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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연의 문화톡톡]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이들을 데려갈까?
[류수연의 문화톡톡] 무엇이 이 숲 속에서 이들을 데려갈까?
  • 류수연(문화평론가)
  • 승인 2019.09.16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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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대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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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표지 - 출처 : 교보문고
자료1.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표지 - 출처: 교보문고

그의 세계는 낯설다. 하지만 그저 낯설다기엔 어쩐지 친숙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곳의 설계는 느슨하게 느껴진다. 그의 세계는 분명 첨단의 어디쯤이지만, 동시에 낡고 퇴락해가는 풍경 속에 놓여 있다. 차갑고 냉정한 금속의 세계 위에 직조되어 있지만, 혈관 밑에 흐르는 맥박과 뜨거운 피를 느낄 만큼 그 거리는 가깝다. 그래서 그의 세계가 보여주는 낯섬낯익음을 향한 시작처럼 느껴진다. 바로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에 그려진 세계가 그러하다.

이 소설은 과학소설이다. 우리가 흔히 SF라고 말하는 그것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것은 분명 차가운 이성 위에 견고하게 구성된 과학적 허구인데, 왜 그의 소설은 이토록 따뜻하고 그리운 향수를 자아내는가?

 

자료2. 과학상상화그리기 대회 수상작 - 출처 : 국립대구과학관
자료2. 과학상상화그리기 대회 수상작 - 출처 : 국립대구과학관

어린 시절 우리가 그렸던 미래도시는 대부분 첨단기술로 쌓아올린 유토피아였다. 금속과 유리로 이어진 거대한 마천루는 그 자체로 첨단도시의 실현이자 상징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SF란 대개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였다. 사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이 마천루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거대한 교도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를 밝고 명랑한 유토피아로서 그려낸 SF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뇌리에 각인된 것들은 이처럼 늘 어둠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은 첨단기술도, 그 소재가 되는 유리나 금속 따위의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진짜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그 첨단이 오늘 우리가 문제시하는 모든 것들을 극단화시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자체이다. 미래란 언제나 오늘의 현실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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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 그려내는 과학의 세계는 그러한 디스토피아로 가는 진행 어디쯤에 서서, 오히려 그것을 비껴난다. 물론 과학적 진실은 그 세계를 구성하는 견고한 원리이지만, 한 가지 물음 앞에서는 언제나 뒤로 물러선다. 바로 인간다움에 대한 것이다. 그는 가장 비인간적일 것만 같은 환경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초엽의 소설에서 진실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과정”1)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52.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 릴리는 뛰어난 과학자이지만 유전병으로 생긴 흉터로 인해 평생 소외받는다.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 사람을 없애고자 그녀는 바이오해커 디엔이 된다. 인간배아를 디자인함으로써 아름답고 완전한 신체를 가진 신인류를 탄생시키며 모두가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목도한 것은 또 다른 디스토피아였다. 그곳에서 신인류가 되지 못한 사람들은 더 고통스러운 차별에 처한다. 마침내 릴리는 결함 있는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그 어떤 차별도 없는 마을을 탄생시키며 자기 자신을 그곳에 유폐한다. 그러나 릴리조차 알지 못했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마을은 그저 격리된 감옥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부재를 자각한 사람의 몫이 된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화자 데이지는 성년을 맞이한 아이들이 떠나는 순례에 의문을 품는다. “어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의문은 그녀를 마을 밖의 세계, ‘지구로 이끈다. 그리고 그 지구에서 데이지는 깨닫는다. 누군가의 배제로 이루어진 세계는 어느 쪽이든 그저 우울한 디스토피아에 불과했음을 말이다.

 

이제 나는 상상할 수 있어.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52.

 

이렇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누군가의 존재를 삭제해버린 두 세계란 본질적으로 박탈된 세계에 불과함을 고발한다. 지구와 마을 모두 진정한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 박탈”2)된 세계, 누군가의 부재를 망각한 반쪽짜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가장 평온할 수 있었던 마을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의 길, 바로 지구를 선택한다. 부재를 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부재를 기억하는 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자료 3. 멕시코 시티의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 출처 : 『세계의 도서관』(제임스 WP 캠벨, 사회평론)
자료 3. 멕시코 시티의 호세 바스콘셀로스 도서관 – 출처 : 『세계의 도서관』(제임스 WP 캠벨, 사회평론)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아온다. 추모의 공간은 점점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로 변해왔다. 도시 외국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했던 추모 공원에서, 캐비닛에 유골함을 수납한 봉안당으로,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관내분실, 223-224.


