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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Extreme Job, 111분, 2018>- 한국 코미디 영화의 현재적 외양
[장석용의 시네마 크리티크]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 Extreme Job, 111분, 2018>- 한국 코미디 영화의 현재적 외양
  • 장석용(영화평론가)
  • 승인 2019.02.1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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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르는 시기를 두고 순환한다. 사회・정치적 코드를 입힌 영화나 특정 시대에 함몰된 주입식 영화들 틈에 보통 관객들은 제대로 웃음을 터트릴 영화들을 찾지 못했다. 관객들이 자신의 해석을 달면서 영화를 만만하게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감독은 ‘봄의 미토스’의 우아함을 팽개치고, 완급을 조절해내면서 한국 코미디의 특정적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

채플린의 고전적 품위를 담은 코미디들, <시집가는 날>의 고전적 전형, 느린 흐름의 동양적 코미디의 기본을 제쳐두고 영화의 상품화에 몰두한 연출 목표는 경향 각지에서 코미디 영화로써 흥행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이제 이 영화는 전국의 중심가나 변두리 극장 할 것 없이 12,835,926명(2월 10일 기준)의 관객을 모으면서 가파르게 흥행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의 잠복근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이다. 제목처럼 <극한직업>은 범인을 잡기위해 체면 손상을 무릎 쓰고 극한을 감수하는 형사들의 분투기를 담고 있다. 예술영화라는 존귀한 미명으로 영화산업을 초라하게 만든 이들에게 보내는 교훈적 메시지 같은 B급영화는 고객들의 구미에 맞춘 음식으로 대박을 친 식당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실적 부진으로 해체 직전의 마포서 마약반 고반장(류승룡), 장형사(이하늬), 마형사(진선규), 영호(이동휘), 재훈(공명) 다섯 명 형사들의 어리숙한 초동 수사가 웃음을 자아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국제 마약 조직을 괴멸시키기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에 잠복중인 치킨집이 매매 위기에 처하자 치킨 집을 인수한다. 마 형사의 조리 솜씨 덕분에 치킨 집 ‘수원왕갈비통닭’이 맛 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위장 치킨 집은 수사를 방해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전반부의 코믹한 분위기에서 상황 전환은 맛 집이 타 회사의 제품을 박스갈이 하는 장면이 방송을 타면서 이루어진다. 후반부는 맛 집의 손님이 급감하면서 본연의 임무인 잠복 수사가 이루어지고 범죄조직과의 접선이 이루어진다. 치킨을 주문하는 손님들이 치킨을 버리고 마약만을 챙기는 모습을 목격한 형사들이 본거지를 급습하고, 궁평항에서 격투 끝에 조직을 일망타진한다. 수사에서 대박을 터트린 마약반과 강력반 형사들의 회식을 끝으로 영화는 종료된다.

설 명절에 다양한 볼거리로 진설한 유쾌한 코미디는 B급영화의 여전한 존재감을 살리고 있다. 감독은 최근 5년 사이에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영화의 장점들을 영화에 이식한다. <극한직업>은 <럭키>의 반전적 묘미와 <써니>의 인물구성, 소우프 드라마의 접근성, 관객들이 유추해낼 수 있는 소재의 상투적 요소들로써 감독의 노련한 연출 솜씨를 보여주었다.

데뷔 10년 차인 영화 이야기꾼 이병헌 감독(1980년생)은 감독・각본・각색 등 13편의 영화에 참여했다. 데뷔작 <냄새는 난다>(2009)는 제7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 국내작품상, <힘내세요, 병헌씨>(2012)로 제38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스물>(2014)로 제4회 스타의밤 대한민국톱스타상 대한민국 신인감독상을 수상했고, <바람 바람 바람>(2018)도 감독했다.

 

단선적 구성에도 연출은 촘촘하게 웃음을 배가시킬 연기자들을 포진시킨다. 신하균(마약업자 이무배 역), 오정세(검은손 테드 창)는 짧은 출연 시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특별 출연한 신신애(3층 아줌마 역), 김지영(고반장 부인 역), 김강현(허피디 역)도 자신들의 역할을 잘 소화해 내었다. 코미디 영화의 수맥을 찾아낸 안목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영화를 흥행으로 이끈 세 축은 연출, 시나리오, 연기를 꼽을 수 있다. 즐기면서 스토리를 전개시킨 감독의 유연한 연출, 코미디 장르에 어울리는 현실감을 살린 단문적 대사와 고정관념을 깬 연기자들의 연기적 움직임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예정된 결말을 ‘미리 알아챘다’ 는 관객의 자신감과 연기자들에 대한 스키마 효과는 웃음장치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한다.

 

<극한직업>은 웃기거나 잔혹하거나, 현대에 걸쳐있거나 특정 시대에 걸쳐있거나, 공권력을 힐난하거나 인내 하거나, 공권력이 무너지거나 조폭에 야합하거나 등의 극단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인생살이가 그러하듯 쫓고 쫓는 가운데서 게임과 같은 유희성을 보여준다. 영화의 시종은 어느 편이건 같이 즐기고, 어울리는 군집성을 보여준다.

세상이 어려우면 코미디 장르에서 웃음을 찾는 법이다. 경계할 것은 방편으로 선택한 영화 연출의 한 방식이 흥행 코드로 비춰지거나 전형으로 인식되는 것이고, 배고픈 감독들이 아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극한직업>을 예술영화의 분석 틀에서 독창성과 미장센, 영화적 기교 등을 논하는 일이다. 더불어 파이를 키우다 보면 더 좋은 영화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글·장석용

영화・무용평론가, 시인, 중앙대・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전공,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한국영상작가협회 회장 역임, 르몽드 영화평론상・PAF 영화평론상・한국문화예술상・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등 수상,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서경대 대학원 문화예술학과 출강, 이태리 황금금배상・다카영화제・네팔 인권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대종상・청소년영화제・예술실험영화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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