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영어권 지역의 저항과 억압

2018-11-29     크리스틴 홀츠바우어 | 언론인

2016년 말부터 카메룬의 두 영어권 지역에서는 유례없는 정치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카메룬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인정하지만, 소수인 영어권 분리주의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암바조니아’라는 독립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역주). 분리주의 반군이 학생과 교사 납치를 기도 중이고, 정부군과의 대치도 점점 늘어간다. 35년간의 장기 집권 후 지난 10월 또다시 폴 비야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한 뒤,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인질로 납치해가는 분리주의 반군과 닥치는 대로 진압하는 정부군 사이에서 꼼짝 못 하고 있는 카메룬 영어권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이 프랑스어권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대선이 있었던 지난 10월 7일에는 폭력사태로 주민 상당수가 투표도 하지 못했다. 덕분에 1982년 이후 장기집권 중이던 폴 비야 대통령은 유효득표 수의 71%를 얻으며 큰 표 차로 다른 여덟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이변 없이 연임에 성공했다. 
 
특히 14%의 지지율을 얻은 카메룬부흥운동 후보 모리스 캄토와 3% 지지율의 사회민주전선 조슈아 오시 후보를 제친 것이 눈길을 끌었다. 폴 비야의 대표적인 영어권 정적이었던 사회민주전선 후보의 이런 부진은, 영어권 지역에서 다시금 각종 테러와 폭동이 기승을 부린 결과로 설명된다. 카메룬 영어권 지역의 대선 투표 참여율은 5%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이후 삶의 터전을 등지고 떠난 영어권 주민의 수도 30만 명에 달한다. 
 
독일의 식민지였던 카메룬은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한 이후 1918년부터 영국과 프랑스가 분할 점령했다. 1962년 10월 11일 국민투표로 영국령 식민지 지역의 분할이 확정됐을 때, 남부 카메룬 주민들은 1960년 이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인근의 카메룬 공화국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반면에, 북부 카메룬 주민들은 나이지리아에 합병되는 길을 택했다. (전체 2,500만 국민 중) 500만 명에 달하는 영어권 주민들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계를 따라 길게 늘어진 ‘북서부’ 및 ‘남서부’라 불리는 두 지역에 나뉘어 살고 있다(지도 참고). 경제학자 디외도네 에솜마는 “남서부 지역이 석유 생산은 물론 농장과 공장 개발의 요충지”라고 설명한다. “이 지역 한 곳에서만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GDP의 12%에 해당하는) 국내 석유 생산량의 대부분도 영어권 지역 연안 해역에서 채굴된다.  

영어교사 자리에 프랑스어권 교사를?

2016년 11월 이후부터는 변호사와 교사들의 소요사태를 계기로 영어권 지역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점점 더 발전되는 양상을 띤다. 이 같은 반발의 원인은 정부의 중앙집권 방식이 가져온 폐단에 있었다. 헌법에서 2개 언어의 사용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고는 있지만, 정부는 로마법(성문법) 기반의 법률을 따르도록 했다. 영어권 지역에서 주로 이용하는 영국식 관습법과는 정반대되는 법률 체계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어권 학교에서 영어 교사 자리에 무조건 프랑스어권 교사를 임명한 것이다.
 
이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2017년 10월 1일, (곳곳의 영어권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남부 카메룬 전국회의는 ‘암바조니아’의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영어권 지역의 자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이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해발 4,040m의) 카메룬 산 남부에 위치한 만의 이름인 ‘암바스’를 본 떠 ‘암바조니아’라고 ‘국가명’을 짓고, 파란색과 흰색의 국기까지 만들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하면, 분리주의자들이 ‘암바조니아 연방 공화국’을 주장한 뒤로 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0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 대부분을 수용한 접경지대에서 역시 수많은 이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 게다가 2만 5,000명은 인근의 나이지리아로 피신해야 했다. 
 
