURS. Dix recits philosophiques>

 철학가인 저자는 호메로스, 플라톤 등 철학가에게서 나온 전설적인 이야기 10가지를 짚어본다. 고대 그리스 시대와 가까운 시기의 이야기들을 들려 주며 욕망의 번뇌, 신과 인간의 관계, 삶의 선택, 인생, 예술의 힘, 이상 추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철학에 관한 10가지 이야기를 통해 인생, 지혜, 자유에 관해 눈을 뜰 수 있다.

 

- 사회편 


<젊은이들과 도시의 사랑
 LES JEUNES ET L'AMOUR DANS LES CITES>

 사회학자인 저자는 파리 지역에 사는 15세에서 20세 사이의 젊은이 50여 명과 인터뷰를 하며 성 정체성과 첫 성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사회의 규범에 갇혀 정해진 성 역할을 강요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책은 오히려 청소년기가 규범에 반항하는 시기가 아니라 순응해 가는 시기란 사실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