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황금’의 나라 파라과이의 물 불평등
2018-09-28 기욤 보랑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강력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낀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대단한 전략적 위치를 점하고 있진 않지만, 대신 ‘물’이라는 귀한 자원을 품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웃 국가들이 탐내던 항로와 광활한 지하수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잉개발과 환경오염의 위기에 처했다.
정원 수돗가에 물이 샌다. 오디나 모레오가 황급히 수도꼭지를 잠갔지만 여전히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절대 꽉 안 잠겨요. 무슨 낭비인지 몰라요! 어쨌든 이 물은 그릇을 씻거나 빨래, 청소할 때만 써요.” 그녀는 이마에 땀이 맺힌 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빈민촌 400곳 중 한 곳을 찾았다. 수도 아순시온이 속한 센트랄 주는 인구폭증, 이농현상, 취약한 공공 수도망 때문에 물 매매시장이 성행한다. 30년 전쯤 생긴 이 빈민촌들에는 민간회사가 물을 공급한다. 파라과이에서는 이런 물 공급 기업을 스페인어로 ‘아과테라’라고 부른다.
‘물 불평등’과 지하수의 위협
민간회사의 수도 요금은 8,000리터당 2만 2,000과라니(약 4,500원)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공기업인 파라과이수자원공사(ESSAP)가 관리하는 수도 요금보다 2배 비싸다. 모레오는 설명했다. “물에 붉은 모래가 섞여 있을 때가 많아요. 전 아이가 두 명 있는데, 절대 이 물을 못 마시게 해요. 수질을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도 수도세는 계속 오른다. 재단사로 일하면서 매달 150유로(약 19만 7,000원)밖에 벌지 못하지만, 항상 집에 20리터짜리 생수를 사다 놓는다. 수돗물보다 180배 이상 비싸지만, 적어도 병균은 없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수돗물은 별도의 사전처리를 하지 않는 이상 ‘음용수’로 사용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통 지하수는 지표수보다 오염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는 까닭에 관리가 산발적이다. “검사관이 어제 다녀갔는데, 보통 1년에 한 번꼴로 온다.” 모레오 집에 물을 공급하는 작은 가족기업 ‘산타클라라’ 직원의 말이다. “나머지 기간에는 민간 연구소에 돈을 주고 수질검사를 의뢰한다”고 그의 동료가 덧붙였다. 산타클라라는 이 지역 대규모 대수층인 파티뇨 지하수에 만들어놓은 펌프식 우물에서 물을 뽑아 올린다.(지도 참조)
1980년대 초, 인구급증과 이농현상으로 ‘아과테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으며, 현재 파라과이 물 공급 시스템의 1/3을 차지한다. 원재료가 무료인 데다가, 자주 관리할 필요도 없는 물 사업이 500여 개 기업의 구미를 당긴 것이다. 이들은 수질검사를 거의(또는 전혀) 하지 않은 물을 공공 수도망이 닿지 않는 지역에 공급했다. 전체 인구의 70%가 거주하는, 아순시온 이외의 다른 모든 지역들에 말이다. 파라과이의 모순적인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라과이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전한 식수를 보장받아야 한다.” 수리학자 로저 몬테 도메크는 분개했다. 파라과이의 연간 1인당 물 공급 가능량은 6만 7,000㎥로(지표수만 포함) 남미 평균인 2만 2,00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브라질과 함께 남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테 도메크의 설명에 의하면, “물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조한 북부 차오 지역과 물이 풍부한 동부지역, 도시와 시골, 부촌과 빈촌 등 지역 격차가 매우 심하다.” 수자원 관리의 취약함 때문에 국민의 약 1/4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한다. 게다가, 국민의 약 절반이 정화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 살고 있다.
“이 분야엔 관계자가 너무 많아서 책임구조가 엉망이다. 문제나 불만 사항이 발생하면 서로 물어뜯기 정신없다.” BASEIS연구소 직원 기예르모 오르테가가 설명했다. 파라과이 수자원을 관리하는 공공기관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정부투자기관 ESSAP는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에 물을 공급하고, 환경위생청(SENASA)은 1만 명 이하의 도시를 담당한다. SENASA의 경우, 2,500개의 ‘시민 감시반’이 있는데 물 정화 및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파라과이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공권력이 약해서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공공 수도망이 전국에 깔려있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아나 프로티요 연구원이 상황을 설명했다. “시민 감시반들은 지자체들의 정치적 논리에 밀려 물질적, 재정적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결국 민간기업들과 손을 잡는다. 물은 국가 소유임을 명시하는 2007년 수자원관리법은 정부의 서랍 속에 방치돼 있다.”(1)
ESSAP가 아순시온에 공급하는 물은 정기적인 수질관리와 신뢰할만한 정수처리 시스템을 거친다. 반면 “이외의 다른 공급처들은 남모르게 우물을 파고, 자신들은 절대 사지 않을 물을 판매한다. 수질검사도 3개월에 1회면 그나마 자주 하는 편이다.” 포르티요의 설명이다. 2007년 수자원관리법에 따라 수도세와 취수량에 대한 기준이 세워지는 듯하더니, 결국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은 채 사문화돼 버렸다.
