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수면, 유전자

2018-09-28     파비앵 구베 | 기자

커피는 마시는 사람에 따라 수면을 방해하기도 하고, 반대로 수면을 돕기도 한다. 커피의 영향은 사람마다 왜 이렇게 다를까? 이에 대한 답은,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  


스위스의 한 연구에서는 유전자형과 카페인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CC형의 A2A수용체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카페인에 더 민감하다.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어떤 사람은 오후에 커피를 조금이라도 마시면 밤잠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고, 어떤 이는 커피가 수면의 질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커피를 마신다.
단순한 습관 탓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현상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커피에 의해 변형된 뉴런 회로를 지배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커피와 벌이는 전투는 공정하지 않다.  

아데노신의 작용을 교란시키는 카페인

1819년 카페인을 분리해낸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룽게 덕분에 커피의 각성효과가 천연 알칼로이드인 카페인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한 것인지는 1981년에야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솔로몬 스나이더에 의해 밝혀졌다. 카페인은 뇌 속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수면조절 화학 메신저인 아데노신의 작용을 교란시킨다. 인체에 존재하는 아데노신의 양은 누적된 피로의 반영이다. 낮 동안 에너지를 많이 쓰면 쓸수록 아데노신삼인산(인체의 화학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역주)의 분해를 통해 더 많은 아데노신이 만들어진다. 아데노신은 뇌가 깨어 있도록 하는 몇몇 뉴런을 비활성화시키면서 A2A라 명명된 뇌 수용체에 고정된다. 
카페인은 이 과정을 교란시킨다. 커피가 흡수되고 나서 약 5분 후 뇌 속에 다다른 카페인은 A2A 수용체들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아데노신의 수용체 접근이 더욱 어려워지고, 필요한 수면 시간은 늘어나지만 수면시간과 질은 감소한다.
1996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팀이 이 A2A 수용체 유전정보를 지닌 유전자를 찾아냈다.(1) ADORA2A라 명명된 이 유전자는 T와 C 두 가지 버전의 대립유전자(쌍이 될 수 있는 대립형지의 유전자-역주)로 존재한다. 이들 대립유전자의 배열은 뉴클레오타이드(디옥시리보핵산(DNA) 또는 리보핵산(RNA)의 기본 구성요소-역주)와 유사한데, 마치 글자 하나만 다른 두 개의 문장과 같다. 개개인은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의 대립 유전자를 받아 CC, TT, 또는 CT 3가지 조합 또는 유전자형을 보유하게 된다. 
이 발견 이후 몇 년이 지났다. 독일의 정신과 의사들은 커피를 마신 후 불안하거나 그렇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데 유전자형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2) 카페인의 각성효과에도 이런 관계가 존재할까? 취리히의 유전학자, 신경학자 및 약리학자 연구팀이 확인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3) 연구팀은 22명을 대상으로 각성과 관련한 카페인의 효과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먼저 이들의 커피 민감성을 알아보기 위해 이들에게 동일한 질문지에 답을 하도록 한 뒤 커피에 민감한 사람들과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 두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이들을 40시간 동안 못 자게 한 뒤, 큰 컵에 담긴 커피 한 잔에 맞먹는 카페인 200mg 또는 플라세보를 주입하고 이들에게 머리를 쓰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커피에 민감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의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카페인을 주입 받은 사람들은 20점 만점에 평균 15점을 받은 반면, 플라세보를 주입 받은 이들은 20점 만점에 평균 4점 미만을 받았다. 스스로 커피에 민감하지 않다고 느낀 사람들은 자신을 자극할만한 ‘채찍질’을 받지 못했고, 이들은 카페인이나 플라세보 주입 여부에 상관없이 점수가 4점을 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의 게놈을 분석하면서,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7%)보다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20%) TT 유전자형이 세배나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대로 CC 유전자형은 카페인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26%)보다 민감한 사람들(40%)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CT유전자형의 경우는 두 그룹에게서 동일한 빈도로 나타났다.

여전히 불가사의한 민감성의 메커니즘

이 실험에 이어 진행된 수면 뇌파 검사에서는, 그룹에 관계없이 커피를 마신 CC 유전자형을 보유한 실험 대상의 뇌 전기 활동에 변화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특히, 일반적으로 활동 시간이나 스트레스, 만성 불면증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베타파의 전기 신호가 이들의 뇌파에서는 20% 더 많이 나타났다. 이런 변화는 잠자기 20시간 전에 커피를 섭취했을 때보다 잠자기 직전에 섭취했을 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CC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면에 방해를 받는 것이다. 하나의 유전자 형태로서 커피의 영향을 요약하지 않더라도, 이 결과는 CC 유전자형을 보유한 사람들이 카페인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이런 민감성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예를 들어 ADORA2A 유전자의 다형성이 A2A 수용체에서 어떻게 변환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구조가 변화한 것일까? 아데노신에 대한 친화성이 달라진 것일까? 커피 섭취와 관련해서도 나타난 것처럼, 이는 다른 유전자들의 개입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커피의 영향은 다른 비유전적인 요소들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연령, 흡연 및 임신 여부가 인체의 카페인 제거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심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흥분한 상태였다면, 커피는 더욱 그를 자극한다.  


글·파비앵 구베
기자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1) F.Le et al, P.R. Biochem. Biophys. Res. Commun, 223, 461, 1996.
(2) K.Alsene et al, Neuropsychopharmacology, 28, 1694, 2003.
(3) J.Rétey et al, Clin Pharmacol Ther, 81, 692,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