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독약으로 전락한 명약

2018-11-29     클로드 오베르 | 농학기술사

‘녹색혁명’을 대표하는 제품인 살충제와 합성비료는, 20세기의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초래한 식량난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살충제와 합성비료의 사용이 확산되면서, 농부들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 제품의 사용제한법을 배우는 것이 21세기 농업의 필수조건이 됐다. 

 
1909년,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공기 중의 질소를 수소와 결합시켜 합성암모니아(NH3)를 만들어냈다. 그저 한낱 화학반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합성암모니아는 생산량을 2배, 심지어 3배까지 늘리면서 농업혁명을 일으켰다. 수많은 전문가들은 질소비료가 발명돼 20세기에 들어서 15억 명에서 60억 명으로 증가한 전 세계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뜻 대단해 보이는 이 발명으로 하버는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개발한 독가스가 전쟁무기로 사용된 사실 때문에 그의 수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있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하버는, 20년 후 나치가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의 가스로 사용한 ‘치클론 베(Zyklon B)’ 개발에도 기여했다.
 
식물의 식생활에는 모순되는 점이 있다. 공기의 대부분이 질소(78%, 산소는 21%)이지만 식물은 성장에 필요한 질소를 공기 중에서 직접 흡수할 수 없다. 그래서 주로 땅에서 질산염(NO3)이나 암모니아(NH3) 형태로 질소를 공급받는다. 이렇게 공급받은 질소를 박테리아나 부식토, 기타 유기체(추수 후 농산부산물, 퇴비, 콤포스트 등)를 이용해 무기물화하고 그 상태로 흡수한다. 하버가 화학 비료를 발명한 이후로는 비료 몇 포대만 있으면 식물에 필요한 모든 질소를 공급하고 생산량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더는 퇴비나 콤포스트를 몇 톤씩 실어 나르거나 질소 함유량이 높은 콩과식물을 재배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 세기 전부터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반응성 질소를 염가로 무한정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농업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띠게 됐다. 1960년대 화학비료 생산은 생산량이 높은 품종 선정, 살충제, 관개농업과 함께 ‘녹색혁명’의 4대 축을 이뤘다. 녹색혁명은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산업화된 국가에서 시작해 점차 개발도상국까지 확산된 합성 질소비료 사용량 증가는 누구도, 아니 거의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파장을 일으켰다. 
 
합성 질소비료의 오용이 부른 문제들
 
농부들은 더 이상 경작지에 동물 배설물(퇴비, 분뇨)이나 콩과식물로 질소를 공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고, 결국 소나 양을 사육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들 중 상당수는 가축을 사육하는 일을 줄이고 작물, 그중에서도 곡물 재배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급속하게 수요가 증가하는 우유와 육류를 공급해야 했기에 목축에 특화된 산업이 등장했고, 업자들은 방목지 없이 축사만 운영하고 꼴(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 대신에 곡식이나 콩과식물을 사료로 주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지난 몇십 년 동안, 프랑스와 유럽 농산업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프랑스의 중부와 광역동부 지역에서 가축을 키우지 않는 농업지대는 기계화됐으며, 합성 질소비료 소비량이 늘었다. 노르망디, 브르타뉴, 유틀란트반도(덴마크), 바이에른에서 공장식 축산이 점차 자리 잡으면서 엄청난 수의 가축이 이들 지역에 모여 있다. 유럽에서 암소를 천 마리 이상 보유한 축산업자나 연간 수만 마리의 돼지를 판매하는 양돈업자나 닭 수천 마리를 사육하는 양계업자를 만나기 쉬워졌다. 농업 역사상, 아니 때로는 더 나아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이라고 여겨지는 비료 개발이 직접적으로 일으킨 변화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인 측면, 그것도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본다면 바람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식 농업이 야기한 환경 및 보건 문제 대부분은 합성 질소비료, 정확히는 비료를 오용하는 행태에서 비롯됐다.
 
