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팔려가는 나이지리아 여성들
프랑스에서,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성매매는 지난 30년간 지속적이고 대대적으로 성행해왔다. 나이지리아의 에도 주, 그중에서도 베닌시티(나이지리아 남부)와 그 주변지역 출신인 수많은 젊은 여성들(더러 미성년자도 있다)은 이들을 유럽으로 유혹하는 ‘세이렌’들에게 굴복하고 만다. 흔히 ‘이모’나 ‘고향 친구’로 통하는 이 세이렌들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 여성으로, 유럽이라는 ‘약속의 땅’에 터를 잡고 있다. 이들은 “학교교육을 받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으며, 심지어는 유럽에서 결혼도 할 수 있다”는 말로 나이지리아 소녀들을 유혹한다. 나이지리아에서 ‘스폰서’라고 불리는 이 포주들은 한때 성매매 이력이 있다. 그런 이들이 포주로 변신해서는, 현재 자신보다 어린 여성들을 유럽대륙에서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만 벌써 4만 명이 넘는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유럽으로 건너간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후에도 이 수치는 계속 증가했다. 현재 이탈리아는 전체 성매매 여성의 80%가 나이지리아 출신이며, 프랑스에서는 중국이나 동유럽 조직의 규모를 넘어서는 성매매 조직이 성행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소녀들 대부분이 극 빈곤층 출신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마을에서 쫓겨난 미혼모들이다. 이주정책이란 것이 거의 부재한 나이지리아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단순히 외국에서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도 있다. 성매매 여성들과 교류하는 ‘여성들의 버스친구(Amis du Bus des femmes)’ 협회에서 ‘인신매매’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바네사 시모니는 포주들을 “이주문제에서 일종의 지역 독점권을 소유한 자들”이라고 본다. 시모니는 설명했다. “포주들은 단순히 나이지리아를 떠나고 싶어 하는 여성이든, 스스로 성매매를 하러 유럽으로 떠나는 여성이든 모두 그들에게 전적으로 종속되게끔 만든다.”(1)
배를 타거나 육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주로 소녀들은 성매매를 강요당한다. 이들은 총 7만 유로에 달하는 빚을 갚을 때까지 유럽에서 일해야 하는데, 이 중 여행경비만 평균 5만 유로를 차지한다. 몇천 유로에 불과한 여행경비를 바가지 쓰는 것이다. 게다가 소녀들과 이동책임자들의 프랑스 체류 시 식비, 의복비, 숙박비, 임신 시 낙태비 등 추가금액 또한 엄청나다. 한편 포주들은 소녀들이 유럽에서 증명서를 받을 수 있도록 공식적인 사유서를 작성해주는데, 이 비용 또한 수백 유로에 달한다. 물론 사유서에는 성매매 행위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주주 의식은 어떻게 소녀들을 파괴하는가
이런 성적착취의 근간에는 놀랄 만큼 교묘한 메커니즘이 자리한다. 증인들 앞에서 치르는 의식에는 미끼, 알선책, 보증인으로 구성된 인원이 참여한다. 모든 일은 유럽으로 떠나기 전날 시작되는데, 이때 소녀와 그녀의 가족과 친척, 소녀를 유럽으로 데려다줄 ‘마마(포주)’, 토착신앙의 대표자, 전통 치료사(traditional doctor) 혹은 아예랄라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당의 큰 무당이 한자리에 모여 의식을 치른다. 아예랄라는 신격화된 신화적 조상(도덕과 정의를 상징하는 신-역주)으로, 아예랄라의 관례적 권위는 의식이 펼쳐질 때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소속 연구 책임자인 베네딕트 라보-르장드르가 언급한 것처럼, 실제 “아예랄라의 사당에서 행하는 의식은 베닌시티라는 지역사회 내에서는 실질적 합법성을 부여받았다. 이 의식들은 무시할 수 없는 준사법적, 준제도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2)
세세하고 체계적인 전례에 따라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주주’(부두교의 전통 맹세 의식, 주주를 치른 여성들은 서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저주가 내려진다고 믿는다)가 진행된다. 이때 소녀의 머리카락이나 털, 손톱은 물론 심지어 생리혈 같은 제물이 필요하다. 한때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나 부적으로 여겨졌던 이런 제물들은 이제 ‘마마(포주)’에게 한 맹세를 상징하며, 마마(포주)와 그녀의 ‘딸’을 이어주는 계약의 증거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다음 이 ‘딸’의 옷을 벗기고 씻긴 뒤 흰 천으로 감싸는 의식이 이어진다. 나이지리아의 전통의술에서는 흔하게 치르는 ‘난절(scarification)’도 행해진다. 난절은 ‘딸’이 여행하는 동안 그녀와 함께하고, 필요할 경우 그녀에게 의무를 일깨워주는 영(靈)이 그녀의 몸속에 있음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지켜야 할 맹세, 즉 일을 하고 이 합의의 내용을 제3자에게 발설하지 않으며, 복종하고, 돈을 지불하겠다는 맹세를 읊는 것으로 계약이 성사된다. 계약을 위반할 경우 단순한 보복 이상의 결과가 발생한다. 주주는 소녀와 소녀의 친척들에게 광기, 불행, 질병, 불임, 죽음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계약파기로 손해를 본 마마(포주)를 위한 ‘정의실현’이다.
