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자본가의 시녀인가?

2018-09-28     카트린 뒤푸르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 운동의 대표적 이론가’로 통하는 고바야시 다키지(小林多喜二)는 1929년에 명성을 얻게 된 두 번째 소설, 『게 가공선(蟹工船)』을 발표한다.(1)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2008년에 재간행된 『게 가공선』은 다시 한번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 고바야시 다키지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세 번째 소설 『부재지주(不在地主)』도 1929년도의 작품으로 이번에 『창작 방법론』(1931)과 번역가 마티유 카펠의 역자후기 『꿰맨 천처럼』이 추가돼 출간됐다. 

『부재지주』는 1906년에 세워진 벽돌창고의 주인이었던 이소노 스스무의 착취 경영에서 영감을 얻은 토지 분쟁을 소재로 다룬다. 이소노 스스무는 소작농의 처지 따위에는 관심 없는 새로운 부재지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이처럼 부재지주 같은 인물들을 가리켜 ‘상반신은 지주, 하반신은 자본가인 괴물’이라고 묘사한다. 이들은 대도시와 상업 중심지로 거주지를 옮긴 대신, 농지에 관리인을 둔다. 농지 관리인은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부려먹는다. 착취는 회계장부처럼 빈틈없이 이뤄진다. 
“정부방침에 따라 60%의 개간이 이루어져야 전체를 소유할 수 있는 농지는 역에서 80~120km 떨어져 있었다. 여기에 곡식을 심어 경작한다고 해도 운송비를 제하고 나면 시장에 내다 팔아봐야 남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농민들은 ‘저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오른다. 농지를 준다는 약속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익명의 군중에 속하는 주인공 켄은 아이들, 술꾼들, 힘 있는 사람들, 가장 역할을 하며 기진맥진해진 여성들, 공장에 가려고 고향인 농촌을 탈출하는 청년들의 행보를 바라본다. 그리고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 노동운동가 아라카와는 언제나 경찰서를 제집처럼 들락날락한다. 마티유 카펠이 역자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부재지주』는 1920년대 일본 사회 내부의 지배 관계에 관한 우화라기보다는 클로즈업에 가깝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피곤한 육신의 무게, 배고픔의 악몽, 여성이자 프롤레타리아라는 이중 고통, 그 어느 것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닮은꼴인 농민과 노동자의 비참한 처지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공장에서는 아침 여섯 시부터 저녁 다섯 시까지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롤러를 통과한 인간은 널찍한 천 조각처럼 납작하게 펴진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 상황 속에서 어리숙하던 농민 청년이 적극적인 노동운동가로 변신한다. 고바야시 다키지는 농민과 노동자가 협력할 수 있는 메커니즘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설명한다. 그가 다니던 은행은 농민들을 착취하던 곳으로 『부재지주』에서도 이 은행이 여러 번 언급된다.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키지는 은행에서 해고된다. 1933년 2월 20일, 고바야시 다키지는 ‘도쿄 츠키지 경찰서에서 비밀경찰에게 고문을 받은 후 숨을 거둔다’. 향년 29세였다. 
“경찰은 자본가의 시녀다. 아마 자본가의 편에 서는 것이 쉬웠을 것이다.” 


글·카트린 뒤푸르 Catherine Dufou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Bernard Daguerre, ‘Insurrection dans les glaces(차가운 바다에서의 반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