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018-09-28     베르나르 뒤테름 | 3대륙센터 소장

지난 4월부터 니카라과의 거리는 민중과 정부의 대치로 시달리고 있다. 원하는 바가 서로 다른, 각계각층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들과, 진압도 불사하는 니카라과의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가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에 산디니스타를 이끌었던 오르테가는 좌파 인터내셔널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을 잡았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지난 4월 니카라과에서 대통령의 사회보장기금 개혁안 발표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이후, 니카라과를 분열시킨 정치폭력을 해석하는 입장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는, 과거 산디니스타 혁명을 이끌었으며 2006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복귀한 다니엘 오르테가가, 자신은 테러리스트, 범죄자, 마약 밀매업자들이 주도하는 ‘무장폭동’ 시도와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대학생, 농민, 퇴직자, 원주민 등 각계각층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대규모 시위대가 ‘친족을 등용해 부패를 일삼는 오르테가의 독재’를 평화적으로 전복시키겠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좌파 인터내셔널은 1980년대에 바로 이 다니엘 오르테가가 주도한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혁명정신으로 오랫동안 굳은 결속을 다져왔으나,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 남미에서도 분열됐다. 과거 산디니스타를 신봉한 지도층 대다수, 정치 책임자들과 지식인들은 오르테기즘에 환멸을 느끼거나 축출돼 FSLN을 떠났다. 이들은 겉으로는 사회주의를 천명하면서도 국제 여론을 기만하는 산디니스타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보수주의적, 전제적인 성격을 규탄했다. 
여기에는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 브라질 무토지 농민운동(Landless Worker’s Movement), 우루과이의 전 대통령 호세 ‘페페(친근한 할아버지라는 뜻)’, 무히카 등이 포진해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주요 진보정당들이 활동하는 ‘상파울루 포럼’ 같은 세력은 좌파 정부를 제거하려는 우파 지방정부의 정책들과 워싱턴의 지원을 폭력으로 본다. 이들은 그 증거로 이렇게 주장한다. “오르테가는 자신이 대기업 총수와 교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 민간기업과 가톨릭교회가 앞장서서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1990년, 산디니스타가 선거에서 패배한 뒤 FSLN의 종신 대표 오르테가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는 정권을 다시 거머쥐고, 헤게모니를 견고하게 다지고, 10년 동안(2007~2017) 국내총생산(GDP)을 배로 늘리고, 국제 금융기관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가로, 권력분립, 사회정의, 국민주권과 관련된 과거의 이상들을 포기한 것이다.(1) 
대통령 일가는 권력 전반에 걸쳐 면밀하게 제국을 구축했다. 그들은 과거의 적들, 예를 들어 반혁명의 후원자, 자유주의의 이념가, 부패에 물든 우파의 정치 지도자들, 주요 ‘킹메이커들’, 신교의 지도자들과 ‘계약’을 맺었다. 대통령 일가는 헌법을 바꾸거나 법을 교묘히 피해갔고, 반대세력을 포섭하거나 그들과 결탁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으며, 선거 조작의 의혹을 샀다. 이런 파렴치한 행위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권을 강화함으로써 다시는 1990년처럼 권력을 뺏기지 않겠다는 논리로 정당화됐다. 
대통령 자문역인 오를란도 누녜스는 2017년 2월의 한 대담에서 공공연히 이렇게 말했다. “이런 계약이나 투표권 매수 없이 어떻게 우리가 정권을 되찾아 확립할 수 있었겠습니까? 동맹 없는 헤게모니 장악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의회에서 의석을 획득한 우파 정당 지도부는 대부분 산디니스타 의원들이나 이들과 연합한 의원들입니다. 그런 마당에 우파 정당들이 어떻게 다시 승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랍니다.” 요컨대 1990년 선거에서 실패한 경험은 냉소주의가 가미된, 과거의 열등감에서 벗어난 기회주의를 정당화했다. 
2014년까지 국제 경기의 호조(수출 원자재가의 상승, 중미자유무역협정의 발효, 베네수엘라의 원조)를 이용해, 오르테가 행정부는 민간 대기업들과 함께 ‘동맹 및 합의’ 모델을 구축했다.(2) 니카라과 경제인연합회(Cosep) 회장인 호세 아단 아구에리가 정부 정책의 대변인을 자처할 정도였다. 
