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식품에서 생태재앙이 된 연어

2018-08-31     세드릭 구베르뇌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생선의 절반은 양식을 통해 공급된다. 폭넓게 소비되고 있는 연어는 노르웨이에 부를 선사했다. 연어 수출 2위국인 칠레도 마찬가지다. 대서양 피오르와 마찬가지로 파타고니아의 피오르에서도 이뤄지는 양식 산업은 수산자원 고갈에 대한 대안으로도 불완전하며, 환경과 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2018년 1월 29일 칠레 대통령직을 끝내기 전 사회주의자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푼타아레나스에서 칠레 최대의 카웨스카르(Kawesqar) 국립공원 지정을 공식 선포했다. 카웨스카르는 총면적 280만 헥타르 규모로 파타고니아 서남부 반도와 섬에 펼쳐져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 지정으로는 육지만 보호될 뿐 인접한 연안해역과 취약한 해양생태계는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비상식적인 정책은, 연어양식의 확대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전에는 연말 파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연어는 이제 필수 소비품목이 됐다. 1,360억 유로에 달하는 국제 수산물교역에서 연어와 송어는 교역액 기준 1위, 교역량으로는 참치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전 세계 양식업의 대서양 연어 생산량은 1993년 30만 톤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225만 톤이었다.(1) 수출 규모 34억 유로에 달하는 연어는 2017년 칠레의 수출품목 1위인 구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2) 
 
군사독재 때 도입된 양식업, 바다를 독재
 
칠레는 19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대서양에서 연어양식을 도입했다. 양식업의 선구자인 노르웨이와 칠레 간 기후와 지리적 환경의 유사성이 성공의 요인이었다. 남태평양의 피오르도스(피오르)에는 원통형 연어 어장이 급증했다. 칠레는 현재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23.6%를 키우고 있다. 생산량의 2/3은 수출되는데 주요 수출지는 미국과 일본, 브라질이다. 2018년 1월 수산양식청(Sernapesca)에 의하면 로스 라고스(Los Lagos)의 X구역에서는 어장 수가 539개, 아이센(Aysén)의 XI해역에서는 635개, 마갈라네스(Magallanes)의 XII 구역은 126개에 달한다.(지도 참조)
 
신규 국립공원 지정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카웨스카르(Kawesqar) 사람들은 대대로 어업과 유목생활을 이어온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20세기 중반, 정착해 생활하기 전까지는 카누를 타고 파타고니아 반도를 따라 오가며 생활했다. 사전에 정부 당국이 행한 설문조사에서 (1993년 이후) 정부공인을 받은 카웨스카르 12개 부족 공동체 중 4개 공동체가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다목적 이용이 가능한 연안해역’이라고 지정된 규정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를 지키기 위한 카웨스카르 공동체’ 대변인인 레티시아 카로는 말했다. “바다는 우주의 일부분입니다. 그런 바다를, 이 국립공원은 부당하게도 양식업체에 넘겼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레이날도 카로는 70대의 어부다. 그는 물고기가 점점 잡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한 양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이제는 그만큼 잡으려면 종일 걸립니다.” 그는 그 원인이 양식업이라고 지적한다. “저기 양식 연어가 있는 바다는 죽었어요. 배설물이 바닷속 깊이 쌓이고 있지요. 그렇게 깨끗했던 바다 끝에서 말입니다. 양식업자들은 연어를 많이 키워 파는 것밖에 모릅니다. 최악인 것은, 양식장을 빠져나간 연어를 잡아서 팔면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연어가 기업들의 소유물이 된 거지요.” 
 
산티아고에서 수많은 NGO(비정부기구) 담당자들을 만났다. 해양환경 보전단체 ‘오세아나 칠레(Oceana Chile)’ 사무부총장 리스베스 반 데어 미르는 “양식업은 경제성장 말고는 관심이 없습니다. 생태계 지속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칠레 그린피스의 에스테파니아 곤잘레스도는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마갈라네스(칠레 남부지역)는 원래 고래와 펭귄이 살던 곳입니다. 피오르 연안 바다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30년은 걸릴 겁니다. 이렇게 취약한 생태계에 양식업이라는 오염요소를 또 만든 거지요!”
2018년 4월, 카웨스카르 원주민들의 저항은 첫 승리를 거뒀다. 2008년 통과된 ‘라프켄체(Lafkenche)법’에 근거해, 원주민들에게 속하는 연안 해역을 만들어 국립공원 내 수역을 지정받게 됐다. 이는 양식업계에 큰 타격이었다. 국립공원 수역지정에 대해 각 부처가 아직 어떤 규정사항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 지정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그동안 XII지역 내 양식업 허가신청의 80%는 거절됐다.
 
