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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이상민/대학원생
  • 승인 2011.02.14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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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2006년, 나는 대학 민중가요 노래패에 속해 있었다. 그때는 대학 학생운동이 등록금 투쟁 말고는 논쟁거리가 없었고, 노래패도 1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빼면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90년대 학번 선배들이 남아 있지 않은 동아리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우리는 왜 민중가요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도 없이 예전부터 그랬으니까, 또는 그냥 노래가 좋아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타 대학 노래패 정기공연에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몇몇 자료를 찾아보면서 내가 왜 민중가요를 부르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들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현실은 참혹했다. 그들은 최저임금보다 10원 많은 64만1850원을 받는 ‘천덕꾸러기’ 노동자였다. 정규직이 보너스 700%를 받을 때 0%를 받던 ‘제로’ 노동자였고, 결혼과 출산 등으로 인한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한 3개월, 6개월짜리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여성 파견노동자였다. ‘내일부터 나오지 마시오. 해고 사유는 잡담’이라는 문자 해고 통지를 받아야 했던 ‘쓰레기’ 노동자였다. 작업한 물량이 줄었다고, 특근하고 돌아가던 길에 20∼30명이 집단으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일회용품’ 노동자였다. 납품 물량이 늘면 그 다음 주에 다시 새로 파견하는 ‘하루살이’ 노동자였다.(1)

얼마 전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문제가 원칙적으로 해결되었다. 아직 남은 문제가 많지만, 일단 참 잘된 일이다. 이는 2000년대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사건일 것이다. 그렇다면 2011년 현재의 대한민국 노동 현실을 잘 나타내주는 사건은 무엇일까? 지난 1월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 문제일 것이다. 이 사건에는 △학교와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총학생회 △노동자를 후원하는 사람들이라는 네 가지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얽혀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홍익대와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이 만료되자 용역업체에 소속된 170명의 노동자들은 그 순간 일자리를 잃었다. 학교 쪽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인건비가 책정된 2010년 기존 용역비로 3개월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용역업체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용역업체가 제시한 계약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계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가능한 것은 도급계약을 통해 고용할 경우 도급업체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고할 수 있는 현행법의 맹점 때문이다.

구제금융 이후 대학교에는 청소·경비 업무의 ‘외주화’가 유행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청소·경비 직원들을 그대로 용역업체로 넘겨주었다. 인건비를 줄이고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허울 좋은 논리 뒤편에는 매년 재계약을 통해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고용 유연화’가 감춰져 있었다. 용역업자와 학교는 사회적 약자인 용역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한순간에 내몰 수 있었고, 안정적이지 않은 고용조건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홍익대 청소 노동자들은 월 75만원 수준의 임금과 식대보조비로 월 9천원을 받았다. 시간당 4110원의 최저임금을 적용했다지만, 2010년 월 기준 최저임금인 85만8990원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하루 밥값은 300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실정법 위반인 셈이다. 근로조건에 불만이 있어도 말할 수 없었다. 재계약 시점에 혹시 빌미가 되어 불이익이 될까 두려워서다. 매년, 매달, 매순간이 살얼음판이었다.

홍익대 용역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직접적인 이유는 열악한 노동조건의 개선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 대학 당국은 일자리에서 쫓겨나 농성하는 노동자들과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다. 오랜 역사 동안 홍익대를 빛나게 한 수많은 인재와 훌륭한 교수진, 젊은 사학 명문으로 보이던 좋은 이미지는 이번 사태로 크게 상처받았다. 대학 관계자의 고집스러운 태도는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교육기관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이 노동자들의 가슴에 또 다른 큰 멍을 남긴 사건이 일어났다. 총학생회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향해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 없으니 학교 밖으로 나가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총학생회는 “이 사태의 책임이 용역업체와 학교 쪽에 있다”면서도, “외부 세력의 학내 점거나 농성과 학생들의 편의나 학습에 지장을 주는 모든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학교 자유게시판에는 “학생들이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친노동자 성향의 학교로 낙인찍혀 취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총학생회는 ‘외부 세력’의 개입을 반대한다고 했다. 잘 생각해보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용역업체 소속이며, 학교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이 아니다. 그런데 총학생회는 다른 노조와 연대투쟁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외부 세력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배척하려 한다. 애초에 외부 세력이었는데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또한 총학생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노동 3권마저 무시하고 있다. 연대투쟁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자신의 편의와 학습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이들을 배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시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성장을 찾는 시민과 학생들도 하루 100명이 넘는다. 후원금도 이어지고 있다. 홍익대 근처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은 농성장에서 즉석 연주를 하며 힘을 북돋워준다. 홍익대 재학생들도 ‘청소노동자와 함께하는 홍익대 서포터즈’를 구성했다. 학교 쪽이 농성 참가 학생의 집에 연락해 징계 압력을 넣기도 하지만 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배우 김여진과 네티즌들이 구성한 ‘김여진과 날라리 외부 세력’은 이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신문 광고를 싣기도 했다. 학교가 노동자들을 업무 방해로 고소하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등은 법률지원단을 구성해 홍익대를 최저임금법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으며, 학군단 학생들의 농성장 투입 의혹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유난히 추운 겨울 날씨에 농성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 심해지고 있다. 청소 노동자 김명순(57)씨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이제는 3월까지 (농성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집안은 엉망이고, 여기 일도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어 하루하루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 노동자 이아무개(59)씨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 우리가 이렇게 버티지만 언제까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2)

나는 이 사건이 2011년 현재 대한민국 비정규직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오로지 더 풍족하게 사는 문제에만 몰두한 결과 삐뚤어진 시선을 갖게 된 20대에 대해서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이 투쟁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날지,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우리가 사회를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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