     

관내분실에서 그려지는 미래는 우리의 현재와 훨씬 가깝다. 이 작품 속에서 김초엽은 죽은 사람들의 부재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대단히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죽은 이의 기억을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하는 마인드는 어쩌면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가깝게 상상할 수 있는, 아니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미래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역시 누군가의 존재에 대한 자각은 그들의 부재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족과의 친밀한 유대 없이 자란 화자 지민은 가족을 이루는 데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그녀가 원치 않았던 임신을 하게 되고, 그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따라서 지민이 3년 전 세상을 떠난 엄마 은하를 떠올리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는 두려움의 기원이 바로 은하로부터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하의 마인드를 보관한 도서관에서 돌아온 답변은 관내분실.’

의도치 않게 자각된 부재의 무게는 상당했다. 그것은 그 어떤 존재보다 선명하게 그 빈자리를 각인한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던 은하의 세계는 마침내 지민의 삶에 가깝게 다가온다. 힘들게 찾아낸 은하의 마인드. 지민은 마인드 접속기를 통해 마주한 은하의 기억 속에서 마침내 자신의 엄마이기에 잊혀야 했던 한 사람으로서의 김은하를 처음 만난다. 그것은 결코 불가능할 것 같았던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서 그녀를 만나러 왔다.

엄마를 이해해요.”

정적이 흘렀다. 은하의 눈가에 물기가 고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지민의 손끝을 잡았다.

- 관내분실,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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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자 하는 김초엽의 지향은 어쩌면 지나칠 정도로 분명하다. 그것은 그 어떤 기술도 그 어떤 첨단도 결국 인간다움, 그렇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깊은 이해와 연대마저 삭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료 4. 국제우주정거장 – 출처 : 네이버 백과
자료 4. 국제우주정거장 – 출처 : 네이버 백과

동결은 대가 없는 불멸이나 영생이 아니야.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눈을 뜨는 순간이 있어야 하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살아보지도 못한 수명을 지불하는 기분이 들지.”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79-180.

 

인적도 없이 버려진 우주정거장, 여기 한 노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우주개척을 위한 냉동 수면 기술인 딥프리징을 연구해온 학자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일생을 건 첨단의 기술은 그것의 가능성이 온전히 타당성을 얻기도 전에 막을 내린다. 웜홀3)을 통해 우주 공간을 왜곡해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워프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우주개척에는 무용해졌지만 질병치료에는 여전히 유용했던 딥프리징 기술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는 가족과 떨어져 지구에 홀로 남았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가 마무리되고도, 그녀는 떠날 수 없었다. 우주연방이 경제성을 이유로 그녀의 가족이 이주한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항로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이곳 폐쇄 직전의 우주정거장에 홀로 남아 자신이 연구한 딥프리징 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며, 언제일지 모를 슬렌포니아 항로의 재개를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기다리고 있다.

빛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빛보다 더 빠른 통로를 개척한 우주개척시대. 그것은 모두에게 꿈같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 첨단의 그늘은 결코 작지 않았다. 누군가의 첨단은 무엇인가의 포기와 삭제를 통해서만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첨단이 첨단을 대체하는 기술의 확장조차 부재로 인해 촉발되는 인간의 근원적 고독을 해결할 수 없음은 다시금 분명해진다.

그 무엇으로도 삭제될 수 없는 고독, 타인과의 관계가 아니면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부재에 대한 자각. 그것이 만약 인간다움의 본질이라면 도대체 그 기원은 어디로부터 도래하는 것인가? 스펙트럼공생가설역시 이러한 의문 위에서 시작된다. 두 작품은 우리가 말하는 인간다움이 결코 인간만의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진실 위에 서 있다. 그리고 보여준다. 그것은 부재의 존재를 자각하는 모든 존재들 사이의 근원적인 연대에 가깝다는 것을.

 

희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은 이전 개체가 남긴 기록을 읽고 습득하여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받아들인다. 이전의 루이들이 희진을 돌보고 아꼈기 때문에 새로운 루이도 희진을 돌보기로 결정한다. 그 과정에는 어떤 대단한 결단의 과정이 없다. 그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루이가 된다.

- 스펙트럼, 90.

