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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비밀을 풀어내다
도시의 비밀을 풀어내다
  • 카트린 뒤푸르
  • 승인 2019.11.29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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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피부에는 자본주의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최근 문고판으로 재발행된 『도시의 재앙-도시도 죽는다』(1)에서 철학가 티에리 파코는 자본주의의 특징 5가지를 도시건축적인 면으로 파악해 연구한다. 그 5가지 특징은 거대단지, 쇼핑몰, 고층빌딩, CCTV가 설치된 주거지,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거대함’이다.

파코는 ‘도시의 정신’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잘 활용한 정원도시, 도시 마을, 텃밭 도시, 바이오 지역 등을 연구한다. 이것들은 도시의 ‘획일화를 거부한’ 모습이다. 『도시 백과사전-도시적 공간의 일상어휘와 특수어휘』(2)에서 파코는 이 어휘들의 개념을 알파벳 순으로(Airbus에서 Zone까지) 정리해 소개한다. 또한, 도시를 테마로 한 전문가들의 연구, 도시를 바라보는 시인, 산책자, 예술가들의 말을 인용해 거리에 찬사를 보낸다.

이들이 도시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상상하는 방식이야말로 파코의 관심사다. 저자는 1인칭 시점을 유지하며 유쾌한 백과사전을 완성했다. 이 백과사전을 통해 우리는 파리의 벨빌 놀이공원과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 마르코스파즈의 놀이 공간에서부터 비어있는 창고까지 살펴볼 수 있다. 관광객 등 도시를 스쳐 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표현방식(게시물, 거리의 예술, 그라피티)은 감탄의 대상이 된다. “도시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도시화는 도시와 반대의 길을 가거나 도시 없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양한 거리와 얼굴의 고고학’으로서 도시에 매혹된 또 다른 작가가 있다. 스테판 헤르트만스는 네덜란드어권 벨기에인 작가이자 시인으로 최근에 『전향한 마음』을 발표했다. 헤르트만스는 도시에서 문학 공간과 정치적 실험의 용광로가 될 수 있는 현대 인간의 무대를 발견했다. 『도시 사이에서-길을 가다가 발견하는 역사』(3)에서 작가는 드레스덴, 마르세유, 시드니를 거닐고, 교외 지역을 탐색하며 살만 루시디와 자크 데리다의 꿈과 다시 마주친다. 인간관계에서 도시는 보들레르가 제시한, ‘관계의 표준화’라는 역할을 충실히 이어갈 것이다. 이제는 국가보다 도시가 앞서 사회의 여러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다.

 

글·카트린 뒤푸르 Catherine Dufou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Thierry Paquot, 『Désastres urbains. Les villes meurent aussi 도시의 재앙-도시도 죽는다』, La Découverte Poche, Paris, 2019.
(2) Thierry Paquot, 『Dicorue. Vocabulaire ordinaire et extraordinaire des lieux urbains 도시 백과사전-도시적 공간의 일상어휘와 특별한 어휘』, CNRS Editions, Paris, 2017.
(3) Stefan Hertmans, 『Entre villes. Histoires en chemin 도시 사이에서-길을 가다가 발견하는 역사』, Le Pré Saint-Gervais, 2019.

 

 

11월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추천도서

『정주진의 평화 특강』(정주진 지음, 철수와영희)
이 책은 가짜뉴스, 난민, 국가폭력, 민족주의,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와 세계를 살펴본다. 저자는 평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평화로운 삶을 빼앗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불공정하고 억압적인 상황을 해결해 그들이 평화로운 삶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 함께 사는 평화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그런 세상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법의 이유』(홍성수 지음, 아르테)
『말이 칼이 될 때』의 저자 홍성수 교수가 숙명여대에서 2011년부터 강의해온 인기 교양과목 ‘영화를 통한 법의 이해’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영화 속의 다양한 상황들에서 법적인 쟁점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함께 생각해봄으로써, 일상 속 법의 역할을 조명했다. 법의 기본이념과 현실과의 관계를 살펴, 법의 궁극적 목적인 평등과 정의의 실현 방법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전한다.

 

『강한 인공지능과 인간』(김진석 지음, 글항아리)
철학·과학기술학 등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조망해,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존재 조건과 상황을 심도 있게 다룬 책이다. 근대적 인간주의가 상정하는 ‘인간성’의 위기를 지적하고, 잉여가 될 위험에 처한 인간의 처지를 철학적으로 날카롭게 탐구한다. 아울러 강한 인공지능의 발전과정을 역사적으로 개괄하고, 그것이 인간 존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개러스 데일 지음, 황성원 옮김, 홍기빈 감수·해제, 마농지)
시장경제의 허구성을 간파하고 시장과 국가 너머의 ‘사회’라는 실체의 복원을 주장한 칼 폴라니에 대한 최초의 전기다. 세계적인 폴라니 연구자 개러스 데일이, 방대한 자료 조사와 독자적 해석을 더해 완성했다. ‘극단의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부르주아 급진주의자에서 개혁적 사회주의자로 변모해가는 폴라니의 생애와 사상을 곱씹어보는 것은,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며 시장화로 인한 타락과 혼란이 인간성을 위협하는 이 시대에 유효한 모색이 될 것이다.

 

『비평의 조건』 (고동연 외 지음, 갈무리)
미술비평가로 활동 중인 고동연, 안진국, 신현진이 여러 현역 미술비평가 및 미술비평 그룹들을 만나 진행한 16편의 인터뷰를 수록한 책이다. 현대미술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때마다 끊임없이 비평의 성격이나 역할을 둘러싼 질문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정작 비평이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만들어져 왔는지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전문 비평가들이 미술계의 지형과 현재 상황, 미술계에서 비평의 역할, 생존을 위해 걸어온 경로를 16편의 인터뷰로 공유한다.

 

『왜 인격들에 대해 말하는가』
(로베르트 슈패만 지음, 박종대·김용해·김형수 옮김, 서광사)
독일 철학자 로베르트 슈패만의 저서 『Personen 인격들』을 박종대, 김용해, 김형수 3명이 공역했다. 슈패만은 이 책에서 ‘모든 인격이 인격인가?’하는 최근의 논쟁에 생명과 존재의 가치를 우선하는 정론적인 입장을 전개한다. 또한, 의식과 존재, 정신과 물질, 주체와 객체, 개인과 사회의 이원론이 팽배한 가운데 생명의 개념이 무시되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인격은 객체이자 동시에 주체”임을 주장하는 사유의 이론적 기초를 제시한다.

 

『여성 관음의 탄생』 (김신명숙 지음, 이프북스)
한국 여신의 계보에서 관음의 위상은 매우 특별하다. 불교가 한국의 지배적 종교가 되면서 토착 여신들을 흡수한 관음은 한국 여신들의 총화라고 할 수 있다. 심오하고 풍부한 불교의 사상체계와 다양한 의례들을 품고 있는 관음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관음의 관계를 재설정해본다. ‘불교의 보살’이라는 경계를 넘어 ‘한국의 여신’으로서 관음을 새롭게 상상해본다.
 


『통일 청춘을 말하다』(김용옥 지음, 통나무)
2007년 이뤄진 노무현 김정일의 10.4 남북정상선언 12주년을 맞이해 노무현재단에서 기획한 유시민과 도올의 공개적 대담을 재구성해 엮은 것이다. 이 책은 엄중한 동북아 정세의 현시기에 발하는 포괄적인 도올의 통일론이다. 북한 사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통일은 왜 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 일본은 각각 우리에게 무엇인가 등 심원하고 현실적인 주제로 토론이 펼쳐진다.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안숭범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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