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독립 막기 총력 외교
세르비아, 절반뿐인 성공

2010-09-03     장아르노 데랑스

2008년 코소보가 독립을 일방적으로 선언했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정받지 못해, 오는 9월 14일 뉴욕에서 개막되는 유엔 총회 때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 후 3년이 지난 지금 세르비아의 외교전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세르비아 정부의 목적은 다른 국가들이 과거 속주였던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현재 세르비아는 뜻밖의 많은 ‘동지 ’국가를 얻었다.

2008년 2월 17일 코소보가 독립을 선포할 당시, 하심 타치 총리는 불과 몇 주 만에 무려 100여 개국으로부터 코소보 독립을 인정한다는 국제적 약속을 받았다. ‘새로운’ 코소보의 탄생을 지지하는 서구 국가들은 또한 코소보 독립 과정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확신했다. 세르비아는 코소보를 인정한 국가에 주재하는 대사들을 몇 달 동안 소환하는 조치만을 취하며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실제로 코소보를 인정한 국가는 8월 초 현재 유엔 192개 회원국 중 69개국으로 몇 달 전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소보는 거의 모든 국제기구 및 국제기관에 가입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한편으로 세르비아에는 예기치 못한 큰 성공이 아닐 수 없다.(1) 세르비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위원국이자 자신의 강력한 두 우방국인 러시아와 중국에 의존했지만, 정작 코소보 독립에 대한 반발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공공연한 분리주의자들과 잠재적 분리주의자들의 요구에 직면해 코소보 독립이란 선례를 마땅찮은 눈으로 보고 있다. 세르비아가 모로코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스페인 같은 국가의 지지를 받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소보의 독립 승인 요구에 반응하지 않은 국가를 보면 의외의 정치적 지형 구도를 엿볼 수 있다. 대부분 남미 국가와 아프리카연합 회원국의 4분의 3, 심지어 이슬람회의기구의 대다수 회원국이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슬람회의기구는, 코소보의 독립 달성이 미국의 직접적 개입을 통한 결정으로 인식되면서 대다수가 이슬람인인 코소보와의 연대감보다는 반미 감정을 더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친밀한 국가인 아프카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그리고 코소보와 특별한 역사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터키 정도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했다. 

반면 아프리카의 마그레브 국가들과 시리아·리비아·이란 등 미국 정책에  반대하는 공개적인 반미 국가들은 세르비아 진영에 결연히 동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르비아는 몇 가지 외교적 제스처를 취하며 상황 변화에 태도를 맞춰가는 정책을 폈다. 2009년 7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베오그라드를 방문했을 때가 그런 경우다.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옆에 포즈를 취한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관련 결의문과 코소보에 대한 세르비아의 주권을 상기시키는 1999년 6월 10일자 결의문 1244호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했다.  

한편 많은 아프리카 국가가 프랑스·영국과 같은 과거 식민지배 국가들의 ‘조언’ 내지는 압력에 여전히 민감한데도, 세르비아의 외교적 성과는 아프리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반면 2010년 1분기 현재 지부티 한 국가만 코소보를 인정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외교일지는 빈약하다. 아프리카에서 상당히 폭넓게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세르비아는 옵서버 자격으로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개근하며 적극적인 정책을 펴왔다. 지난 7월 22일,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코소보의 독립선언에 ‘적법’ 의견을 내는 동안, 보즈다르 드젤릭 세르비아 부총리는 우간다 캄팔라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런 총성 없는 외교전에서, 세르비아는 코소보보다 훨씬 ‘유리한 패’를 가지고 출발한 반면, 신생국가인 코소보는 우호적인 유럽과 미국 등 강대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코소보 국민은 스켄데르 히세니 외무부 장관의 수동적 태도에 통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근 2년 동안, 코소보는 친서방정책을 과시하려고 ‘이슬람 연대’ 카드를 사용하길 원치 않았다. 그러나 이런 정책 노선은 재검토되었다. 그 뒤 나임 테르나바 코소보 대주교는 전세계를 상대로 로비 활동에 전념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상황이다.

한편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의 티토가 공동 설립한 비동맹국회의(NAM)처럼 거의 빈사 상태인 기구의 간부나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1990년대 발발한 전쟁으로 비동맹국 운동의 일부 이슬람 회원국들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지지를 보내는 반면, 다른 회원국들은 세르비아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열상을 보였다. 세르비아는 1999년 포격을 받은 뒤 군사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지원국이 아니라는 특수한 입장 덕분에 비동맹국 운동과 관계를 재개할 수 있었다.

