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학교 민영화의 참상

2018-08-31     비올렛 고아랑 | 프리랜서 기자

9월 9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총선 선거운동에서 예상했던 대로 외국인 혐오 정책을 내세운 우파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서비스의 미래는 뒷전으로 밀려났는데, 이에 대한 논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4년 전부터 소수정부(제1당의 의석수가 과반의석에 미치지 못하는 의회-역주)를 이끄는 사회민주당은 의료·교육 분야에 투자한 민간기업의 이익 상한선을 정하는 정책 도입에도 실패해, 교육서비스의 품질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둘을 하나로 합친 학교”라고 엘사 헤우위에르는 정리했다. 드로트닝-블란카 고등학교에서 불어 교사로 일하는 헤우위에르는 자신을 시간제로 고용한 주식상장 교육기업인 ‘아카데메디아’에서 시간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스톡홀름 남부에 자리한 이 고등학교는 계약제 사립교육기관인 자유학교(프리스콜라)로, 학교 건물을 같은 기업에 속한 다른 자유학교와 나눠 사용하고 있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헤우위에르는 “한 학급에서 수준이 다른 두 개의 수업을 운영해야 한다. 결국 수업시간을 둘로 나눠 쓸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동료 스페인어 교사 산드라 뉠렌과 아드리안 레위에스는 둘 다 스페인어가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스웨덴에서 흔하다. 게다가 그들은 각각 학생 15명의 멘토 역할도 해야 한다. 멘티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꾸준히 연락을 취하며 해당 학생에 대한 출결 상황과 모든 과목의 학업성취도를 전달한다. “한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그것은 멘토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라며 레위에스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비담당 과목의 보충학습을 지도하는 일은 흔하다. 뉠렌은 “다 잘 될 거라고, 학생들을 끊임없이 안심시켜요. 어차피 교장이 제게 학생들 성적을 향상시키라고 채근할 테니까요”라며 지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하지만 여러 과목에서 낙제한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학점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고객 만족’

드로트닝-블란카 고등학교 교장은 학생 수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면 우수한 학업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사들을 ‘채근’한다. ‘부르주아 정당’이 1991년에 재집권하면서 온건당 소속 총리 칼 빌트는 ‘교육 바우처’ 제도를 수립했다. 그 이후 거주지 중심의 학교 배정제도는 폐지됐으며, 모든 가정은 자유롭게 선택한 사립학교에 자녀를 무료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지방자치단체는 동일한 학군에 있는 공립학교 학생에게 지출되는 금액과 동일한 액수의 바우처를 선택된 교육기관에 지급한다. 가령 스톡홀름 소재의 중학교에 등록한 학생의 교육비는 연 1만 유로다. 그 결과 1990년대에는 거의 없었던 계약제 사립중학교가, 2017년 전체 스웨덴 고등학교의 약 20%까지 증가했다.(1)

자유학교에서 ‘고객 만족’을 추구한 결과, 학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전국연합시험지를 학생이 속한 교육기관의 교사가 채점하기에 학점을 후하게 주기 쉽다. 또 학생들과 부모들이 채점결과를 재확인해달라고 교사에게 요청할 권리가 있기에, 학교는 학교 이미지를 고려해 성적을 올려주는 일이 많았다. “학점을 골라 받는 것”이라고 헤우위에르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지난 6월 말,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재평가를 받아 ‘성적 정정’을 하려고 수강하는 보충수업을 진행했다. 교사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진급할 수 있도록 학점을 주는 쪽을 선호한다. 학생들에게 평균 이하 학점을 줘 낙심하게 하면, 결국 자신에게 추가적인 업무와 스트레스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학생들과 부모들, 정책결정권자들이 이 제도가 성공적이라는 착각을 하는 동안 스웨덴의 국제학업성취도는 한없이 추락했다. 최근 자료인 2015년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2)를 살펴보면 스웨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 첫 번째 평가에서 당당히 차지했던 상위권 자리를 내줬고, 수학·과학 부문에서는 순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게다가, 국내총생산(GNP)의 7% 이상을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유럽에서 교육부문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3)

최우수 학생들과 다른 학생들, 특히 이민가정 출신 학생들 사이의 격차도 심화됐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를 비교했을 때 (다른 서방국가 대부분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립학교가 사립학교보다 학업성취도가 높은데도 학생들은 사립학교로 계속 몰려드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가는 일이 적어서 전반적으로 사립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들 간의 경쟁은 공립학교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개인별 맞춤 학습 중심의 공동교육개혁과 맞물려 파장이 더 컸는데, 사실상 이 개혁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학생-교사의 관계가 고객-서비스제공자의 관계가 됐다”라고 스톡홀름 남쪽 교외에 있는 스카르프네크 공립중학교에서 역사와 사회를 가르치는 헨릭 발은 평가했다. 