오르테가 정부는 무려 8~10억 달러에 이르는 법인세 감면과 관세 면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했는데, 이는 국가예산의 약 40%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환경 관련 법안들은 파기됐는데, 가령 2017년에는 천연자원 개발계획 수립 시 사전 환경영향 검토를 면제해주는 법령이 마련됐다. 특히 담배 및 백향과(패션프루트) 재배에 이 같은 특혜가 적용됐다. 이제 연간 국부 생산규모에서 민간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90%에 달한다.(3)
그러나 니카라과의 공식 투자 진흥청인 프로니카라과(ProNicaragua)는 웹사이트를 통해, 니카라과의 최저임금이 “중미 지역에서 가장 경쟁력 있기 때문에 니카라과는 노동집약적 기업을 설립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2017년 5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르테가 대통령이 니카라과를 ‘성공적 모델’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4) 그러나 나중에는 오르테가 대통령에게 빈부격차 문제를 고려해 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라고 권고했다.(5)
오르테기즘은 승승장구했다. 경제성장률은 대륙에서 가장 높고(연간 4~5%), 외국인 투자도 급증했으며(2006년 이후 연평균 16% 증가), 수출도 증가했고(8%), 단연 최우선 파트너라 할 수 있는 미국과의 교역도 증가했다. 정부는 사회 안정과 평화구축에 투자하고, 이를 체계화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의 석유원조(국가 예산의 1/4규모이나, 세외로 운영되는) 덕분에, 오르테가는 여러 가지 맞춤형 사회 프로그램에 재정을 지원했다. 그러나 과거를 변화시키겠다는 원대한 포부 대신, 그는 10년 전 구조조정을 동반했던 상황과 유사한 ‘빈곤 퇴치’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성공사례들도 짚고 넘어가야 할 텐데, 정부의 공식발표에서 이런 기록들은 흔히 과장되는 법이다. 오르테가 정부는 빈곤층이 2009년 42.5%에서 2014년 29.6%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은행(WB)이 사용하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또 다르다. 빈곤층은 2009년 44.7%에서 2014년 40.5%로 낮아졌고, 극빈층은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같은 기간 9.7%에서 9.5%로 감소). 
그러나 빈곤과 동시에 불평등도 증가했으며, 이는 공식집계와도 일치한다.(6) 경제학자 엔리케 사엔스는 2016년에 “자산이 3천만 달러 이상인 거부들의 수는 4년 전보다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210명에 이른다”고 썼다.(7) 니카라과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인  과테말라처럼 부의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니카라과 인구의 절반 이상은 ‘카나스타 바시카(Canasta básica, 생필품)’를 구매하기 어렵고, 평균 실질임금이 생계비의 70%에 불과한 현실이다. 중앙은행에 의하면, 비공식 경제부문에서 활동하는 인구는 2009년 60%였던 것이 2017년에는 80%로 증가했다. 10년 만에 국내 총자산은 배로 늘었으나, 니카라과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이티 다음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 
2015~2016년부터 베네수엘라의 원조와 원자재 유통이 감소하고, 미국과의 거래 분위기도 악화됐다. 정세가 이렇게 급변하자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로워졌고, 국민들이 허용할 만한 정권 운영을 가능하게 했던 자원 확보도 어려워졌다. 이런 경제적 위기는 오르테가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현재 권력의 핵심인 부통령 무리요가 민간 대기업(경제침체와 사회분쟁을 우려하는) 및 미국과 맺은 동맹을 위협했다. 미국은 니카라과가 정치적 안정과 자유무역, 이민문제에 대한 충실한 협조를 보장할 수 있을 때만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 
지난 4월, 마이즈 인디오 자연보호구역 산불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이어 연금 축소개혁안이 발표되자 수백 명의 생태운동가들이 거리로 나왔고, 수천 명의 학생들과 퇴직자들이 합류했다. 불평등한 억압과 폭력을 참다못해 격렬하게 달아오른 여론은 곧 대규모로 집결해 대통령 부부에 맞섰다. 주로 대학생들, 지역의 젊은이들, 농민들이 나서서 니카라과 전역에 수십 개의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도시 곳곳에서 수만 명의 니카라과인들이 운집해 시위를 벌였다. 군대식 무기를 갖춘 경찰과 ‘자원 경찰’(Volunteer cops, 오르테가 대통령은 7월 28일 CNN 방송에서 직접 이렇게 언급했다) 중대는 이 시위대들을 집중 공격했다. 
300~40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의 부상자와 수감자가 발생했으며, ‘평화를 위한 대화’의 시도는 무산됐고, 니카라과 전역에서 바리케이드가 철거됐다. 국외로 도피하지 못한 일부 대학생 및 농민 지도자들과 산디니스타 반대파들은 숨어 지내야 했다. 니카라과 대통령은 국가 ‘정상화’를 반기는 입장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통령은 (이 분쟁에서 오르테가 반대파들과의 중재를 맡아온) 가톨릭교회와 대기업 총수들의 지지를 잃었다. 6주 이상 탄압이 이어지자, 지금까지 오르테가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던 니카라과의 3대 금융그룹(펠라스, 라피즈, 반프로)이 결국 그에게서 등을 돌린 것이다. 
