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파업의 본질은 붉은색이다

2018-08-31     클레망 프티장 | 소르본 대학 박사과정생

2018년 4월, 시카고 오헤어 공항 부근의 한 호텔에 운집한 200여 명의 군중이 주먹을 불끈 쥐고 애리조나·켄터키·오클라호마 주 교사들을 지지하는 슬로건을 외쳤다. “버티자!”, “물러서지 말자!” 노동 잡지 <레이버 노트>(Labor Notes)가 2년마다 주최하는 노동조합 콘퍼런스를 마친 후 연대를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연단에는 교사 6명(남 1명, 여 5명)이 ‘레드 포 에드(Red for Ed)’ 운동을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고 당당히 서 있었다. 지난 겨울부터 시작된 교사파업의 발생지는 다름 아닌 웨스트버지니아였다. 1930년대 이래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이자 1970년대 격렬한 광부파업이 장기간 지속됐던 곳이다. 그러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공화당에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대권주자들이 늘면서 우파로 돌아섰다. 와이오밍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약 68%)를 받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2017년 11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의 회원들을 비롯한 교사모임이 조직돼,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에 대한 집단적 대응을 논의했다. 2000년 대비 미국교사의 실질임금은 8.9% 하락한 반면,(1) 건강보험료는 지속해서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 정부는 공무원보험공단(PEIA)의 의료수당지급 중단과 임금 2% 인상 계획을 밝혔다. 

온라인을 활용해 탈지역적 연대망을 조직한 교사들은 전 학교에 파업 투표를 제안했고, 결과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전역의 55개 카운티(행정구)가 2월 22일 만장일치로 파업을 결의한 것이다. 1990년 이래 최초로 결의된 교직자·공공부문 근로자 파업으로, 공석이 수백 개에 달해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파업 9일째인 3월 7일(정부와 협상하겠다는 노동조합 지도부를 거스르고 기본 5일간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교직원 임금 5% 인상, 건강보험료 인상 유예를 얻어냈을 뿐 아니라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 증설계획도 막아냈다.(2)

웨스트버지니아의 승리를 기반으로 파업 물결은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켄터키 등 다른 주로 번져나갔으며 콜로라도, 노스캐롤라이나까지 확산됐다. 이들의 주된 불만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환경, 부족한 교육자원, 취약한 사회보장제도(건강보험, 퇴직연금), 그리고 공교육 시스템 민영화였다. 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에도 바람이 일어, 줄리아 켈러허 푸에르토리코 교육부 장관이 주도한 민영화 계획에 반대하는 교사시위가 열렸다. 켈러허 장관이 2017년 1월에 취임한 이후 전체 학교의 15%인 170여 개가 폐교됐다.
게다가 2018년 3월 가결된 법안에 의하면, 300개 학교가 추가로 폐교될 예정이다.(3) 파업이 단기간에 끝난 지역도 있고, 장기간 지속된 지역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하루 만에 끝났지만, 애리조나는 6일, 오클라호마는 10일, 콜로라도는 15일 이상 파업이 이어졌다. 많은 지역에서 임금인상(콜로라도는 2%, 애리조나는 3년에 걸쳐 20% 인상) 및 교육자원 충당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콜로라도 상하원에서는 교육예산을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쥐와 바퀴벌레를 쫓으며 일하는 교사들

지역적 특성을 떠나 밝혀진 공통점들이 있다. 첫째, 교사들의 업무가 특히 고된 지역들을 중심으로 파업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미국 교사의 2017년 연평균 총급여(사회보험료 포함)는 5만 9,000달러(약 6,602만 원)로 전 직종 평균임금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4) 

그러나 이 수치 이면에는 심각한 격차가 숨어 있다. 연방국 특성상 교육정책(예산, 교육프로그램, 급여표, 단체협약, 노동조합권 등)이 주마다 차이가 있고, 그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뉴욕 주 교사들이 연간 최대 7만 9,500달러(약 8,892만 원, 고정 달러 기준 2000년 대비 8.9% 인상)를 받는가 하면, 미시시피 주 교사들의 급여는 4만 2,000달러(약 4,697만 원, 2000년 대비 6% 인하)를 넘지 않는다. 

