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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선출에 대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의 선출에 대해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 승인 2019.08.30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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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sula von der Leyen presents her vision to MEPs (cc by European Parliament)

2019년 7월 때마침 유럽 전역에 찾아온 폭염은, 현행 민주주의의 오류를 범한 사건을 은폐해 버렸다. 뉴스는 사상 초유의 폭염을 알리는 기사로 도배됐고, 적어도 3년 이상 유럽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던 정치적 담론이 무너지는 것을 눈치 챈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언론은 또 다른 ‘취재’거리를 찾느라 이 사실을 유럽에 알리려 애쓰지 않았다.

지금까지 수억 명에 이르는 유럽 유권자들은 좌우 흑백논리의 거대담론에 현혹돼 왔다. EU의 정치상황과 5월에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까지도 이른바 ‘자유주의’와 ‘포퓰리즘’ 두 진영의 대결로 요약됐다.(1) 7월 2일에는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독일 기민당 소속 국방부 장관이었던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직에 천거했다. 이 생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머릿속에서 처음 나왔다. 그의 제안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채택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난민 및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역주)도 그의 제안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당선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에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 왔다. 그는 포퓰리즘이 “슬픈 정념(스피노자의 개념. 증오, 공포, 분노, 기만, 폭력 등. 스피노자는 ‘슬픈 정념’을 이용해 권력을 공고히 하는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역주)과 원초적 감정을 거듭 자극하는 담론을 퍼뜨려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람들을 속이고 혐오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2) 또한 마크롱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와 마테오 살비니(현 이탈리아 부총리. 극우 포퓰리스트-역주)라는 두 선동가에 ‘대항’해 왔다. 그는 평소의 온건함이 사라진 얼굴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난 7월 16일 유럽의회 의원들이 유럽 정상회의의 결정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반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입장에 놓이게 됐다. 프랑스와 독일의 사회주의자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사회주의자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졌다. 후자의 의원들은 폴란드 민족주의자 및 오르반 총리 측 의원들과 함께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에 며칠 앞서 스트라스부르에서 마린 르펜이 그들에게 연대세력 구성을 제안했던 것처럼 말이다. 

결국 마크롱 측 후보(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나섰던 나탈리 루아조를 말한다-역주)는 당선을 위해 신임 유럽위원회 위원장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신임 위원장이 단 9표 차이로 이겼으며, 여기에는 오르반 총리 측 헝가리 의원 13명과 오성운동(좌우성향을 모두 지닌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마테오 살비니의 정당 ‘동맹’과 연정을 이루었으나 최근 연정이 붕괴됐다-역주) 소속 포퓰리스트 의원 14명을 포함하는 연대세력의 힘이 컸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투표지형은 매일 아침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뻔한 기사들이 이미 옛날이야기가 됐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유럽의 폭염은 언젠가 멎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컨대, 자유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담론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다수 언론인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마련해 놓은 이 오래된 구도를, 앵무새처럼 계속해서 되풀이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오규진 mrcrazyani@gmail.com
번역위원

 

(1) Serge Halimi et Pierre Rimbert, ‘Populistes contre libéraux, un clivage trompeur 포퓰리즘 대 자유주의의 대립은 허상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2018년 9월호.

(2) 소르본 연설, Paris, 2017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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