니카라과 경제인연합회(Cosep), 마나과 상공회의소(AmCham), 니카라과 경제사회 개발재단(Funides)은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는 주교회의의 권유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한 시민연맹’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대학생 대표인 클라우디아 H.는 “이들은 폭력의 종식과 2019년 조기총선 실시를 요구하지만, (보다 민중적이고 좌파적인) 반대파 구성원들이 주장하는 총파업이나 대통령 부부의 즉각적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SOS 니카라과의 대학생 활동가인 르네 로드리게스는 “저항은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한쪽에는 1990년에 산디니스타 혁명이 실패한 뒤, 친미성향의 기업정책을 가지고 니카라과로 돌아온 ‘마이애미 보이즈(혁명 이후 니카라과를 떠나 마이애미에 정착했던 니카라과의 부유층. 이들은 니카라과로 돌아온 이후, 마이애미의 사회적·문화적 자산으로 니카라과를 재건하려 했다-역주)’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다수의 역사적 산디니스타들, 일련의 사회기구들, 대학생들, 페미니스트들, 원주민들, 채굴주의자(천연자원 등 ‘비소유물’을 채굴해 사유화하려는 이들-역주)들, 그리고 토지의 편중에 반대하는 농민들이 있다”고 말한다. 
전자는 워싱턴이 강력한 목소리로 오르테가 정권을 규탄하고, ‘니카라과 투자제한법(Nica Act)’을 발효해주길 바란다. 1년 이상 미국상원에서 계류 중인 이 법안은, 니카라과가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으려면 니카라과의 ‘민주주의 회복과 부패 퇴치’를 미국이 보증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후자는 신뢰할 만한 정치적 중계자가 없다고 판단해, 오르테가-무리요 정권의 탄핵과 과도정부 수립, 제헌의회 선출 등을 골자로 ‘민주화 노선’을 제안하는 ‘사회운동 조합’을 결성했다. 
사회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니카라과 정권은 ‘폭도들’을 가차 없이 탄압하는 쪽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의 권고 및 제재의 위협과 타협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국제사회가 니카라과를 지지했으며, 심지어 니카라과의 정치적 정통성을 위해 최근 니카라과에 재정지원을 했던 사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   


글·베르나르 뒤테름 Bernard Duterme
누뱅라뇌브(벨기에)에 위치한 ‘3대륙센터’(CETRI) 소장. 저서로 『니카라과에는 아직도 산디니스타가?(Toujours sandiniste, le Nicaragua?)』(Cetri - Couleur livres, 2017)가 있다.

번역·조민영
서울대학교 불문학과 석사 졸업.


(1) Bernard Duterme, ‘Au Nicaragua, que reste-t-il du sandinisme?반제국주의자 오르테가의 위험한 변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9월호.
(2) Pedro Ortega Ramírez(페드로 오르테가 라미레스), ‘Políticas económicas han sido acertadas para reducir la pobreza(경제정책은 빈곤을 줄이는 데 성공해왔다)’, <El 19>, 2018년 4월 10일, el19digital.com
(3) Óscar-René Vargas(오스카-르네 바르가스), 『Nicaragua cambia, todo cambia(니카라과가 변화한다, 모든 것이 변화한다)』, <Asdi>, Managua, 2014년.
(4) Pedro Ortega Ramírez, ‘FMI reconoce exitoso modelo de Nicaragua( IMF, 니카라과를 성공적 모델로 인정하다)’, <El 19>, 2017년 5월 4일, el19digital.com
(5) Bernard Duterme, ‘Recherche percepteurs désespérément 세금 대신 뇌물을 걷는 라틴아메리카 세무공무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4월호.
(6) 이 단락의 수치들은 Arturo Grigsby(아르투로 그릭스비), ‘La Ley Nica nos coloca en una situación de alto riesgo. ¿Nos tocará repetir el mito de Sísifo?(니카라과의 법은 우리를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내몬다. 시시포스의 신화를 또 되풀이해야 하는가?)’(<Envío>, Managua, n° 415, 2016년 10월)에서 발췌.
(7) Edmundo Jarquín(에드문도 하르킨, 책임 편집), 『El régimen de Ortega. ¿Una nueva dictadura familiar en el continente?(오르테가 정권. 대륙의 새로운 족벌 독재인가?)』, <Pavsa>, Managua,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