미시시피 주의 교사들은 월말이면 밀려드는 청구서들을 해결하려고 부업을 두세 개 뛰기도 하며, 일반적인 근무환경 또한 열악하기 짝이 없다. <레이버 노트> 주최 콘퍼런스에서 애리조나 교사 딜런 위젤라가 천장에 쥐덫을 놓고, 밤에 바퀴벌레를 쫓으려 불을 켜놔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단에서 털어놓자, 청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둘째, 교사파업은 관료적 노동조합들의 관여 없이 확산됐다. <레이버 노트> 직원인 크리스 브룩스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미국교육협회(NEA)에 가입한 수많은 노동조합들은 대부분 원칙적으로만 행동한다. 조합원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하고, 특히 선거 당선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 로비스트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5) 애리조나주에서는 애리조나교육자연합(Arizona Educators United, AEU)과 주요 교사노동조합인 애리조나교육자협회(Arizona Education Association, AEA)가 연합해 취약한 연대구조를 대신해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셋째, 대다수의 교사파업은 노동조합권이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지역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이 경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교육 당국 간의 협상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투표로 결정된다. 게다가 오클라호마, 켄터키, 애리조나 등 미국 28개주는 태프트-하틀리법(1947년)에 의거한 ‘노동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조합회비를 납부하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협상한 단체협약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렇기에 노동조합으로서는 주요 수입원이 막히는 셈이다. 

최근 ‘제이너스 대 미국 지방공무원 연맹(AFSCME) 소송’에 대한 대법원판결로 인해 이와 비슷한 규정이 미국 전역에 확대되고 있다. 이 사건은 2015년에 억만장자 브루스 라우너 일리노이 주지사(공화당)의 부추김을 받아 사회복지사인 마크 제이너스가 AFSCME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내용인즉, 노동조합이 노동자에게 분담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소송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은 지난 6월 27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6) 이번 판결은 특히 공립교사 380만 명 중 70%를 회원으로 둔 교사노동조합들을 겨냥한 것으로, 교사노동조합들은 현재 회원 수 및 분담금의 1/3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7)

한편 현재의 정치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교사파업이 그동안 발발했던 사회운동들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2011년에는 위스콘신주 공무원 장기파업(8)과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일어났었고, 2013년에는 외식업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투쟁했다. 2012년 9월에는 시카고 교사 3만 명가량이 단체협약 재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단행했다. 이들은 특히 교육 당국이 개인성과를 강조하고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을 확대하려는 것을 반대했다. 

파업의 붉은 물결은 교실을 넘어섰다

<레이버 노트> 콘퍼런스에 참석한 레베카 가렐리는 2017년에 애리조나로 이주하기 이전 시카고에서 교사로 일했으며, 2012년 교사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녀는 “시카고에서의 경험을 통해 무조건 학부모와 커뮤니티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사회를 봤던 제시 샤키 시카고교사노동조합(CTU) 공동위원장은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시카고 교사파업은 결국 승리를 거두며 임금인상, 수업일수 연장, 성과급제도 도입 포기를 성취했다. 

2010년, 시카고의 강성 교육단체 CORE(Caucus of Rank-and-file Educators)가 투표를 통해 CTU 지도부를 차지했고, 이후 CTU는 미국조직의 관료적이고 집단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끊어내려는 투쟁에 박차를 가했다. 새로운 지도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계획은 시위를 주도할 위원회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2009년부터 특수교육 교사로 일한 사라 체임버스 CORE 전 공동회장(2013~2017)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는 전투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나고, 학부모 및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공고해지길 바랐다. 한 예로 우리 학교에서는 단체교섭 담당 위원회를 만든 뒤, 각자에게 학부모·커뮤니티·학생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역할을 맡겼다.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위원회 멤버 모두가 견인차 역할을 잘 해줬다. 학부모들은 시위피켓을 들어주고, 우리에게 아침 점심으로 음식을 갖다 줬다. 그리고 학생들은 음악을 연주해줬다.”

