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안 어산지를 위한 자유

2018-11-29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
짐 아코스타 CNN 기자가 의기양양한 미소로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11월 17일 백악관에 금의환향했다. 며칠 전 백악관 출입자격을 박탈당했는데, 미 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출입정지를 해제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아코스타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하나의 시험이며 우리는 시험을 통과했다. 기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 언론의 자유는 신성불가침하며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또한 우리 정부와 지도자들의 행태를 규명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이다.” 화면이 어두워지고 음악이 깔리면서 해피엔딩이 연출됐다.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 중인 줄리안 어산지는 이 감동스런 대단원이 생중계되는 현장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현재 죄수와 다름없는 처지다. 영국 당국에 체포돼 미국으로 인도될 우려 때문에 외출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이 미국의 비위를 맞추고자 “손님의 체류를 힘들게 만들겠다”고 밝힌 이후 외부와의 소통이 제한되고 온갖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어산지가 이렇게 구금당하고 미국에서 수십 년의 감옥행(심지어 트럼프는 2010년, 어산지에게 사형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을 위협받는 이유는 모두 그가 운영한 정보사이트 ‘위키리크스’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의 전범국가적 면모, 미국의 산업스파이 행태, 케이맨제도의 비밀계좌 등 전 세계 권력자들을 불편하게 만든 굵직한 정보들을 십여 년째 폭로해온 당사자다.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의 독재가 흔들린 것도, 미 국무부가 튀니지의 친미 도둑정권을 “경직된 체제”, “준(準) 마피아”라고 비공개적으로 표현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와 피에르 모스코비치 전 의원(현 프랑스 재무장관)이 2006년 6월 8일 파리 주재 미 대사관 측에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침공을 열렬히 반대하는 게 애석하다고 전한 사실 역시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됐다. 

좌파가 어산지에 대해 가장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사건은 힐러리 캠프의 해킹 이메일을 공개한 것이다. 좌파는 이 사건이 러시아의 계획과 트럼프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을 할 뿐, 위키리크스가 애초에 밝히려던 내용은 버니 샌더스 캠프에 대한 힐러리의 방해공작이란 사실은 까맣게 잊었다. 당시 전 세계 언론이 앞다퉈 이를 보도했지만, 그렇다고 편집장들이 외국첩자 취급을 받거나 감옥행을 위협받는 일은 없었다. 

미 정부가 어산지를 미워하도록 부추긴 것은 바로 기자들의 비겁함이다. 어산지를 현 상황으로 몰아가고 심지어 그의 곤경을 즐기기까지 한 장본인들 말이다. MSNBC채널의 유명 사회자이자 민주당 유력인사였던 크리스토퍼 매튜는 방송에서 “미국 비밀경호국이 어산지를 납치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