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부국’, 카타르의 생존법

2018-11-29     안젤리크 무니에-쿤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걸프협력회의가 카타르에 대해 단교 조치를 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카타르는 이웃 국가들의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자국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카타르 관료들은 봉쇄조치가 국민통합을 공고하게 했으며 카타르 경제 다원화를 장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적인 불균형은 여전하다. 

잔잔한 물을 조심해야 한다. 2018년 여름, 도하 연안을 둘러싼 반짝이는 청록색 바다는 잔잔했다. 열기와 햇빛 때문에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는 에어컨이 있는 곳에서만 사회생활이 가능했다. 몇 주 전부터 부두에서 돛을 내린 소형선박을 찾는 관광객도 거의 없었다. 과거 이 전통 목조 돛단배들은 낚시나 상품운송을 위해 쓰였지만, 1990년대 중반 카타르에 현대화 바람이 불면서 하나둘 사라졌고, 과거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현대화 열풍으로 높은 콘크리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자긍심을 품은 도하의 모습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보라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카타르 국기를 게양한 소형보트가 살며시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지만, 이는 거짓이다. 페르시아만의 바닷길은 혼란스럽고, 정치적 상황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1) 카타르는 영토 크기가 일드프랑스 정도(1만 1,586㎢, 한국은 10만 363㎢)로, 부유한 토후국이다. 그러나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중 세 국가가 카타르에 대해 단교조치를 취하면서 전례 없는 흥분이 이 지역을 휩쓸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에 이어 이집트도 단교조치에 동참했다. 
 
2017년 6월 5일, 이 4개국과 일부 동맹국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카타르와 아라비아반도를 잇는 유일한 지상 접경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적으로 국경을 봉쇄했다. 그 이후 카타르를 고립시키기 위해 사우디-카타르 양국 간에 길이 60km, 폭 200m의 운하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지금으로서 이 계획은 카타르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기 수출국들만 승자로 만드는 전쟁

난국을 예고하는 이 분쟁사태는, 사실 엄청난 가스자원을 보유한 카타르에 대한 주변국들의 해묵은 불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2)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라마단 기간에 봉쇄조치를 취하자 놀라움을 표했다. 이웃 아랍국가들은 카타르 국적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해 자국의 영해와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부분적인 봉쇄조치를 취했다. 현지 은행에서는 봉쇄조치를 걱정하는 해외 거주자나 봉쇄조치를 시행한 국가의 재외국민들이 몰려서 몇 주 만에 300억 달러를 인출해갔다. 유럽과 이란 및 인도반도의 국가들로부터 긴급공수가 이뤄지기도 전에 사람들은 슈퍼마켓으로 몰려갔다. 그전에는 신선식품과 건축자재를 비롯한 수입품 중 상당량이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입되거나, 이들 국가를 거쳐서 수입됐다. 
 
2017년 6월 22일, <AP통신>이 카타르에 대한 봉쇄조치 해제는 13개의 요구안 수용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요구안은 통상적인 내용이었다. 그중에는 다른 걸프협력회의 회원국에 대한 내정간섭 중단, 무슬림 형제단을 포함한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 중단, 알자지라 방송국 폐쇄 외에도 이란과의 절연 등의 조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카타르의 한 안보 책임자는 “이란? 우리 같은 소국에게 위협적인 이웃이다. 우리는 이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진 않다. 게다가 양국 간에는 분쟁도 있다. 우리로서는 이란과 적절하게 어울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3) 요구안에 담긴 다른 내용들도 놀라웠다. “카타르는 이웃국가들로부터 연례 감독을 받거나 최근 카타르의 정책에 따른 인적·재정 손실에 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체 요구안 수용 마감시한으로 10일이 주어졌다. 
 
그 후 1년 이상이 흘렀고, 적대감은 고착됐다. 쿠웨이트가 걸프협력회의 틀 안에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제자리걸음만 했다. 이로써 이란 견제를 위해 1981년에 설립된 걸프협력회의는 다시 한번 실패를 맛봤다. 몇 달 전부터 미국이 중재에 나섰지만 미 행정부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일었고, 카타르에 의하면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이루는 토후국 중에서 가장 큰 아부다비의 훼방으로 중재는 실패로 끝났다. 카타르가 ‘4인조’라고 명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이집트는 원래의 요구안을 고수했다. 
 