그는 동료 교사 세 명과 함께 팀을 이뤄 중학교 1학년생 70여 명을 관리하고, 매주 ‘학생관리위원회’를 열어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처리한다. 교무실의 회의탁자에서 발은 수학 교사인 이다 셰딘이 취합해 온 건의사항을 듣는다. 학생들이 “수업시간 중에 자유롭게 화장실에 갈 수 있고, 야구모자를 쓰거나 껌을 씹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생물 교사 소프히아 베리린이 “전 야구모자 쓰는 건 신경 안 써요”라고 끼어든다. 토론이 계속되고 셰딘은 “그러면 야구모자는 허용하고 휴대전화는 계속 금지할까요?”라고 정리한다.

‘문명국’ 프랑스 교사들이 부럽다

발은 “교사들이 수업을 준비, 진행하고 숙제를 채점하기만 하면 되는 문명국”인 프랑스가 부럽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교사진은 휴식시간과 급식시간 동안 학생들을 살피는 일은 물론 시험, 단합대회, 야외체육활동, 시간표 구성, 블로그를 통한 학교생활 정보 전달 등 다양하고 방대한 활동을 기획, 담당한다. 또 매주 모여 수업 관련 사안에 대해 ‘중등 교육’ 회의를 연다. 이 중학교에 소속된 모든 교사들은 ‘현안 보고서’를 작성하고 업무 환경을 조사해 운영진에게 보고해야 한다. 

공립학교 교사들도 자유학교의 교육방식을 본떠 단체 활동을 활기차게 이끌면서도 맞춤형 학습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들은 이렇게 업무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만약 그러다가 권위적으로 보이면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셰딘의 수학 수업시간에 교실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학생들은 문제를 풀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어도 된다. 친구들이 교실 한쪽에 마련된 연필과 지우개를 가지러 오가는 가운데 셰빈은 “음악을 듣는 것은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둘이 짝을 지어 공부하기를 원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럴 경우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한다. 메르타처럼 조용한 환경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소음차단헤드폰이 준비돼 있다. 

멘토 교사는 결석이 잦은 학생을 따로 불러 핫초콜릿을 내주며 면담을 한다. 베리린은 그런 학생을 위한 별도의 시간표를 만들어 동료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그 학생이 그 시간표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또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은 학생심리상담사가 별도로 불러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런 모든 조치는 갈등을 피하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대칭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발이 지적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이 비뚤어진 갑을관계를 남용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토론과 협의를 독려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스웨덴 노동환경청은 초·중·고교에서 신고된 위협 및 폭력사건이 767건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2012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폭력사건의 피해자는 주로 교사들이다.(4) 

스카르프네크 공립중학교에서 교사들의 불만은 잦은 결근으로 드러난다. 교사의 수는 필요한 인력에 비해 10% 부족하다. 민간기업 소속 임시교사가 대체 투입되지 않으면 출근한 동료 교사들이 ‘협력’과 ‘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담임교사가 결근한 반을 맡고, 담당 교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의 보충수업까지 진행한다. 이런 연유로 체육 교사이자 노동조합원인 에리카 프리모디그는 1학년 학생들에게 초급불어를, 그것도 2년 동안 가르쳤다고 한다. “제 딸이 파리에 살아서 프랑스어 기본은 알거든요”라고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로 설명했다. 

2018년 새 학기에 들어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학습이 의무화되는 일반교육계획수정안이 시행됐다. 학교 내에 정보통신설비 구비가 의무화되자, 설비시설 수준이 학생들의 등록률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 드로트닝-블란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교사진에게 맥북 에어를 제공하자 스카르프네크 공립중학교에서는 아이패드 수백 개를 구입하고 외부 인사를 초청해 수업 중 디지털 매체 사용을 장려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하지만 학교에 기기가 넘쳐나는데도, 드로트닝-블란카 고등학교 교사들은 여전히 수업시간에 유인물과 연필을 나눠준다. “학생들이 모니터로 읽는 걸 내켜 하지 않는다”고 헤우위에르는 디지털 기기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학습 환경에 기가 막혀 하며 설명했다. 뉠렌은 “지난 목요일에 학교 인터넷이 먹통이 됐어요. 저한테 휴강이냐고 묻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습니다”라고 어이없어했다. 