양식업자들과 동업하는 정부 고위층들
 
팜파스를 거쳐 푼타아레나스로 가는 길목에서 3시간 걸리는 곳에 있는 푸에르토 나탈레스 사무실에서 오스카르 가라이를 만났다. 그는 양식기업 살모네스 마갈라네스(Salmones Magallanes)사의 대표이자 XII지역 양식업자들 협회 살모니쿨토레스(Salmonicultores)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우선 “저도 압니다. 양식업은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인정한 다음, 변명을 이어갔다. “인간의 행위 중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비행기도 오염요소지요. 문제는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떻게 이를 줄일 것인지 입니다.” 
 
어민들이 말하는 어획감소 문제에 대해서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건 이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연어양식장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양식업은 바다를 고갈시키는 과도한 어업을 막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카웨스카르인들의 연안해역 권리 주장과 라프켄체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소수의 카웨스카르인들이 연안 해역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원주민들은 국립공원과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원주민들에게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라프켄체법은 너무 모호합니다. 과거 자기 조상이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바다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을 청구할 수 있다니요.”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첫 대통령직을 끝내고 올해 재선된 억만장자 보수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은 2017년 9월 7일 푸에르토 몬트에서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조상들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양보전 시민단체 센트로 에코세아노스(Centro Ecocéanos)의 수의학자이자 소장인 후안 카를로스 카르데나스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칠레의 양식업은 국가가 거의 통제하지 않는 생산모델입니다. 기업들의 자율규제에 맡기고 있습니다.” 양식업 허가 신청 10건 중 1건만이 환경영향 평가를 거친다. 나머지 9건은 ‘환경영향 신고’만 행하면 족하다. 즉 양식업자가 작성하면 되는 것이다! 
 
카르데나스는 “정부의 고위층들은 양식업자들과 동업자”라고 말한다.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경제부 장관이었던 호르게 로드리게스 그로시는 2012년과 2015년 사이 칠레 최대 양식업체 중 하나인 오스트랄리스 시푸드의 간부로 재직했다. 2014~2017년 연어 생산자들의 연합체인 ‘살몬 칠레(Salmon Chile)’의 대표였던 펠리페 산도발 프레트도 역시 수산부 차관이었다. 이렇듯 정치계와 양식업계의 유착관계는 칠레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양식 대기업 마린 하베스트(Marine Harvest) 부대표 마리트 솔베르그와 우파 총리 에르나 솔베르그는 자매지간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생태계 위기를 계속 겪으면서도 “정부는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며 비판한다. 
 
바다생물을 전멸시킨 ‘붉은 바다’의 책임
 
2007년 이미 ‘전염성 연어빈혈(ISA:Infectious Salmon Anemia)’은 칠레 연안을 초토화시켰다. 연어 생산량은 절반 정도로 급감했다. 이 바이러스는 양식시설의 과도한 밀집과 미비한 양식 기준 때문에 연안을 따라 급속히 번졌다. 이어서 2016년 초 차토넬라(chattonella) 적조가 확대되며 칠로에(Chiloé)섬 주변 양식장 연어들은 독에 감염됐다. 위기에 몰리자 양식업자들은 도움을 요청했다. 2016년 3월 3일 당시 차관 산도발 프레트는 “연어 폐사율이 상식적 수준을 초과했다”라고 밝혔다.(3)
 
최소한의 영향 조사도 없이 수산청 세르나페스카(Sernapesca)는 바로 ‘불가항력의 이유로 예외적 조치를 채택’했다. 3월 11일부터 25일에 걸쳐 칠레 수산부는 섬 주변에 썩어가는 연어 9천 톤을 내다 버렸다. 이후 알렉산드리움 카테넬라(Alexandrium catenella)독성 적조가 확대됐다. 유례없는 엄청난 ‘핏빛 바다’ 속에서 바다생물들이 맥없이 죽어갔다. 바다에서 생산된 그 어떤 것도 소비가 불가했다. 이 위기는 양식업계와 어민들 간의 반목에 다시금 불을 댕겼다. 이미 2013년 2월 연어 양식업체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어업의 80%를 쥐고 흔드는 7개 수산가문에 유리한 법 제정으로 갈등은 심해진 상태다. 
 
60대에 접어든 교사 마르셀라 라모스는 칠로에 보전 운동을 이끄는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그녀는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부는 보상책으로 어민 1인당 10만 페소(약 16만 원)를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18일간 도로와 철로를 막았습니다. 우리는 연어 양식업체의 책임이 인정되고 양식업자들이 그 손해를 보상하길 원했습니다.” 칠로에섬은 5월 2일부터 19일까지 출입이 금지됐다. 칠로에섬 자치 운동의 일원이자 좌파 정당 프렌테 암플리오(Frente Amplio)의 활동가인 아드리아나 암푸에로는 설명한다. “정부는 칠레 최대 바다 축제일인 5월 21일 전에 사태를 매듭짓기를 원했습니다. 어민들 요구에 맞춰 보상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는 그 무엇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칠로에섬 시위자들은 ‘핏빛 바다’가, 썩은 양식 연어를 바다에 내다 버린 데 대한 결과라고 믿고 있다. 양식업 옹호자들은 그 어떤 관련성도 거부하면서 과거에도 있었던 적조 현상을 말한다. 칠로에 출신 작가인 프란시스코 콜로안의 1945년 작 『고통의 걸프만』에는 이미 적조 현상이 언급돼 있다. 가라이도 역시 16세기 마젤란 해협 이주민들의 죽음을 언급했다. “푸에르토 델 함브레(Puerto del Hambre)의 비극도 적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연어양식이 있었습니까?” 
 