카타르는 “요구안이 자국을 바레인처럼 굴복시키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 메시지를 트위터로 전달하기에 바빠서 카타르 내 일부 냉소적인 사람들은 바레인을 ‘리트윗 국가(Retweet country)’라고 부를 정도다. 무함마드 빈 압둘라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5월 말 프랑스어권 언론인들 앞에서 “이 요구안은 주권국가를 인질로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또한 애초에 협상의 여지없이 만들어졌다. (…)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우리의 정책을 펼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4)
 
카타르는 전시체제에 있다. 치명적인 대립은 없지만, 경제·외교·군사·언론 등 모든 영역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또한 카타르는 자국 봉쇄조치를 국제기구(세계무역기구,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심지어 사법영역에서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냉전으로 희생자들이 생겨났다. 수천 명의 가족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뿔뿔이 흩어졌고, 이중국적자들은 이동에 제한을 받았다. 걸프국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알 수 없지만, 냉전에 따른 승자는 이미 결정됐다. 다름 아닌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선두로 한 무기 수출국들이다.

“봉쇄 덕택에 우리는 더 강해졌다”

도하 주재 한 대사는 “이번 봉쇄조치가 카타르에 도전의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카타르를 장악해버릴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타르 국민들은 봉쇄 조치에 대해 국가 통합 측면에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자문위원회(majlis al-choura)의 위원이자, 카타르가 세 번째 대주주인 폭스바겐의 감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헤사 알자베르 전 정보기술통신부 장관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봉쇄 덕택에 우리는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을 격려했던 카타르는, 시의회 선거를 제외하고 선거 경험이 없다. 시의회 출마자들은 정당표시 없이 출마해야 한다(카타르에서는 당파 형성이 금지돼 있다). 2013년에 총선이 예정돼 있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총선이 계속 연기되자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은 연말까지 첫 번째 국민투표를 실시해 자문위원회(majlis al-choura) 위원 중 30명을 선출하고, 15명은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런던에 정착한 몇몇 외에는 카타르에 대해 정치적으로 반대의견을 표출하는 이들을 만나기란 어렵다. 2011년 ‘튀니지의 봄’을 찬송했던 시인, 무함마드 알 아자미(일명 이븐 알 딥)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규탄했다. 결국 그는 감옥에서 4년을 보낸 뒤 특사로 사면됐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은 2013년, 33세의 나이로 아버지인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 국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다. 카타르인들은 전 하마드 국왕을 카타르의 현대화를 이끈 인물로 기억한다. 카타르는 이웃국가인 사우디처럼 와하비즘(18세기 중엽 사우디 가의 중심 인물인 압둘 와하브가 중심이 돼 시작된 이슬람교의 부흥 운동. 코란의 가르침대로 생활하고 술과 담배를 금지하는 등 이슬람 복고주의적 성격을 가진 사회운동이다. 와하브 운동은 나중에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의 밑바탕이 됐다-역주)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관행이 덜 엄격하다. 
 
하마드 국왕은 동맹국의 수를 최대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자극하는 ‘독립적 외교노선’을 택했고, 그 결과로 국제무대에서 카타르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봉쇄조치가 취해진 뒤, 사람들은 스텐실 형태로 제작된 하마드 국왕의 초상화를 많은 건물 벽면과 차체에 자발적으로 걸기 시작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만 보면, 카타르 자국민들은 불평할 이유가 거의 없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2017년 카타르의 1인당 GDP(구매력 평가 기준)는 스위스의 1인당 GDP의 2배인 12만 8,379달러로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아직 60세가 되지 않은 알 자베르 전 정보기술통신부 장관은 회상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전기도 없고 음식도 부족했다. 고등교육기관은 단 한 곳뿐이었다. 우리 삶은 갑자기 변했다”고 회상했다. 카타르에서 석유가 발견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이다. 하지만 영국왕실에서 독립한 1971년, 바다에서 거대한 천연가스전이 발견되면서, 사막으로 둘러싸인 이 나라는 급속도로 풍요로워졌다. 페르시아만의 영해를 공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북부유전의 가스층 개발비용을 카타르에서 70%, 이란에서 30%를 부담했기 때문에 양국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드 국왕은 1995년에 아버지를 축출하고 엑슨모빌, 토탈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대규모 개발이 시작됐고 카타르는 2006년에 액화천연가스(LNG) 부국으로 자리 잡게 됐다. 액화천연가스는 카타르의 주요 수출품이며, 전 세계 수출량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카타르 대학의 경제학자 칼리드 알 압둘카데르는 말했다.
 
