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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문화톡톡]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 - 자유연애시대의 연애공포증을 계약의 가벼움으로 극복하기
[서곡숙의 문화톡톡]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 - 자유연애시대의 연애공포증을 계약의 가벼움으로 극복하기
  • 서곡숙(문화평론가)
  • 승인 2020.03.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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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연애: 자유연애시대와 연애공포증

최근 연애의 기간을 명시함으로써 집착, 부담, 갈등, 감정 소모, 스트레스, 미련이 없는 계약연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계약연애는 2000년대 들어 대학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연애 방법이다. 일정 기간 동안 연애를 하고 나서 서로 마음에 들면 연애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선뜻 마음을 줄 수 있는 이성을 오랜 기간 동안 만나지 못하면서 연애와 멀어진다고 느끼는 경우 계약연애를 통해 연애의 감을 잃지 않고자 한다. 계약연애의 장점은 서로에게 집착을 할 필요가 없고, 헤어짐에 대한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남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갈등, 부담, 불필요한 감정 소모, 스트레스가 없으며, 연애기간이 확실하게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별에 대한 준비로 부담이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연애를 하지 못한 이들이 만남과 이별에 대한 두려움 등 부담 없이 연애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1]

신세대들의 새로운 연애방식인 계약연애는 기간 전 결별이나 기간 후 매달리는 계약 위반이 되며, 즉흥적이며 인간미가 없으며 책임보다 자유로움과 편의성을 중시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계약연애의 유행이 고교생까지 확산되고 있다. 집안, 나이 등 다른 요인에 관계없이 일단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며, 나중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다. 교제 기간을 정해 놓고 사귀어 본 뒤 계속 사귈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연장과 해지의 결말이 남아 있다. 구세대가 사랑이 식어도 정 때문에 혹은 남들 시선 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 반면, 신세대는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계약연애 등 새로운 연애방식을 추구한다. 계약연애는 연애에 들어가면 키스까지 직행할 정도로 진행 속도가 빠르며, 계약기간 중에 결별을 요구하거나 맘에 들지 않아 헤어질 때 매달리는 경우 계약 위반이 된다. 계약을 맺더라도 어느 정도 선을 지킬지를 반드시 계약조건에 명시한다는 점에서 섹스를 위한 순간적인 일탈과는 다르다. 이러한 계약연애가 즉흥적이고 인간미가 없으며, 서로에 대한 책임보다 자유로움과 편의성을 더 중시하며, 복잡한 애정관계로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비판도 있다.[2]

계약연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마들렌>(2003)과 <계약연애>(2013)가 있다. <마들렌>은 중학교 동창인 지석(조인성)과 희진(신민아)이 한 달간의 계약연애를 통해 M세대식 사랑 방식을 보여준다. 계약 조건은 ‘100% 서로에게 솔직하기, 한 달 전에는 누구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기, 한 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기, 한 달 뒤에 사랑하게 되면 사랑한다고 고백하기’이다. <계약연애>는 미모와 능력을 갖춘 리셩난(안젤라 베이비)과 스마트폰 게임 오타구인 아자이(가진동)가 스마트폰 게임을 통해 만나 1주일 동안 계약연애를 하는 이야기이다. 두 편의 영화 모두 남녀 주인공이 계약연애를 시작하지만, 계약연애가 진행될수록 사랑에 빠지게 되어 계약 조건을 위반하게 되어 위기가 찾아오지만 사랑으로 극복한다.

계약연애를 다룬 드라마는 계약에서 시작해서 커플로 끝이 나면서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계약연애 드라마로 유명한 작품은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JTBC <막판로맨스>, tvN <연애말고 결혼>, MBC <내 이름은 김삼순>, MBC <운빨로맨스>, MBC <개인의 취향>, KBS2 <그저 바라보다가>, KBS2 <총리와 나>,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SBS <유혹> 등이다. 계약연애는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흔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 관객, 시청자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다. 티격태격하며 사랑 없는 계약연애를 시작하지만 끝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전개를 좋아하는 것이다.[3]