센트랄 주에는 1천여 개의 우물들이 보이지 않는 공장굴뚝처럼 깊게 파여 있다. 면적 1,773㎢에 달하는 파티뇨 지하수층 지면에는 파라과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0만 명이 거주하고, 전체 공장의 70%가 몰려있다. 파티뇨 지하수는 그 깊이가 얕기 때문에 “재생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기적으로 내리는 빗물이 지하수를 다시 채워주는 것이다. 그러나 물의 순환이 생각만큼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지하수의 상태도 악화됐다.
일본 컨소시엄 CKC의 2007년 조사에 의하면, 파라과이의 지하수 충전량이 연간 1,750억 리터인 데 반해 동기간 취수량은 2,490억 리터였다. 매년 740억 리터의 차이가 발생한다.(2) SENASA에 의하면, 지하수 수위가 매년 5cm씩 낮아지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아순시온도 멕시코의 뒤를 이어 남미 지반침하 위험지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멕시코는 현재 지하수 과잉 취수로 지반이 침하될 위기에 놓여있다.
“우리는 시간당 7,000리터의 물을 뽑아냅니다.” 블라스 차모로는 뽐내듯 말했다. 푸른 황금이 넘쳐나는 이 나라에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닌데 말이다. 그의 뒤에 있는 펌프에서 독한 경유 냄새가 퍼졌다. 아순시온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루케시(市)의 한 주유소 사장인 그는 몇 년 전에 사업을 다각화해, 20리터짜리 생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돈 5만 과라니(약 9,200원)에 기름을 ‘만땅’으로 채운 손님에게 관대하게 무료 세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가 물을 가지고 있는데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여기서 직접 물을 팔잖아요.” 그는 약 50m 떨어진 곳의 우물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랑스레 말했다. 파라과이에는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물을 공짜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부수입처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주유소가 상당히 많은데, 부식된 저수조 때문에 지하수가 오염되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2017년 2월 아순시온국립대에서 주유소 1,000m 반경의 우물 90개를 조사한 결과, 44%의 우물에서 휘발유 첨가제인 메틸터셔리부틸에테르(MTBE)가 검출됐다.
불안을 파는 생수회사들
“1990년대부터 포장생수의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콜레라가 창궐하던 시기라서 생수는 비교적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포르티요는 설명했다. 이 시기에 보틀링(물을 용기에 담는 공정) 공장들은 본래 있었던 강가에서 내륙 안쪽으로 이전해야 했고, 이 때문에 강물 처리공정 비용이 상승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하는 문제는 바로 지하수의 오염이다”라고 포르티요는 말을 이었다. 지하수에 독성물질인 질산염 농도가 평균수치보다 2.5배 높게 나타나고, 하수집하·처리장 낙후 때문에 대장균이 검출된다. 이미 10년 전부터 파티뇨 지하수의 오염상태가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들이 속출했다.
불안이 확산되는 분위기를 틈타 생수회사들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파라과이 마트 진열대에는 생수들이 끝없이 줄지어 있다. 지하수에서 뽑아낸 수억 리터의 물들을 정수처리한 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고가에 팔아치우는 것이다. 10년 전에는 “청정한 지하수”에서 바로 뽑아 올렸다고 광고하더니, 지금은 “양질의 정수처리 기술”을 앞세운다. 국민들은 공공 수도망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위생당국은 자꾸 지하수에서 독성물질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는 상황이라서, 브랜드 생수업체들이 더욱 득을 보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만나(manna)’의 축복을 누렸다. 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 다사니의 시장점유율은 40%를 넘어섰다.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2012~2018) 가문이 소유한 카르테 그룹의 라 푸엔테도 마찬가지다. 등록된 생수브랜드만 150개가 넘는다. 파라과이 생수상공회의소(CAPAM)에 의하면, 2016년 생수산업 규모가 6,190만 달러였으며, 2017년 총매출이 평균 20% 증가했다. 다만, 최근 새롭게 판 우물들은 집계조차 어려워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2017년 11월, 파라과이 식품안전청(INAN)은 의무적인 위생허가 등록을 하지 않은 26개 생수브랜드를 적발했다.