첫 번째 문제는 대규모 농업지대에서 토양의 유기체 함량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이는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토양에 자연스럽게 질소와 유기물질을 늘리는 작물을 주기적으로 윤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작물 생산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합성비료의 사용을 늘려도 생산량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감소하는 지역도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포장 용수량과 토양침투율이 감소하면서 지표 유출과 침수로 인한 침식 위험성이 높아졌다.
 
두 번째 문제는 병충해가 급증해 점점 더 많은 살충제를 유포해야 한다는 점이다. 질소비료가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고 해도, 그로 인해 병원균과 해충의 번식주기를 규제하는 장기윤작이 사라지고, 나뭇잎의 질소함량이 높아져 진딧물과 같은 해충이 확산된 것은 분명하다.
마지막 문제는, 작물의 준(準)단일경작이 생물 다양성을 약화시키며, 토양의 생물학적 활동을 교란시키고 축산업과 토양에서 암모니아를 방출해 대기 중 질소량을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게다가 토양도 점점 산성화시킨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묻혀버렸지만, 한 연구보고서(1)에서 2백여 명의 유럽 연구원이 입증한 바처럼, 질소과잉 상태는 인체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 큰 문제 요인은 질산염과 암모니아다. 질산염은 보통 땅속에 존재하는데, 식물은 뿌리를 통해 질산염을 흡수해 자신에게 필요한 질소 대부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언제나 잔여 질소가 있기 마련이고, 질소 비료가 과도하게 공급됐을 때는 특히 더 심하며 잔여 질소는 비에 쓸려 내려간다. 그렇게 지하수층으로, 강으로 흘러간 질소는 종국에는 수돗물에서도 검출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일부 암의 발병 가능성 증가와, 물고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매년 해안으로 수십만 톤의 녹조를 밀고 오는 하천과 해양의 부영양화다. 또한 식품에서 질산염이 검출되고 있으며 때로는 그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채소도 있다. 질산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적 자료가 부족하고 견해도 엇갈려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산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는 훨씬 우려스러운 오염물질이다. 암모니아 대부분(2016년 67만 9,000톤)이 농업(64%)과 축산업(34.4%) 분야에서 배출됐다.(2) 암모니아는 대기 중에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토양이나 식물로 흡수되거나 불필요한 질소 화합물(아산화질소, 산화질소, 오존 등)을 생성한다. 산화질소는 대기 중의 다른 오염 물질과 결합해 초미세먼지(3)를 형성한다. 초미세먼지 확산이 가장 우려되는 현상이다. 초미세먼지는 허파꽈리 깊은 곳까지 침투해 암, 심혈관 질환 및 호흡기질환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TO)는 2016년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 수가 420만 명이라고 추산했다.(4)
 
공장식 축산과 육류 소비를 줄여야
 
대기오염연구기술센터(Citepa)에 의하면 2016년 부유 입자상 물질 총 배출량의 55%가 농업과 임업 분야에서 방출됐으며, 산업이나 교통 분야와는 달리 이들 분야의 배출량은 거의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5) 농업 분야에서는 전체 부유 입자상 물질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방출되는 한편, 축산업 분야에서는 주로 미세먼지가 발생되고 있다. 특히 봄철을 비롯해 최대 오염치를 보일 때에는 농·축산업 분야 탓인데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질소 비료를 사용한 이후의 토양과 가축의 배설물(퇴비, 물거름, 분뇨)에서 방출되기 때문이다.
 
유럽의 질소량 측정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과도한 질소가 생태계, 대기질, 수질 그리고 무엇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유럽 내 환경비용이 연간 700억에서 3,200억 유로에 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6) 이 비용은 합성 질소비료를 사용해 얻는 경제적 이득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과도한 질소문제를 지구 온난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와 더불어 21세기의 주요 환경현안으로 꼽았다.
 