폴 비야 대통령의 심복인 영어권 인사 두 명이 2018년 3월 장관에 임명됨으로써 영어권 지역의 불만은 한층 더 고조됐다. 부에아 대학 출신으로 이 대학 학장을 역임한 날로바 리옹가 폴린 에그베가 별안간 중등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다. 애초에 이 신임 장관은 2016년 동맹 휴업에 들어간 학생들을 경찰과 헌병을 동원해 진압함으로써 모두의 공분을 산 일로 평판이 매우 안 좋은 인물이었다. 캄토 선거운동본부장 폴 에릭 켕게에 의하면 국토행정부 장관에 폴 아탕가 니가 임명된 것도 “꽃병의 물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이었다는 지적이다.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자신의 지역인 바멘다 시로 급파된 그는 오히려 오만한 모습만 보이고 왔다. 5년째 야운데에서 살며 영어권에서 박사 학위를 딴 니잉 로저 음비흐비이흐는 ‘영어권 지도층의 배신’이 특히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필레몬 양 총리로, 그는 자신의 출신 지역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으면서도 과감히 투표에 임한 인물이다(영어권 분리주의자들은 선거 보이콧을 지지하는 반응이 많다-역주). 폴 비야 대통령의 다른 영어권 심복들도 모두 (1985년 바멘다에서 아마두 아히조 전 대통령의 카메룬 국민연합을 계승한) 집권 여당 카메룬인민민주운동의 중진 인사가 됐다. 음비흐비이흐에 의하면, 이들은 갈등을 봉합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악화시켰다.
 
이제는 프랑스어권에 대한 반감까지 자리를 잡아가는 양상이다. 메은동 크리스토퍼 은베흐는 비아프라 전쟁(나이지리아 내전)(1) 후 폴 비야 대통령에게 불멸의 동맹관계가 된 나이지리아에서 2018년 1월 분리주의 반군 지도부가 체포됐을 때 이들의 변호를 위해 선서했던 3명의 변호사 중 한 명인데, 그에 의하면 “반군에 가담한 젊은 친구들 다수가 마약을 하며, 이들은 오로지 프랑스어권 지역에 대한 증오심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그가 모리스 캄토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이유 역시 “단지 내 조국에 대한 애정의 일환이자 카메룬의 내부 붕괴를 피하기 위해서일 뿐”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반군 세력은 “야운데 어딘가로” 은밀히 옮겨진 뒤 군사 재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영어권 지역에 고스란히 돌아가는 손해

내부 갈등에 따른 경기침체도 지속되고 있다. 고무 같은 소비 물자와 카카오의 배송 작업이 중단됨으로써 카메룬의 경제수도 두알라 항의 경제 활동도 둔화됐고, 여기에서 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크리비 쪽에서도 경제 활동이 10% 감소했다. 2017년 1월과 5월 사이, 정부는 영어권 지역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교역 활동을 마비시켜 사람들의 반발 움직임에 압박을 가하려다 그만둔 적도 있다. 
 
변호사 출신으로 과거 폴 비야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캄토 후보는 2008년 나이지리아가 카메룬에 석유자원이 풍부한 바카시 반도를 공식이양(2)하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는데, 현재 부동의 권력을 쥔 대통령에게 대적할 만한 대표적 인물이다. 정부군이 영어권 지역에서 일으킨 폭력 사태를 지켜본 캄토 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바푸삼에서 열린 회의 석상에서 “치안군이 평화로운 시위에 과도한 병력을 동원해 영어권 지역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했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치안군은 수색 작업을 시행해 사람들을 임의로 체포하고, 수십 개 마을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음비흐비이흐도 투표를 며칠 앞둔 9월 23일, 행정 수도의 두 개 지역에서 군대가 협박을 했다고 지적했다.(3)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그로 인해 오십여 명의 영어권 사람들이 체포됐으며, 부당하게 소환된 사람들은 “치안군에게 돈을 준 뒤 9월 24일부터 풀려났다.”(4) 하지만 음비흐비이흐는 “영어권 주민들은 공문서 처리를 위해 본의 아니게 야운데까지 가야 하고 늘 프랑스어권 공무원들의 거만한 응대에 시달려야 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카메룬 사람들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 
 
이 끝없는 폭력의 소용돌이에 놀란 야당 후보들은 모두 정부가 영어권 주민들과 정치적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려면 먼저 정부 형태에 대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사실 기존에 유지되던 연방제는 1972년 아히조 대통령이 폐기했는데, 이 같은 정부체제 유지에 지나치게 큰 비용이 든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국민 투표로 수립된 중앙 집권 체제는 오히려 권위주의를 심화시켰다. 파리의 비호를 받고 있는 폴 비야 현 대통령은 정치 사회 분야의 반란에 대해 점점 더 과격한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국민을 상대로 돈을 뜯어 가지만, 손해는 영어권 지역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캄토 및 그의 젊은 정적인 카브랄 리비와 같은 일부 사람들은 이 등 떠밀려 추진된 ‘지역화’ 정도에 만족할지도 모른다. 사실 지역화가 제대로 이뤄졌으려면 그 첫 단계로 20여 년 전 사장됐던 지방분권법부터 엄격히 적용시켰어야 했다. 
 
