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냉전이 오는가?

2018-11-29     무샤코지 킨히데 | 오사카 경제법과대학 교수

<르몽드 디플로마크>의 격월간 자매지 <마니에르 드 부아>(Manière de voir) 162호(2018년 12월~2019년 1월호)에선 ‘한국, 마침내 평화?’라는 주제로 한반도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에 본지는 주요 기사들을 발췌해 소개한다. 

 
아시아의 드골을 꿈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기를 선택함으로써, 일본은 중국에 일종의 군사적 목표를 제공했고 한반도에서의 역할을 포기했다. 일본은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으킨 두 번째 냉전에 동참했다.
 
 
정정당당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아베 총리는 단순히 미국의 헤게모니에 복종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정치적 기획을 숨기고 있는 듯하다. 1957년부터 1960년까지 내각총리대신을 지냈던 그의 조부 기시 노부스케(1)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기 이전 수준으로 군사력을 재건하기 위해 미국의 지지를 업고 냉전 상황을 이용하고자 했다. 이제 아베 총리는 잠재적 핵보유국인 일본의 플루토늄 생산량을 늘리고자 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등거리에 있는 일본을 원한다. 이 같은 드골주의 정책(‘강한 프랑스’와 같은 ‘강한 일본’ 만들기)이 아베의 포퓰리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구상을 잘 드러낸다.

 

김정은이 가속화한 ‘공포의 균형’

그러나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살아가기로 선택했다. 미국의 핵우산은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서 일본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일 중국이 일본 안보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을 난처하게 하고자 할 경우, 미국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일본을 일종의 인질처럼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중국의 사정거리 안에 있다.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북핵문제에 있어 일본은 미중 간 완충국을 표방하며 핵무기 없는 중재자로서 중립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힘겨루기가 단지 미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두 번째 냉전의 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것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전 세계 어떤 지역에라도 군사력을 펼쳐 적대국을 응징할 수 있다는 미국의 가차 없는 의지를 증명하기를 원한다. 이는 2018년 2월 2일 미 국방성이 발간한 미국의 ‘핵 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에 명기된 것처럼, 핵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2) 억제 전략과 핵무기의 전술적 사용 간의 구분을 없애버린 셈이다.

한편 김일성과 김정일은 1960년대 미국(소련과의 냉전 시기의 미국을 의미-역주)을 모방해 나름의 핵무기 전략을 세웠다. 김정은은 이 전략을 발전시켜 일종의 ‘공포의 (자멸적) 균형’을 만들었다. 이는 미국과 북한, 양쪽 모두 서로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는 균형(Mutual assured destruction)이다. 한편 김정은은, 그의 아버지 김정일이 처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즉 국제주의 세력, 평화주의 세력, 외교관, 경제 관료들의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군 주도 혁명에만 사활을 걸었던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에서 수학한 김정은은 세계 시장에 대한 경제개방을 준비했다. 그는 동 세대 북한인 다수를 유럽과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보내 경제와 과학을 공부하게 했다. 또한 그는 이전까지 군과 정보 당국에게 의심의 대상이었던 유학파 신세대 테크노크라트들을 승격시켜, 군과 민간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이런 개방을 더욱 고무시키기 위해 2018년 2월 한국에서 개최된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했다.

 

“참수” 작전 종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이라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국면을 타개하고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외교적 역량을 증명하기 원한다. 한반도 연안에 미국의 군사력을 전개(한국 및 일본에의 사드 배치 등)해 그 압도적인 군사력을 재확인시킨 뒤, 그는 한미 공동공격으로 김정은을 제거하도록 계획된 “참수” 작전(한반도 유사상황을 가정한 김정은 제거 작전-역주)을 포기했다고 선언했다. NPR의 또 다른 지적에 의하면, 트럼프는 어떤 군사력도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미국의 평소 고집과 모순돼 보이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협상가로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길 원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 비핵화만을 의미한다. 그는 이 “협상”을 단지 두 번째 냉전의 예비 작업으로 여길 뿐이다. 이 신(新)냉전의 주역들은 미국과, NATO의 모든 적대국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첫 번째 냉전에서 승리를 거둔 세 권역, 즉 북미, 유럽, 일본의 적들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누구보다도 미국의 이 헤게모니를 거부하는 국가들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힘겨루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증인들이다. 김정은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미국으로 하여금 대서양에서뿐만 아니라 태평양에서도 자신들의 역할을 인정하도록 강제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 또한 태평양뿐 아니라 대서양에도, 나아가 유라시아와 유라프리카 지역에도 자신의 힘을 드러내고자 한다. 중국은 새로운 ‘실크로드(일대일로 프로젝트, 현재 BRI-Belt and Road Initiative-프로젝트로 명칭 변경)’를 표방하는 거대 개발계획을 펼치고 있다. 이 계획은 중국 내륙에서 시작하는 육로와 태평양 및 인도양 해안에서 시작하는 해로를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옛 서유럽 식민지 지역으로 연결한다. 어떤 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힘겨루기는 고대의 ‘실크로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역사적 충돌을 연상하게 한다. 대서양과 태평양의 최전선에서 확인되는 쟁점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기서 특별한 역할을 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을 고려해야 한다.

 
친미주의와 평화주의로 나뉜 일본 시민사회

남한의 현 집권세력은 북한에 한층 우호적인 진보세력이다. 그러나 한국전쟁(1950~1953) 피해자 세대의 영향이 지배적이고, 친미-반북 성향인 보수세력 역시 언제든 정권을 잡을 수 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다. 현재의 진보 정부는 현재 미국과 맺고 있는 전략적·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재임 1998~2003)의 대북개방 정책을 이어나감으로써 북한과의 관계도 개선하고자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횟수에서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뛰어넘었으며, 한국전쟁 피해자들이 지닌 증오의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거듭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역할

한국의 협상 덕택에, 남북관계는 이미 미국·중국·러시아 모두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잘 풀릴 수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경험이 있었던 만큼, 한국사회는 미국의 헤게모니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또한 한국은 서서히 가시화되는 두 번째 냉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일본 시민사회는 친미주의 세력과, 핵무기 없는 세계의 모색을 동북아 지역에서 시작하고자 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의 전방위적 전개라는 미국의 백년지대계를 포기할 것인지, 그리고 NATO‧북미-유럽-일본 권역‧중국‧러시아의 동의를 얻어 한반도를 포함한 비핵화 지역의 조성을 받아들일 것인지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이런 지역을 인정하고 이 지역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 동참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는 굳건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 대한 지지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그것은 세계를 두 번째 냉전이 아닌 전 지구적 화해라는 미래로 향해 가게 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글·무샤코지 킨히데
일본 오사카 경제법과대학 아시아태평양 파트너십 센터 교수, 전 유엔 대학교(도쿄 소재) 부학장
 
번역·오규진 mrcrazyani@gmail.com
보르도 몽테뉴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 만주국 정부 산업부 차관을 지냈고, 이후 1941년 상공대신을 지냈다. 특히 식민지 피지배자들에 대한 강제노역을 주도‧관장한 혐의로 전후 전범재판에 회부됐다(A급 전범). 미 정부에 의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 Michael Klare, ‘워싱턴의 위험한 핵 확산(Washington relance l’escalade nucléair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8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