“가스 가격이 기록적이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2013년 사이에 카타르의 GDP는 2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금의 카타르는 하마드 국왕의 비전 덕분에 있는 것이다. 최대 가스전을 보유한 국가, 최대 수출항을 건설 중이며 액화가스 수송선을 갖춘 국가라면,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
 
카타르의 현재 가스 생산량과 검증된 매장량은 러시아와 이란의 뒤를 이어 세계 3위다. 그리고 앞으로 100년 이상 채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가 지금 계획하고 있는 바대로 천연가스 생산량을 2023년까지 연간 7,700만 톤에서 1억 톤으로 늘린다면, 채취 가능 연수는 조금 단축될 것이다. 알 압둘카데르는 “봉쇄조치가 카타르를 해할 수는 없었다. 가스에서 얻는 수입 자체만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예산 중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지즈 알루트만 재정부 차관보는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의 석유나 가스 화물선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지 않았다. 우리는 계약을 100% 지켰다. 전기의 40%를 카타르산 가스에 의존하는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계약도 지켰다. 우리는 신뢰할 수 있다는 우리의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많은 카타르 당국자들은 이 같은 봉쇄조치의 역설적인 성격을 지적하며, 아랍에미리트연합이 그 자리에서 바로 대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017년 7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뒤 카타르 재무부는 올해 흑자예산(일정 연도의 예산 가운데서 지출을 줄임으로써 재정을 긴축운용하는 것을 의미-역주)을 발표했다. 알루트만 재정부 차관보는 봉쇄조치로 늘어난 예산은 1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금융시스템 구제를 감안했을 때, 봉쇄조치가 취해진 후 처음 두 달 동안 투입된 경제 공적원조액은 약 400억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카타르는 터키, 이란, 아시아나 유럽으로 수입원을 다변화했다. 또 물류 중 일부를 두바이 부근의 제벨 알리 항구에서 오만 쪽 항구로 넘기자 곧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카타르 당국자들은 봉쇄조치로 경제다변화가 예기치 않게 촉진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5)
 
도하 남쪽에 위치하며 10개 터미널을 보유한 하마드 항구는, 건설에만 약 10년의 세월과 약 74억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국내시장의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지역적으로 거대 항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카타르는 7억 달러를 들여 신선한 우유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전체 유제품 소비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카타르의 식품기업 발라드나(‘우리나라’라는 뜻)는 재료 수입 후 1년도 안 돼, 북부지역 사막 한가운데 거대한 축사를 세웠다. 발라드나는 올해 12월까지 젖소를 2만 두 수입(그중 대부분은 미국에서 수입함)할 예정이고, 이 축사에는 아일랜드산 회전받침대가 있는 착유기, 네덜란드 출신의 책임자, 사우디와의 경쟁에서 빼내온 아일랜드 출신의 감독관이 있다.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오르는 지역에서 에너지 소모량이 큰 에어컨 시설, 질 좋은 사료까지 더하면 가격은 높아진다. 하지만 발라드나는 막대한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이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소매가를 1리터당 1.6유로로 책정했다. 알 압둘카데르는 “경제적이든 아니든 간에 우리는 자급자족을 해야 합니다. 필수적이죠. 예전에는 걸프협력회의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웃국가들로부터 수입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생산하려는 것을 카타르 내에서 모두 생산할 것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텅 빈 호텔과 상가, 그리고 항공기

한 파키스탄 이민자는 이를 반박했다. “꽤 멋진 일이긴 하다. 하지만 카타르 국민은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는다.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건 우리 이민자들이다. 카타르 국민들이 긴축 정책을 어떻게 실시할까? 걸프만 사람들이 카타르에 여행을 오지 않으니 도로에는 빈 택시들, 거리에는 텅 빈 호텔들과 문을 닫는 상점들로 가득하다. 이 건물을 보라. 건축 자재가 부족해서 크레인이 멈춰서 있다.”
 
개별 경제주체들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카타르가 봉쇄조치로 인한 영향을 성공적으로 흡수했다”고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 대표단은 결론지었다. 이들 대표단은 “상당한 완충조치와 건실한 거시경제정책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카타르는 신규 유동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해외에서 130억 달러 상당의 국채를 발행했다. 사우디는 카타르의 국채 발행 이틀 전에 자국의 국채를 발행하는 등 시장을 교란시키려고 했지만, 카타르가 발행한 국채에는 여러 차례 모집 금액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알루트만 재정부 차관보는 “외부 투자자들의 관심은 우리 경제의 탄력성을 인증해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기뻐했다. 
 
