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하던 ‘농민공’ 분노의 대장정에 나서다

[Spécial] 대위기, 제2막

2010-09-03     이자벨 티로

열악한 환경과 가혹한 규율 속에서 일하는 중국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쟁취했다. 그러나 그들은 때로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2006년 6월 5일부터 이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월급은 약 1400위안(약 158유로)쯤 된다. 신입사원보다 고작 100위안 정도 더 받는다. 부당한 처사다. 지금까지 내 월급은 신입 2년째 28위안, 3년째 29위안, 4년째 40위안이 올랐을 뿐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40%가 매우 적은 보수를 받는 수습사원이다 보니 나머지 직원들의 임금도 영향을 받는다. 전체 5개 직급이 있고 각 직급마다 15단계의 서열이 있다. 다시 말해 나처럼 열심히 일해도 1년에 한 단계밖에 진급이 안 되는 사람들은 최고 직급까지 오르려면 총 75년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달 고작 몇백 위안을 저축하려고 이토록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는 말인가? 불공평하고 부당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모든 걸 더 이상 참고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파업은 우리의 존엄성이 걸린 문제다.”(1) 광둥성 포산(佛山) 혼다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의 말이다. 지난 5월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곳이다. <<원문 보기>>

최저임금 인상하자 수당 삭감

5월 17일, 100여 명의 노동자가 회사 쪽의 편파적인 결정에 항의해 작업을 중단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 공장 직원들의 임금은 여러 가지 명목의 합으로 결정된다. 가령 직급의 가장 아래 단계에 속하는 미숙련공은 기본급 675위안(약 75유로)에 기능급 340위안(약 37유로), 그 밖에 숙박비와 교통비 등 온갖 수당을 합쳐 총 1510위안(약 168유로) 정도를 받는다.(2) 지난 4월 말, 포산 시정부는 5월 1일부터 지역 최저임금을 770위안(약 85유로)에서 920위안(약 102유로)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회사 쪽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본급에 반영하는 대신 다른 한편으로 기능급을 삭감함으로써 상당히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6월 4일까지 계속된 파업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공식적인 노조(어용노조-역자) 조합원이 아닌 16명의 대표자를 내세워 회사 쪽과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합의에 따라 회사 쪽은 전 직원의 임금을 500위안(약 55유로) 인상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파업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 쪽에 “성실한 자세로 정직하게 협상에 응하고 합리적인 요구들을 진지하게 검토하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편지는 이 투쟁이 단지 한 공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노동자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급여명세, 직원 대표 조직, 직원평가 방식, 진급 기준에 대한 요구사항도 포함돼 있었다.

혼다·폭스콘 노동자 투쟁, 파업 확산

혼다 공장의 파업이 끝나가던 시기, 여론의 관심은 폭스콘 선전 공장 직원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에 집중됐다. 전자부품을 생산해 외국 업체에 납품하는 이 대만 회사에서 5개월 동안 13명의 젊은 직원들이 자살을 기도해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7월 20일에는 포산의 폭스콘 협력업체에서 일하던 18살의 어린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3) 폭스콘은 그 후 기본급을 인상하고 직원에게 강요되던 작업 규율을 완화했다.

폭스콘은 중국에 진출한 초기부터 직원에게 작업 시간뿐 아니라 휴식 시간에도 군대를 방불케 하는 규율을 강요해왔다. 막강한 권력을 부여받은 보안직원들은 때로는 완력까지 휘두르며 직원을 통솔한다. 제일 먼저 자살한 직원은 절도 혐의를 받고 몸수색을 당하고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자백할 때까지 감금돼 있었다고 한다.

이 두 공장에서의 투쟁은 부분적으로 중국의 상당수 지방정부와 시정부가 최저임금을 전례 없이 큰 폭으로 인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베이징 960위안, 상하이 1120위안). 선전시가 18~35살의 도시이민노동자(농민공-역자) 5천 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이민노동자는 한 달 평균 1800위안을 벌어서 5분의 1을 고향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그리고 이들 중 반 이상이 규정 시간을 초과한 잔업을 한다.(4) 중국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용캉이 지난 7월 15일 신팡국(信訪局·탄원접수기관)에 사회 갈등을 해결하고 각 작업장에서 제기되는 노동자의 불만에 귀기울여줄 것을 권고한 것도 이들의 노력 덕분이다.(5) 저우용캉은 노동자의 청원(특히 집단적 요구)이 상당히 줄었음에도 토지 수용이나 건물 철거 과정, 고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각 지방 정부가 노동자의 합리적인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노동현장의 갈등 해결에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노동자의 저항은 산업화가 상당히 진전된 주강 삼각주(주강 하구의 광저우·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삼각지대-역자) 주변 지역에만 한정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초부터 산둥성·장쑤성·윈난성을 비롯해 난징·베이징·충칭·란저우 같은 도시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도요타 그룹은 5월 1일에서 7월 15일 사이에만 10건에 가까운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창춘에서는 7월 1일, 새롭게 부과된 세금에 반대해 택시 운전사 1만7천 명이 파업을 벌였다. 이런 움직임은 더 넓게 보면 지난 2년간 외국계 기업뿐 아니라 중국 기업에서도 파업이 거듭돼온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1990년대 중반부터 가중돼온 사회적 동요의 연장선에 있다. 작업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이 나타나고 지역정부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단체 서한을 보내거나 관공서를 항의 방문하는 사람 수가 늘었다. 인터넷에도 온갖 불만이 표출된다.

