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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게 팽창한 군사대국 일본
은밀하게 팽창한 군사대국 일본
  • 마르틴 뷜라르 ㅣ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 승인 2011.03.1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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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 군사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 군사력은 중국 군사력에 비해 좀더 은밀하게 팽창하고 있다. 실제 일본의 국방비 지출 규모는 세계에서 7번째다. 독일과 같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미국을 필두로 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와 더불어 일본은 국방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공식적으로 일본 국방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를 넘으면 안 되지만, 일본 정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교묘한 방법으로 이를 피해간다.

예를 들어 섬 한 곳에 주둔하는 해안경비함에 드는 비용은 퇴역병의 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방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의 재무장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에두아르 플림랭(1)에 따르면, 일본 국방 예산은 GDP의 1.5%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일본은 1930년대 일본과는 다르다. 하지만 일본이 재무장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방은 사회보장, 주택 및 공공건축, 교육 및 과학에 이어 네 번째로 예산 지출이 많은 분야이다.
 

일본이 재무장화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주변국들(중국·북한·한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 영토 분쟁- 러시아와는 남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중국과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셋째, 아시아 무대, 나아가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고, 미국 그늘에서 점점 벗어나고 싶어서다. 하지만 플림랭이 지적한 대로 일본 정책은 미국과의 동맹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일본 국방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초대된 적이 있는 기부르 들라모트(2)는 국방 문제 전문가로서, 일본 국방정책이 걸어온 65년을 철저히 분석했다. 우선 1947년 헌법 문제부터 다루었다. 1947년 헌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맥아더 장군이 요구한 ‘미국 헌법의 축소판’만으로 볼 수 없다. 들라모트에 따르면, 일본 엘리트들은 전쟁에 참가하거나 전쟁을 지지했으나 헌법 제9조의 ‘일본 국민은 국가의 주권으로서 전쟁을 영원히 포기한다’를 받아들였다. 현 일본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알아야 한다.

평화를 위해 애쓰겠다고 한 일본이 어떻게 다시 군사대국 세계 10위 안에 들게 되었을까? 들라모트는 한국전쟁(1950년 6월 발발)이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주장한다. “냉전을 맞아 일본은 과거 미국의 적국에서 미국의 우방국으로 변모했다.” 들라모트는 강조한다. 냉전 시대가 끝나도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일본 지위는 계속 남게 되었고,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급부상하면서 일본 지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일본 군대는 조금씩 내부에서 힘을 키워 외부에 개입할 수도 있다.

그동안 일본에서 미군 주둔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미국 영향력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위해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자, 미국은 즉각 분노했다. 결국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6월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헌법 제9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했지만, 그 어떤 지도자도 헌법 제9조는 폐지할 수 없었다. “일본은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자국에 걸맞은 힘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어떤 힘인지는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들라모트가 내린 결론이다. 이는 연구원 레진 세라(3)의 의견이기도 하다. 일본의 외교정책 전반을 다루는 세라에 따르면, 일본은 미국과의 우방 관계를 외교정책의 중심축으로 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아시아’, ‘글로벌하게 존재하는 합중국’이 되려고 한다. 일본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 있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각주>
(1) 에두아르 플림랭, <다시 떠오르는 태양>(Le retour du Soleil levant. La nouvelle ascension militaire du Japon), Ellipses, Paris, 2010.
(2) 기부르 들라모트, <일본의 국방 정책>(La politique de défense du Japon),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aris, 2010.
(3) 레진 세라, <일본의 도전>(Le défi japonais), Andre Versaille Editeur, Bruxelle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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