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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은 실업률 못 줄인다
노벨 경제학상은 실업률 못 줄인다
  • 다니 랑, 질 라보
  • 승인 2010.11.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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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écial] 나쁜 명령과 질긴 저항

 “일자리가 있는데도 이토록 많은 실업자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경제정책을 도입해야 실업을 줄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업률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다급하고 중요한 질문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스웨덴 은행이 “시장의 작동 방식을 새로운 관점으로 규명하고, 실업에 대한 현대적 이론을 개발한” 공로로 경제학자 피터 다이아몬드, 데일 모텐슨,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에게 노벨 경제학상-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 을 수여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노벨의 유언에는 없던 상을 스웨덴 은행이 자체적으로 제정했다.(1)

이번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는 이른바 ‘신고전학파’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신고전학파의 이론은 “시장을 가만히 내버려두면 가격변동 메커니즘을 통해 저절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이 독트린은 노동시장에 그대로 적용되어 “자유로운 경쟁게임이 완전고용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토록 탁월한 메커니즘이 있음에도 여전히 실업자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한 형태의 ‘경직성’이 메커니즘의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노동조합과 강제적인 법 규정(최저임금·노동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역시 ‘노동시장’의 불완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텐슨과 피사리데스는 다이아몬드의 ‘시장 내 마찰(Frictions)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 기업과 실업자가 서로 ‘만나기’ 힘든 이유를 탐색했다. 이들의 용어를 빌리면 실업은 ‘매칭(Matching)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요컨대, 고용주와 구직자가 가진 정보가 비대칭적일뿐더러 구인·구직 행위에는 돈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는 것이다.(2)

실업수당이 실업의 근본 원인?

원칙적으로는 이들의 ‘결론’은 ‘상식’에 의거한 것처럼 보인다. 구직 행위가 어려울수록 혹은 비용이 많이 들수록 실업률은 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고용주가 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수록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 말라이카 베버의 저서 <거리 노동자의 춤>(Street Workers Dance)에서 발췌한 사진(2010년 7월, www.malaika-photography.com)
세 경제학자는 새로운 고용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자유주의에서 이론적 원천을 찾는다. 우선 스웨덴 은행의 설명부터 들어보자. “실업수당이 오를 경우를 생각해보자. 실업에서 비롯된 이득은 오르고 취업을 통해 얻는 이득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므로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은 오르게 된다. 그 결과, 빈 일자리가 줄고 실업률이 높아지며 임금이 오른다.”(3) 노동자들의 대체 소득 인상으로 총임금이 상승하면 자연히 노동자들의 협상력이 강화된다. (노동조합의 도움도 이에 기여한다.) 그 결과, 기업은 비용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신고전학파는 1931년 경제학자 자크 뤼에프가 내놓은 이론을 80년이 지난 지금도 되풀이하는 셈이다. 요컨대, 실업수당이 실업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4)

실업자들 사정은 그들 이론과 달라

‘매칭 이론’과 ‘일자리 탐색 이론’의 실업에 대한 설명이 옳다면,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 실업수당이 오르고 일시적으로 ‘구원으로서의 위기’가 제공하는 새로운 고용 기회에 노동자가 흥분했어야 한다. 미국 노동자 800만 명이 보수가 적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더 나은 ‘매칭’ 기회를 찾아나섰야 한다. 매칭-탐색 이론에 따르면 이 800만 명의 구직자를 ‘실업자’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이 구직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합리적 ‘투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세 경제학자의 이론은 지식인의 양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여준 좋은 예일 뿐이다. 가령, 2000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과 빈 일자리 수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있다.(5) 결론은? 자칭 과학적이라는 설명에 따르면 “이번 경제위기 동안 그래프 곡선의 뚜렷한 이동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동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연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 현상에 대한 설명은 분명히 존재한다. 요컨대 곡선의 이동이 아니라 곡선상 점의 이동으로 보면, 스웨덴 은행의 주장과 반대로 2008년 6월에서 2009년 12월까지 미국의 빈 일자리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신, 실업률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또한 같은 기간 현실 경제 속에서 임금이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사실도 무시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사실이 인정되면 노벨상 수상자들의 분석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이다.

