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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을 알고 싶은가요?
정말 세상을 알고 싶은가요?
  • 홍세화 편집인
  • 승인 2011.03.10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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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르 디플로’ 읽기]

이 글은 원래 두 달 전 1월호에 쓰려고 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제 근무처가 <한겨레>(기획위원)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르 디플로>) 한국판(편집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상근과 비상근이 뒤바뀐 것이지요. 그만큼 <르 디플로>에 더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근 30년 전 프랑스 땅에서 맺기 시작한 <르 디플로>와의 인연이 <한겨레>  안에서 이렇게 지속되고 있으니 남다른 감회를 지울 수 없습니다. 제 마지막 공적 일터와 직함이 <르 디플로> 한국판 편집인일 것이 거의 틀림없는데, 한국판이 프랑스(매달 20만 부 소화)의 10%에 이른다면 기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르 디플로>가 우리 사회에서 튼실하게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독자께서는 이번호 ‘르 디플로 읽기’를 저 개인의 ‘르 디플로 읽기’로 대신하는 것을 용인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종종 독자들에게서 <르 디플로>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렇습니다. <르 디플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역에서 교열까지, 쉽고 정확하게 읽히도록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언제 귀국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던 난민 처지로 <르 디플로>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었습니다. 거기엔 분명 세계를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는데 제겐 읽을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읽어야 했고, 사전과 씨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는 딱 그만큼 사전 찾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르 디플로>가 어려운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텍스트가 아무리 쉬워도 맥락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 <르 디플로>가 어렵다는 것은 글이 어려운 점도 있지만, 세계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을 통해 세상 보는 데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요. 제가 명색이 대학에서 디플로마티크(외교학)과를 다녔는데, <르 디플로>를 통해 처음 디플로마티크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게 20년 동안 <르 디플로>를 통해 세상을 보았습니다. 제게 세상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대부분은 <르 디플로>에 빚진 것입니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르 디플로>가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감히 “정말로 세상을 알고 싶으신가요?”라는 솔직한 물음을 던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균형 잡힌 진보 시각을 제공하는 <르 디플로>에서 실천에 앞장서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은밀히 시도한 다자간투자협정(MAI) 계획을 까발려 무산시킨 일(그 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맞선 세계사회포럼 기획에 적극 참여해 성사시킨 일, 금융투기자본이득세(토빈세) 제정을 끈질기게 촉구하는 일 등이 제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르 디플로> 한국판을 읽는 독자들이 ‘르 디플로 친구들’을 만들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습니다. 저도 귀국하기 전까지 프랑스 ‘르 디플로 친구들’ 회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르 디플로 친구들’이 꾸려진다면 ‘민중 역량’의 작은 씨앗이 될 것입니다. 이번호 아랍 혁명 특집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시민혁명의 귀결(노사관계나 군대와의 관계, 나아가 미국 주도의 지역질서 개편까지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민중 역량입니다.

글•홍세화 편집인  editor@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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