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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쇼크' 삼성전자, 비메모리로 활로 찾는다
'반도체 쇼크' 삼성전자, 비메모리로 활로 찾는다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30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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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익 6.2조원…10분기래 최저
EUV 공정 기반 AP 출하식…문 대통령 "정부도 돕겠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급락했다. 10분기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에 따라 실적 부침이 큰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 강화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날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 삼성전자의 청사진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30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이 52조4000억원,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13.5%, 영업이익은 60.2% 감소했다.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42.3% 줄었다. 삼성전자 측은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 중심으로 수요 약세와 판가 하락 영향을 받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흔들리니 전사 실적 '뚝'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반도체의 부진이 전체 실적에 미치는 여파가 얼마나 큰 지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 이 기간 반도체 사업의 매출은 14조4700억원, 영업이익은 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매출 20조8000억원, 영업이익 11조5000억원에서 크게 악화됐다. 실적 하강이 시작된 전분기(매출 18조8000억원·영업익 7조8000억원) 수준에도 못 미쳤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해 3분기(매출 24조8000억원·영업익 13조700억원)과 비교하면 이익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 모습. 사진/뉴스1
삼성전자 서초사옥 입구 모습. 사진/뉴스1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한 데다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 등으로 전반적인 수요 약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실적에는 아마존웹서비스에 공급한 서버용 D램에서 불량이 발생해 이를 위한 리콜 충당금도 반영됐다. 삼성전자 측은 "충당금의 규모를 밝힐 수는 없지만 큰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서도 5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1분기가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주요 거래선의 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으로 상반기마다 부진한 경향이 반복돼 오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전방산업(스마트폰)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지문인식 디스플레이 등 애플리케이션 다변화와 중국 출하 확대 등으로 부침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에서는 갤럭시S10 시리즈 등 신제품 효과로 매출 27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2700억원을 기록했다. 가전 사업을 영위하는 CE부문에서는 매출 10조400억원, 영업이익 5400억원을 달성했다. 전분기 혹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개선되거나 크게 나빠지지 않은 성적이다. 

 

시스템 반도체 역량 강화에 '올인'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따라 전사 실적이 흔들리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역량 키우기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클 뿐 더러 수급 불일치에 따른 급격한 시황 변화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부품으로 주목 받고 있어 향후 성장성도 좋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 1위를 놓고 다투고 있는 인텔이 경우 실적 악화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인텔은 1분기 매출 160억1000만달러(약 18조7000억원), 영업이익 42억달러(약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영업이익은 7% 감소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년간 3% 안팎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최근에서야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4일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향후 10여년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국내 연구개발(R&D)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5G, 자동차 전장, IoT 등 신산업 영역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우선 5G 모뎀과 프로세서를 통합한 차세대 원칩 5G Soc(시스템 온 칩) 개발에 주력해 신규 거래선을 확보할 계획이며, 극자외선(EUV) 생산성을 극대화한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하는 등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이날에는 세계 최초로 7나노 EUV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출하했다.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안내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골자로 하는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한 분야의 인재,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산업이기 때문에 산업의 협력과 상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는 사람과 기술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반도체 분야 국가 R&D를 확대하고 유망 수요 기술은 정부 R&D에 우선적으로 반영하겠다"며 "당장 내년부터 1조원 수준의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해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 로봇 등 5대 제조업과 5G 연관 산업, 시스템 반도체 업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민간 영역 수요 창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133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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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