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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칼럼] 바이오제약 성장을 위한 진통인가
[차기태의 경제칼럼] 바이오제약 성장을 위한 진통인가
  • 차기태
  • 승인 2019.05.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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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수소차를 비롯한 미래형 자동차와 비메모리 반도체 등과 함께 향후 한국의 선도산업의 하나로 선정했다. 반도체처럼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혀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다. 실제로 바이오산업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요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인 셀트리온은 지난 16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 화이자를 뛰어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바이오제약 산업은 2016년 이후 33개 신약 후보 물질을 기술 수출해 약 10조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의약품 수출액은 2014년 약 24억달러에서 지난해 약 47억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벤처캐피탈의 바이오헬스산업 투자는 20173788억원에서 지난해 8417억원으로 122%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바이오제약 산업은 요즘 극심한 수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28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 허가를 취소했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하루 동안 주식거래도 정지됐다.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코오롱은 환자와 투자자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하고 검찰수사도 조만간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로 말미암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직원 2명이 구속기소된데 이어 삼성전자 임원 2명도 구속됐다. 분식회계와 관련 있는 자료들을 공장 바닥에 숨기는 등 증거인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장 가까운 측근으로 알려진 정 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도 조만간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삼성바이오가 부풀려진 회사 가치를 이용해 받은 대출에 대해 검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한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재벌 계열사들이 연루된 이들 사건의 결말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분식회계나 성분 속이기 혹은 증거인멸이 사실이라면 용인될 수 없다. 다른 바이오기업들이 보고 배울 염려도 있다. 그런 방식으로는 일시적으로 성장한다 해도 머지 않아 한계가 드러난다. 건실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후일을 위한 경계로 삼아야 한다.

 

 

 

사실 한국의 바이오제약산업은 지금 초동단계이다. 그렇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원료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서면확인서를 면제받는 화이트리스트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의약품 품질관리 실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의약품 수출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의약품 산업은 한국의 성장을 주도해온 주력산업과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철강·조선·전자·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 등은 대부분 막대한 규모의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는 소품종대량생산 업종이다. 국제 시황에 따른 명암의 진폭이 크다. 최근 한국 경제의 어려움도 바로 이들 주력산업의 침체에 기인한 바 크다.

 

 

 

예컨대 반도체의 국제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이 수직추락했다. 고용효과도 투자규모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 이를테면 최근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130조원을 투자해 비메모리 산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직접고용인원은 150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언필칭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생산성 높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비해 바이오제약 산업의 경우 기존의 주력산업에 비해 거대한 설비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이오시밀러 등 일부 분야에서는 대형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끈질긴 연구개발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산업이다. 고용효과도 좋은 편이다. 어느 모로 보나 바이오제약산업은 중후장대한 기존 주력산업을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우뚝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반면 지금 바이오제약산업이 겪는 수난은 조급하게 양적인 성장만 추구하다 빚어진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일종의 성장통이다. 동시에 산업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 반드시 치유해야 할 아픔이다.

 

 

 

17세기 서양철학자 르네 데카르트가 지적했듯이 곧은 길을 천천히 가는 것이 잘못된 길을 서둘러 가는 것보다 안전하다. 그리고 오히려 더 빠르다. 그러므로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거울삼아 산업의 체질을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은 단테처럼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장(eramus414@ilemonde.com)

(36일자 뉴스토마토 신문에도 실린 칼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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