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을 읽지 못하는 영국 보수당

2018-10-31     아녜스 알렉상드르-콜리에 | 영국 문명학 교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브렉시트는, 부분적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부터 그의 후임자인 테리사 메이 현 총리의 협상전략에 이르기까지 보수당의 내부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타고난 여당’임을 강조하는 보수당은 점점 더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영국 정치계에서 보수당의 수장은 가장 탐나는 자리였다. 1830년대에 설립된 보수당은 20세기의 절반 이상을 집권당으로 권력을 휘둘렀다. 보수당 리더는 여왕의 권력이 제한된 입헌군주제에서 행정부의 수반인 총리의 관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피라미드 구조의 정점에 선 보수당 리더는 불투명한 방식으로 동료들에 의해 선출됐다. 1960년대 초반 조금씩 변화가 시작됐다. 1965년 보수당 당수 선출은 의원들의 투표로 이뤄졌다. 1998년부터 의원들만의 리그였던 투표를 당원들까지 참여하도록 개방했다. 의원들이 투표로 정한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당원들이 선출한다. 이런 점진적 민주화는 보수당 대표 자리에도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1965년 당수로 선출된 에드워드 히스는 최초의 노동자가정 출신 대표다. 몇 년 후 역시나 서민계층 출신의 존 메이저가 히스의 뒤를 이어 보수당의 지도자가 됐다(1990~1997).

1997년 안토니 블레어 노동당 당수가 영국 총리에 뽑히면서 보수당은 척박한 야당의 길을 걸었다. 2005년 12월 39세의 젊은 데이비드 캐머런이 보수당 대표가 된 것은 두 가지 변화를 시사한다. 그는 자신들의 이익과 영국 내 사회인구학적 특징을 보다 잘 대변할 대표를 찾는 것에 혈안이 된 보수당원들의 지지를 받았으나, 보수당 의원들의 확실한 지지는 없었다. 귀족 엘리트와 연계돼 있으며 퍼블릭 스쿨(실상 학비가 엄청난 사립학교)의 학생선별 시스템을 통해 ‘옥스브리지(Oxbridge: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쳐서 가리키는 말)’를 나온 캐머런 당시 총리는 금세 소수파를 대표하는 기수가 됐다.

캐머런 총리와 지지자들은 양성평등과 분업, 환경보호, 순한 마약 복용에 대한 처벌 철폐, 동성결혼을 지지하면서 경제·문화적 자유주의를 장려했다. 반면 전통주의자들은 보수당의 권위주의적인 기존 가치를 옹호했다. 그렇지만 캐머런 총리는 테리사 메이를 위시한 일부 보수당 정치인들의 공동목표인, 집권당으로의 복귀가 달린, ‘하나의 당’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이에 대해 테리사 메이는 2002년 당 대회에서 유권자들이 보수당을 ‘추잡한 당(Nasty party)’으로 부른다고 규탄했다.


‘메이봇’이라는 별명을 시사한 총리의 약점들
메이 의원은 야당 의원 시절 “그림자 내각(1) 안에서만 해도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가진 남성의 수가 여성의 수보다 더 많다”(2)고 지적하며 캐머런 곁에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의원후보 선정 개혁과정에 참여했으며 여성과 소수자들의 통합을 부르짖었다. ‘페미니스트는 이래야 한다(This is what a feminist looks like)’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도 제작했던 그녀는 캐머런 총리의 연정 내각(2010~2015)에서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후 돌변했다.

토리당(영국 보수당의 전신인 잉글랜드 정당. 보수당의 별칭-역주)의 신진 세력은 새로운 면면을 지닌다. 변호사나 기업 대표인 이들 중 여성과 소수민족의 대표자들이 많고 또 공립학교 출신이 늘어났다. 보수당의 떠오르는 샛별, 파키스탄 출신 사지드 자비드 현 내무장관은 이민자 출신 보수주의자의 대다수가 극단적 대처리즘을 신봉한다고 본다. 이들은 유럽 출신 이민자들과 영연방 출신 이민자들 간의 불평등한 처우를 문제 삼으며 브렉시트(Brexit: EU 탈퇴)를 지지했다.(3)

