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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종합검사는 '보복'인가
삼성생명 종합검사는 '보복'인가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3.27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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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업무보고…대한항공부터 대우조선까지 '날 선 공방'
최종구 "조양호 사내이사 부결, '스튜어드십 코드' 긍정적 측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부결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오갔다. 금융감독원이 꺼내든 종합검사 카드를 비롯해 카드수수료 개편안,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각종 금융 이슈가 연이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무위 업무보고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부결에 대한 정무위원들의 질의가 잇따르자 "스튜어드십 코드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언급했다. 이날 오전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찬성 54.1%로 부결된 바 있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대한항공 주식의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이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게 최 위원장의 평가인 셈이다. 

대한항공 주총 결과를 두고 정무위 여야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과도한 요구에 대주주 편을 들었다. 주주행동주의가 무조건 소수주주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한항공 사례는 증권 시장 발전과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대사건으로, 영국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가도 오르고 배당 수익률이 상승했고 일본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한항공을 키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사실상 빼앗긴 것"이라며 "흔히 관치금융이라는 말을 하는데, 도덕적 잣대로 경영논리를 따지는 일은 이를 넘어 사회주의 금융 수준이다"라고 비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된 대우조선해양 문제와 관련해서도 날선 문답이 이어졌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책임이 지역이나 노동자에게 있냐"고 질의했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회사의 일원인 근로자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 국내 조선사업을 현대중공업, 삽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에서 '빅2'로 개편해야 한다는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를 토대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추진했냐는 질문에는 "그 내용을 알고 있느냐는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조선산업의 재기를 위해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하냐는 평가를 거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은 "당시 순위를 떠나 조선산업이 이대로 생존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많은 전문가들이 표명했었고, KDB산업은행 내부에서도 많은 검토가 있었다"며 "(매각 이후) 거제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대우조선해양과 거제, 조선업을 모두 살리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맥킨지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세계 조선공급이 과잉이었고, 빅3 체제를 개편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공감대가 있었다"며 "합병이 잘되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발전과 고용 안정에도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회계법인 감사에서 감사의견 '적정'을 회복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이 회장은 다음달 초 아시아나항공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4월 이 회사의 자구계획을 담은 MOU를 1년 단위로 맺은 바 있다. 이 회장은 "다행히도 아시아나항공이 적정을 '회복'했다"며 "시장의 신뢰가 흔들렸는데, 회사 측과 협의해 자구계획을 철저히 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에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이 부활을 예고한 종합검사와 관련해서는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즉시연금 문제로 소송전에 들어간 삼성생명에 대한 '보복성 검사'를 우려하는 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컸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삼성생명에 대한 보복 검사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창고에 가있던 종합검사를 끄집어내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면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즉시연금과 관련해 종합검사를 하겠다는 거냐"고 따졌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종합검사의 문제점은 시간이 1년 정도로 오래 걸린다는 점인데, 이는 금융사에 대한 경영 압박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원장은 "종합검사이기 때문에 암보험과 즉시연금을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라며 "종합검사의 기본 방향은 '종합'에 있는 것으로, 예상 가능한 위험과 예상치 못했던 위험을 모두 들여다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도 "종합검사에 대한 우려가 많았기 때문에 그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제도 설계를 새롭게 했다. 우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해 "조만간 결론 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KT에 대해서는 "적격성 승인에 장애가 될지는 금융위 회의를 거쳐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안이 경미한지 결론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 가맹점수수료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으로부터 얻은 수수료 수입이 1조6000억원인데 반해, 되돌려 주는 경제적 이익은 1조20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입보다 경제적으로 제공하는 이익이 더 큰 경우가 있다. 특히 통신사에는 수입의 140∼150%를 이익으로 제공한다"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인 곳이 수수료를 더 부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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