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의 독실한 악마성
[서평]
1970년대 기니의 혁명을 배경으로 폭력, 복수, 증오, 삶과 죽음이 이 책 <독실한 악마>에서 펼쳐진다. <독실한 악마>는 <나무의 아들> <느코로> <죽은 잎사귀들의 비명>에 이은 저자의 네 번째 소설이다. 네 작품을 모두 출간한 갈리마르출판사는 올해 ‘검은 대륙’ 총서 10주년을 맞는다. 이 총서에 실린 저자의 작품은 저자가 독재정권으로 가족을 잃고 망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저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는 희생자로 그려진다. 보복으로 두 번이나 할례를 당한 성매매 여성 마시르는 에라처럼 희생되는 운명이다. 마시르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에라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정의를 찾고 자신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공통점이 있다.
지혜를 통한 구원은 저자의 소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다. 가령 에라는 금지된 책을 몰래 읽는다. 저자의 작품 중 오직 야리에(욕심 많고 수다스러우며 중상모략의 여왕)만이 잔인한 남성의 기질을 가진 악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잔인한 남성들은 힘을 갖고 있고, 누구나 ‘창녀는 사랑하지 않고 다만 데리고 놀 뿐’이라는 생각에 갇혀 있다. 헌신적이고 부드러운 남성도 등장한다. 젊은 여성을 이용하는 비겁한 구아랑그가 잔인한 남성이라면 마시르의 예전 고객인 모를라예는 에라에게 우정, 나아가 사랑을 품는 다정한 남성이다.
희생자이던 에라는 나중에 비참한 사람들을 대변하는데, 자신을 헌신하며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간다.
저자에게 글은 여섯 번째 감각이다. 저자의 문체는 간결하고, 적재적소의 단어를 구사하며, 힘이 넘친다. <독실한 악마>에서 저자는 어두운 성매매 세계를 위엄 있게 묘사하는 반면, 독실한 척하면서 편협한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추잡한 인간으로 그린다. 저자는 주인공의 용기와 순수함이 언제나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수함과 지혜는 독실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편협한 악마들을 이긴다는 것이다. 에라는 행복을 상징하고, 장밋빛 미래는 언제나 존재한다.
글•마리 조엘 뤼프 Marie-Joëlle Rupp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