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잠과 긴 잠 사이

2018-09-28     뮈리엘 드 베리쿠르 | 기자

과다활동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 많은 이들이 수면시간을 줄이고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를 바라곤 한다. 그러나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이 경고하는 바다.


몇몇 역학 연구에 의하면,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라고 답한 사람들과 10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특히 높았다. 어떤 전문가들은 수면부족이 비만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전문가들은 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한다. 잠을 덜 자고도 모든 능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의약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신경생물학자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불면증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을 연구해왔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건강이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수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해달라는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단 몇 시간만 자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다. 일례로, 나폴레옹은 2~4시간만 자고 나면 저절로 눈이 떠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경우에는 밤에 10시간을 자고도 늘 낮잠까지 꼬박꼬박 잤다고 전해진다. 사람의 일일 평균 수면시간은 7~8시간이지만, 각자가 실제 필요로 하는 수면시간은 이 평균 수치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전체 인류의 20%는 8시간 이상 잠을 자고, 23%는 7시간 미만의 잠을 잔다.
그렇다면 우리는 잠을 적게 자고도 별문제 없어 보이는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를 부러워해야 할까? 수면 전문가들은 각종 연구결과를 들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역학자(Epidemiologist) 에드워드 퀼러 하몬드는 적게 자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1964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그는 1백만여 명을 대상으로 몇 년에 걸쳐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수면시간이 5시간 이하라고 답한 사람들과, 10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들의 사망률이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일일 평균 수면시간인 7~8시간과의 차이가 클수록 사망률은 높아졌다.(1) 이후 다른 역학연구에서도 수면시간과 사망률 간의 관계는 ‘U자 곡선’을 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로 생쥐와 모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적게 자는 유전적 소인과 사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1999년에는 한 스위스 연구팀이 쇼트 슬리퍼와 롱 슬리퍼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생쥐 두 종(種)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의 수명이 수면시간이 평균에 속하는 종에 비해 6개월 짧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2010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생물학자들은 다른 초파리 종들에 비해 수면시간이 절반에 불과한, 돌연변이 초파리 종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 초파리 종의 경우, 일반적인 초파리들보다 평균수명이 30~40% 짧았다.(2)

뇌는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 한다

그런데 이처럼 평균보다 더 적게 혹은 더 많이 자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체들을 연구한 결과가, 수면시간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사람들의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을까? 스위스의 의사 알렉산더 보르벨리의 연구에 의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1981년 보르벨리는 8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번은 평소와 같이 수면에 든 밤에, 그리고 다른 한 번은 40시간 이상 깨어 있은 뒤 수면에 든 밤에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오랜 시간 깨어 있다가 잠자리에 든 사람들의 뇌에서는 피로 해소와 관련된 서파가 다량으로 발생되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들의 수면은 그동안 부족했던 잠시간을 보충하려는 듯이 더 깊었고, 그만큼 피로 해소 속도도 더 빨랐다. 또한 연구팀은 주기적으로 1시간씩 수면시간을 줄인 사람들의 뇌에서 다량의 서파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는 취침 이후 1~2시간 정도로 한정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런 보상적 메커니즘은 수면시간이 약간 줄어든 경우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1996년 알렉산더 보르벨리 연구팀은, 쇼트 슬리퍼의 뇌가 수면 초기에 기능하는 방식은, 일시적으로 수면시간이 줄어든 사람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쇼트 슬리퍼의 뇌는 수면 중에 다량의 서파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롱 슬리퍼의 경우 수면 단계의 구성이나 수면의 깊이는 평균 수면시간을 가진 사람들과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다만 각 수면단계의 길이만 다를 뿐이다.(3) 
평소보다 더 긴 시간을 강제로 깨어 있었던 사람의 뇌는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 든다. 따라서 그 이후 며칠 동안은 그들의 뇌가 쇼트 슬리퍼의 뇌처럼 기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뇌 활동성의 변화가 사망률을 높이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와 관련된 실험은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수면시간 감소에 따른 문제들

그러나 몇몇 요인들은 실제로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전부터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부분 미국에서 이루어진 관련 연구들에서, 수면시간이 감소하면 심혈관계 질환과 비만의 위험이 현저하게 증가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세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제는 수면부족을 비만의 주된 원인들 중 하나로 꼽는 전문가들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자료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4) 이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과체중의 원인은 수면부족 외에도 매우 많다! 체중 증가는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일 때만 나타나는데, 이렇게 적게 자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5~8%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면시간이 그렇게 많이 줄어든다 해도 그에 따른 체중 증가는 1년에 2kg 정도이다. 또한 실험 참여자의 건강 상태와 평소 습관과 관련된 수많은 변수들이 체중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실험자의 식습관, 신체적 활동, 가족력, 스트레스 노출 정도, 의약품의 복용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잠이 부족하면 인지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 실험실에서 사용된 방법론은 종종 현실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5~6일 동안 한 그룹은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자도록 하고 다른 한 그룹은 하루에 4시간 이하로 자도록 하는 신경행동학적 실험을 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그렇게 적은 수면으로 생활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험의 성격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래서 몇몇 연구팀은 도로주행 시뮬레이터 등을 활용해 일상생활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한 뒤 실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면시간의 감소가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그 영향을 측정하는 방식을 좀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부분에 관한 연구가 먼저 실시되어야 한다. 수면시간의 감소, 피로 해소를 위한 뇌 활동성의 변화, 신진대사의 교란, 이 셋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된 후에야, 잠을 적게 자도 각종 수행 능력과 건강을 정상치로 유지하게 할 의약품 연구에 착수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병적인 과다수면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위한 각성제가, 더 오래 깨어있거나 여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의약품들은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상인들에 대한 효능과 무해성은 보장할 수 없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수면시간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로 각성제를 복용하는 행위는 지양하는 것이 현명하다. 잠을 줄였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과도한 졸음으로, 이는 각종 수행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졸음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실험이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2010년 영국 러프버러 대학교의 두 과학자가 진행한 실험에서, 밤 수면시간을 5시간을 줄인 피실험자들은 낮 동안 졸음에 시달렸다고 털어놓았으며, 이들은 실험실 안에서도 단 몇 분만 고요한 환경에 혼자 놓이게 되면 꾸벅꾸벅 졸았다.(5) 
1~2시간 잠을 줄이면 우리는 그만큼 스트레스에 더 오래 노출되는 셈이 된다. 정말로 그것을 원하는가? 불면증 환자에게, 걱정과 고민을 덜 하게 하고 불면증을 완화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다름 아닌 충분한 숙면이다.  


글·뮈리엘 드 베리쿠르
기자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1) E. Cuyler Hammond, AJPH, 54, II, 1964.
(2) D. Bushey et al., BMC Neuroscience, II, 56, 2010.
(3) D. Aeschbach et al., I, Physiol., 270, R41, 1996.
(4) J. A. Horne, Obesity Reviews, 12, e84, 2011.
(5) J. A. Horne & C. V. Burley, Biological Psychology, 83, 266,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