많은 국가들이 코소보 독립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에 앞서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을 기다려온 것을 감안할 때,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크 예레미 세르비아 외무부 장관은 특히 카리브해 연안 국가과 서구의 압력에 민감한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50여 개국이 현재 ‘불분명한’ 입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아직 전략 수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지난 7월 26일, 세르비아 의회가 특별회의를 소집해 현 전략의 속개를 승인함에 따라, 9월 유엔 총회 개최를 전후로 세르비아의 전략은 오히려 강화될 조짐이다. 세르비아는 55명의 특사를 각국에 파견해, 입장을 정하지 못한 국가들을 상대로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도록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세르비아의 상황은 심각하다. 세르비아는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건네받은 국외 대표부를 지난 20년 동안 극히 일부만 폐쇄했으며, 일부 건물 소유권을 놓고 유고연방에서 분리된 다른 공화국들과 계속 분쟁 상태다. 또한 몇 안 되는 인원이 보잘것없는 물자와 폐허 상태의 건물을 사용하는 해외 공관도 많다.

세르비아가 2009년 봄 국제통화기금(IMF)과 기본협정을 체결하면서 상황은 더욱 민감해졌다. 세르비아 정부가 IMF로부터 30억 유로 규모의 안정화 지원 자금을 받는 대가로 엄격한 긴축정책을 수용함으로써, 외무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의  재정 상황이 더 어렵게 된 것이다. “다른 모든 프로젝트는 동결됩니다. 우리 임무는 오직 한 가지,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들이 코소보를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아프리카로 최근 파견된 한 외교관이 익명으로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2009년 7월, 타디치 대통령은 이집트 샤람 엘 셰이크에서 개최된 비동맹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동맹국들을 신뢰할 수 있고 다수의 시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에 찬 채 귀국했다. 그러나 세르비아 관련 유럽통합심의위원회 탄자 미세비치 전 위원장은 “세르비아가 유럽연합에 가입할 경우 비동맹국 운동과 체결한 협약들은 곧 무효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하는 등 이견이 분분하다. 갈 길이 여전히 먼 것이다. 이 와중에 세르비아는 비동맹국 운동의 공식 창설 문서인 브리오니(Brioni)(2) 선언문 발표 55주년이 되는 2011년, 비동맹국 정상회의 개최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관련 재원과 관련 국가들의 정치적 의지 결핍으로 이 제안은 현재 타협 중인 것으로 보인다.

세르비아 외교의 목적은 다음 두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첫 번째는 모든 형태의 코소보 독립 인정 반대이고, 두 번째는 유럽연합 가입이다. 유럽연합은 아직까지 세르비아의 가입과 관련해 코소보와의 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내부적으로 세르비아 가입 자격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세르비아의 가입이 실현되기 어렵다.(3) 유럽연합은 27개국 회원국 간 견해 차가 있긴 하나 최소한의 공동 입장을 마련하려고 노력해왔다. 현재로선 세르비아가 과거 속주였던 코소보의 분리를 바로 용인할 것으로 예상할 수 없지만, 유럽연합 회원국의 공통된 입장은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좋은 이웃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르비아는 외교적 공세를 계속 펼치는 와중에 유럽연합과 불편한 관계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유엔 총회 때, 세르비아와 유럽연합의 엇갈리는 입장을 놓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표결이 시도될 수 있다. 많은 지지표를 가진 세르비아의 승산이 크지만 세르비아가 승리하더라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현재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독립의 국제적 인정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 외엔 사실상 다른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코소보 영토의 지위에 관한 새로운 협상을 바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새로운 협상 내용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이 세르비아 편일 경우에나 검토 가능했을 것이다.

세르비아는 서구 국가들과 공개적으로 대결 국면에 직면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 특히 타디치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 안에서는 심지어 나토 가입에 찬성 의견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르비아 외교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룩한 작은 ‘기적’은 일시적일 공산이 크다.

글•장아르노 데랑스 Jean-Arnault Derens
<발칸소식>(http://balkans.courriers.info)의 발행인이며, 저서로 <고라니 여행, 21세기 초 발칸>(Cartouche·파리·2010) 등이 있다.

번역•전지연 junjiyun@y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 대학원 졸. 한국외국어대 출강.

<각주>
(1) 2009년 6월 코소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만 유일하게 가입할 수 있었다. 이 두 국제기구 회원국의 투표권은 재정분담금에 따라 배분된다. 이는 코소보 가입에 찬성하는 서구 선진국가에 결정적 이점을 제공하는 구조다.
(2) 티토 전 대통령이 매우 아끼던 거처인 브리오니 섬은 크로아티아에 있다. 이 섬에서 1956년 7월 말, 티토와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 노로돔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총리가 회동을 가졌다.
(3) ‘발칸국들 EU 가입, 안 풀리는 고차방정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12월호 참조. 유럽연합 회원국 중 스페인,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그리스, 키프로스는 코소보의 독립 인정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만이 이 문제에 대한 향후 입장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