2016년 6월 23일 치러진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는 보수당의 당수 선출과 관련된 내부 운영규약을 뒤흔들었다. EU 잔류를 호소하던 캐머런 총리가 사임하면서 잠재적 차기 총리 후보들 간에 비극적인 셰익스피어 풍의 선거캠페인의 서막이 올랐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 외에도 TV 토론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안드레아 리드섬 에너지부 차관이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올랐다. 이들은 모두 브렉시트 찬성 공약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 브렉시티어(Brexiteer)들은 해적이나 근위 기병 모습으로 윙크를 하며 낭만주의적이면서 이상적인 영국을 그려냈다. 이들의 극우파적 연출은 역설적으로 온건파 후보인 메이 장관의 총리 선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곧 메이 총리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메이 총리의 당 대표 선출은 1998년 도입된 기존 당 대표 선출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 의원들 간의 논의 끝에 단 한 명의 후보만 경선에 나서 당원들의 동의 없이 당 대표가 됨으로써 그 정당성에 금이 갔다. 성공회 신부의 딸로 독실한 신자이며 요리와 크리켓을 사랑하는 메이 총리의 성격조차 걸림돌이 됐다. 언론은 그녀의 우유부단함(그래서 ‘Theresa Maybe or Maybe Not’이라고 조롱받기도 한다)과 낮은 공감능력을 공격했다.

메이 총리는 2017년 6월 14일 그렌펠 타워 화재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또한 저소득층 노동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연민도 표현하지 않았다. 일례로 간신히 살 만큼 번다고 말하는 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디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요?” 위트와 유연성이 부족한 메이 총리의 면모는 2017년 당 대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메이 총리의 연설 중 한 코미디언이 뛰어들어 메이 총리에게 해고통지서를 건네자, 당황한 그녀는 그냥 서 있었다. 또 한 기자가 그녀가 지금까지 했던 행동 중 가장 어리석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묻자, “밀밭을 뛰어다닌 것”이라고 대답한 적도 있다.

메이 총리는 유머뿐만 아니라 정치적 혜안, 통찰력도 부족하다. 2017년 4월 메이 총리는 (2개월 후) 조기총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총선을 통해 의회 내 입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제레미 코빈 노동당 후보와는 달리 선거 캠페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국을 방방곡곡 다니며 유권자를 만나지도, TV토론에 나서지도 않음으로써(한번은 예고도 없이 부친상을 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앰버 러드 내무부 장관을 TV토론에 자신 대신 출연시킴) 유권자들에게 씁쓸한 인상을 남겼다.

두 명의 호주 출신 캠페인 디렉터, 마크 텍스터와 린튼 크로스비는 메이 총리에 포커스를 맞춰야겠다고 생각하고 2017년 캠페인의 슬로건을 ‘강력하고 안정적인 정부’로 잡았다. 지나치게 엄격한 메시지는 보수당 지방 후보들의 숨통을 막아버렸다. 보수당의 기함인 메이 총리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고 비난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메이봇(Maybot, 로봇 메이)’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총선은 보수당의 대참패로 끝났다. 대학교수인 팀 베일과 폴 웹은 유권자 대상 선정이 상식과 다르게 이뤄졌다고 설명한다. (현지 여론조사보다는) 편집 데이터에 기반해 보수당 선거운동원들이 부동의 반보수파 가정으로 파견됐다.(4)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선거운동은 실패할 운명이었다. 보수당에 대한 낮은 투표율도 메이 총리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보수당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북아일랜드 통합을 지지하는 소규모 정당인 민주통일당(DUP: 아일랜드 자치안에 반대하는 북아일랜드 정당-역주)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연정을 맺어야만 했다. 민주통일당은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초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북아일랜드가 여왕에 충성해야 한다고 믿는다. 브렉시트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보수당과 민주통일당의 연정으로 북아일랜드의 입지, 그리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을 분리하는 국경선에 관한 논의가 복잡해질 것이다.


브렉시트가 중심이 된 새로운 분열양상
그러나 메이 총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보수당의 이념적 이질성인데, 이는 보수당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1861년 자유주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이 ‘가장 어리석은 당’(5)이라고 칭했던 토리당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실용주의와 상황에 적응하는 융통성은 당시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다. 이것은 뿌리 깊이 내려온 원칙과, 새롭게 고려해야 할 가치 사이에 구조적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화해할 수 없는 긴장을 초래한다.