반면 일각에선 연방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어느 쪽이든 통일국가를 기반으로 권력이 응집된 상황에서 영어권 지역에 더 많은 자치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차이가 없다. 비록 야권이 이 같은 기본 입장을 바탕으로 야권 단합을 이뤄 권력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어쨌든 이는 이번 대선의 주요 화두였다. 
 
폴 비야가 속한 집권당의 경우, 야당이 지역 분열을 조장하며 대선판을 민족주의로 몰아간다고 비난하면서 대통령이야말로 유일하게 국민 통합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 후보였던 폴 비야 대통령은 대선 기간 극북부 지역으로 단 한 번밖에 찾아가지 않았다. 190만 유권자를 보유한 거대 텃밭인 극북부 지방은 보코하람(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의 수많은 테러가 자행된 현장이다. 카메룬과 나이지리아 간에 상대 영토 내 체포를 허용하는 협정이 조인된 뒤로는 이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테러가 다소 줄었지만, 현지 인권 수호 조직들에 의하면 수탈과 착취 행위는 여전하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와 차드 사이에 길게 뻗어있는 극북부의 주도 마루아를 찾은 폴 비야 대통령은, 좌절한 청년들에게 평화와 도로 시설의 구축에 대해 논하고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카메룬의 실업률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 국가고용기금의 추산에 따른 실업률은 평균 약 4%이고, 야운데와 두알라 지역에서는 14%와 12%다. 하지만 노조 추산치로는 국가 전체의 평균 실업률이 약 13%이고, 두알라는 22%, 야운데는 30%까지 치솟는다. 영어권 지역의 실업률은 무려 40%에 달한다. 폴 비야 정권하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대다수는 선거인명부에 유권자 등록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학 전공의 한 대학생은 “2019년의 차기 총선과 시의회 선거는 상황이 좀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프랑스어권 출신으로 영어권에서 수학한 에드가 쿠아테는 대통령이 마루아 유세 때 ‘거짓 해방론자들’이라고 비난하며 굳이 영어권 지역의 위기 상황에 대해 언급한 이유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IMF의 시선을 의식한 탓이 큰데, 안 그래도 높은 카메룬의 부채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가 발간된 이후(5) 독일과 영국 의회는 “정부군과 치안군에 의한 폭력 사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예전에도 피터 헨리 발레린 주 카메룬 미국 대사가 영어권 분리주의 반군의 탄압과정에서 카메룬 정부군이 계획적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그는 폴 비야 대통령에게 “미래를 생각하라”는 조언까지 제안했다. 카메룬 영어권 지역의 소요사태는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도 위험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나이지리아 지역에 분리주의자 집단이 주둔하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 용병이 유입되고 있을뿐더러 접경지대에서도 보코하람이 테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는 10월 7일 투표에서 확인된 선거부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워싱턴 측으로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폴 비야 후보가 정식으로 재선에 성공하기 이전에 이미 11월 11일 파리평화회담 자리에 (끝내 폴 비야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를 공식 초청했다.  


글·크리스틴 홀츠바우어 Christine Holzbauer
언론인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22세기 세계』 등이 있다.

(1) Rodrigue Nana Ngassam, ‘보코 하람의 위협 받는 카메룬 Le Cameroun sous la menace de Boko Haram’,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5년 1월호.
(2) Léon  Koungou, ‘주인 바뀐 석유 반도 Quand une péninsule pétrolière change de main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08년 10월호.
(3) Niying Roger Mbihbiih, ‘Europhone divide in Cameroon: Constraining nation-building and democratization in the post-colony’,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s in Social Science and Humanities>, vol. 6, n° 12, Vadodara(India), 2016년 2월, www.ijassh.com
(4) ‘카메룬 차기 정부, 폭력에 휩쓴 지역의 인권위기 해결해야 Cameroun. Le prochain gouvernement devra résoudre la crise des droits humains dans les régions en proie à des violences’,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공식성명, 2018년 10월 5일.
(5) ‘카메룬, 비극의 연속: 영어권 지역에서의 폭력과 인권 침해 Cameroun: une tournure tragique. Violence et atteintes aux droits humains dans les régions anglophones du Cameroun’, 앰네스티 인터내셔널(Amnesty International) 보고서, 2018년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