이 계약이 합의에 의한 것인지, 강요에 의한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 스스로 주주 의식에 복종하는 소녀도 있지만, 의식을 거부하는 소녀도 있다. 또한 저주의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도 빚을 갚는 소녀도 있다. 사람들이 믿든 안 믿든, 의식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널리 자리 잡은 규범 속에 머물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의식의 명령을 실행에 옮기게끔 하는 능력이 있다. 이 규범들은 연장자에 대한 공경, 주문이나 희생 문화에 대한 존중을 중시한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을 배우러 온 사람은 아무 대가 없이 일을 해주거나, 장차 일자리를 마련해줄 사람에게 보답을 하는데,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성매매 조직은 사회 안에 깊이 뿌리내린 관습에 집착한다.
개인과 집단의 모든 관계는 계약과 부두교의 정령이 접목되면서 보다 복잡하다. 이네스 드 라 토르는 서아프리카의 부두교를 연구한 저서에서 “집단이 개인을 지배하고 개인의 의무를 규정한다. 집단은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에게서 거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준다. 한 집단의 구성원이 된 사람은 신체의 안전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3) 그러나 성매매를 강요당한 어린 소녀들은 유럽으로 건너온 직후 자신이 처한 현실을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다. 경제적 자유도 여권도 모두 빼앗긴 채, 폭력을 당하기도 하고, ‘마마(포주)’와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소녀들은 착취를 당하는 과정은 물론 의식에 대한 기억으로 고통받는다. 소녀들은 유럽에 왔을 때 어떤 운명이 자기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성매매’라는 단어 자체가 금기시되는 문화권에서 왔기 때문에 착취의 현실은 종종 너무 늦게 실체를 드러낸다. 열악한 주거, 견디기 힘든 노동, 돈을 모을 새도 없이 빼내 가는 조직적인 갈취, 시시각각 소녀들을 감시하는 포주의 주변 남성들. 스폰서가 최대한 적은 비용을 투자하기 위해, 소녀들의 시간은 거의 종일 성매매를 하도록 짜여 있다. 소녀와 스폰서의 관계는 보호와 속박을 교묘하게 결합한, 봉건시대의 주종관계나 다름없다. 이런 관계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종속관계가 유지되며, 주주의식은 영적으로 신성시되고 정당화된다.
가족에게 미칠 보복이 두려운 그녀들
계약을 어겼을 때 오는 보복을 두려워하는 것을 터무니없는 걱정이라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는 반대로, 이런 두려움은 처참한 환경에서 일을 하다 생긴 심각한 우울감과 겹쳐, 심리적 신체적 고통이 커질수록 두려움도 커진다. 그래서 젊은 여성들은 질병·신체적 고통·불면증·심리적 불안을 주주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경험적으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두려움을 당연하다고 여기게 한다.
이를테면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은 소녀들이 단체의 보호를 받을 때도 물론이고, 어떤 경우 주주가 내리는 저주나 배신의 징벌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순순히 조직으로 돌아올 때도 이런 믿음이 여전히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대다수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는 게 아니라, 주주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벌을 받아 마땅한 배신자로 생각한다. 따라서 계약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여성들 스스로 성매매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신매매 희생자 보호 및 수용 시설인 ‘동반자, 보호소, 교육 및 사회의 교차로(ALC)’에서 나이지리아 문화 조정관으로 일하는 파트리샤 쿠아쿠는 이렇게 말한다.
