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든 마그레브의 취약한 권력자들

2018-11-29     아크람 벨카이드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세 나라는 모두 고령자인 국가 원수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제 권력을 행사하는 세력이 누구인지 갖가지 소문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병석에 있는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알제리), 몸도 불편하면서 나라를 자주 비우는 모하메드 6세(모로코), 그리고 이들 중에서도 최고령인 92세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튀니지), 이 ‘늙은 연장자들’의 집권 아래 쿠데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첫 번째는 병들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두 번째는 몸이 편치 않은데다가 나라를 자주 비우는 노인, 그리고 세 번째는 나랏일에 하루 몇 시간밖에 할애할 수 없을 만큼 늙어버린 노인. 이것이 중앙 마그레브의 세 나라,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의 각 권력자를 묘사하는 매우 간결한 표현일 것이다. 9천만 명 이상의 마그레브 인구 60%가 30세 미만으로 젊다. 15~20%의 높은 실업률을 포함해 온갖 사회적, 경제적 문제 속에서도 활력 넘치는 젊은이들과 권력에 집착하는 무기력한 지도층이 확실히 대조를 이룬다.

병들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2013년 4월 중증 뇌졸중에 걸린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2014년 5월 4선 연임에 성공했다. 그리고 선서를 하기 위해 국민 앞에서 마지막으로 연설을 했다. 그 후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국정 운영능력이 의심될 만큼 휠체어를 탄 채 멍한 표정으로 말 없는 모습만 비쳤다. 그럼에도, 10월 말 당시 알제리민족해방전선(FLN)의 사무총장이었던 자멜 울드 아베스는 81세의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2019년 4월 대선에서 5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수도 알제 서쪽에 위치한 관저에서 치료 중인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확답도 주지 않았다. 

그 밖에도 갑작스러운 시도들이 있었다. 올 9월 기업가 포럼(FCE)이 출사표를 던질 새로운 대선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밝힌 호소가 대표적이다. 무와타나(‘시민의식’이라는 뜻) 단체에 모인 야당 인사들, 알제리민족해방전선에 몸담았던 지식인들은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며 5선 연임은 불법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헌법 제102조의 적용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화국의 대통령이 장기적인 중병 때문에 국정을 운영할 능력이 전혀 없을 경우 헌법재판소는 정당한 모임을 열어 적법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황을 실제로 확인한 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선언하도록 의회에 만장일치로 제안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2014년 말에 거부했고, 이번에도 그렇게 거부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미 유세에 나설 수도 없는 상태다.

너무 늙어버린 노인

한편, 92세의 튀니지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의 상황을 보면, 알제리 대통령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에셉시 대통령은 정기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가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에셉시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일상 업무 위주로 축소됐다. 더구나 심장병 전문의인 사위를 늘 대동하는 에셉시 대통령의 모습에, 그에게 건강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2018년 6월, 니다 투네스를 포함한 여당 인사들을 비롯해 여러 정무 책임자들은 “에셉시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할 정도의 기력도, 정부 내부의 분열을 잠재울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다”고 비공식적으로 알려왔다. 그러나 당사자인 에셉시 대통령은 건강 상태에 관한 발표를 거부하며 건강 이상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켰다. 에셉시 대통령은 지난 9월 24일 <엘 히와르 엘 툰시> TV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9년 12월 대선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못 박았다. 

“내가 늙었다고 하는데, 나처럼 정신력으로 무장된 사람이야말로 대선에 나가야 합니다.”

몸도 불편하고 종종 자리를 비우는 노인

모로코에서 모하메드 6세가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해외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 그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인이 된 부친 하산 2세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모로코 국민에게 다양한 증상과 빈번한 입원 상황을 공식 성명으로 투명하게 밝혀온 모하메드 6세이지만, 정작 그의 병세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2017년 1월 18일 프랑스의 장 글라바니 의원은 마그레브의 강점과 약점에 관한 의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모하메드 6세가 진행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코르티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1주일 후, 글라비니 의원은 다시 의회 앞에서 모로코 국왕의 건강 상태에 관한 의료 정보는 따로 없다며 기존의 발표를 공식적으로 부정했다.

