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많은 사립학교의 진실은?

2018-08-31     로라 랭 | 기자

‘노동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든 주주의 꿈 아닐까? 그 꿈은 프랑스 사립학교에 투자한 일부 투자펀드에서 현실이 됐다. 해당 학교 교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하나 이는 점점 더 치솟는 사교육의 인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에 불과하다. 

 
미국계 사모펀드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는 수익성 높은 사업에 투자했음을 자부할 것이다. 그들이 소유한 파리 국제학교(École internationale bilingue, 이하 EIB)는 학생 1명당 연간 6,495유로의 등록금을 청구하지만, 이 금액 중 단 한 푼도 교사들의 급여로 지출하지 않으니 말이다. 비결은 단순하다. 해당 사립학교는 정부와 소위 ‘협력계약’이라는 것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1959년 제정된 일명 ‘데브레 법’은 사립학교 대부분을 공교육 서비스와 연계시키는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법은 두 가지 요인을 계기로 제정됐다. 첫째,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수 급증과 (그해부터 16세까지로 정해진) 의무교육기간 연장에 대처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 가톨릭계가 대부분인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간의 오랜 갈등에 종지부를 찍자는 것이었다. 
 
이후 모든 사립교육기관은 설립된 지 5년이 지나면 해당 지역의 ‘교육 수요’가 인정된다는 조건에서 정부협약 체결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한데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동일한 조건에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운영지출을 지원하지만, 사립학교는 이중의 혜택을 취하고 있다. 사립학교는 때때로 상당한 수준의 등록금을 거두며 교사들도 직접 채용하지만, 문제는 교사 급여를 학교 측이 아닌 정부에서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금으로는 법으로 규정된 (급여와 같은) 필요사항에 대해 연간지출액의 10%를 넘어설 수 없는 만큼, 사립학교 재단은 대부분의 등록금을 투자금으로 사용한다.  
 
이론적으로 보면, 프랑스 초중등교육 정원 중 17%를 차지하는 사립학교는 학생의 종교나 학업 수준과 상관없이 누구든 입학시켜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인기가 너무 높은 탓에 학생들을 가려서 받는 상황이다. 이는 사립학교 학생들의 입시 점수가 더 높은 이유를 일부 설명해주기도 한다. 2015년도 바칼로레아(대입자격시험)를 학생 전원이 통과한 195개의 일반고 및 기술고 가운데서 약 90%가 사립학교이니 말이다.(1) 그러나 OECD는 사회경제적 조건이 동등하다고 가정했을 때 공립학교 학생들이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지적했다.(2) 
 
학교 교육, 펀드형 자산으로 둔갑하다
 
한편 일반고등학교의 평균 연간 등록금은 약 1,000유로인데 반해,(3) EIB나 파리 알자시엔 학교 등 엘리트 비종교 사립고등학교의 등록금은 6,000유로를 넘기도 한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료다. 가톨릭 계열 학교 건물들은 해당 교구와 연관된 단체 소유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덕분에 이들 학교의 수익은 여전히 높다. 
 
한편 2001~2003년, 비트리쉬르센의 에팽 비종교 사립 중고등학교는 당시 이사장이었던 장이브 마리예의 금융지주회사인 J2M에 연간 25만 유로에 해당하는 배당금을 은밀하게 옮겼다. 
 
이 돈은 J2M이 소유한 3개 학교의 자금 지원에 쓰였지만, 문제는 그 학교들이 에팽의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협약을 맺지 않은’, 즉 100% 사립학교로서 이윤을 가장 중시한다는 점이다.(4) 3년간의 노조 투쟁 끝에 이뤄진 한 차례의 회계 감사를 통해 이런 배당금 지급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마리예 이사장은 “기업이 자사의 수익으로 무엇을 하는지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셈인가?”라고 언론을 통해 항의했다.(5)
 
한편 EIB 이사장 베르나르 델르살(70)은 “수익은 해당 학교의 자금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단언했다. 이사장은 이 주제를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았지만, EIB 학교건물에서 우리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각각 뤽 샤텔 전 교육부 장관의 비서관, 뤽 페리 전 교육부 장관의 고문으로 일했던 교육부 소속 직원 두 명과 집무실을 함께 쓰는 중이었다. 델르살 이사장은 무엇보다 사업가 마인드가 돋보이는 인물이었는데, 우리에게 ‘상품’과 ‘고객층’ 그리고 ‘브랜드’로 EIB의 ‘전략’을 설명했다. EIB가 거쳐 온 성장단계들은 프랑스의 공립형 사립학교들의 국제화 및 자본화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 누가 상상했을까? 1954년, 파리 7구 부르도네 가에 자리한 자닌 마뉘엘의 자택에서 열린 한 차례의 수업이 훗날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기반을 둔 펀드 포트폴리오 형태의 자산이 되리라고 말이다. 자닌마뉘엘 학교는 1959년 정부와 협약을 맺은 후, 1960년대 들어 파리 전역에서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많은 학생을 받아가며 몸집을 불린 끝에 1979년에 두 개의 학교로 분류됐다. 2년 전에 지분을 얻은 델르살 이사장은 파리 우안에 자리한 학교를 인수해 현재의 EIB로 이름을 바꿨고, 파리 좌안의 학교는 ‘자닌마뉘엘’이라는 원래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은 EIB가 영국과 이탈리아에 진출한 스페인 사학재단 ‘나세스쿨스’에 매각돼 새로운 지평을 맞이한 해다. EIB의 웹사이트는 “나세스쿨스의 소유가 된 것은 EIB 파리에 하나의 기회”라고 간략히 언급할 뿐, 2007년 이후 사모펀드가 나세스쿨스를 소유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이 사모펀드는 은행과 보험, 연금기금, 부유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비상장기업에 투자한 후, 해당 기업을 구조조정하거나 발전시켜 3년에서 7년 후에 시세차익을 붙여 또 다른 펀드에 되파는 형태의 펀드를 의미한다. 2014년 스페인의 ‘매그넘’ 사가 영국의 ‘베어링 에쿼티 파트너스’에서 나세스쿨스를 1억 유로에 매입한 뒤, 2017년 초 ‘프로비던스’ 사에 3억 5천만 유로에 매각한 것처럼 말이다.
 
