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대학 개혁은 당위, 문제는 방향
대학 개혁은 당위, 문제는 방향
  • 크리스토프 부알리오
  • 승인 2011.01.07 21: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평]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 ‘프랑스 대학 개혁’ 청원에 서명한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었다(<르몽드> 2009년 5월 14일자). 최근에 학자들이 공동으로 출간한 저서 <대학 개혁: 왜 고등교육을 바로잡아야 하는가>(1)에서는 대학 개혁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주장한다.

“대학의 빈곤화와 함께 등장한 그랑제콜과 단기 고등교육기관(프랑스 기술대학, 프랑스 기술 자격증)의 성공은 프랑스 대학의 이원화에서 비롯된다.” “2009년 봄과 겨울에 교원들이 시위한 이유는 노동조건이 서서히 저하되었기 때문이다.”

1986년 대학 재정 자율권을 골자로 하는 드바케 법안에서 시작해 2007년 자율권 법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시행했던 모든 개혁이 프랑스 전국학생연합(UNEF)과 해당 부처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알맹이를 잃은 것은 아닐까? 오직 ‘위대한’ 교수들만이 대학에서 ‘특별한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걸까? 이는 고등교육과 연구 공공서비스의 현실을 그럭저럭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이들, 이를테면 약 5만 명의 불안한 연구직원, 교원들(2)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개혁가’ 그룹이 내놓은 소소한 제안 11가지 제안를 읽어보면 불편하다.

개혁가들은 커리큘럼 개혁, 교과목 및 대학 지위 조정을 제안한다. 그런데 이는 두 가지 주요 장애물과 부딪힌다. 첫째, 대학 간 치열한 경쟁으로 2007년 이후 파괴된 대학의 가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둘째, 서민층 소외의 해결책으로 마련된 실력 본위의 기준 아래서 어떻게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이와 마찬가지의 비판이 지난해 12월 대학총장협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루이 보젤의 주장(3)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 있다. 루이 보젤의 논리는 그럴듯하다. 그의 차분한 낙관주의가 꽤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재원을 집중하고 교원들이 완전 독립과 순수학문의 꿈을 접지 않게 한다면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대학들을 전문화해 대학의 신뢰도를 전세계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논리다. 또 강력한 정체성을 가진 프랑스 학·연협력단지(PRES)를 창설하고 특별히 경제적 이익과 조화를 보여준다면 프랑스 대학에 실질적인 자율화의 길이 열릴 것이라 한다. 대학이 재정을 확보 하려면 학생들의 등록금이 높아질 수 있다. 루이 보젤은 다른 많은 교육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평등은 유행이 지난 개념이라 본다.

대학교수와 연구가들을 절망시키지 말자. 이들 대부분이 여전히 열정과 지성으로 일하고 있다. 잡지 <에코노미 에 소시에테>(4)에서 아니 비노퀴르와 카롤 지그만이 내놓은 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사에 따르면, 전세계 대학들이 똑같이 ‘개혁’ 열풍을 맞고 있다. 목표가 있는 운영, 공립과 사립의 협력 등 개혁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수익성만 생각하다가 자칫 지식이 자유롭게 탄생되고 합리적으로 공유되는 토대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글•크리스토프 부알리오 Christophe Voillio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르몽드 세계사 2>(공역·2010) 등이 있다.

<각주>
(1) 올리비에 보, 알랭 카이에, 피에르 앙크르나, 마르셸 고셰, 프랑수아 바탱, <대학 개혁: 왜 고등교육을 바로잡아야 하는가>(Refonder l‘université: Pourquoi l’enseignement supérieur reste ? reconstruire), La Découverte, 파리, 2010.
(2) <고등교육과 공립 연구의 불안정에 관한 앙케트>, precarite-esr.org, 2010년 2월 8일 참조.
(3) 루이 보젤, <대학, 프랑스의 기회>(L‘Université, une chance pour la Franc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파리, 2010.
(4) ‘새로운 공공관리와 시스템 위기에 직면한 고등교육’, <에코노미 에 소시에테>, 특별호, 43호, 2010년 4월.

  • 정기구독을 하시면, 유료 독자님에게만 서비스되는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잡지를 받아보실 수 있고, 모든 온라인 기사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온라인 전용 유료독자님에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모든 온라인 기사들이 제공됩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