 

스펙트럼에서 우주를 표류하던 희진은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다. 그곳에는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과 비슷하게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 살고 있었고, 희진은 루이라는 특별한 존재의 보호를 받는다. 문자가 아닌 색채로 기록하는 루이의 세계는 기록을 통해 영혼이 계승되는 특별한 곳이었다. 하지만 기록된 데이터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던 희진은 그곳에서 모든 것이 불능이었다. 희진의 귀는 그들의 소리를 포착할 수 없었고, 눈은 그 섬세한 색의 언어를 구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진이 그들과 영혼의 교류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공존을 허용하는 따뜻한 연대 때문이다.

우주적인 존재와 인간의 공존이라는 가능성은 공생가설에서도 이어진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그려내는 천재화가 류드밀라. 그러나 그녀의 그림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지독한 향수에 시달리며 눈물을 흘린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진실은 서울에 위치한 작은 연구소에서 밝혀진다.

 

인간은 수많은 체내 미생물들과도 공생한다. 사람들은 외부에서 유래한 그들을 이질적 타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인간의 일부이다.

하지만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 지배했고, 우리를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사실은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라면.

- 공생가설, 128-129.

 

뇌파를 연구하는 과학자인 수빈은 어린 아이들의 뇌 패턴 데이터를 연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단순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들이 사실 대단히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저 오류라고만 여겼던 결과들을 분석하면서, ‘뇌의 해석 연구소연구원들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가설을 세운다. 그것은 인간다움의 유래가 인간 자체가 아닌 외계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어난 순간 그저 동물성밖에 없던 인간에게 이타성을 가르치는 그들의 존재를 긍정한다. 성장과 함께 잊혀졌던 그들의 세계가 바로 류드밀라가 그려낸 세계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두 작품 모두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작가 김초엽은 우리가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라고 여겼던 인간성이 어쩌면 본래 인간의 것도, 따라서 인간만의 것도 아니라는 가설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철학적 질문들을 다시금 환기한다. 거대한 우주 속에 지극히 작은 일부로서의 인간. 그럼에도 인간이 그 존재의 가치가 있다면,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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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밀은 바로 우리가 감정이라는 부르는 그것에 있다. 김초엽의 소설에서 마지막까지 물음표로 남겨둔 부분 역시 바로 이 감정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의 신체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비단 치료 목적의 기계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웨어러블이 인간의 신체를 보조하고 AI가 인간의 기억을 보조하는 것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신체의 더 많은 부분이 기계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질문은 바뀔 수밖에 없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가?

 

잠시 머물렀다 사라져버린 향수의 냄새. 무겁게 가라앉는 공기.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오래된 벽지의 얼룩. 탁자의 뒤틀린 나뭇결. 현관문의 차가운 질감. 바닥을 구르다 멈춰버린 푸른색의 자갈. 그리고 다시, 정적.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나는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다 시선을 떨구었다.

- 감정의 물성, 218.

 

감정을 물건에 담아낼 수 있는 상품이 개발된 가까운 미래를 그려낸 감정의 물성에서 작가는 질문한다. 우리의 감정은 정말로 무형의 것이기만 했던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인간다움의 본질은 바로 여기서 확인된다. 거기엔 그 어떤 거창함도 없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물질에 담고, 그 물질들이 환기하는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모든 감정들은 다시금 인간을 인간다움 속에 서게 만든다.

우리가 그려내는 미래가 디스토피아인 것은 첨단과학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늘 새로운 고통과 차별과의 끝나지 않는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공존과 연대를 찾아내고자 했던 한 사람이, 그리고 누군가의 부재를 삭제하지 않고 기억하려고 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이, 그렇게 엮어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인간다움을 지켜냈던 것이다. 결국 인간다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자 하는 오늘, 여기에 있다.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드는 일은 어쩌면 영원히 요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그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추락시키지 않을 방법은 알고 있다. 그것은 약하고 아프고 슬픈 것들과의 공존을 잊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재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세계를 끔찍한 폭력으로 점철되지 않게 만들 그 유일한 방법에 다름 아니다. 김초엽의 소설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러니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무엇이 이 세계에서 그들을 데려간 걸까? ‘그들의 부재를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남겨둘 때, 우리는 빛을 향해 달려가는 이 속도 속에서도 자신의 물성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주석

* 이 글의 제목은 양희은의 노래 <아름다운 것들>을 차용했음

1) 인아영, 해설 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323.

2)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이진우·태정호 옮김, 한길사, 1996, 112.

3)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의미로 제안된 이론상의 개념. “웜홀”, 다음백과. https://100.daum.net/

 

글: 류수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문학/문화평론가. 인천문화재단 이사. 계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하였고, 현재는 문학연구를 토대로 문화연구와 비평으로 관심을 확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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