도시이민노동자는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경험과 계획을 가진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돼 있지만 ‘토착’ 주민들에 비해 제도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꾸준히 거류증(혹은 호적)을 통한 불공평한 처사에 반대해왔고, 기업들이 강요하는 무조건적인 복종에 항의해왔다. 2008년 노동계약 관련법이 발표된 것도 이들의 직접행동과 무관하지 않다.

도시이주노동자의 생활조건 자체가 이미 투쟁의 불씨였다. 농촌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로 이주하려는 사람의 수가 줄었다. 대신 예전의 이주노동자보다 더 나은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었다. 한편 이주노동자 자녀는 도시에서 성장했음에도 노동시장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농민공’ 취급을 받기 때문에 자신들과 함께 성장한 현지 출신 젊은이들과 비교해 차별을 받는다.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민공 자녀들 연좌제식 차별

지금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공식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파업 같은 수단보다는 ‘신팡국’ 같은 매개기관을 통해 비밀리에 표출돼왔기 때문이다. 1951년 창설된 신팡국은 최소 행정단위에서부터 상위 단위까지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네트워크로서 주민들로부터 제안, 도움 요청, 부당한 정치적·행정적 처벌에 대한 재심 요청, 민원이나 고발 등을 접수하고 상위 기관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지난 60년간 이 기관은 농민, 시민, 군인, 부동산 소유자 등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끊임없이 성격이 변화해왔다. 1993~2005년에 이 기관을 이용한 사람은 매년 10%씩 증가했고, 그중에서도 직접 방문- 특히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단체 방문- 이 편지를 통한 청원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정부 당국에 대한 청원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지역정부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많아지고 있다.

사업장 넘어 계급적 단결로

신팡국은 오래전부터 중국인이 발의권을 행사하고 자신의 판단을 개진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해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리는 과정은 우선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같은 상황에 놓인 익명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신팡국은 제3자에게 권력관계,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물음으로써 공산당과 정부의 대표자들을 심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민주적 제도의 틀이 담아내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중국인은 신팡국이라는 매개를 통해 강력하게 조건의 평등을 요구하고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온갖 위계질서를 비판한다.

혼다와 폭스콘 노동자들의 요구 역시 협소한 경제적 이익의 관점을 넘어선다. 이들의 요구는 1996년 도시이주노동자가 내걸었던 다음과 같은 요구를 계승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부품에 대해 보수를 받는다. 그러나 4개월째 우리는 부품 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임금이 정당하게 책정됐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회사 쪽은 우리를 소처럼 일만 하는 바보, 노예, 기계처럼 취급한다. 우리는 모든 자유를 박탈당했다. 매일같이 불안한 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보수를 받아가며 일만 해야 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우리는 평생 이렇게 등골이 휘게 일만 할 수는 없다.”

이들의 운동은 클로드 르포르가 말한 ‘현실의 제도화’ 과정을 위한 긴 학습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파업 과정에서 공식적인 민족주의적 관점(노동자의 사회적 요구는 당장에 중국의 발전에 장애 요인으로 비판받는 탓에 뒤로 미뤄진다)을 역전시켜 자신의 행동반경을 넓혀왔다. 외국계 기업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를 억압하는 국가권력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다. 창춘에서 발생한 택시 운전사들의 파업은 우선 생존권을 사수한다는 의미가 컸다. 이들은 지난봄 쓰촨성의 한 도시에서 벌어진 성공적인 파업을 모델로 삼았고, 각자의 경험을 활발히 공유했다. 이들은 단 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중앙정부가 보고를 받고 현장에 개입하는 데까지 최소 3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파업은 뚜렷한 지도자나 공식적인 조직도 없었으며 비폭력적이었다.

중국 정부는 노동자 파업을 지원하기는커녕 골칫거리로만 여기고 있다. 정부는 파업을 임금 인상과 내수 증가를 초래하는 지나치게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집요한 방식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권력관계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글•이자벨 티로 Isabelle Thireau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부장 겸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학술부장. 최근 저서로는 <민주주의의 책략: 현대 중국에서 저항한다는 것>(후아 린샨과 공저·Seuil·파리·2010)이 있다.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각주>
(1) 종산대학교(광둥성) 연구원 헤메이슈안이 인터뷰한 내용. 포산, 2010년 5월 29일. 인터뷰 내용을 우리에게 제공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2) 여러 노동자가 자신의 지출을 계산해보았다. 실업보험 132위안, 의료보험 41위안, 기숙사비 126위안, 의무 노조비 5위안이 원천징수되고 나면 세후 1207위안이 남는다. 매월 생활비는 평균 500위안 정도 든다. 공장 밖 개인 숙소에 묵을 경우 250위안이 더 필요하다. 세계은행은 부양 자식이 있는 중국의 성인이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받아야 할 평균 월급을 1684위안으로 보고 있다.
(3)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홍콩, 2010년 7월 22일자.
(4)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2010년 7월 16일자.
(5) 신화통신, 중국, 2010년 7월 16일.
(6) <민주주의의 책략: 현대 중국에서 저항한다는 것>, p.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