국왕의 건강상태보다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종종 자리를 비우는 국왕의 행동이다. 모로코 전문 기자 이그나시오 셈브레로는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국왕이 전체 일정의 45%를 해외에서 보냈다고 밝혔다.(1) 기록적인 수치다. 2018년 2월 말 파리에서 심장 부정맥 수술을 받은 모하메드 6세는 한 달 반이 지나 모로코로 귀국했다. 수행원과 연예계 인사 몇 명을 대동한 모습이 간혹 포착된 그의 사진 여러 장이 SNS에 퍼졌다. 2018년에 모하메드 6세는 일정의 최소 1/3을 해외(가봉, 프랑스, 아시아 등…)에서 보내면서 15세 아들 물레이 하산 왕자가 성인이 되면 왕위를 양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짙어졌다.

안정에의 집착은 불안을 드러낸다

국가를 이끄는 것은 진정 누구인가? 알제리의 경우는 불투명하다. 전성기에 부테플리카는 군대를 포함해 그 누구와도 권력을 나누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알제리 정치학자 하스니 아비디가 설명하듯이 ‘권력은 여러 세력이 나누어 가지고 있으며 각 세력은 체제의 보존을 두고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한다.’ 첫 번째 세력은 정체가 분명하다. 대통령의 동생 사이드 부테플리카 주변에 형성된 세력이다. 기자, 정치인, 외국인 외교관들이 사이드 부테플리카에게 대권 야심을 부추긴다. 하지만 나이 61세에 건강도 좋지 않은 사이드 부테플리카는 형의 뒤를 이어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한 적이 없었다. 사이드 부테플리카를 직접 지지하는 세력 가운데 대규모 공공 투자 계획에 힘입어 몇 년 만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업인들도 있다. 

두 번째는 전국 인민군 최고 계급인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중장이자 참모장 및 국방부 차관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그는 오랫동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편이라고 알려졌으나 막상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대권의 야심을 품은 것 같다고 익명을 요구한 어느 장교가 밝혔다. 문제는 가이드 살라의 다음 대선 때 나이가 이미 79세이기에 쇄신을 실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상대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적은 군정보기관이다. 알제리 정보기관(DRS)의 기관장 모하메드 메디인 장군, 일명 ‘투피크’가 2015년 9월 은퇴한 이후 정보기관이 정치적 영향력을 잃으면서 대통령과 가이드 살라 장군의 세력이 힘을 얻었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알제리 정보기관이 2016년 초에 공식 해체되고 대통령 직속의 알제리 감시‧치안부(DSS)가 그 뒤를 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식민지 독립 이후 알제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한 세력이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권력의 중심이 다시 균형을 찾으면서 대통령의 세력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비밀기관이 계속 배후에서 조종한다고 믿는 알제리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병상에 있어도 나라가 운영된다고 보는 것이다. 대학교수 모하메드 하체마우이는 한술 더 뜬다. 비밀기관이 스스로 재편을 단행했고 비밀기관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국가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2)

모로코에선 국왕이 왕좌를 자주 비우고 병석에 누워 있지만 그를 대신할 결정권자도 없다. 국가 최고 권력자인 국왕은 정치, 종교, 군대 계획과 관련해 장관들을 임명하고 마음대로 해임할 권한을 지닌다. 그러니 국왕이 없으면 정부기관도 흔들린다. 정부기관이 왕실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국왕이 귀국하면 급작스럽게 좌천이 이뤄질 때가 많다. 예를 들면, 2013년부터 경제재정부 장관이었던 모하메드 부사이드가 개혁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지난 8월 1일 해고 됐다는 공식성명이 나왔다. 장관이 경질된 진짜 이유는 강한 사회적 불만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회적 불만으로 2017년부터 리프(Rif)에서 항의시위가 있었고 소비자들이 가격 거품이 의심되는 일부 제품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다.(3)

국왕은 행정부의 결정방향을 이끄는 중재고문들을 포함하는 여러 고문들을 통해 통치하기도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은 푸아드 알리 엘 히마다. 그는 국왕의 친구로 이슬람주의에 맞는 대안을 제안할 생각으로 2008년에 진실과 현대당(PAM)을 세우기도 했다. 1962년생인 엘 히마는 2002년 11월에서 2007년 8월까지 내무장관을 지냈고, 정치적으로 ‘국왕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 이어 2016년에도 총선에서 승리한 정의와 개발당(PJD)이 이끄는 내각을 옆에서 감시하는 것도 엘 히마다. 모로코에서는 모하메드 6세가 자리를 비우면 소속 내각이 어떻게든 국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애쓴다.(4)

2011년부터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는 튀니지도 권력의 현실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과 유세프 샤헤드 총리와의 갈등이 수개월 전부터 더욱 수면 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살펴보자. 11월에 총리는 내각 개편을 단행했으나 대통령은 ‘막판’에야 보고를 받았다며 총리의 급작스러운 내각 개편을 맹비난했다. 총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듣지 않고 의회로부터 신임권까지 얻었다. 

