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쟁 다룬 희극적 비극

[서평]

2010-08-06     엘렌 앙제

악당과 비극, 행복, 픽션과 역사가 뒤섞여 인간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다루는 책이 있는데 라몬 샤오가 집필한 <위니페그의 오디세이>도 그런 책에 속한다. 제목만으로는 이 소설이 얼마나 풍부한 내용인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위니페그’는 1939년 8월 파블로 네루다가 스페인 공화주의자를 칠레로 탈출시키기 위해 빌린 배 이름이다.

이 소설은 루이스 곤탄이라는 젊은이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스페인 전쟁의 광기에 휘말려 겪게 되는 장렬하고 비극적이면서도 희극적인 이야기다. 루이스는 ‘킬로와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고 적당히 거짓말도 잘하고, 한편으로는 정직하기도 한 평범한 청년이다. 루이스는 고향 마을 갈리스에 전쟁의 광풍이 몰아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적당히 기회주의적으로 살고 있었다.

전쟁의 바람이 삽시간에 마을까지 닥쳐왔고 집집마다 그 광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루이스와 친구 마루사의 삶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루이스는 도망가야 했고 공화당 무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확신보다는 기회주의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몸소 겪으면서 그는 점차 의지를 갖고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탁발 수도승, 프랑스 병사, 공산당 당원 행세를 하기도 하고 갈리스 출신의 유명 게릴라 푸셀라스로 오인받아 푸셀라스인 척하기도 한다. 루이스는 프랑스 병사 행세를 하면서 얻은 프랑스 신분증 덕에 위니페그 배에 탑승할 수 있게 된다.

저자 라몬 샤오는 유머, 비극, 엉뚱함을 소설 속에 잘 섞으며 작품을 픽션과 역사의 중간으로 만든다. 특히 공화당 정부의 특사와 스탈린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페인 무기 공급 협상 장면은 픽션과 역사적인 사실이 섞여 있다. 또한 저자는 동물 우리 속에 갇힌 것 같은 스페인 난민의 비참함을 강렬하게, 그러면서도 비애감 없이 묘사한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사랑은 싹튼다. 루이스는 어떤 이상이나 정치적 확신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다가 공화당 대열에 가입했는데, 파시스트 대열에 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과 맞지 않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이 펼쳐진다. 루이스는 파시스트 대열에 합류했다가 사형 선고를 받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노력한다. 지금까지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길들이지만 하나의 종착지를 갖고 있었다. 전체주의적 권력에 순응하지 않고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 위니페그가 루이스에게 그 길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위니페그를 타고 떠나는 여정은 끝에 가서야 진가를 알게 되는 여정이다. 내게는 잠시 상황을 피해 여정을 떠나는 일이 필요하다. (중략) 그것은 마치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조국이나 피난처 같은 숨겨진 땅처럼 없어서는 안 될 존재와 같다.”

글•엘렌 앙제 Helene 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