한국의 계약연애 웹툰은 대체적으로 경제적인 위기, 생계의 위협에 처한 여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남주인공이 내세운 경제적 지원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 <악마와 계약연애>는 장진 글, 움비 그림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며 254만 명이 구독하는 상위랭킹의 인기작품이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인간 한나가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악마와 영혼을 걸고 계약을 하면서 악마와의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재벌남과 계약 연애>는 미니럭키 글, 적염협&불타는JAC 그림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며 35만 명이 구독하는 인기 작품이다. 서채원이 새엄마와 배다른 여동생의 함정에 빠져 미약을 먹고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집에서 쫓겨나지만, 재벌남인 그 남자가 나타나 표면적으로 연인관계를 지속하는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두 사람은 ‘첫째, 남자는 여자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는다. 둘째, 계약 기간 내 신체 접촉은 금한다. 셋째, 계약 기간은 1년으로 한다. 넷째, 당사자 외 제3자에게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다. 다섯째, 합의금은 두 배로 한다.’라는 계약 조건에 합의하고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계약연애, 오늘부터 1일>은 원기공장의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13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남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홧김에 술을 먹고 정신을 잃은 루희가 인기 아이돌 그룹 PRAY의 리더인 하준의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 사실을 언론에 들켜 톱스타와 팬이 어쩔 수 없이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계약연애 남친과 하룻밤>은 최노끼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에 연재하며 9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친구 사이였지만 정현의 고백으로 정현과 한성이 계약연애를 시작하며, 항상 돈에 시달리며 외롭게 가난하게 살아가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한 달 간의 계약연애 패키지》(할리퀸), 《계약 연애 맛집 패키지》(할리퀸), 《이상적인 계약연애 피키지》(할리퀸) 등 계약연애를 다룬 다양한 패키지 할리퀸 웹툰이 있다.

계약연애의 시대가 도래했다. 자유연애로 연애와 욕망의 양이 급증해지는 반면, 이렇게 넘쳐나는 자유연애 속에서 연애에 대한 공포증과 불감증이 동시에 존재한다. 계약연애는 결혼이나 사랑의 무게를 가볍게 만드는 마법의 힘을 보여준다. 결혼의 무거움을 연애의 가벼움으로 바꾸거나, 혹은 사랑의 무거움을 계약의 가벼움으로 바꾼다. 계약연애는 시한부 사랑이라는 가벼움에서 시작해서 운명적 사랑이라는 무거움으로 끝이 난다.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은 세 가지 모습을 띠고 있다. 첫째, 사장과 비서의 계약연애로 재벌남의 결혼 공포증 극복기를 보여주는 로맨스 웹툰이다. 둘째, 동정녀와 난봉꾼의 계약연애로 쭉정이녀의 순결콤플렉스 극복기를 보여주는 로맨스 웹툰이다. 셋째, 완벽남과 평범녀의 계약연애로 동정남의 여성 공포증 극복기를 보여주는 로맨스 웹툰이다.

 

사장과 비서의 계약연애: 재벌남의 결혼 공포증 극복기
― <오후 다섯 시까지 못 기다려>, <사장과 비서의 12개월>

사장과 비서의 계약연애 웹툰은 공적 관계에서 사적 관계로 변화하면서 사장과 비서의 선을 넘어가며, 계약연애라는 가장과 위장을 통해 관문을 통과하면서 재벌남의 결혼 공포증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장과 비서의 공적인 관계에서 연인이라는 사적 관계로 바뀌는 결정적인 계기가 계약연애 혹은 커플로 위장하기이다. 장애물은 표면적으로는 다른 남성의 출현, 즉 주인공의 아버지나 여주인공 첫사랑의 등장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주인공의 결혼 공포증이다. 재벌남은 과거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이나 자신의 괴로운 연애경험으로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능력자인 재벌남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많은 여성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지만 결혼에 묶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능력 있고 아름다운 비서에 대해서 숨겨진 욕망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사업과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비서와 감정적으로 엮이는 것을 두려워하며 항상 거리를 둔다. 여주인공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남성에게 거리를 두는데, 이러한 거리두기는 오히려 주인공의 경계를 풀게 만들면서 적극적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에서 등장하는 다른 남성의 등장과 계약 연애 관계는 장애물이면서 동시에 주인공으로 하여금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이자 결혼 공포증을 극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오후 다섯 시까지 못 기다려>는 엄격한 사장과 쿨한 비서가 계약연애를 통해 공적 관계에서 사적 관계로 바뀌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치유로 재벌남의 결혼 공포증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캐시 윌리엄스 원작과 타카기 카나 그림의 이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하는 《비서의 아찔한 도발 컬렉션(할리퀸)》 패키지에 실린 웹툰으로 27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우수하고 한없이 잘난 사장 빅터의 비서는 역시 우수한 실력을 가진 앨리스이며, 엄격한 사장의 요구에 쿨하게 대처하는 그녀에게는 약점 같은 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사장과 함께 출장하는 거래처가 자신에게 아픈 실연의 상처를 준 첫사랑이 주인으로 있는 오래된 저택이다. 첫사랑은 예전에 앨리스와 사귀었지만 그녀를 버리고 자신에게 더 걸맞은 조건의 여성과 결혼한 바 있다. 아직도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앨리스는 첫사랑 앞에서 흔들리며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사장 빅터는 그녀의 무너진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커플로 위장한다.