도서관도, 책도 없는 ‘지식학교’

이런 교육 ‘시장’을 이끄는 기관으로, 학생 1만 3,000명을 담당하는 쿤스캅스콜란(스웨덴어로 ‘지식 학교’라는 의미) 그룹이 있다. 이 그룹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학생을 ‘교육 주체’로 만드는 쿤스캅스콜란 에듀케이션(KED, Kunskapsskolan EDucation) 표준 온라인 교육법을 제안하며 디지털 활용 능력은 ‘미래를 위한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스카르프네크 공립중학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엔셰데 중학교는 KED 교육법을 적용해 운영하는 시범학교이다. 예전에 사무실이었던 건물의 두 개 층을 유리벽으로만 구획한 공간에 학생 약 500명을 수용하고, 시립 축구장을 빌려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웨덴 교육의 황금기에 세워진 스카르프네크 중학교 건물 두 개 동을 학생 약 1,000여 명이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쾌적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햇살이 잘 들도록 남향으로 지어진 스카르프네크 중학교에는 체육관 두 개에 농구장을 갖춘 운동장도 두 개나 있다. 축구장 옆에는 급식실이 있고 그 위층에는 도서관이 있다. 

쿤스캅스콜란 소속 학생들에게는 전용 도서관이 없다. 그 말은 책도 없다는 뜻이다! 일부 부모들이 건의해 온라인으로 열람 가능한 생물 관련 도서 사용 라이선스를 확보했지만 그게 전부다. 수업을 운영하는 데 기본이 되는 종이 학생 수첩도 조만간 제작하지 않을 예정이라 교사들의 불편만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쿤스캅스콜란 그룹은 자사 홍보 동영상에서 설명하듯 “미래 세대는 꾸준히 발전하는 세상에 발맞출 준비를 하고 예측불가능한 노동시장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여긴다. 

쿤스캅스콜란에 다니는 학생은 매주 자신의 학습 속도와 부족한 과목을 감안해 공부시간표를 짜야 한다. 그 학생은 과목에 따라 ‘학습 공간’을 옮겨 다니며 노트북을 통해 온라인으로 제공된 학습 내용을 ‘단계’별로 이수하고 현장에 있는 교사의 확인을 받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 멘토와 15분간 면담을 하면서 ‘학습 실천 계획’을 점검한다. 교실로 사용하는 카페에 앉아 있던 스테파니 아르즈노뷔시에르 영어 및 불어 교사는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했다. 홍보 동영상에서 분명하게 밝혔듯이 쿤스캅스콜란의 모든 직원들은 ‘멘토 겸 학습촉진자(퍼실리테이터) 겸 개인지도 교사 겸 담당 과목 전문가 겸 친구 겸 안내자’여야 한다. 

아버지가 1999년에 설립한 쿤스캅스콜란 그룹의 CEO를 맡은 세실리아 카르네펠트는 쿤스캅스콜란 교육시스템이 학생들의 자립심을 키우면서 교사 수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치켜세웠다. 스웨덴의 PISA 순위가 하락하긴 했지만 PISA는 “(교육 수준 평가) 기준이 되지 못한다”면서 무엇보다 “창의성과 팀워크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의 자녀들을 2015년 PISA 순위 1위를 차지한 싱가포르에서 도입한 수학 교수법을 적용한다는 샤토 드 프레드리크스호브스 학교에 등록시켰다. 그러면서 공적 자금이 투입된 민간조직에서는 이익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앞세웠다. “국가에 물품을 조달하는 민간기업이 많다”면서 “가구를 납품하는 업체도 있고 도서를 제공하는 업체도 있지요. 심심풀이로 사업을 하지 않는 한, 어떤 분야에서든 수익이 나야 합니다. 손실을 내면 고객들에게 좋을 게 없어요. 이런 표현을 학생들에게 쓰기는 조금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원리는 마찬가지지요”라고 그룹의 입장을 두둔했다. 현재 쿤스캅스콜란의 영업이익은 해외 사업 확장에 투자되고 있다.