한편 다른 남미국가들처럼 파라과이도 농업이 지하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부가 발표한 파라과이의 물 소비 형태를 살펴보면, 가정이 10%, 산업이 20%인 반면, 식품업 및 집약농업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식료품 생산에 사용되는 물 추정치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높다. 파라과이는 세계 4위 콩 수출국이다. 콩 1kg을 생산하는데 물 1,800리터가 필요한데, 2016~2017년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인 1,060만 톤에 달했으니,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했겠는가? 약 200억㎥다. 이는 프랑스 연평균 물 소비량(330억㎥)의 2/3에 달한다. 그런데 FAO는 2050년에 인구수가 86억 명에 달할 것이며, 이들을 먹여 살리려면 농업 생산량이 60% 증가해야 한다고 추정했다.
과로니 마을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강렬한 햇볕 아래 수백 헥타르의 광활한 콩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우리는 브라질 국경에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아과수 주에 도착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곳에 열대림이 있었다니, 상상력을 아무리 동원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드디어 세계 최대 대수층으로 꼽히는 과라니 지하수의 ‘재충전 구역’에 도착했다. 과라니 지하수는 파라과이,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의 지하층에 넓게 걸쳐있다.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어서 지하수를 다시 채운다니, 완벽한 시나리오로 보이는가? 사실 그렇지 않다. 심각한 산림벌채(연간 37만 헥타르) 때문에 토양이 침식되고, 살충제 등 독성 농업물질들이 빗물에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장엄했던 이구아수 강 연안도 황갈색 거품으로 뒤덮였다.
죽어가는 강, 땅과 물을 둘러싼 분쟁
“물고기들이 죽고, 강물이 점점 더러워지고 있어요.”
이 지역 주민인 레리다 지메네즈는 탄식했다. 올해 여름이 끝날 때쯤에 수확과 파종을 하려면 하루에 두 번씩 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자주 아파요. 우물물 때문인데, 대안이 없어요.” 흰 천에 말린 옥수수가 놓여있다. 지메네즈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쫓아내고 땅과 물을 차지하고 싶어 해요.” 이곳엔 입에 담배를 문 카우보이도, 광물을 실은 수레도 없다. 그러나 비옥한 땅의 토지와 물을 뺏으려는 정복이 진행 중이다. 이중 등록된 부동산등기로 콩밭 대지주와 농민들 간에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3)
지메네즈는 붉은 토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서부극의 실상을 설명했다. “그들은 우리를 쫓아낼 때마다 밭과 씨앗을 모조리 망쳐놔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고 우물에 독극물까지 풀어놓는다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결국 다시 돌아오지요. 이곳은 우리 집이니까요!” 과로니처럼 다른 농민마을에서도 물과 토지는 끝없는 전쟁의 원인이 된다. 이들 대부분은 물도, 토지도 없는 농민이 돼 대도시 주변에 불행의 지대를 키우고 있다. 나머지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글·기욤 보랑드 Guillaume Beauland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Ana Portillo, Guillermo Ortega, ‘El agua : ¿bien común o mercancía?’, <Base Investigaciones sociales>, 아순시온, 2015년.
(2) Aristides Orttiz Duarte, ‘189 mil millones de litros de agua anual sera el balance negativo del acuifero patino para el 2020’, <E’a>, 아순시온, 2017년 1월 17일.
(3) Maurice Lemoine, ‘Le Paraguay dévoré par le soja’, 또 하나의 파라과이 콩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1월호.
박스기사
과라니 대수층
과라니 지하수는 면적, 물 보유량, 충전량 면에서 세계 3대 대수층으로 꼽힌다. 면적은 120만㎢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을 합친 것만큼 광활하고, 물 보유량은 5만 5,000㎦에 달하며, 연간 충전량은 160㎦로 추정된다. 이 보물은 전략지정학적 이점이 얽힌 코노 수르(남아메리카 최남단 지역을 이르는 말)에 넓게 걸쳐 있다.
