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별을 품은 작품들

2018-09-28     에블린 피에예

마이클 골드(1894~1967)와 하워드 패스트(1914~2003)는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작가들은 아니다. 두 작가 모두 미국에서 유대인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미국의 정치와 문화계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며 명성도 얻었다. 특히 패스트는 큰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유명했던 옛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는 것은 늘 흥미롭다. 

두 사람은 용기가 남다른 공산주의자였다.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어느 정도 잊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을 재발견하는 것이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은 인생, 꿈, 역경, 민중의 투쟁을 생생하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중문학을 집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두 사람은 영향력 있는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본명이 조크 이삭 그라니치인 마이클 골드는 평생 『무일푼 유대인』(1), 단 한 권을 썼다. 이 책에는 맨하탄의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보낸 유년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있다. 1930년에 출간, 1932년에 폴 바이앙 쿠튀리에와 이다 트리트 커플을 통해 번역됐으나 이후 잊힌 작품이 됐다. 하지만 강렬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특별한 스토리나 심리 탐구 같은 것은 없지만 창녀, 노동자, 소년, 거지들이 악착같이 공존하는 게토 지역의 삶에서 빛나는 순간들이 주로 그려졌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1부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여러 비극적인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우울하지는 않다. 오히려 생생함이 넘치는 위대한 이야기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골드는 이 책에서 독일 문학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광팬으로, 멜빵을 만드는 일을 하며 언젠가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청년 복수단’이라는 비밀 클럽 이야기까지 다루며 인생의 패배자들이 보여주는 체념과 우정, 그리고 다양한 사건들을 그린다.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미국 공산당 당원이었던 골드는 훗날 영향력 있는 비평가가 돼 ‘프롤레타리아적 사실주의’를 이론으로 정리한다. 골드는 스탈린이 집권한 시대에도 소련 연방과 거리를 두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혁명 초기 시대의 예술성으로 가득하다.
한편, 하워드 패스트는 골드보다 더 많은 명성을 누렸으며 1990년에 출간한 『어느 공산주의자의 회고록』(2)에서는 어려웠던 유년시절과 작가로서의 길, 그리고 모욕당한 사람들을 끝까지 보호하고 상상력을 글로 승화시키기로 결심한 시민으로서의 길에 대해 들려준다.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는 매카시즘 광풍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한 동시에 공산당으로부터도 정치사상이 불순하다는 공격을 받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그의 많은 소설 작품인 『스파르타쿠스』, 『자유 속에 태어나서』, 『최후의 미개지』 등은 굵직한 역사적인 투쟁을 다루고 있다. 신념과 내면의 소리 사이에서 갈등하던 패스트는 ‘투쟁’이라는 소재를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다. 


글·에블린 피에예 Evelyne Pieiller
문학평론가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ichael Gold, 『Juifs sans argent(무일푼 유대인)』, Nada, 파리, 2018.
(2) Howard Fast, 『Mémoires d’un rouge(어느 공산주의자의 회고록)』, Agone, 마르세유,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