일부 분파가 당을 조직화하는 방식에는 역사적 연속성이 존재한다. 대학교수인 티모시 헤펠(6)은 당내 분파들이 경제적 자유주의, 문화적 자유주의, 국가주권이라는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경제적 자유주의에 관한 논의는 보수당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6년 곡물법을 둘러싸고 로베르 필을 중심으로 곡물 수출 시 부과되는 세금을 철폐하는 자유무역 정책을 지지하는 파와 벤저민 디즈레일리를 중심으로 지주 귀족계급의 이익을 수호하고자 하는 보호무역주의자가 대립할 때다. 이후 경제에 있어 국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면서 다원주의와 분열(division:단체, 집단이나 사상 등이 갈라져 나뉨-역주) 현상이 확대됐다.

1980년대에는 국가 개입을 옹호하는 온건파(Wets라는 별칭이 있다: 전통적 온정주의를 지지하는 편-역주)가 마거릿 대처 총리가 이끄는 초자유주의 강경파(Dries: 시장주의를 최대한 옹호하는 쪽-역주)와 대립했다. 같은 시대에 대두된 유럽 문제를 둘러싼 긴장은 오랜 기간 세 분파가 대립한 결과였다. 정부 간·국가별 유럽 옹호자들, 유럽이라는 대륙으로 국한하지 말고 브뤼셀(EU-역주)의 결정에 따르자는 개방형 유럽 지지자들, 그리고 연방유럽 구상은 허용하지 않지만 당시의 유럽공동체(EC) 참여 시 발생하는 제약들은 수용하겠다는 친유럽주의자들이 바로 이 세 분파다.

대처 총리의 사임 이후인 1990년대 초반, 유럽회의주의자들은 유럽 연방화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따라서 국가주권을 말살하는 의미로 이해되는 마스트리흐트조약 비준을 불발시키려 했다. 그러나 동성애 등 사회 문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으로 토리당은 다시 분열됐으며, 캐머런이 보수당 수장으로 선출되자 분열은 심해졌다. 엘리자베스 트러스를 위시한 현대화주의자들, 그리고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과격왕당파 성주에, 낙태와 동성혼을 반대하는 독실한 신자인)을 위시한 전통주의자들 이렇게 두 편으로 갈라져 논쟁은 뜨거워졌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힘의 균형이 깨졌다. 유로존 국가들이 약화되면서 국가주권문제, 특히 이민과 관련해 ‘통제를 재개’하려는 의지가 우세해지면서 EU 잔류 여부를 둘러싸고 영국의 입장을 새로 정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권자의 51.9%(주로 잉글랜드, 특히 북동지역과 웨일스 지방)가 EU 탈퇴에 찬성했다고 하더라도, 보수당 의원 중에는 40%만이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 의원은 신념에 따라, 다른 의원들은 정부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표를 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투표 다음 날, 모두가 국민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2017년 6월 29일 추카 우무나 노동당 의원이 영국이 EU 단일시장에 잔류해야 할 필요성에 관한 노동당 수정안을 제출할 때, 가장 친(親)유럽적인 의원들을 포함한 토리당 의원 모두가 반대표를 행사했다.

한편, 새로운 분열 양상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들(필립 해몬드 재무장관의 지지를 받는 케네스 클라크, 니키 모건, 애나 수브리 같은 의원들)은 많은 노동당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이 EU와 협력조약을 통해 관계를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존슨, 리스-모그, 스티븐 베이커 같은 ‘하드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EU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어떠한 협정도 없는 완전한 탈퇴를 원한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바는 EU가 캐나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과 유사한 형태의 느슨한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들이 원하는 초자유주의(신자유주의) 개혁을 더 용이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인 ‘체커스 계획’은 단일시장에 잔류하면서 북아일랜드를 위한 특별관세협정을 체결하는 안을 담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에게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유럽 문제 외에도, 메이 총리의 이미지는 보수당 당수로 인기 있던 시절과는 다르다. 현대화를 지향하는 페미니스트 대신 이민 문제 통제에 집착하는 전통적 보수주의자가 현재 그녀의 모습이다. 영국에 들어오는 이민자 수가 2012년 17만 7,000명에서 2014년 31만 8,000명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메이 총리는 신규 이민자 수를 연간 수만 명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또한 대처 총리도 표방했던 실력본위 능력주의 사회의 상징인 선택적 공립학교,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 현대적 의미의 그래머스쿨은 대학 입시를 대비하는 영국의 7년제 인문계 중등학교-역주)로 돌아가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 선언에 서명한 이는 메이 총리였지만, 버밍엄의 철강노동자의 아들로 ‘토리 노동자계층’(서민계층 출신 보수주의자)인, 보수당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니콜라스 티모시가 이 선언문을 작성했다. 티모시는 안보 담화와, 영국 독립당(UKIP: 1993년 창당된 영국의 유럽회의주의와 우익 포퓰리즘 정당-역주)에 매료된 보수적인 노동자 계층을 보수당으로 규합하기 위해 안보와 사회적 보수주의를 통합한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7)

