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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회장 별세 1년…변화하는 '뉴LG'
고 구본무 회장 별세 1년…변화하는 '뉴LG'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5.20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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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소한 추모식…임직원 400여명 참석
허창수 GS 회장, 추모영상서 "집념의 승부사" 회고
'공식 총수'된 구광모 회장, 보수 문화 탈피해 실용주의 경영

"저는 여러분을, 그리고 우리 LG를 믿습니다. 차별적인 고객가치 창출을 위해 우리의 길을 걸어갑시다"

고 화담 구본무 LG 회장이 목소리가 별세 1년 만에 LG트윈타워 대강당에 울려퍼졌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고인의 생전 활동을 담은 영상 등을 보며 고인을 기리고 그의 뜻을 이어받아 그룹의 더 큰 발전을 다짐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 모습. 사진/LG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 모습. 사진/LG

 

구광모 회장 등 임직원 400여명 참석…추모영상 상영·헌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구 전 회장의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생전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하고 소탈히 살아온 고인의 뜻을 따라 추모식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날 추모식은 고인의 약력 소개를 시작으로 추모 영상 상영, 헌화와 묵념 등으로 약 30분간 진행됐다. 행사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권영수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서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LG 임원진 400여명이 참석했다. 

 

20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故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구광모 (주)LG 대표와 부회장단이 헌화를 하고 있는 모습
2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진행된 고 구본무 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구광모 LG 회장과 부회장단이 헌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15분 남짓한 길이의 추모영상은 1995년 2월 그룹 회장 취임식 장면으로 시작해 지난해 타계하기까지 그가 몸소 실천한 경영철학과 진정성 있게 사람과 사회, 자연을 대했던 의미 있는 발자취들로 구성됐다. 

△20여년 이상 연구개발 투자로 개척한 2차 전지 사업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을 키워낸 끈기와 집념의 리더십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 최초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통한 선진적 지배구조 구축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업문화인 ‘LG웨이(Way)’ 선포 등 고인의 주요 업적들이 차례로 소개됐다. 구 전 회장이 LG그룹을 이끌었던 24년동안 LG는 매출 30조원에서 160조원으로, 임직원 수 10만명에서 23만명으로 질적·양적 성장을 이뤘다. 

영상 속에 등장한 허창수 GS 회장은 "2차 전지 사업이 처음에 적자가 많이 났다"며 "계속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의 집념이 아니었으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허 회장은 "(구 전 회장을)집념의 승부사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국적인 관점의 이야기를 열심히 하셨다"며 "몇 번을 만나도 좋아지고 존경심이 생기는 그런 분이었다"고 구 전 회장을 떠올렸다. 

추모 영상에서는 한국과 미국에서 열린 인재 확보 IR 행사인 'LG테크콘퍼런스'에 매년 참석하던 모습, 사업장을 찾아 직원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던 모습 등 구 전 회장의 인재 중시 정신과 소탈한 면모도 담겼다. 테크콘퍼런스를 통해 LG에 입사한 한 직원은 "그 자리에서 가장 오래 서계셨던 분"이라며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고 배웅하고 악수하느라 계속 서 있던 모습에 감명받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의인상과 화담숲 조성 등 진정성 있게 사회와 자연을 대했던 의미 있는 업적 등도 영상에 포함됐다. 고인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며 지난 2015년 9월 'LG 의인상'을 제정했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를 만드는 것처럼, 의인상이 나눔의 마중물이 되길 원했던 것이 구 전 회장의 바람이었다. 현재까지 총 104명이 의인상을 수상했으며, 수상자들이 또 다른 나눔을 실천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따뜻한 울림이 전달되고 있다.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구 전 회장의 아호를 따 만든 화담숲은 조성 당시 "전세계 10대 정원에 들도록 하자"고 목표를 세웠다는 뒷이야기도 함께 소개됐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화담숲은 현재 연간 입장객이 90만명에 이르는 현대인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외에 추모 영상에는 고인과 인연이 있었던 인사들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고인의 영결식에서도 추모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많은 사람들이 왜 구본무 회장이 돌아가고 나신 다음에 아쉬워했을까. 제가 볼 때 그 분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기도 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돌아가신 구 회장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이 있다면 기업체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오를 다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고모리 시케타카 후지필름 회장은 "여러 경영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었다며 "훌륭하고 존경할 만 하다"고 말했다. 

 

'젊은 총수' 맞은 뉴LG, 틀을 깨는 혁신 '시동'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 전 회장 별세 후 한 달여만에 구 회장 체제로 전환한 LG는 지난 1년간 인적 쇄신 등을 통해 다소 보수적이었던 기업 문화의 틀을 깨는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LG디스플레이 적자 등 주력 계열사의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위기감도 반영된 결과다. 구 회장은 지난 15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LG그룹의 동일인(총수)로도 정식 지정돼 본격적으로 '뉴LG'를 이끌 채비를 마쳤다. 

인적 쇄신은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의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에서 시작됐다. LG유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구광모 체제'의 2인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그룹의 중대 결단을 주도하는 '야전사령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단행한 연말 정기 인사에서는 순혈주의 전통이 깨졌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의 후임으로 신학철 전 3M 부회장을 선임한 것. 신 부회장은 LG화학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온 수장이 됐다. 이 외에도 LG는 김형남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과 홍범식 전 베인&코리아 대표를 각각 ㈜LG의 자동차부품팀장과 경영전략팀장으로 영입했다. 

LG는 또 그룹 총수가 이사장을 맡아왔던 4개 공익재단 이사장에 이문호 전 연암대학교 총장을 선임했다. 구 회장은 경영에 집중하되 선대 회장이 우리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설립한 공익재단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속 지원해 나가겠단 방침이다. 

 

지난 1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새해 모임에서 구광모 회장과 임직원들이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LG
지난 1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새해 모임'에서 구광모 회장과 임직원들이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사진/LG

구 회장은 또 실용주의 경영에 입각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 동력 모색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현지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몸에 익힌 실용주의 문화가 경영에 묻어나고 있다는 것. 취임 후 첫 번째 현장 방문지로 그룹의 연구개발(R&D) 심장부인 LG사이언스파크를 택하고 매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했던 새해 모임도 올해부터 사이언스파크로 옮긴 점 모두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구 전 회장이 매년 직접 챙겼던 'LG 테크 콘퍼런스'다. 

구 회장이 자신만의 색깔 입히기에 나서면서 그룹의 경영 스타일도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표 사례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LG화학이 미국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QLED TV와 계속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LG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로 한 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고 5G 가입자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점 등도 달라진 분위기의 영향을 받은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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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