미국의 프로비던스 에쿼티 파트너스는 고등교육기관 네트워크 ‘갈릴레오 글로벌 에듀케이션’을 비롯해 교육전문 대기업 10여 개를 이미 소유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에쿼터 파트너스는 벤쿠버 세계교육전이나 카타르 국왕모후 모자빈트 나세르가 후원하고 거대 정유기업 엑슨모빌과 스페인 제1 은행 산탄데르가 협찬하는 카타르 세계교육혁신포럼(WISE) 등의 교육박람회를 통해 고등교육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오늘날 프로비던스는 자회사 갈릴레오를 통해 2011년 프랑스 교육 시장에 진출한 이후로 세를 불려 나가는 중이다. 마랑고니 패션스쿨의 인수를 시작으로 LISAA 디자인전문학교, 세브르 아틀리에(예술학교 준비반), 마침내 파리의 명문 연극학교 ‘쿠르 플로랑’을 비롯해 23개 학교가 속한 프랑스의 주요 사학재단 ‘스튀디알리스’를 인수했다.
 
10여 년 전부터 프로비던스 같은 기업들은 프랑스 고등 사학재단에 손을 뻗쳐왔다. 연초에 지급되며 5년마다 인상되는 연간 1만여 유로의 등록금에 매력을 느낀 탓이다. 사교육은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공립대학은 만성적인 투자 부족에 시달리지만, 지난 10년간 사립대학은 늘어난 프랑스 대학생 정원의 80%를 흡수해왔다.(6)
 
그에 비해 프랑스의 초중등교육 분야는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는 아주 유망한 분야다. 그런데 (투자자가 아니라) 해당 ‘학교’들에는 대체 어떤 이점이 있을까? 델르살 이사장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IB의 아킬레스건은 부동산이다. 학교건물이 우리 소유가 아닌 만큼, 건물주가 언제든 임대료를 인상하거나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프로비던스 사는 몽소 공원 부근에 있는 우리 학교에 사택 등 건물 일부를 사들일 자금을 지원해줬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훌륭한 발전수단을 제공해준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장점이다. 프로비던스 사는 (EIB의) 자산 가치를 높여 주었다.” 
 
실제로도 이 사모펀드의 목표는 다음 매각 시기에 최대의 시세차익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비싼 등록금, 위장전입도 불사하는 사립학교 열풍
 
EIB는 이 신규자금으로 이블린에 소재한 1,500만 유로 상당의 부지를 구입해 ‘EIB 라종셰르’라는 새로운 국제 사립초등학교를 열었는데, 이 학교는 정부와 협약을 맺지 않았다. 그로 미뤄보건대 정부의 교사 급여 지원은 프로비던스 사에 반드시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협약에 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프랑스어 외의 언어 수업을 금지하는 식의 일부 제약을 강요받는다. 이것이 바로 지난 몇 년 전부터 EIB가 비협약 학교들의 발전을 우선시하는 이유다. 이런 학교들은 정부 지원은 받지 못할지언정,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라종셰르 초등학교 이전에 문을 열었으며 파리 15구 크롱슈타트 가에 소재한 빅토르위고 국제영어학교는 연간 등록금이 2만 1,990유로에 달하는 국제 바칼로레아 준비과정을 제안한다. 146개국 대학의 공인을 받은 이 국제 바칼로레아는 여러 나라에서 학업을 이수한 프랑스 재외국민이나 대기업 오너 자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델르살 이사장은 “EIB 빅토르위고에서는 70개 국적의 학생들이 어울려 지낸다. CAC 40에 상장된 주요 기업들의 자제들이 모여 있으며, 우리의 제1고객은 토탈 사”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공교육의 질이 저하됐다는 여론에 힘입어, 그리고 이미 협약을 맺은 사립학교들이 거의 포화 상태인 덕분에 비협약 학교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1992년 당시 교육부 장관 자크 랑과 가톨릭교육 총장 막스 클루페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합의된 조약에서 협약학교 정원 중 80%를 공립학교에, 20%를 사립학교에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협약 사립학교의 수는 2013년 37개, 2014년 51개, 2015년 67개, 2016년 93개, 2017년 122개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7) 
 