이 전략은 획기적이었다. 켄터키주 교사들은 2018년 파업을 준비하면서 학교 정문에 관련 정보를 게시하고, 시설점거를 계획하고, 켄터키주 유년층의 24.5%를 차지하는 저소득층 결식아동들이 굶지 않도록 음식을 나눠주는 등의 행동을 통해 학부모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어냈다. 켄터키 주지사가 교사들이 “불한당 같은 정신상태”를 가졌으며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라고 비난했을 때도, 별다른 호응이 없었다.(9)

시카고 교사파업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교육 면에서 이념적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의 텃밭이던 지역에서 교사시위가 일어났고,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 역시 이 안에서 공격적인 공공서비스(교통, 의료, 교육) 민영화 정책을 옹호했다. 그가 2011년에 취임한 이래 시카고 정신병원의 절반이 폐원됐고, 차터스쿨을 늘리기 위해 흑인과 히스패닉이 대다수인 빈곤 지역의 학교 수십 곳이 문을 닫았다. 최근 수개월 간의 파업들이 대부분의 “민주당원들”에게 환영받았다면, 켄터키·오클라호마 교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들을 요구했던 시카고 교사들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전자는 “교사파업은 학생과 그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고(2012년 9월 11일), 후자는 “교사파업이 학생의 성공적인 앞길을 막는다”고 했다(2012년 9월 10일). 뉴욕시 퀸즈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노동조합원 케빈 프로센은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민주당은 현재의 파업을 거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파업이 공화당 텃밭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11월 선거에서 득을 보려는 마음에서 파업을 지지하는 한편, 만에 하나라도 자신들의 텃밭으로 파업이 확대된다면 이에 반대할 것이 자명하다.” 

이 문제는 오래지 않아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다. 이미 파업의 물결은 교실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2018년 7월,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간호사·간호조무사 2,000명 이상이 임금인상과 환자들을 위한 극빈자 의료보험(CMU)을 요구하며 이틀간 파업을 벌였다. 게다가 ‘레드 포 메드’(Red for Med) 슬로건을 앞세운 연대운동도 이미 조직됐다. ‘레드 포 메드’ 운동에 지지 서명한 이들 중에는 교사파업의 주요 세력들도 대다수 찾아볼 수 있다.  


글·클레망 프티장 Clément Petitjean 
소르본 대학 박사과정생(미국 문명 전공)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Digest of Education Statistics 2017’, National Center for Education Statistics, 미국 교육부, 워싱턴D.C.
(2) ‘차터스쿨’ 관련해 다음을 참조. Diane Ravitch, ‘Volte-face d’une ministre américaine 선택의 자유, 특권 교육의 다른 이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0년 10월호.
(3) ‘Gobernador de Puerto Rico firmó la ley de reforma educativa enfocada en las escuelas charter y vales educativos’, <Univision>, Guaynabo, 2018년 3월 29일 
(4) ‘Digest of Education Statistics 2017’, op. cit.
(5) Chris Brooks, ‘After the wave’, <Jacobin>, 뉴욕, 2018년 5월 7일. 
(6) Doug Henwood, ‘The disappearing strike’, <Jacobin>, 2018년 2월 12일.
(7) Dana Goldstein, Erica L. Green, ‘What the Supreme Court’s Janus decision means for teacher unions’, <뉴욕타임스>, 2018년 6월 27일.
(8) Rick Fantasia, ‘Sursaut du mouvement social américain 노조권 탄압, 미국 사회운동을 깨우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1년 4월호.
(9) Philip M. Bailey, ‘Bevin renews spat with Kentucky teachers, saying pension opponents have a “thug mentality”’, <The Courier-Journal>, 루이빌, 2018년 3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