과라니 지하수층이 걸쳐있는 국가는 브라질(84만㎢), 아르헨티나(22만 5,000㎢), 파라과이(7만 1,700㎢), 우루과이(5만 8,500㎢) 등 총 4개국이다. 이처럼 천연자원이 여러 국경에 걸쳐있으면, 소유권과 운영방식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8년 전, 4개국이 모여 협정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2003년 5월 22일, 남미공동시장(Mercosur) 회원국들은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과라니 대수층 시스템의 지속가능 발전 및 환경보호 프로젝트’를 체결했다. 세계은행과 지구환경기금(GEF)도 참여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프로젝트에 1,340만 달러를 투자한 세계은행이 코노 수르 대학들이 시작한 연구들을 민간 연구소에 맡겨버리자, 이 지역 국가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꼈다”고 수리학자 로저 몬테 도메크는 설명했다.
2010년, Mercosur와 UN의 주도하에 세계 최초로 초국경적 지하수에 대한 협력규정이 체결됐고, 협력규정 2조에 따라 각국은 자국 영토에 위치한 과라니 지하수 구역에 대한 영토적 지배권을 갖게 됐다. 그런데 이 때문에 파라과이 정계에 갈등이 생겼다. 한쪽에서는 독점 행태를 우려했고, 다른 쪽에서는 과도하게 엄격한 규정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이 도망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우리는 투자, 첨단기술 접근 기회,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콜로라도 당(우파) 소속인 프란시스코 파세티 전 환경부 장관은 경고했다. 심지어는 페르난도 루고 당시 대통령에게 “조국을 배신하라”고까지 권고했다.(1)
협력규정 6조에 의하면, 각국은 다른 파트너 국가에 대해 다음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웃 국가와 환경을 해치지 않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수리학자들은 과라니 지하수가 “하나의 대수층 체계”로서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즉, 상호연결된 하나의 지질계층이라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초국경적 강 상류에서 벌어진 일이 하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고 있다. 볼리비아 광산에서 나온 수은이 파라과이 동북부의 필코마요 강에서 발견됐고, 브라질의 글리포세이트가 파라과이강에 흘러내려 온 사건도 발생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현상이 지하층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루고 대통령 집권 당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오스카 리바스는 화려한 정원에 위치한 개인집무실에서 협력규정 체결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협력규정을 작성하는 막바지 단계에 참석해서 보다 참여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협정이 “훌륭한 제도적 틀”을 갖췄지만, 오늘날 “지정학적 형세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0년 협정체결 당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정권은 모두 좌파 또는 중도좌파였다. 그런데 현재 우루과이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모두 우파체제가 됐다.
파라과이 콩 경작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브라질 기업들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파라과이를 ‘이용 및 남용’할 수 있었다.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이 직접 부추겼기 때문이다.(2) 그는 2014년에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프랑스식 모델’을 본뜬 민관협력법을 제정했다. 특히 수자원 산업 투자에 중점을 두었다. 리바스 전 장관은 한탄했다. “이 협정은 공공재의 약탈 및 상품화를 막는 성벽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 우루과이 말고는 이 협정을 따르는 나라가 없다.”
2017년 8월 9일, 호르헤 룩스 우르과이 환경부 차관은 국무회의에서 브라질이 이웃 국가들에게 대수층 구역에서 수압파쇄 작업을 한다고 고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수단은 전혀 없다”고 룩스 차관 자신도 인정했다.(3)
글·기욤 보랑드 Guillaume Beaulande / 번역·이보미
(1) ‘Califican de pernicioso para el país el documento firmado’, <ABC Color>, 아순시온, 2012년 7월 18일.
(2) ‘Cartes a empresarios brasileños: “Usen y abusen de Paraguay”’, <Ultima Hora>, 아순시온, 2014년 2월 18일.
(3) Natalia Uval, ‘Para el gobierno, las acciones de fracking en Brasil no afectarán la parte uruguaya del acuífero Guaraní’, <La Diaria>, 몬테비데오, 2017년 11월 2일.
박스기사
수자원 관련 수치
● 전 세계 담수 비율: 지구상 전체 물의 2.8%
● 담수 분포 현황: 빙하 69.7%, 지하수 30%, 지표수(호수, 하천) 0.3%
● 세계 주요 지하수 37곳 중 8곳이 이미 과잉 취수돼 재충전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다.
● 물 사용량이 공급가능량과 충전량을 초과한 강 유역에 사는 인구수가 17억 명에 달한다. UN은 이 속도라면 2025년에 인류의 절반이 물 부족 지역(1인당 연간 물 사용가능량 1,700㎥ 미만)에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유럽은 전 세계 담수량의 8%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 남아메리카는 자원이 가장 풍족한 지역에 속한다. 전 세계 수자원의 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6%를 차지한다.
● 리마(페루)와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는 물 부족 또는 물 부족 예상 도시 20위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