발파레소의 수산양식청(Sernapesca)의 양식 부장 알리시아 갈라르도는 한술 더 뜬다. “환경법원에서는 양식업과 적조 사이 연관성에 대한 어떤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4) 그 이유는 기후변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은퇴한 해양 생물학자인 타르시치오 안테차나 박사는 반박한다. 그는 캘리포니아아의 산 디에고 해양학 연구소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현재 칠로에섬에 살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 적조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암모늄이 이 현상을 부추깁니다. 이 유기물질(연어 사체)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암모늄이 발생한 것입니다. 수산청은 경제부 산하입니다. 이 부처가 무엇을 우선시할까요? 환경과 경제성장 중에서?
 
항생제 과다사용, 노르웨이의 700배까지 달해
 
연어 양식업에 직접 종사하는 사람은 5,000~6,000명, 연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2배에 달한다. 정부는 언제나 이 수치를 들며 고용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노르웨이 회사 마린 팜스(Marine Farms)의 칠로에섬 공장의 직원이자 연어양식업 노동조합 회장인 귀스타보 코르테즈는 “고용이라고 해봤자, 저임금 비정규직뿐이다. 하루에 10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40만 페소(약 6만 원)를 받는다”라며 분노했다. 코르테즈는 말을 이어갔다. 
 
“적조는 2007년 일어난 전염성 연어빈혈 바이러스처럼 큰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고용 노동자들의 80~90%가 실업자가 됐습니다. 국가로부터 보상받기 위해 우리는 시위대를 조직해야 했습니다. 칠레는 극도로 신자유주의적인 나라입니다. 최악인 것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양식업계는 승승장구했다는 것입니다.”
 
연어 가격은 2016년 3월 1kg당 5.9달러에서 4월 7.33달러로 올랐고 9월에는 9달러가 됐다.(5) 양식업체 대표인 가라이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며 다음과 같이 일축했다. “공급이 줄고 수요가 여전하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2007년에도 전염성 연어빈혈 때문에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연어 전염병을 줄이기 위해, 칠레 양식업자들은 항생제에 의존한다. 노르웨이의 500~700배에 달하는 항생제를 사용한다. 반 데르 미르는 “칠레가 수입하는 항생제의 80%는 양식업에 쓰인다”라고 지적했다. 세계 보건기구는 내성 박테리아의 기승 위기 때문에 이를 경고했다. 수산청은 이제 와서야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이에 대해 절반만 수긍한다. 지역 X(로스 라고스)와 XI(아이센)에서 양식업은 한계수용에 달했다. “더 이상 이 지역 X와 XI에서는 새로운 양식허가가 없습니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생산여건을 고려해 우리는 양식장 재배치를 하고 있습니다.” 양식업체들은 XII 지역인 마갈라네스 섬 지역을 탐내고 있다. “이곳은 연안 길이만 5만 2천 km에 달해 지역 X와 XI를 합친 것 이상입니다.” 가라이의 상세한 설명이다.
2011년 학생운동을 조직했고 현재 프렌데 암플리오 당의 의원인 가브리엘 보릭은 2017년 5월 국회에서 새로운 양식허가에 대한 동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해양생태계가 수용 가능한 한계에 대한 과학영향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신규 진입을 동결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위헌으로 거부됐습니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겁니다!” 양식업체 대표 가라이에게 이 젊고 비판적인 가브리엘의 주장을 얘기했을 때 가라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릭 의원의 문제는 말이지요, 자본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글·세드릭 구베르뇌르 Cédric Gouverneu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박지현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1) <세계 수산양식 현황 보고서 2016>, 식량농업기구, 로마.
(2) 칠레 중앙은행, 산티아고; Aqua.cl 사이트 소개
(3) 당시 ‘살몬 칠레(Salmon Chile)’사의 대표였던 산도발 프레츠는 정부에 이 공문을 보냈다. 공문 내용은 다음과 같이 그린피스 보고서에서 인용됐다. <Reporte crisis social ambiental en Chiloé. Resumen ejecutivo>, Greenpeace Chili, Santiago, 2016년 9월.
(4) <Rechazan demanda ambiental por vertimiento de salmones
muertos en Chiloé>, troisième tribunal environnemental du Chili Valdivia, 2017년 12월 29일, https://3ta.cl
(5) 출처: www.indexsalm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