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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유튜브 시대, 영상 등급분류제 개선을"
"넷플릭스·유튜브 시대, 영상 등급분류제 개선을"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5.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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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시대 콘텐츠 공급 서비스 개선 방안' 토론회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새로운 영상 플랫폼 환경에 발맞춰 영상물 등급분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화관이나 TV를 통해서만 영상물을 접하던 과거와 달리, 모바일을 주축으로 영상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는 최근 추세에 따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홍균 국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5G시대 콘텐츠 공급 서비스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자체등급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과거에는 소수의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고자 TV 방송을 국가가 직접 나서서 운영해야 했지만,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가 됐다"면서 "손 안의 단말기로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만큼, 기존의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국내 영상물 등급분류제도는 과거 존재했던 영화 사전허가제를 기원으로 하고 있다. 지난 1996년까지 유지됐던 사전허가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은 이후 폐지됐고, 다음해인 1997년 '영화진흥에 관한 법률(영진법)'이 개정되면서 심의 제도가 사전 등급분류제도로 바뀌었다. 2006년 영화와 비디오를 하나로 묶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현재까지도 이 법안을 바탕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와 비디오물의 상영 등급을 사전 분류하고 있다.

신 교수는 "극장에서의 상영을 전제로 하는 '구 영화진흥법'과 비디오물을 수록한 음반의 오프라인 유통을 전제로 한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서 기원한 등급분류제도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융합 콘텐츠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며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나 유튜브를 시청 제공 경로로 하는 비디오물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과연 등급분류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급분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분류가 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에 맞춘 자발적인 분류의 두 종류가 있다"며 "내용적으로 유사한 콘텐츠임에도 방송프로그램, 영화, 뮤직비디오, 1인 방송 콘텐츠가 전부 다르게 취급돼, 제도의 실효성 자체가 저해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의 물량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데다, 심의 주체가 한 곳으로 특정된 상황이 지속되면 독점으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등급분류를 다양한 민간에 맡기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민간에 의한 등급분류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완충장치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창구를 유지한다면 선의의 경쟁자로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송정은 서울시립대학교 글로벌문화 공감사회연구센터 교수도 달라진 환경에 따라 새로운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5G시대에 상당한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웹드라마는 모바일에 알맞은 포맷으로, 기존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참신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며 "그런데 웹드라마는 아직까지 방송으로 보느냐, 통신으로 보느냐에 따라 심의기준이 모호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 교수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따라 자율규제를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다수의 동영상 서비스들이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콘텐츠를 판단하고 있지만 웹드라마의 발전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도 기존의 영상물 등급제도를 개선하고, 각종 영상물과 OTT 사업자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정의할지 논의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했다. 임성환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 과장은 "기본적으로 자율등급제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다"며 "매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영상물이 2000건에서 4000건, 8000건으로 2배수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영상물 홍수의 시대라는 표현에 공감한다"고 했다. 임 과장은 "콘텐츠 쿼터를 비롯해 제도적 변화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문모 한라대 교수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를 만들어 영상물등급위원회 외에 민간에서 심의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그동안 등급심사를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 때문에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불편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는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상 우리나라는 많이 늦은 상황"이라며 "콘텐츠는 돈으로만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규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발전하는지가 결정된다. 소비자적 측면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영상물을 올리는 유튜브에 대한 규제도 화두에 올랐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플랫폼을 우리나라 기준으로 규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낮추는 게 오히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도 "만약 유튜브에 유해한 콘텐츠가 나오면 수용자들이 의견을 표시할 수 있고, 청소년이 시청하지 못하도록 자정하는 기능을 플랫폼 내에서도 갖추고 있다"며 "국내 규제를 조금 더 자율적으로 만들어서 해외 기업과 함께 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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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