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정치적이다!

2018-08-31     나이케 데스크네

미발표된 영어 원고를 프랑스에서 번역 배포해, 페미니즘 관점에서의 비판을 지지하겠다는 캉부라키 출판사(Editions Cambourakis)의 ‘마녀’ 총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출산』(1)은 미국의 출산 이야기, 약초 목록과 매우 유용한 정치용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앞서 공동저자인 두 명의 프랑스 여성이 이미 호소력 넘치는 제목의 저서『출산은 정치적이다』(2)를 출간한 바 있다. 


『출산은 정치적이다』과『출산』모두 출산을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1994년 카이로 인구개발 국제회의(ICPD)에서 미국 흑인여성 운동가들이 고안한 개념에서 출발했다. ‘생식의 정의로움’이라는 개념은 양육에 필요한 조건까지 포함해 출산과 관련된 적절한 지원을 받을 권리를 뜻한다. 이미 출산을 경험했거나 계급, 인종, 성별에 따라 앞으로 겪게 될 다양한 지배관계를 꼼꼼히 따져보자는 요구다.

『출산』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뤄진 공동체의 상부상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산모를 돕는 일을 하는 여성들’의 실제 이야기 13편을 들려준다. 출산 도우미(둘라), 산파, 여성 운동가, 전문가 혹은 자원봉사자로 국립병원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한 적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공통점도 많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전하기도 한다. 의료행위가 개입되지 않은 자연분만을 옹호하는 여성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있다.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의 몫이고. 당사자들의 기대에 맞는 해답을 편견 없이 제시하는 것은 도우미 여성들의 몫이다. 

그러나 출산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출산하는 여성들은 의료권력 앞에서 무력해지고 권리를 묵살당하기 쉽다.(3) ‘정의로운 출산’을 지지하는 여성운동가 중에는 성별 정체성을 초월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하는 여성들도 있다. 여성에게만 출산을 담당하게 하는 일은 멈춰야 하지 않을까? 알라나 압펠의 작품집에서 어느 출산 도우미가 내놓은 제안이다.

임신 기간 내내 꼼짝 못 하는 산모들을 돕는 또 다른 백인 여성 도우미는 지배 관계에 의문을 품는다. 이 여성은 유색인종 산모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유색인종 여성이 권리를 찾고 존중받으며 제 목소리를 낸다고 느낀다면, 한층 발전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 여성들이 자궁경부암, 에이즈 HIV 바이러스, 원치 않는 임신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게다가 저소득층 여성이나 비백인계 여성들에게 피임방법을 권하는 일부 병원의 예처럼, 기관에 의해 자행되는 차별도 있다.

프랑수아즈 베르제가(4)가 밝힌 것처럼 이는 프랑스에서도 목격되는 상황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프랑스 본국의 백인여성들이 낙태권을 획득한 것은 1975년인데, 프랑스령 해외 영토의 여성들은 1970년대에 이미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흑인여성은 백인여성들이 당하는 것 이상의 폭력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계 벨기에인과 프랑스인 여성 80명이 실제 사례들을 들려주는 아망딘 게이의 걸작 다큐멘터리 <목소리를 내다>(5)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글·나이케 데스크네 Naïké Desquene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Alana Apfel, 『Donner naissance. Doulas, sages-femmes et justice reproductive(출산-출산 도우미, 산파, 그리고 생식의 정의)』, Cambourakis, 파리, 2017
(2) Laëtitia Négrié, Béatrice Cascales, 『L’accouchement est politique. Fécondité, femmes en travail et institutions, L’Instant présent(출산은 정치적이다-출산률, 일하는 여성과 기관, 현재의 순간』, 파리, 2016
(3) ‘Bonnes femmes, mauvais genre(순진한 여성들, 불리한 입자의 성별)’, <Z>, n° 10, 마르세유,  2016, www.zite.fr
(4) Françoise Vergès, 『Le Ventre des femmes. Capitalisme, racialisation, féminisme(여성들의 배-자본주의, 급진화, 페미니즘』, Albin Michel, 파리
(5) Amandine Gay, ‘Ouvrir la voix. Être noire dans un monde blanc(목소리를 내다-백인 세계에서 흑인으로 사는 것)’, 124분, 2017, www.ouvrirlavoixlefilm.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