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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문화톡톡] 50대가 실버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
[안치용의 문화톡톡] 50대가 실버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
  • 안치용(문화평론가)
  • 승인 2020.02.22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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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신문 1면에서 ‘OK실버보험광고를 보았다. “50세에서 81세라면, 나이가 많아도 아픈 적이 있어도, 까다로운 심사없이 가입되니까, 지금 편하게 전화주세요.”란 광고칸의 반쪽을 채운 광고문안에서 나는 50이란 숫자에 주목하였다.

 

자신이 객관적 기준에 의거한 실버라는 인식은 스스로 하게 되지 않는다. 주어진다. 몇 년 전 어느 대학생에게 실버가 들어간 영양제를 선물 받았을 때 감사하면서도 통의 배에 붙어 있는 실버를 마땅치 않게 잠시 노려보았다. 하긴 어느 순간부터인지 병원이나 그런 서비스업종에 가면 종종 나를 보고 아버님이란 호칭을 쓴다. 내가 아는 어떤 여성은, 비슷한 경험을 하고는 네가 왜 네 어머니냐?”고 소리를 지를 뻔했단다. 다행히 그러진 않은 듯. 나로 말하면 외부의 판단에 크게 개의치 않고 살고 있다

한국사회가 유난히 나이에 민감한 분위기인 것과 실버보험이 50~81세로 실버를 규정한 마케팅 판단 사이에 모르긴 몰라도 연관이 없지는 않겠다. 마침 그 신문 안쪽 책면에 <나이를 속이는 나이>(페트리샤 코헨 지음, 돋을새김)라는 책의 서평이 실려있었다. “왜곡된 중년 이미지에 눌려 허우적대지 마라가 제목이다. 책의 요지는 중년이란 이미지는 실재하지 않으며 중년산업복합체가 암암리에 조장하여 유포했다는 것.

흰 머리(이 서평 쓴 기자의 머리카락이 완전히 흰 색이라는 걸 떠올리며 살짝 웃었다), 주름살 등에는 안티에이징 산업이 대응한다. 의료, 섹스 산업에 미디어 영화 산업까지 중년에서 먹거리를 찾는다. 중년이란 단계는 19세말에 생겨났다는 설명이니 중년 또한 자본주의적 현상임이 분명하다. 그 이전에는 어린이, 성인, 노인만 있었다고 한다. 중년이 생기면 할 수 없이 그 구분에 힘입어 청년이 생긴다. 생성과 구분은 배제와 획정을 통한 또 다른 생성을 낳는다. 세대갈등이 생기려면 먼저 세대구분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당장 나부터 실버마케팅의 대상이 된다. 확고한 대상화이다. 그럼 이제 더 이상 청바지를 입지 말아야 하는가. 이렇게 상투적으로 비아냥거리기엔 나 또한 <50대 인문학>이란 책을 내어 중년산업복합체의 일원인 양 행동했으니 그마저 여의치 않다. 아무튼 나이는 숫자인데, 그 숫자가 어떤 숫자가 되는 지에는 사회문화적이고 개인적 맥락이 모두 작동하며, 그 그물망 안에서 나에게 주어진 숫자의 의미를 내가 결정하고 수용할 수 있다면 최소한 실존적으로는 만족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나에게도 <50대 인문학>이 필요한 정황이나, 인문학이 최소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게 난점이다.

 

글: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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