“포주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면 가족에게 위협, 방화, 살인 등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대학을 다녔지만 주주 때문에 성매매를 하게 된 젊은 여성이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10일마다 1천 유로를 내는 대신 매월 200유로를 내는 것으로 재협상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녀는 사업을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녀가 성매매 조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나는 사람들이 그녀를 속였고 따라서 주주 의식은 이제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런 식의 설득은 종종 효과가 있었다.”(4) 따라서 이제 의식을 허물어뜨리고 의식의 강제력을 없앤다면 이제껏 미화돼온 신성을 사라지게 하고, 세속적인 문제들 속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3년 전부터 이 문제는 마침내 법정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이지리아의 성매매 알선 조직이 연루된 몇몇 사건들은 툴루즈, 보르도 혹은 몽펠리에에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마마와 그녀의 ‘딸’이 맺은 관계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의식의 허락을 받았건 아니건, 엄연히 인간을 거래하고 착취하는 행위에 기반한 지배 행위임을 상기시킴으로써, 이 사회는 인신매매라는 범죄행위를 점점 옥죄고 있다.
‘인신매매’란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무력행사·강박·납치·사기·기만·권력남용 또는 심신미약 등을 악용함으로써, 혹은 타인에 대해 권한이 있는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금품 및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함으로써, 사람을 모집·운송·이송·은닉 또는 인수하는 행위다. 착취는 성매매나 성적착취, 강제노동이나 접대, 노예제나 그와 유사한 관행, 장기적출 중 적어도 한 가지를 포함한다.”(5) 특히 인신매매에 관한 제1차 국가 행동 계획(2014~2016) 덕분에 현재 공권력은 나이지리아 성매매 조직을 타진하는 과정에 있다.
전대미문의 규모를 갖춘 나이지리아의 성매매 조직이 무너진 뒤, 2018년 5월 파리에서는 ‘진정한 자매들(Authentic Sisters)’이라 불린 소송이 열렸다. 총 15명(11명이 여성)이 성매매와 인신매매로 기소됐다. 이들은 막대한 벌금형과 2~11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 나이지리아나 프랑스에서 이런 현상에 대해 틀림없이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나이지리아와 프랑스에서 열린 최초의 캠페인들은 앞으로 성매매에 발을 들여놓을지 모를 여성들에게, 주주 뒤에 숨겨진 현실을 알려주고자 한다.
글·마틸드 하렐 Mathilde Harel
파리-사클레 고등사범학교 역사학과 교수자격 보유자.
번역·조민영
서울대 불문학과 석사 졸업.
(1) Vanessa Simoni, ‘“I swear an oath”. Serments d’allégeances, coercitions et stratégies migratoires chez les femmes nigérianes de Benin City(충성의 맹세, 베닌시티의 나이지리아 여성에게서 이주의 강요와 전략’, dans Bénédicte Lavaud-Legendre(sous la dir. de), 『Prostitution nigériane. Entre rêves de migration et réalités de la traite(나이지리아 성매매, 이주의 꿈과 인신매매의 현실 사이에서)』, Karthala, coll. <Hommes et sociétés(인간과 사회)>, Paris, 2013.
(2) Bénédicte Lavaud-Legendre, ‘Autonomie et protection des personnes vulnérables: le cas des femmes nigérianes se prostituant en France(취약계층의 자율성과 보호: 프랑스에서 성매매를 하는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사례)’, étude publiée par le Centre de droit comparé du travail et de la sécurité sociale(노동 및 사회보장 비교법 연구소에서 발간한 연구 자료), Bordeaux, 2012.
(3) Inès de la Torre, 『Le Vaudou en Afrique de l’Ouest. Rites et traditions(서아프리카의 부두교. 의식과 전통)』, L’Harmattan, coll. «Connaissance des hommes(인류의 지식)», Paris, 1991.
(4) Patricia Kouakou, ‘Au Nigeria, les filles portent le poids des familles(나이지리아의 소녀들은 가족이라는 짐을 지고 있다)’, entretien accordé à <Prostitution et Société>(<매춘과 사회>에서 허락한 인터뷰) n°191, Paris, 2017년 1~3월.
(5) ‘Protocol to Prevent, Suppress and Punish Trafficking in Persons Especially Women and Children, supplementing the 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Transnational Organized Crime(‘유엔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과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 및 아동의 인신매매·예방·억제·처벌을 위한 의정서’)’, 제3조a항: <Terminologie>, New York, 2000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