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파티의 정치경제학

[8월호 소개]

2010-08-06     편집부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호사스러운 파티복을 입은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 기부금 모금 연회를 벌인다. 이상할 것 없다. 중요한 것은 연회 자체다. 그 앞에 붙일 행사명은 얼마든지 있다. 그들은 지금 아비튀스(계급·계층 등 집단에 내면화한 습속)를 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는 중이다. 물론 기부금은 쌓일 것이다. 동시에 ‘천국의 문’도 얼마만큼 더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곧 새로운 감세 정책이 나올 것이다. 그들은 유력 정치인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부자들의 일상을 다루는 드라마는 늘 인기를 끈다. 숭고한 이름의 파티만 보여줘서는 어림없다. 음모와 질투 심지어 살인까지, 그들 삶의 이면을 꽤나 자극적으로 재현한다. 그러나 가난한 시청자는 반감을 품기는커녕 부자의 삶을 동경한다. 드라마에는 언제나 가난한 여자 주인공도 한 명 등장한다. 이 신데렐라는 처음엔 부자들과 반목하지만 곧 절친한 친구가 된다. 물론 멋진 부자 애인도 얻는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불법을 감행해 이주노동자가 된다. 그들이 <가십 걸> 같은 부자를 다룬 드라마를 얼마나 즐겨 봤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기부금 연회를 여는 이들에게 고용돼 허드렛일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이주노동을 할 때, 부자들은 자본 이동을 한다. 그들은 원주민을 무리하게 내쫓지만 어쨌든 거대한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한다. 가난한 나라 안에서도 그 보잘것없는 일자리를 찾아 이주노동이 일어난다. 이것은 평화로운 공존인가? 천국에는 누가 더 가까이 가 있는가?  

Spécial 1  ‘빈부’라는 초현실주의
【브리고】 빈곤 도시의 부자들, 자선도 투자처럼
【숄레】 ‘가십 걸’을 보면 부자가 좋아진다
【뒤메닐 외】 상류층만의 경제위기 출구 전략
【엘리 외】 귀농 빈민들, 더 끔찍한 가난 속으로
【라마주】 스텔라는 왜 파리의 가정부가 되었나
【세르방】 혼란에 기생하는 아프리카 신중산층
【무포크】 남성의 표적이 된 사하라 여성노동자들

Spécial 2  소득보장제도의 새 패러다임
‘기본소득보장제’가 현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것인가?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 토머스 페인이 주창했고, 현대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이 정교한 이론 작업을 했으며, 미 알래스카주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2010년 무상급식 도입이 그렇듯, 이 또한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곽노완】 오래된 미래, ‘기본소득’의 꿈과 현실
【강남훈】 기본소득, 4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백승호】 계속 가난하라, 그러면 복지를 주마

Horizon  가톨릭과 월스트리트
【라투슈】 바티칸은 시장주의를 섬긴다
【와드】 대통령은 바뀌어도 골드만삭스는 남는다

Mondial 
【르무안】 차베스는 과연 가해자인가?
【마쥐르】 다국적기업, 콜롬비아 골드러시
【데랑 외】 흑해를 둘러싼 욕망의 모자이크
【루비아나】 어설픈 ‘국제보안관’이 망친 수단의 평화
【키넌 외】 이스라엘, 인권단체를 제3의 적으로
 

 

Corée
【김상봉】 낡은 진보와 이별하라
【홍성욱】 천안함을 둘러싼 ‘과학정치’ 논쟁들
【변혜정】 폭력에 대한 젠더적 결단, 어디까지?
【지건길】 ‘복원’의 과시욕과 ‘보존’의 겸허함
 

Culture
【브로웨이】 합성생물학, 생명 조립의 대박 꿈
【드니】 물신이 된 한여름밤의 꿈, 축제
【해밀턴】 아일랜드의 미래는 전설 속에 있다
【샹브라】 ’러시아 문단의 앙팡 테리블’ 소로킨의 작품 <소설>
【김재명】 ‘르몽드 세계사’, 인류 미래의 밑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