매칭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실업에 대한 잘못된 정의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노동은 근본적인 사회화 수단이면서 도덕적 의무이며, 자기실현의 잠재적 원천이다. 구직 활동을 단순히 개인의 합리적 계산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구직의 실제적 동기를 무시하는 셈이다. 실제로 실업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를 보면, 201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전제로 삼는 차가운 이성적 계산의 영역이 실업자들의 상황을 모두 포괄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생계비 수급자들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다. 설사 취업을 통해 얻는 이득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6) 따라서 실업수당이 구직을 단념하게 만든다는 자크 뤼에프와 그 계승자들의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한 예로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나라는 정부가 높은 수준의 실업수당을 제공함과 동시에 고용과 관련한 일관적인 공공지출을 시행한다. 실업자에게 도움과 조언, 취직을 보장하는 직업교육 등을 제공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도우파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조치로 인해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실업수당 지급액이 감소하고 수급 자격기준도 강화되고 있다. 또한 실업자들에게 ‘적당한’ 일자리 제공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조치도 강화되었다.(7)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이론에 내포된 두 번째 문제점은, 지난 30년간 현실의 요소 중 필요한 것만 취해서 이론을 생산해온 주류 경제학을 본받는 것이다. 이 이론들은 경제위기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노동 공급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은폐한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 바깥에서 이 문제에 천착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스웨덴, 최고 실업수당에 최저 실업률

그중 한 명이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8)다. 그는 경제위기가 필연적으로 도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성장 시기가 오면 금융시장의 주체들은 예전의 위기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리스크가 적으면서 적당한 수익을 보장해주던 투자처를 벗어나 불확실하지만 좀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리스크가 조금씩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더 무리한 투자를 위해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게 된다. 기대하던 수익을 얻지 못하고 신용 상황이 한계에 이르는 순간 전체 금융 시스템은 폭락한다. 유동성이 한계에 이르는 시점에서 경제 사이클은 변곡점을 지난다. 실물경제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이 위축되고 기업은 인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다. 당연히 실업률이 치솟는다.

민스키의 분석을 보완하려면 폴란드 경제학자 미할 칼레츠키(9)의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임금억제’ 정책으로 임금 소득의 금융계로의 이전(부가가치에서 이윤으로)이 증가했다. 비율은 국가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5~10%에 달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자 각 가구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지는 일이 잦아졌다. 가구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꾸고, 금융기관은 ‘증권화’(Securitization)(10)를 통해 채권 리스크를 금융시장으로 이전시켰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결국 2007년 금융위기가 촉발되었다. 이 악순환을 더욱 심화시킨 요인은, 금융기관으로 이전된 가계소득이 산업 생산에 투자되는 대신 금융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가가치의 왜곡된 전용(轉用)은 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발전된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구조적으로 총수요가 이윤보다 임금 상승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에 기초해,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제안하는 경제정책과 매우 다른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업적이 꼭 평가절하되는 것은 아니다. 개략적으로 대안적 정책을 살펴보면, 실업을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는 금융시장 규제를 통해 투기를 막음으로써 금융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가가치의 적절한 분배와 임금 인상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만큼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화하고 노동권을 보호하는 한편, 조속히 임금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중산층과 부유층에 대한 형평성 있는 과세와 공공 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11)

사망한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없었다면, 스웨덴 은행은 아마 민스키와 칼레츠키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줘야 했을지 모른다. 다행히 두 사람은 이미 오래전 주류 경제학에 의해 매장되었다.

글•다니 랑 Dany Lang 파리13대학 강사 
질 라보 Gilles Raveaud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 강사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각주>
(1) Hazel Handerson, ‘기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5년 2월호, Gilles Dostaler, ‘노벨 경제학상, 교묘한 속임수’, <Alternatives Economiques>, 파리, 2005년 7월호 참조.
(2) 실업률과 빈 일자리율의 관계 고찰은 이미 1940년대 영국 ‘복지국가의 아버지’라 부른 경제학자 윌리엄 베버리지에 의해 시작됐다. 생산이 총가동 중임에도 일부 (불가피한)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규명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다.
(3) <Scientific Background on the Sveriges Riksbank Prize in Economic Sciences in Memory of Alfred Nobel 2010>, pp.17~18.
(4) Jacques Rueff, ‘만성적 실업 현상의 주범, 실업수당’, <Revue d’Eonomie Politique>, 1931.
(5) <Scientific Background…>, ibid. p.14.
(6) Hélène Zajdela, ‘최저생계비는 노동의욕을 저하시킨다’, <경제학 통념 지침서>, Les Econoclastes, La Découverte, 2004.
(7) Anne Daguerre, ‘사회보장제도 혜택자들에 대한 노동 강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5년 6월호, Jean-Pierre Séréni, ‘파편처럼 조각난 덴마크의 제3의 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09년 10월호.
(8) Hyman P. Minsky, <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 뉴욕, McGraw-Hill, 2008.
(9) Michal Kalecki, <Selected essays on the dynamics of the capitalist economy>,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1.
(10) 대출채권 등 고정화된 자산을 매매 가능한 증권 형태로 전환하는 자산 유동화.
(11)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충격받은 경제학자들의 선언> 내용을 참조할 것. http://atterr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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