무한한 자원 덕분에 모든 것이 카타르에 최선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카타르는 2022월드컵 유치를 위해 수천억 달러의 지출을 고려할 정도로 매우 부유한 국가다. 8개 경기장을 리노베이션하는 데에만 140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총예산(100억 달러)을 웃돈다. 또한 카타르는 두 가지 사항, 즉 개최국 선정과정에서의 부정부패 의혹(6)과 공사현장에 동원된 수만 명의 아시아계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7)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특히 앵글로 색슨계 언론이 제기했듯, 개최국 재선정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계속 카타르에 신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일 봉쇄조치가 지속된다면, 월드컵을 고대하고 있는 150만 명의 서포터들 중에서 “카타르에는 오지 않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이집트 내의 서포터 1/3이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한 서방 외교관이 경고했다. 이제까지 국제회의 및 스포츠 대회 개최를 전문으로 했던 카타르는 이미 참가자들 다수가 불참하면서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는 카타르의 빛나는 야망을 대표하는 카타르 항공이다. 봉쇄조치가 취해진 초기에는 지상에서 꼼짝 못 했지만 이제 카타르 항공의 모든 항공기가 운항을 재개했으며, 취소된 18개 노선을 보완하기 위해 다수의 목적지가 새로이 개통됐다. 하지만 봉쇄조치를 취한 국가들이 영공까지 폐쇄하면서 ‘실질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카타르 항공 책임자는 얼굴을 찌푸렸다. 
 
브루킹스 도하 센터(Brookings Doha Center)의 연구원인 아델 압델 가파르는 “걸프국 항공사들 간의 전쟁은 갈등과 대립”이라고 평가했다. 가파르는 지난해 “봉쇄조치에는 정치적 요구사항 외에 경제적인 목적도 있을 것이다. 경쟁사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에티하드 항공과 에미레이트 항공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의 소형 항공사인 사우디아 항공과 걸프 항공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카타르 항공을 멈추게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라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8)
 
항공사들 간의 은밀한 경쟁은 홍보와 선전(宣傳) 분야에서 격렬한 대결로 이어졌고,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영향력을 두고 다툼이 일어났고 경쟁이 붙었으며, 여러 공격들이 허용됐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전파되는 가짜뉴스와 비난은 SNS상에 넘쳐났다. 이 사태의 중심인물들을 음해하기 위해 공식 메일 계정들이 해킹됐다. 그리고 그 내부 데이터들이 언론에 확산됐으며, 가짜 인터넷 사이트들이 만들어졌고 가짜 문서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카타르 정부의 홍보 책임자인 사피 빈 아메드 알사니는 “카타르는 가짜 뉴스 캠페인과 같은 회색지대에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숨길 것이 없으며 미디어에 집중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대사, 장관 및 고위 관리들은 500건 이상의 인터뷰를 하기 전에 미디어 트레이닝을 몇 차례 받을 권리가 있다고 알사니 대변인은 말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카타르가 미 정부만을 대상으로 지출하는 로비 활동비가 2015~2016년에 비해 3배나 증가해 2,500만 달러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예산에 버금가는 수치다. 한 감독관은 “걸프만 국가들은 미국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 위해 굽실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사태가 시작된 이래 카타르는 전방위 외교활동을 펼쳤는데, 국왕을 필두로 카타르 관료들은 순백의 전통의상 토브(Thawb) 대신 넥타이 차림으로 파리, 런던, 브뤼셀, 베를린, 모스크바, 워싱턴을 방문했다. 카타르 관료들은 방문한 도시에서 소규모 항의 시위자들을 맞닥뜨렸는데, 카타르는 시위자들이 모인 것을 경쟁국 탓으로 여겼다.(9) 알리 빈 페타이스 알마리 검찰총장은 말했다. “이 모든 위기는 질투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 글을 쓰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이웃국가들은 우리의 성공에 대해 자국민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2022월드컵에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들은 우리처럼 자국민을 위해 일할 만한 능력이 없다.” 

그 무엇도 예측 불가한 멜로드라마

미 조지타운 대학교 카타르 지부 내 국제학센터의 메란 캄라바 소장은 “현 사태가 계속될수록 봉쇄조치를 취한 국가들은 자국의 이미지에 더욱 타격을 받을 것이며 카타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모든 이들이 이 사태를 종식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상황은 종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이 중 한 명은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지도자(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카타르의 38세 국왕, 백악관의 72세 ‘어린아이’는 남성호르몬이 과다하다. 이들이 등장하는 멜로드라마에서는 모든 것이 인신공격이 될 수 있다. 이 멜로드라마는 쉽게 시작된 만큼, 쉽게 결말이 날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배우들은 예측불가하다는 점이다.”
 
캄라바 소장에 의하면, 이들은 예측 불가능하고 ‘안보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에 한 국가가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면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한다. 한 국가의 안보강화 조치는 다른 국가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해서 다른 국가들도 결국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안보를 강화하게 된다. 걸프협력회의 내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회원국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근동의 동요와 트럼프 행정부의 위험한 계산과 함께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을 극도로 고조시켰고, 군비경쟁을 지나치게 악화시키고 있다. 
 
