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을 외면하는 한국 연속극

2018-11-29     스테판 테베넷 |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 한국어

한국음악 열풍(특히 K-pop의 인기)을 살펴보면, 드라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을 알 수 있다. 미국 대형 제작사들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한국 케이블방송사들은 드라마를 통해 사회적인 문제나 논란이 되는 소재를 다룸으로써 한국드라마 장르의 새로운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매주 주요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보통 TV드라마라고 불린다)는 50편 이상이다. 드라마는 현지에서 제작되는 만큼, 현지의 특색이 담겨있다. 가장 있기 있는 드라마들은 방영됨과 동시에 팬층을 형성하고 ‘한류’(200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문화 열풍 현상을 말한다) 열풍에 합류하게 된다.(1) 오늘날 한국드라마가 재방영되거나 리메이크되는 일은 흔히 있으며, 현재 TF1에서 방영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 굿닥터(Good Doctor, 2017년 ABC에서 방영)는 다름 아닌 한국드라마(2013년 KBS에서 방영)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드라마는 추억거리가 되기도 하고, 유행을 이끌기도 한다. 방송실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해 방영됐던 텔레비전 드라마부터 시작해서, 드라마는 일찍이 브라운관에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도 KBS, MBC, SBS와 같은 대형 방송사뿐만 아니라 케이블의 종합편성채널에서 프로그램을 편성할 때 드라마는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드라마가 곧 그 방송사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드라마에는 배우섭외 및 무대장치(야외 촬영) 비용으로 많은 예산이 할당된다. 

이제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독립제작사를 통해 제작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송사들이 제작, 저작권, 방영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사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인 2000년대까지 시청률의 20% 이상을 드라마가 차지하는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품간접광고(PPL)와 협찬, 해외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시아풍의 현대성 

K-pop과 함께 “한류”의 주요상품인 TV 드라마를 통해 한국은 아시아풍의 현대성(세련됨, 역동성, 로맨스, 과소비)을 알리면서 세계무대에 자신들만의 드라마를 상영하게 됐다. 한국의 풍부하고 다양한 작품들은 영상산업을 수출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혁신적인 트랜스미디어를 활용할 강력한 힘을 지녔다.(2)

실제로 드라마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들을 중독시켜 끊임없이 새로운 팬층을 형성하고, 산업의 혁신을 일으킨다. 때문에 수입원이 다양해지기 쉬운 문화상품이다. 이처럼 방영권 외에도 파생상품 판매 역시 주요 수입원이 된다. 파생상품으로는 CD와 음원다운로드를 꼽을 수 있다.

드라마는 다양한 장르와 형태가 있으며, 황금 시간대에 방영이 된다. 애초에 한국 드라마는 전문적인 작품(의학물, 수사물, 법정물)이라 할지라도 애정에 관한 줄거리를 중시했기 때문에 로맨스소설 같은 서술구조를 따른다. 아침드라마는 30여 분 분량으로 한 두 편이 방영되고, 주로 주부들을 겨냥해 제작된다. 뉴스 전에 방영하는 저녁 드라마의 경우, 50분 분량으로 주로 가족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 두 형태의 일일연속극은 주로 100여 부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저녁 첫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는 비교적 짧은 기간 방영되며(약 20부작),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주로 접하는 드라마가 바로 이 형태의 드라마다. 

콘텐츠와 소비사회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는 곧 구매습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구매습관은 빠르고 거의 순식간에 형성된다. 따라서 주말이나 새로운 회가 방영되기 전날 드라마가 재방송된다. 주중에 가장 인기가 좋았던 드라마들을 소비하게끔 하고자, 주요 포털사이트 및 신문사에서는 해당 드라마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TV로 드라마를 시청하기보다는 컴퓨터, 휴대전화 혹은 태블릿으로 시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통 미디어의 속도에 구매습관이 맞춰지고 있다.

2000년대 말까지는 기존 방송사들이 자신들만의 리듬, 주제, 장르를 고수하며 드라마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주역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먼저, 급성장하는 제작사(CJ E&M Entertainment와 같은)들에 의해 케이블 영화채널(OCN과 TVN)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드라마 제작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드라마 시장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3) 미국의 홈박스 오피스(Home Box Office, HBO)와 다소 유사한 방식으로 이들은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시작한다. 

2011년 12월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시청각 미디어 규제가 완화되면서 4개의 케이블 방송이 생성됐다. (4개 채널 JTBC, TV조선, 채널A, MBN은 한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들이 설립한 방송사다.) 이와 동시에 이제까지 지상파 방송에서는 없었던 PPL과 중간광고에 관한 규제도 완화되면서 TV방송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새로 탄생한 케이블 방송사들은 기존 프로그램 편성 풍습(저녁 시간대 주 2회 방영)을 따르면서도 전략적인 변화(금,토 저녁 방영)도 시도하면서 드라마계의 경쟁을 부추겼다. 이후, 모든 채널에서 드라마 내용과 미적인 부분의 질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거울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법정물이나 범죄물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이제는 인기 장르로 자리 잡았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 ‘화이트칼라’들의 일상을 꼬집은 TV 드라마 ‘미생’(2014년 tvN에서 방영됐으며 만화가 원작)은 사회의 단편을 여실히 드러낼 뿐만 아니라, 3차 산업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논란도 불러일으켰다(고용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주인공 이름의 법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드라마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한다. 가령, 한국에는 약 3만 2,000명의 새터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는 매우 드물거나 전무하다. 최근 들어 다소 진전된 한국과 북한과의 외교관계가 미래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글·스테판 테베넷 Stéphane Thévenet
이날코(INALCO), 프랑스 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 한국어과 전임강사

번역·장혜진 hyejin871216@gmail.com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KT, KOICA, SBS 등에서 통번역을 했다.

(1) 홍석경, ‘한류, 한국의 소프트파워 물결’, INA Expert, 2011년 9월
(2) ‘한류는 언제 확산 됐나’, <마니에르 드 부아>, 154호, 『화면과 가상의 것』, 2017년 8~9월
(3) 『한국의 방송: 떨어지는 호감도』, INA Global, 2015년 9월, www.imaglobal.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