이 같은 사태에 깜짝 놀란 튀니지 사람들은 대통령과 총리의 힘겨루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사태는 2014년 헌법이 보장하려던 대통령의 권한이 실제로는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가장 중요한 투표는 2019년 총선이라고 생각하는 튀니지 사람들이 늘어났다. 앞으로는 미래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보다 국민을 대변하는 의회가 어떻게 구성될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Ennahda)가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그 의도를 알리기 위한 계산이 숨어 있어서다. 즉, 왜 정당이 대선에 나설 수 없고 총선에 집중하는지 당원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마그레브 지역 세 국가의 정부에는 또 하나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이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의 연설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는 정기적으로 군 내부의 변혁활동과 재임용을 실시한다. 2017년 10월에 일어난 일이 좋은 예다. 1970년대 모로코 군부의 쿠데타 시도는 옛날이야기에 불과하지만 모하메드 6세는 지도자가 해외에 있을 때 아프리카와 이슬람권에서 쿠데타가 많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모로코 왕실은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군부를 끝없이 감시한다. 2018년 4월 모하메드 6세는 프랑스에서 한 달 반을 보내고 난 다음으로 자신의 권력 기반에 속하는 영토감시청(DGST)의 본부를 첫 행선지로 잡았다. 

2011년에 시작된 튀니지의 민주주의는 기반이 여전히 취약해 쿠데타의 망령이 때때로 다시 감돌기도 한다. 2018년 6월 로트피 브라헴 내무장관이 급작스럽게 경질됐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공식적인 이유는 튀니지 연안 케르켄나 섬에서 수십 명이 사망한 밀항선 난파 사건이었다. 하지만 튀니스에서는 브라헴 장관이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보기관과 쿠데타를 모의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 관계자들이 무슬림 형제단과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했던 엔나흐다 정당을 끌어들이려 하다가 발각돼 경질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5) 

또 다른 전직 내무장관 모하메드 나젬 가살리는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내란죄와 평화 시기에 외국 군대를 움직인 죄로 고소를 당했다. 엔나흐다 정당도 국가반역죄로 고소를 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2015년에 일어난 두 명의 정치계 인사 초크리 벨라이드와 모하메드 브라흐미 암살 사건 내막을 밝히려는 위원회는 엔나흐다 정당이 국방부를 정탐했다고 밝혔다. 

알제리에서도 2019년 대선을 앞두고 군사 쿠데타의 위협이 높아졌다. 부테플리카를 입후보시키려는 이들이든, ‘플랜 B’를 찾아내려는 이들이든, 모두의 머릿속에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2년 전부터 군부는 변화를 시도하고 상층부 장관들이 은퇴해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전직 군관구 소속 장관들을 포함해 군부 고위급 5명이 ‘부정축재’와 ‘직권남용’으로 구금됐다가 대통령의 명령으로 석방됐다.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2018년 11월에는 다른 장군 3명, 그리고 8월에 임명된 벨밀루드 오트만 군대 치안 중앙청장이 동시에 경질됐다. 

마그레브 지역의 지도자들은 병석에 누웠거나 자리를 비운 상태다. 당연히 권력을 탐하는 세력의 야심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글·아크람 벨카이드 Akram Belkaï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졸업.

(1) Baudoin Loose, ‘Mohammed VI aime le pouvoir mais pas le travail qu’il suppose(모하메드 6세는 권력을 사랑하지만 해야 할 일은 사랑하지 않는다)’, <르수아르>, 브뤼셀, 2018년 8월 3일자.
(2) Marie Verdier, ‘La police secrète gouverne toujours l’Algérie(비밀경찰이 항상 알제리를 다스린다)’, <라크루아>, 파리, 2018년 4월 3일자.
(3) Quentin Bleuzen, ‘Maroc. Un boycott contre la vie chère ébranle Rabat(모로코 -귀중한 생명에 대한 보이콧이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를 뒤흔든다)’, <뤼마니테>, 생드니, 2018년 6월 20일자.
(4) Fahd Iraqi, ‘Maroc: qui sont les conseillers du cabinet royal de Mohammed VI?(모로코 -모하메드 6세의 내각 고문관들은 누구인가?)’, <젊은 아프리카>, 파리, 2016년 6월 21일자.
(5) Nicolas Beau, ‘Tunisie, un appel discret au “coup d’État militaire”(튀니지, “군부 쿠데타에” 대한 은밀한 호소)’, <아프리카 세계>, 2018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