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컴퓨터를 가지게 될 때
인류는 멸종 위기에 있다. 전쟁과 광기로, 지구 그리고 인류가 정복한 주변 행성들이 종말을 앞두고 있다. 탈출만이 답이다. 생존자들은 인류라는 종족을 존속하기 위해 수천 광년을 항해할 수 있는 방주형 우주선 ‘길가메시’에 태워져 머물 행성을 찾아다닌다. 냉동 처리된 최후의 인간들은 이 미지의 여행에서 목적지로 인도되길 바라는 ‘화물’에 불과하다.
수 세기 후, 방주 모양의 우주선은 테라포밍된 어느 행성에 도착한다. 생존자들은 길을 막아서는 아브라나 컨과 만난다. 과거에 과학자였던 그는 이미 정신이 망가진 상태지만 여러 세기 동안 우주정거장의 컴퓨터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우주 정거장은 스핑크스 행성을 침략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여기서 서사시의 2부가 시작된다. 인간이 서서히 몰락해 가면서 새롭게 탄생해 발전하는 문명 이야기가 소개된다. 아브라나 컨 박사가 예전에 퍼뜨린 ‘나노 바이러스’로 의식을 가지게 된 거미들이 이룬 문명이다.
세대를 거쳐 환생한 거미 포티아가 거미 민중들의 진화를 목격한 증인이다. 포티아는 거미족들이 이룬 연방(聯邦), 아직 비틀거리는 사회의 첫걸음을 목격한다. 그리고 개미들과의 대규모 전쟁 시기가 찾아오고 포티아의 거미족들이 행성 전체를 지배한다. 시간이 지나 암컷들에게 늘 시달리던 수컷들이 성 평등을 외치며 투쟁에 나선다. 거미 민중들의 이야기는 창조자 아브라나 컨 박사와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아브라나 컨 박사는 거미들에게 파괴 본능을 가진 인간들이 거미들의 터전으로 막무가내로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작가 데이비드 브린과 유명 시리즈 『스타타이드 라이징』(1980~90년 동안 출간』처럼 『칠드런 오브 타임』도 시공간의 스케일이 큰 서사시로, 개인의 삶 이야기에서 벗어나 인지능력을 가진 인류와 거미족의 운명 이야기를 들려준다. 1972년생 영국 작가 아드리안 차이콥스키는 10년째 SF소설, 특히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다.
그의 작품 중 프랑스어로 처음 번역된 소설 『칠드런 오브 타임』은 2016년에 아서 C. 클라크 상을 받은 작품으로 아서 C.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1975년 프랑스 라퐁 출판사가 번역 출간)과 비슷한 부분이 느껴진다. 『라마와의 랑데부』도 인류와 스마트한 외계인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SF에서 많이 다뤄온 주제이긴 하지만, 『칠드런 오브 타임』은 생명체들의 상호연결과 진화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사고관을 보여준다. 관용의 노래이자 진화론 우화인 이 소설로 차이콥스키는 세상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독단적이고 정복적인 인류의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뒤집는다.
결국 『칠드런 오브 타임』은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세상에서 혼자이던가, 그렇지 않던가.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두렵기는 하다”고 말한 아서 C. 클라크와 반대로, 아드리안 차이콥스키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글·니콜라 멜랑 Nicolas Mela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