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맨 뒷자리에 앉으면 꼭뒤만 보인다. 하얀색, 검은색, 노란색…. 다양한 색깔의 얼굴 뒷면. 가끔 살색을 드러낸 대머리까지 보인다. 비슷한 듯 다르다. 꼿꼿한 머리, 갸웃하는 머리, 졸아서일까 흔들리는 머리, 자세도 조금씩 다르다. 표정이 있는 듯 없는 듯 사람 뒤통수만 보고 있자니 괴이하다.
나 또한 남들에게 저런 괴이한 뒤통수를 보여주며 살았거니, 살고 있겠거니…. 평생 나 스스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내 뒤통수에 쏟아졌을 많은 타인의 감정이 지금의 내 뒤통수를 구성하고 있겠거니….
그런 생각에 버스 맨 뒷자리에 앉기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가 머리의 앞면은 꼭뒤보다 나을까 싶기도 하네. 그러다가 요즘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거진 얼굴의 반이나 가리고 있으니, 버스는 뒷자리가 최고라는 결론에 도달. 코로나 시대의 버스 좌석 감별법이 그다지 용한 것 같지 않아 창밖을 본다.
보기에는 창밖이 제격인가 싶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검은 마스크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괴기영화를 보는 듯하여, 차라리 뒤통수가 나은가 싶다. 눈을 감고 가면 그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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