교육처럼 복잡 미묘한 분야는 산업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육민영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새뮤얼 에이브럼스는 반격했다. “이 분야에서 수익을 내는 이들은 암묵적으로 시민들의 이익에 반하고 있다”면서 “부모들, 납세자들, 법제자들은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것을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수익성이 높을수록 그 자금을 다른 곳으로 유용할 확률도 높아지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자녀들은 교사를 지망하지 않는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자유학교에는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민자 아이들이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의 아이들은 우리 학교에 오지 않는다”고 아르즈노뷔시에르가 분명하게 확인해줬다. 그러면서 “등록 대기 명단에 500명 정도 올라 있는데 입학신청을 했다는 것은 부모들이 이 제도를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새로운 교육제도로 인한 사회분열을 연구 중인 독립연구원 페르 코른할은 “언어를 알지 못하는 나라로 이민을 갔을 때는 질 좋은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 자녀들의 학교도 친구들이나 이웃이 하는 대로 따라서 고르게 된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런 정보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스톡홀름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학생 만족도 조사, 교사 일인당 학생 수, 공인자격을 갖춘 교사의 비율 등을 기준으로 학교를 비교해볼 수 있는 웹페이지를 열었다. 

예전에 교육 개혁을 지지했던 이들도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레라르나스 리크스푀르분드 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인 오사 파흐렌은 “경제 권력의 힘을 간과했다”며 “스웨덴 사회가 물정에 어두웠다”고 시인했다. 그녀를 만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1986년 암살된 올로프 팔메 총리의 묘지 앞에 있는 노동조합 건물이었다. 팔메 총리는 과거 스웨덴식 사회주의의 표상으로서 노동운동가이자 제3세계주의자이고 페미니스트이며 강한 정부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파흐렌 노동조합 위원장은 레라르나스 리크스푀르분드와 레나르포르분데트, 양대 노동조합이 개혁안 채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녀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다양한 교수법을 활용한 사립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면서 “다원주의와 다양성을 강화하고 교사월급이 인상될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됐다”고 했다. 
 
웁살라 대학에서 교육과학을 가르치는 에밀 베르틸손(5)이 볼 때 “노동조합은 교사들의 지위 하락에 기여”했다. “교사들은 이제 수업보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베르틸손 교수의 동료이자 공공행정 분야 연구교수인 스하린 알베크 외베리가 덧붙여 설명했다.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적인 요소가 전부 사라졌어요.” 스웨덴 교사들의 평균 업무시간 중 수업 준비와 진행에 들이는 시간은 1/3에 불과한 것(6)으로 드러났다. 프랑스의 경우 절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7)

주된 행정업무는 학교가 소속된 지방자치단체에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의회에서 ‘시간 도둑’인 이 업무를 제한하려고 시도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계속해서 교육 활동과 학업성취도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알베크 외베리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잡무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일하려면 290개의 지방자치단체가 합의해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교사직이 직업적 매력을 상실했으며, 교사의 평균급여도 총 평균급여보다 200유로나 낮아 교사직 지원자의 수도 점점 줄고 있다. 베르틸손 교수는 “교사의 자녀들이 더 이상 교사를 지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하나의 지표”라며 “전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사직을 선택했지만, 그런 경우가 점점 줄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사 양성과정을 지원하는 학생 수가 줄면서 좋은 교사를 선별하기도 어려워졌다. 

이력서와 지원서를 바탕으로 학교가 직접 채용한 교사들에게 고용시장의 규칙이 적용되면서 학교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우수한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한 학교에 지원하기 마련”이라고 베르틸손 교수는 지적했다. 2006년부터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 수업을 금지한 법이 도입됐지만, 국가교육청인 스콜베르케트에 의하면 2017~20118년 중학교에서 수업을 한 교사 중 약 1/4이 교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교사자격증이 노동조합 가입 요건이라서 교사들의 단체행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노동조합의 홈페이지의 ‘자주 하는 질문’으로 올라와 있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자신들에게 파업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교사들도 있다. 

한때 화려한 노동쟁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교사들이, 지난한 투쟁에 지쳐 결국 항복하고 만 것이다. 이는 역사적 오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비올렛 고아랑 Violette Goarant
기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1) 스콜베르케트(국가교육청) 공보부
(2) ‘PISA in Focus’, OECD, 파리, 2016, www.oecd-ilibrary.org
(3) ‘Statistiques sur les dépenses d’éducation(교육 분야 지출 통계)’, Eurostat, http://ec.europa.eu
(4) ‘Fler utsätts för våld i skolan(누가 학교 폭력에 가장 많이 노출됐는가)’, <Dagens Samhälle>, 스톡홀름, 2018년 4월 12일.
(5) Emil Bertilsson, ‘Skollärare. Rekrytering till utbildning och yrke 1977-2009(교사 직업군의 채용 및 업무 현황 1977~2009)’, Skolporten, 2014년 5월 23일, www.skolporten.se
(6) ‘Lärarnas yrkesvardag(교사 업무 분석)’, 스콜베르케트(국가교육청), 2013, www.skolverket.se
(7) 교육부 자료, 파리, 2013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