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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양호', 조원태가 키잡나
'포스트 조양호', 조원태가 키잡나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08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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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유력…조양호 한진칼 지분 향방에 관심 집중
상속세 재원 마련, 능력입증, 신뢰회복 등 난제 '수두룩'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권'을 이어받을 것이 유력시되지만, 17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상속세와 KCGI 등 사모펀드의 공격 등이 난관이 될 수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혔다. 항년70세이다. 1949년 대한항공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한진그룹 회장과 대한항공 회장 등 을 역임했다. 사진은 조 회장이 지난 2018년 1월 13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전달 받은 후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이 지난해 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전달 받은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 사후 한진그룹은 '조원태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하며 한진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듬해인 2004년 대한항공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지난 2016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총괄부사장에 선임됐다. 2017년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에는 2014년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2016년 한국공항, 진에어 등 계열사의 대표이사에도 올랐으나 2017년 경영효율화 등을 이유로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특히 조 사장은 지난해 말 조 회장이 요양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후 시무식과 창립 50주년 행사 등 주요 행사들을 직접 챙기며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했다. 동생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현직에서 물러난 점 역시 조 회장이 '원톱'이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진칼 지분 보유에서도 조 사장이 2.34%로 조 전 사장(2.31%), 조 전 전무(2.30%)를 근소하게 앞선다. 

이 같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5월 발표 예정인 '2019년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조 사장을 한진그룹의 새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정위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을 박탈당했음에도 실질적인 그룹 지배력을 인정, 한진그룹의 동일인 변경을 예정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총수 공백사태에 지분율과 그룹에 대한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새 동일인을 설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막강한 조양호 영향력, 상속세가 관건

조 사장이 차기 후계자가 될 것임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경영권 이전이 순조롭게 될 지는 미지수다. 조 회장이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뜨면서 그룹에 대한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석태수 사장과 한진칼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진칼은 대한항공(29.96%), ㈜한진(22.19%), 진에어(60%) 등 주요 계열사의 모회사다. 조 회장이 한진칼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셈. 이 밖에 조 회장은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에 등기임원으로 올라있고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 비등기 임원도 역임 중이다. 지난달 한진칼, 대한항공, ㈜한진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임원직을 연말까지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후 이를 추진하고 있었다. 

결국 관건은 조 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상속이 되는가다. 이날의 한진칼 종가(3만400원)를 기준으로 조 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3200억원이다. ㈜한진 등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 3454억원 상당의 유가증권이 상속 대상에 포함된다. 30억원 이상에 대한 상속세율 50%를 단순 적용하더라도 조 회장 일가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1727억원에 이른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 회장 일가가 상속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이 있다"며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이들이 갖고 있는 한진칼과 한진 지분가치가 1217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평가가치의 5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규정에 따라 609억원이 조달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나머지 1100억원은 배당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며 "5년간 분할 납부가 가능하더라도 납부가능 자금과 부족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배당 증액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 조 회장 일가가 받은 배당금은 약 12억원이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한다면 한진 측에 반기를 들었던 주요 주주들에게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상속세율 50%를 주식으로 납부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한진칼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20.03%로 지금보다 약 9%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대 주주인 KCGI와 3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합산 지분 20.81%보다 적어지는 것.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속세 관련 할증과 실제 세금납부를 위한 현금 조달 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 대응책과 관계 없이 단순 지분 기준으로도 최대주주 위치를 위협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자금 문제를 제외한 조 사장의 개인적 과제도 있다. 그가 경영 전면에 선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이 '재벌 갑질'의 대명사가 된 것을 감안, 외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2021년 3월에 각각 만료되는데 이 때까지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는다면 이번 대한항공 주총때와 같은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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