메이 총리의 ‘브레인’, 티모시 자문관은 총리가 ‘One-nation(하나의 국민-디즈레일리가 종종 강조했던 가치-역주)’을 강조하며 정부가 종종 개입해 은행시스템의 남용을 막는 디즈레일리식 사회전통으로 회귀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보다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본주의로의 회귀를 장려한다. 권위적이고 계획경제적인 그녀의 보수적 성향은 경제적 측면에서 자유로운 캐머런 전 총리와 대척점에 있다. 캐머런 총리는 런던의 세련된 동네 출신 거물들이 모인 ‘노팅힐 세트(Notting Hill set: 보수당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었거나 캐머런 전 당 대표 겸 총리의 최측근 자문단에 있던 젊은 인사들의 비공식 클럽-역주)’로 대표되는 금융계 인사들과 가까운 특권층의 화신이다. 메이 총리는 캐머런 전 총리나 ‘노팅힐 세트’와의 관계에서 한 번도 편안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당내 분열, 연령층 노화, 지지층 약화
2017년 보수당은 잉글랜드 북동지역의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6개 노동당 선거구, 민간 노동자와 직장인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예전 UKIP 당원들이 지지자 확보를 위해 타깃으로 삼은 그룹이다. ‘(EU를) 떠나자(Leave campaign: 브렉시트 지지 캠페인)’ 캠페인의 후원자인 아론 뱅크스(영국의 사업가 겸 정치 후원자-역주)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토리당은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동성애자이며 미디어 스타인, 보수당 스코틀랜드 지부 대표인 루스 데이비슨의 인기에 힘입어 스코틀랜드에서 13개 의석을 차지했다.

향후 선거에서 경쟁자인 노동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은 권좌를 차지했다. 그러나 당내 균열로 당원들이 점차 반감을 느끼는 듯하다. 1980년대 초에는 보수당 당원 수가 1,500만 명으로 서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당 중 하나였다. 최근 평가(미발표)에 따르면, 현재 보수당 당원 수는 겨우 12만 4,000명으로,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당원 수-11만 8,000명)보다 조금 많을 뿐이다.

반면 노동당은 55만 명의 당원을 자랑한다. 이 중 많은 청년들이 제레미 코빈 당 대표에게 끌려 노동당에 가입했다.(8) SNS와 신기술을 이용해(여기에서 ‘블랙베리(Blackberry) 총리’라는 별명이 생겼다) 젊은 당을 만들려 했던 캐머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당원 확보가 보수당의 최대 난제다. 당원 평균연령이 57세, 60세 이상이 50%를 넘는다.

