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냉전이 오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크>의 격월간 자매지 <마니에르 드 부아>(Manière de voir) 162호(2018년 12월~2019년 1월호)에선 ‘한국, 마침내 평화?’라는 주제로 한반도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에 본지는 주요 기사들을 발췌해 소개한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살아가기로 선택했다. 미국의 핵우산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서 일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일 중국이 일본 안보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을 난처하게 하고자 할 경우,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일본을 일종의 인질처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북핵문제에 있어 일본은 미중 간 완충국을 표방하며 핵무기 없는 중재자로서 중립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일성과 김정일은 1960년대 미국(소련과의 냉전 시기의 미국을 의미-역주)을 모방해 나름의 핵무기 전략을 세웠다. 김정은은 이 전략을 발전시켜 일종의 ‘공포의 (자멸적) 균형’을 만들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균형(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한편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즉 국제주의 세력, 평화주의 세력, 외교관, 경제 관료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군 주도 혁명에만 사활을 걸었던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을 타개하고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외교적 역량을 증명하기 원한다. 한반도 연안에 미국의 군사력을 전개(한국 및 일본에의 사드 배치 등)해 그 압도적인 군사력을 재확인시킨 뒤, 그는 한미 공동공격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도록 계획된 “참수” 작전(한반도 유사상황을 가정한 김정은 제거 작전-역주)을 포기했다고 선언했다. NPR의 또 다른 지적에 의하면, 트럼프는 어떤 군사력도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의 평소 고집과 모순돼 보이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협상가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길 원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누구보다도 미국의 이 헤게모니를 거부하는 국가들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힘겨루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증인들이다. 김정은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서양에서뿐만 아니라 태평양에서도 자신들의 역할을 인정하도록 강제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또한 태평양뿐 아니라 대서양에도, 나아가 유라시아와 유라프리카 지역에도 자신의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 중국은 새로운 ‘실크로드(일대일로 프로젝트, 현재 BRI-Belt and Road Initiative-프로젝트로 명칭 변경)’를 표방하는 거대 개발계획을 펼치고 있다. 이 계획은 중국 내륙에서 시작하는 육로와 태평양 및 인도양 해안에서 시작하는 해로를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옛 서유럽 식민지 지역으로 연결한다. 어떤 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힘겨루기는 고대의 ‘실크로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역사적 충돌을 연상하게 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최전선에서 확인되는 쟁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을 고려해야 한다.
남한의 현 집권세력은 북한에 한층 우호적인 진보세력이다. 그러나 한국전쟁(1950~1953) 피해자 세대의 영향이 지배적이고, 친미-반북 성향인 보수세력 역시 언제든 정권을 잡을 수 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다. 현재의 진보 정부는 현재 미국과 맺고 있는 전략적·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재임 1998~2003)의 대북개방 정책을 이어나감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도 개선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횟수에서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뛰어넘었으며, 한국전쟁 피해자들이 지닌 증오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거듭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협상 덕택에, 남북관계는 이미 미국·중국·러시아 모두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잘 풀릴 수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한국사회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또한 한국은 서서히 가시화되는 두 번째 냉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의 전방위적 전개라는 미국의 백년지대계를 포기할 것인지, 그리고 NATO‧북미-유럽-일본 권역‧중국‧러시아의 동의를 얻어 한반도를 포함한 비핵화 지역의 조성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지역을 인정하고 이 지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 동참할 준비가 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