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세계와의 결별

2018-08-31     아르노 드 몽조에

혼란, 변화, 해방에 대한 열망…. 1968년 프랑스, 청년 위그는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몰락해 가는 상층 부르주아(자본가 계급)와 떠오르는 하층 부르주아(소시민 계급) 사이에 끼어있던 위그와 그의 친구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끝없이 방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위그는 자취방에서 칼 마르크스의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진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마오이즘(마오쩌둥의 사상)을 신봉하는 단체 중 하나에 가입하게 된다. 전직 공산당 당원들, 혁명의 절박함에 사로잡힌 ‘낭만주의’ 대학생들, 극렬 노동자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그는 전위적이고 극소수파인 이 단체에서 활동한다. 5월이 되자 바리케이드와 집회의 물결이 이어지고 미국 청년들, 탈영병들, 우주적 세계관을 지닌 예술가들, 각종 개혁가들과의 만남이 꽃핀다. 위그는 파리가 혁명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 중 한 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페미니스트가 돼 멀어져 간다. 미국으로 떠난 위그는 전위예술에 눈을 뜨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낡은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비난한다.

1976년에 초판 인쇄된 『낙오자들』(1)은 신문 <Actuel>과 라디오 노바(Radio Nova)의 설립자이자 소위 대항문화의 주요 전파자인 장 프랑수아 비조(1944~2007)의 소설로 당시 격동의 시기를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당시 젊은이들은 ‘부르주아’를 명확히 규명하려 애썼고 전투적인 활동을 시도했으며 새로운 세계를 모색했다. 미디어비평그룹인 ‘메디아파르 클럽(Club de Mediapart)’의 호소에 자극받은 일반인 150명의 증언이 자세하게 다뤄지며 상세한 연대기가 추가돼 내용이 풍부하다.(2) 이를 통해 저자는 너무나 강렬한 과거 탓에 현재도 과거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작가 로랑스 밀만은 1968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다룬다. 소설 속 주인공 14세 제스는 반쯤 미친 소년으로 전쟁의 강박감 속에서 방황한다.(3) 그 전쟁은 베트남에서 돌아온 형 제프의 전쟁이다. 제스는 지저분한 도시 뉴햄프셔에서 문을 닫았거나 문 닫기 직전의 공장들,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인 ‘백인 소시민 남자들’, 음흉한 아메리카 원주민들, 거리에서 게걸스럽게 먹는 쥐들을 본다. 제스는 황새들이 아기들을 데려다주고 플라스틱 기관총으로 베트콩들을 일렬로 쏴 죽일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는 TV로만 접하던 전쟁에 매혹되지만 전쟁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형을 까다롭고 인색한 사람으로 만든 베트남에는 무엇인가 있었다.” 제프는 막냇동생 제스가 소녀를 강간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고 제스를 정신병원에 데려간다. 영웅이 되고 싶어 한 제스는 자신만의 베트남 속으로 도피한다. 1982년에 쓰인 『영웅 제스』는 침묵하는 미국을 그린다. 우울한 이야기 속에 전쟁과 폭력이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지지만, 같은 시기 미국 청년들을 자극한 움직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실제 국가’의 얼굴을 감추려는 작가의 의도인 듯하다.  


글·아르노 드 몽조에 Arnaud de Montjoy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Jean François Bizot, 『Les Déclassés(낙오자들)』, Grasset, coll., 『Les cahiers rouges』, Paris, 2018
(2) Christelle Dormoy-Rajramanan, Boris Gobille et Erik Neveu, 『Mai 68 par celles et ceux qui l’on vécu(경험자들이 본 68혁명)』, Éditions de l’Atelier, Paris, 2018
(3) Lawrence Millman, 『Jesse le héros(영웅 제스)』, Sonatine, Pari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