보수당에는 선거구에서 지역별로 선거캠페인을 진행할 당원이 부족하다. 반면 노동당에는 활력이 넘치는 젊은 당원이 많다. 보수당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고안했다. 우선, 런던 당사에서부터 수송용 차량을 이용해 당원을 보내는 전통적인 방식이 있고, 두 번째는 2015년에 실행된 방안으로, 당원은 아니지만 자발적으로(무보수) 당원(기본 가입비 25파운드를 납부하면 당원이 된다)과 교대할 운동원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두 번째 전략은 두 가지 스캔들로 얼룩지면서 더 이상 시행되지 않는다. 2015년 선거캠페인은 대대적인 부정으로 얼룩졌다. ‘로드트립(RoadTrip)’이라고 불린, 당원과 운동원을 동원했던 해당 선거캠페인 담당팀장은 성희롱으로 기소됐다. 그리고 선거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운동원 수송비용을 포함한 엄청난 금액의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의 정당들은 전반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는다. 보조금이 있으면, 의회에서의 과업완수를 위해 야당에 지급된다. 지지 당원층이 얇아지면서 보수당은 비즈니스, 금융계, 은행권 출신 엘리트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사실 토리당은 직접 후원이나 헤지펀드 자금 등 강력한 후원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2015년 총후원금 4,180만 파운드 중 3,280만 파운드가 헤지펀드에서 나왔다(선거위원회에서 제공한 최근 자료 참조).(9) 같은 해, 노동당은 보수당보다 더 많은 수입(5,110만 파운드)을 기록했는데, 주로 개인이 당원 가입비를 낸 것이 노동당 수입의 원천이다.(10)


보수당 의원들, 언론과 연구소로 진출하다
언론은 여전히 효과적인 교대근무지다. 미디어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루퍼트 머독 그룹의 뉴스 인터내셔널(News International, 현 News UK)이 등장하면서부터, 영국의 인쇄언론매체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다(주요 타블로이드 2종 <더 선>, <더 데일리>의 인쇄 부수는 각각 150만 부 이상). <더 데일리 미러>와 <더 가디언>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신문이 정도 차는 있지만 보수당을 지지한다. 2015년부터 일간지 3종(<더 선>, <더 데일리 텔레그라프>, <더 데일리 메일>)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유럽에 회의적인 이 신문들은 열렬한 보수당 지지층이다. 보다 온건성향인 <더 타임스>와 <더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유-민주 연정 구상을 지지한다.

블레어 전 총리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보좌관이었던 알라스테어 캠벨의 승진 이후, 그 뒤를 이어 부임한 총리들은 모두 전직 ‘대중’ 언론사 기자를 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 고용하는 일이 습관처럼 됐다. 그러나 보수당은 전화도청 스캔들에 연루됐던 <뉴스 오브 더 월드>(타블로이드판) 기자, 앤드류 컬슨을 임명함으로써 캐머런 총리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캐머런 총리는 2011년 앤드류 컬슨을 BBC 출신 크레이그 올리버로 교체했다.

현재 미디어에 강한 보수당 인사들을 중심으로 언론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 정기칼럼을 포함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준다. 캐머런 내각의 재무장관 출신으로 2016년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의 수석편집장으로 임명된 조지 오스본, 그리고 특히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보리스 존슨이 바로 그 경우다. 2018년 7월, 사임 직후 존슨은 <더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더 인디펜던트>는 “존슨의 새로운 직무는 그가 외무장관 재직 중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주간칼럼으로, 더 큰 피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11)

보수당의 또 다른 강력한 교대근무지로 1980년대에 설립돼 번성했던 경제문제연구소(IEA)나 대처리즘의 출현에 역사적으로 관계가 있는 정책연구센터(Centre for Policy Studies)처럼 계속해서 당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싱크탱크가 있다. 훨씬 최근에 생긴 다른 싱크탱크로는, 캐머런이 총리 시절 단행했던 개혁조치에 의해 탄생한 ‘폴리시 익스체인지(Policy Exchange)’나 ‘브라이트 블루(Bright Blue: 영국의 독립적, 자유보수주의 싱크탱크 및 압력단체-역주)’가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자들의 경험이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도 ‘온워드(Onward)’라고 명명된 보수주의 싱크탱크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온워드는 북부 잉글랜드의 유권자뿐만 아니라, 런던의 범세계적이면서 자유로운 유권자를 보수로 유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가을 닐 오브라이언 의원이 설립했다.

그러나 2016년 국민투표 이후 전반적인 정치토론, 즉 토리당의 이념적 뼈대를 만드는 싱크탱크 네트워크의 정치토론의 모든 주제가 브렉시트다. ‘오픈 유럽(Open Europe)’이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마스트리흐트조약 비준 부결을 위해 1990년대 초에 설립된 유러피언 리서치 그룹(European Research Group)을 중심으로 모인 약 80명의 의원들, 가장 유럽에 회의적이고 반항적 성향의 그들은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이들은 메이 대신 존슨을 총리로 세우기를 원하고 있다.