첫 번째 해법은 합성 질소비료 사용을 줄이고, 나아가 중단하는 것이다. 윤작을 통해 콩과식물(강낭콩, 완두콩, 자주개자리 등) 재배를 확대하는 등 농사방식을 바꾸면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대량수입 중인 대두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유기농업이라면 합성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게 해줄 수 있고, 그래서 합성살충제 사용중단(7)과 더불어 유기농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물론 합성 질소비료 사용을 단번에 강제로 금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는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일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많은 농부들이 자신들의 농사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대부분은 지금까지, 합성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가 보편화되면 곡물 생산량이 급락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유기농법과 전통농법 간 평균 생산량 편차는 19%에 불과하다고 밝혀졌다.(8) 다양한 작물의 윤작이 포함된 유기농법의 경우, 그 수치가 8~9%로까지 낮아진다. 다른 메타 연구에서는 여러 작물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기에 함께 경작하는 섞어짓기나 사이짓기가 생산량을 평균 30%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9) 고로 합성 질소비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는 일은 가능하다. 다만 농업모델의 획기적인 변화가 전제된다.
 
단기적 실천이 좀 더 수월한 다른 해법은, 공장식 축산의 규모와 육류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축산업이 암모니아 발생량의 3/4을 차지한다. 지나치게 집약적인 형태의 방목이 아니라면 방목된 가축보다 축사에서 사육되는 가축이 암모니아를 4배 이상 배출한다.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일 여러 가지 기술적 조치(분뇨구 덮개 설치, 분뇨매장, 요소 대신 질안석회 사용 등)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어떤 조치들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진다. 합성 질소비료 사용을 대폭 줄이거나 중단하려면 경작과 목축을 병행해야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공장식 축산의 비중도 감소할 것이다. 
 
게다가 오늘날 화학비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사료를 생산하면서 세계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육류와 유제품 수요를 맞추는 데도 쓰인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는 ‘질 좋은 고기를 적게 먹자’는 흐름과 함께 육류와 유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1차 녹색혁명이 불러온 폐해를 손보는 새로운 녹색혁명은 멀지 않았다. 이를 위해 점차 질소비료 사용을 줄이고 풀을 사료로 주고, 덜 집중적이고 덜 집약적인 다른 가축 사육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두 가지 남아 있으니, 다름 아닌 소비자의 인식 부족과 정치적 의지의 부재다. 
 
 
글·클로드 오베르 Claude Aubert
농학기술사, 생태농업과 생태적 식생활 전문가, ‘살아 있는 지구’ 출판사의 공동설립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ark A. Sutton(편집) 외, ‘The European Nitrogen Assessment, Sources: Effects and Policy Perspective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2) Secten(SECTteurs Economiques et éNergie, 경제에너지섹터) 대기오염물질배출보고서, 대기오염연구기술센터(Citepa), 파리, 2017 (2018년 7월 10일 업데이트), www.citepa.org
(3) 직경 2.5마이크로미터 또는 PM2.5 미만의 부유입자상 물질을 의미한다.
(4) ‘대기질과 건강’, WHO, 제네바, 2018년 5월 2일, www.who.int/fr
(5) 대기오염물질배출보고서, 2017(2018년 7월 10일 업데이트), 앞의 문서
(6) ‘Nitrogen in Europe: Current problems and future solutions’, 국제질소이니셔티브회의, 유럽과학재단, 스트라스부르그, 2011, www.nine-esf.org
(7) Claire Lecœuvre, ‘Pourquoi manger bio?(유기농을 왜 먹느냐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3월호‧한국어판 2018년 4월호.
(8) Lauren C. Ponisio 외, ‘Diversification practices reduce organic to conventional yield gap’,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vol. 282, n° 1799, 런던, 2015년 1월 22일.
(9) Marc-Olivier Martin-Guay 외, ‘The new Green Revolution: Sustainable intensification of agriculture by intercropping’,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vol. 615, 암스테르담, 2018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