강박적으로 군비경쟁에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은 뒤처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외에 수출국 세력의 지원을 얻으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캄라바 소장은 “무기 수출국들은 갈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에 항상 보다 더 정교한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이미 해당 지역에 만연한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걸프국들은 무기 공급업체의 수를 늘림으로써 현 사태와 관련된 이해당사국을 다양화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카타르의 입장에서 이 전략은 미국에 대한 매우 높은 의존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하의 남서부에 위치한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에는 미군 1만 명 이상이 주둔하고 있는데, 이는 근동지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다. 2014년에 체결된 방위협약의 일환인 터키군 파견은 여전히 형식적이지만, 현 사태 때문에 터키군 파견이 가속화됐고 2020년까지 총 2,000명이 파견될 예정이다.
 
최신 자료의 부재로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카타르로 수입되는 무기가 2008~2012년에 비해 2013~2017년에 166%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무기 수입이 225% 증가해, 세계 1위 무기수입국이 됐다. 알 압둘카데르는 “우리의 우선순위는 안보다. 개인적으로 카타르가 얻는 모든 수익의 절반을 안보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쇄조치가 취해진 이후, 카타르에서는 현재진행형 협상이나 실물거래매입에 대한 사안이 있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중국, 노르웨이 등 가능성이 있거나 유력한 공급업체에 대한 목록은 현기증이 날 만큼 길다. 
 
알자지라의 추산에 의하면, 군인은 약 1만 2,000명이다. 카타르의 장비 규모는 이 군대의 수용량을 훨씬 상회한다. 카타르의 군인은 고위급 장교를 제외하고는 파키스탄, 예멘 또는 소말리아인 등 주로 외국인들이다. 카타르는 2017년에 군용기 중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 24대와 F-15 36대, 2016년에 구입한 24대에 추가로 라팔 12대를 구입했다. 카타르 대학의 정치사회학 교수인 마제드 무함마드 알안사리는 싱가포르의 ‘독이 든 새우 전략(poison-shrimp defence)’을 예로 들면서 “무기 구입은 정치적 결정을 확고하게 드러내는 한편, 전쟁 억제에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는 하루 만에 침략당할 수도 있는 작은 나라다. 하지만 침략자들은 침략의 순간, 온몸에 독이 퍼지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우리 군대의 무장은 적군의 모든 점령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알안사리 교수는,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카타르를 침략할 위험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안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걸프국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석유나 가스 등 필수자원 개발에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무기상으로서는 거액을 벌어들일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이웃국가와의 분쟁이 실제 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막는 안전장치가 돼줄 것이다. 그러나 도하에서의 팽팽한 긴장감, 걸프만의 물을 터뜨릴 수도 있는 예측 불가한 토네이도 속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글·안젤리크 무니에-쿤 Angélique Mounier-Kuh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저널리스트.

번역·이연주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ehran Kamrava, 『Troubled Waters: Insecurity in the Persian Gulf』, Cornell University Press, coll. ‘Persian Gulf Studies’, Ithaca, 2018.
(2) Fatiha Dazi-Héni, ‘Drôle de guerre dans le Golfe(사우디의 야욕이 걸프지역을 위기로 내몬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7년 7월호·한국어판 2017년 8월호 참조.
(3) 인터뷰이들 중 대부분이 단호히 익명을 요구했다. 
(4) 이 문장을 작성한 사람은 정부홍보부(Government Communications Office)에서 주최한 미디어 투어에 참가한 뒤, 몇 주 후 독자적으로 도하로 돌아갔다. 
(5) Zainab Fattah & Matthew Miller, ‘Qatari minister says neighbors’embargo is boon for economy’, <Bloomberg News>, New York, 2018년 9월 6일.
(6) Heidi Blake & Jonathan Calvert, 『L’Homme qui acheta une coupe du monde. Le complot qatari 월드컵을 매수한 남자. 카타르의 음모』, Hugo Sport, Paris, 2016년 1월.
(7) David Garcia, ‘Esclaves du XXIe siècle au Qatar(카타르의 21세기 노예제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6년 6월호 참조.
(8) Adel Abdel Ghafar & Andrew Leber, ‘The Gulf’s airlines are winning on product but losing at politics’, <Brookings>, Washington DC, 2017년 7월 26일.
(9) Alain Gresh, ‘Le Qatar en quête d’amis(친구 찾기에 나선 카타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9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