보수당 일반당원들이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 콘서버티브홈(12)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점점 많은 수의 보수당원이나 유권자들(당원 중 35%)이 존슨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이 비록 일관성 없고 경망스러우며, 실수나 실언을 많이 하지만, 현실을 통제하고 국가의 모순을 바로잡을 수 있는 인물이 존슨밖에 없다는 것이다. 존슨이 조직에 매우 집착하는 괴짜, 윈스턴 처칠의 전기를 집필한 작가라는 점이 영국, 특히 잉글랜드의 다양한 면모를 구현하는 존재로 만든 듯하다.

2018년 10월 개최된 당 대회에서 존슨은 찬사를 받았다. 이를 당과 관련된 SNS에 올려 계속해서 즐기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보수당원들이 존슨을 차기 총리감으로 점찍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메이 총리 불신임 투표가 혹시라도 열리게 된다면, 의원 48명이 서면으로 요구할 경우 불신임 투표가 열릴 수 있다. 존슨이 보수당의 수장이 된다는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998년 이후 당 대표 선출이 당원들 손에 달려있다는 점을 볼 때 말이다.

대다수의 보수당원들에게, 금발을 휘날리는 존슨은 유별난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다. 귀족인 제이콥 리스-모그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메이 총리가 보수당의 주요 정치인들 중 ‘최악에서 가장 먼’ 인물로 꼽히지 않을까.


글·아녜스 알렉상드르-콜리에 Agnès Alexandre-Collier
부르고뉴-프랑슈 콩테 대학교 영국문명 교수. 현재 옥스포드 프랑스하우스 연구원. 저서로 『영국의 정당들』, 엠마뉘엘 아브릴과 공저(‘Les Partis politiques en Grande-Bretagne’, Armand Colin, Paris, 2013)가 있다.

번역·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1) 영국에서는 야당이 (정권 획득에 대비해) 총리 이하 각 각료로 예정된 멤버를 정해둔다. 이를 ‘Shadow cabinet’라고 한다(제1야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를 대비한 예비 내각-역주).
(2) Cited by Virginia Blackburn, ‘Theresa May : The Downing Street Revolution’, John Blake Publishing, London, 2016년.
(3) Agnès Alexandre-Collier, “Less stale, only slightly less male, but overwhelmingly less pale’ : the 2015 new Conservative Brexiters in the House of Commons’, Parliamentary Affairs, Oxford, 2018년 6월 15일.
(4) Tim Bale & Paul Webb, ‘“We didn’t see it coming” : The Conservatives’, in Jonathan Tonge, Cristina Leston-Bandeira & Stuart Wilks-Heeg, ‘Britain Votes 2017’, Oxford University Press, coll. ‘Hansard Society’, 2018
(5) John Stuart Mill, 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 Kessinger Publishing, London, 2004년 (1st ed. :1861년).
(6) Timothy Heppell, ‘Cameron and liberal conservatism : Attitudes within the parliamentary Conservative Party and Conservative ministers’, The British Journal of Politic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vol. 15, n° 3, London, 2013년 8월; Timothy Heppell & al., ‘The Conservative Party leadership election of 2016: An analysis of the voting motivations of Conservative Parliamentarians’, Parliamentary Affairs, vol. 71, n° 2, 2018년 4월.
(7) Owen Jones, ‘Colère sociale, vote à droite(분노한 사회, 우파에 투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4년 10월 기사 참조.
(8) Allan Popelard & Paul Vannier, ‘Renaissance des travaillistes au Royaume-Uni(영국의 노동당 르네상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4월호‧한국어판 2018년 5월호 기사 참조.
(9) Alistair Clark, ‘Political Parties in the UK’, Palgrave Macmillan, London, 2018년 (2nd edition).
(10) 정당, 선거, 국민투표 관련(PPERA)으로 명명된 2000년도 법에 의해 규제되는 재정시스템 하에서 각 정당은 7,500 파운드 이상의 후원금에 대해서 그 출처와 후원자의 납세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11) Will Gore, ‘Boris Johnson will do more damage writing his weekly column than he ever did as foreign secretary’, The Independent, London, 2018년 7월 18일.
(12) Paul Goodman, ‘Our survey. Next Tory leader. Johnson stretches his lead at the top of the table’, ConservativeHome, 2018년 9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