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피부에는 자본주의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최근 문고판으로 재발행된 『도시의 재앙-도시도 죽는다』(1)에서 철학가 티에리 파코는 자본주의의 특징 5가지를 도시건축적인 면으로 파악해 연구한다. 그 5가지 특징은 거대단지, 쇼핑몰, 고층빌딩, CCTV가 설치된 주거지, 그리고 ‘여기저기 보이는 거대함’이다.
파코는 ‘도시의 정신’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잘 활용한 정원도시, 도시 마을, 텃밭 도시, 바이오 지역 등을 연구한다. 이것들은 도시의 ‘획일화를 거부한’ 모습이다. 『도시 백과사전-도시적 공간의 일상어휘와 특수어휘』(2)에서 파코는 이 어휘들의 개념을 알파벳 순으로(Airbus에서 Zone까지) 정리해 소개한다. 또한, 도시를 테마로 한 전문가들의 연구, 도시를 바라보는 시인, 산책자, 예술가들의 말을 인용해 거리에 찬사를 보낸다.
이들이 도시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상상하는 방식이야말로 파코의 관심사다. 저자는 1인칭 시점을 유지하며 유쾌한 백과사전을 완성했다. 이 백과사전을 통해 우리는 파리의 벨빌 놀이공원과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 마르코스파즈의 놀이 공간에서부터 비어있는 창고까지 살펴볼 수 있다. 관광객 등 도시를 스쳐 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표현방식(게시물, 거리의 예술, 그라피티)은 감탄의 대상이 된다. “도시화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도시화는 도시와 반대의 길을 가거나 도시 없이 이뤄지기도 한다.”
‘다양한 거리와 얼굴의 고고학’으로서 도시에 매혹된 또 다른 작가가 있다. 스테판 헤르트만스는 네덜란드어권 벨기에인 작가이자 시인으로 최근에 『전향한 마음』을 발표했다. 헤르트만스는 도시에서 문학 공간과 정치적 실험의 용광로가 될 수 있는 현대 인간의 무대를 발견했다. 『도시 사이에서-길을 가다가 발견하는 역사』(3)에서 작가는 드레스덴, 마르세유, 시드니를 거닐고, 교외 지역을 탐색하며 살만 루시디와 자크 데리다의 꿈과 다시 마주친다. 인간관계에서 도시는 보들레르가 제시한, ‘관계의 표준화’라는 역할을 충실히 이어갈 것이다. 이제는 국가보다 도시가 앞서 사회의 여러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게 될 것이다.
글·카트린 뒤푸르 Catherine Dufour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번역위원
(1) Thierry Paquot, 『Désastres urbains. Les villes meurent aussi 도시의 재앙-도시도 죽는다』, La Découverte Poche, Paris, 2019.
(2) Thierry Paquot, 『Dicorue. Vocabulaire ordinaire et extraordinaire des lieux urbains 도시 백과사전-도시적 공간의 일상어휘와 특별한 어휘』, CNRS Editions, Paris, 2017.
(3) Stefan Hertmans, 『Entre villes. Histoires en chemin 도시 사이에서-길을 가다가 발견하는 역사』, Le Pré Saint-Gervai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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