1980년대에는 ‘바칼로레아 준비학원’이, 1990년대에는 전통적인 가톨릭 학교가 큰 인기를 끈 이후, 최근에는 몬테소리나 스타이너 식의 대안교육(8)이나 EIB처럼 국제과정학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현 제도나 세무환경은 이런 사립학교들에 호의적이다. 한 예를 들자면, 비협약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2004년 창설된 ‘학교를 위한 재단’은 2008년에 공익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 덕분에 해당 재단에 들어오는 기부금은 개인은 66%까지 기업은 60%까지 면세 혜택을 받는다.
 
아직까지 (공‧사립 불문 초중등교육과정의 학생 총원 1,200만 명 중 61만 500명이 소속된) 비협약 학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 되진 않지만, 비협약 학교는 교육의 신자유주의화에 점차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같은 열렬한 자유방임주의자들조차 초중등교육은 ‘긍정적인 외부재(Positive externality)’, 즉 사회 전반에 이로운 요소로 간주해, 공적인 지원 원칙에 동의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들은 교육기관의 ‘자율성’과 공급의 ‘다양성’ 그리고 수요자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을 장려하는 이런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은 지난 30년간 나라마다 각기 다른 수준으로 적용돼왔다. 프랑스에서는 정책 책임자들이 규제완화책을 ‘전적으로’ 수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 시발점은 피에르 모루아 전 사회당 총리하에 교육부 장관을 지낸 알랭 사바리다. 1985년 중등교육기관들이 지방분권이라는 명목으로 재정, 행정, 교육 측면에서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한편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사회학 교수인 크리스티앙 라발은 저서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9)에서 1990년대 초 공공기관이 발표한 고등학교 등급제도의 ‘위선’을 지적했다. 고등학교 등급제도는 본디 전문가들이 본인의 성과 향상에 활용하는 데 그 의의가 있지만, 실상은 (이에 열광하는) 언론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학교를 피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학부모들은 위장 전입을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낸다. 
 
사립학교 제도는 1950년대에만 해도 가톨릭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오늘날 들어서는 시장 논리에 완벽하게 적응된 것으로 드러났다. ‘좋은’ 교육은 사회적 지위 상승에 필수적인 투자를 의미하는 이상, 수많은 가정에서는 자녀를 ‘최고의’ 학교에 집어넣기 위해, 혹은 적어도 ‘질 떨어지는’ 학교에 남겨두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크리스티앙 라발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맹목적으로 신봉하고, 교육 시장을 확대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때로는 가정들과 개인들 간에 이런 경쟁이 이뤄지게 두는 것만으로도 학교는 충분히 발전한다”고 지적한다. 해당 사립학교가 협약을 맺든 맺지 않든, 이는 민영 투자자에게 부차적인 문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낙후한’ 공립학교를 사회적 지위 하락과 동일시하는 학부모들과, 그들의 열의에 기댄 수익 가능성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교육부에 질문했다. 사립학교가 미국 사모펀드의 소유인 동시에 정부와 협약 관계에 있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교육부에서는 “문제 될 것 없다”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보조금이 재단 소유주에게로 흘러 들어가지만 않는다면”이라고 덧붙이며 말이다.  
 
 
글·로라 랭 Laura Raim  
기자
 
번역·박나리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세금혁명』 등이 있다.
 
(1) Mattea Battaglia, ‘2016년 고등학교 등급: 사립학교의 성공 요인(Classement des lycées 2016: les raisons du succès du privé)’, <르몽드>, 2016년 3월 30일.
(2)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상세 분석(PISA à la loupe)’, OECD, Paris, 2016, www.oecd-ilibrary.org
(3) www.enseignement-prive.info
(4) Delphine Dauvergne, ‘비트리쉬르센의 어느 중고등학교가 사모펀드를 먹여 살리다(Un collège-lycée de Vitry alimente une holding)’, <L’Humanité, Saint-Denis>, 2013년 7월 22일.
(5) ‘보조금을 받는 학교가 사모펀드를 살찌운다(L’école subventionnée enrichit une holding)’, <Le Parisien>, 2013년 7월 10일.
(6) Isabelle Dautresme, ‘사립 고등교육: 펀드들이 사들일 때 (Enseignement supérieur privé: quand les fonds font leur marché)’, <ÉducPros>, 2014년 1월 13일.
(7) www.ecoles-libres.fr
(8) Jean-Baptiste Malet, ‘인지학, 은밀한 다국적기업 (L’anthroposophie, discrète multinationale de l’ésotérism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7월호.
(9) Christian Laval,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공교육을 습격하는 신자유주의(L’école n’est pas une entreprise. Le néolibéralisme à l’assaut de l’enseignement public)』, La Découverte, Paris,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