<오후 다섯 시까지 못 기다려>는 첫사랑 앞에서 여주인공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계약연애와 커플 위장은 오히려 주인공의 욕망과 사랑을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며, 두 사람의 공적 가면이 깨어지면서 여주인공의 과거의 상처와 주인공의 결혼 공포증을 함께 극복하게 만든다. 첫사랑은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아름다운 전문직 여성으로 변모한 것을 보고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이에 빅터는 질투심에 자신에게 숨겨진 사랑과 욕망을 깨닫게 된다. 계약연애와 커플 위장으로 빅터와 앨리스는 친밀한 연인 사이를 가장하면서 서로에게 육체적 스킨십을 하게 되면서 둘다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던 욕망을 느끼게 된다.

<오후 다섯 시까지 못 기다려>는 계약연애로 남녀 주인공의 공적인 가면을 깨뜨리고 연약한 내면을 서로 인식하게 되면서 여주인공의 과거 상처와 주인공의 결혼 공포증을 극복한다. 이 작품에는 여러 가지 가장과 위장이 나온다. 여주인공 앨리스는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자신을 차버린 첫사랑으로 인한 상처 때문에 항상 딱딱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위장한다. 하지만 첫사랑을 만나는 순간 그 가면이 깨어지게 되면서 사장이 빅터가 앨리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여주인공은 사장에 대한 존경, 관심, 매력을 느끼고 있었지만, 여성에 대한 빅터의 차가운 태도 때문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적이고 사무적인 태도로 위장한다. 빅터는 항상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앨리스가 마음의 평정을 잃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하지만, 첫사랑 앞에서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연인처럼 위장하는 일시적인 계약연애가 성립한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만든 가상적 정체성과 현실적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그리고 주인공도 여주인공과의 깊은 관계로 자신의 자유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결혼 공포증과 여주인공에 대한 사랑·욕망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계약연애와 커플 위장은 이러한 남녀 주인공의 혼란을 일시적으로 가볍게 만들며, 두 사람의 사적 친밀감과 내적 연약함을 드러내면서 과거의 상처와 결혼 공포증을 극복하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한다.

 

<사장과 비서의 12개월>은 결혼 요구와 아버지와의 불륜으로 헤어진 남녀 주인공이 킨케이드 가문의 유언 게임과 계약연애 제안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재확인하는 이야기이다. 에밀리 로즈 원작과 아이 마리토 그림의 이 작품도 카카오 페이지의 《비서의 아찔한 도발 컬렉션(할리퀸)》에 연재하고 있으며 27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킨케이드 가문의 랜드와 비서 타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결혼해서 아이를 갖자는 타라의 말에 랜드가 결별을 선언한다. 하지만 2주 후 타라를 못 잊어 다시 찾아온 랜드가 자신의 아버지와 타라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는 5년 동안 집안과 회사와 인연을 끊고 사라져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다. 죽은 아버지의 유언은 장남 랜드가 회사로 돌아와 타라를 비서로 고용해 1년간 일을 하면 자식들에게 유산을 물려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를 1달러에 경쟁회사에 팔겠다는 협박이다. 랜드는 혐오하는 타라와 1년간 함께 일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남동생과 여동생을 무일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타라에게 자신의 비서로 일해 줄 것을 제안한다. 한편, 타라는 여전히 사랑하는 랜드를 되찾기 위해서, 그에게 1년간 자신과 잠자리를 해주는 조건을 건다.

<사장과 비서의 12개월>은 엄격한 아버지의 바람기와 자살한 어머니의 정신적 상처로 고통 받는 주인공은 밝고 따뜻한 성품의 여주인공으로 인해 과거와 상처를 치유하고 폐소 공포증, 여성 불신, 결혼 공포증을 극복한다. 아버지의 바람기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은 어머니는 어린 랜드에게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아 아내에게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하니까 결혼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비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공적으로는 배려심이 있지만 사적으로는 잔인했던 아버지는 장남 랜드에게 어린 시절부터 혹독하고 엄격한 훈련을 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랜드가 사귀는 모든 여자들을 건드려, 랜드로 하여금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여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게 만든다. 랜드는 아버지의 유언과 타라의 제안에 의한 계약연애로 인해 타라에 대한 사랑과 욕망을 깨닫게 되며, 나중에 아버지와 타라의 불륜은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아버지는 랜드에게 접근하는 여자가 돈이 목적인지 사랑이 목적인지 확인하기 위해 유혹 게임을 끊임없이 했지만, 타라는 그런 아버지의 유혹을 거절하여 시험에 통과한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부모로 인한 과거의 상처로 괴로워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포기하지 않는 여주인공의 따뜻하고 배려 깊은 성품으로 자신의 폐소 공포증, 여성 불신, 결혼 공포증을 극복하게 된다. 계약연애는 사랑하지만 헤어진 남녀 주인공을 강제로 만나게 해서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합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

 

동정녀와 난봉꾼의 계약연애: 쭉정이녀의 순결콤플렉스 극복기
<클로버 트레플>, <2번째 사랑은 거짓말쟁이>

쭉정이녀와 난봉꾼의 계약연애 웹툰은 여주인공의 배려와 주인공의 격려로 자신을 재발견하고, 운명적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자유연애시대 장애물이 된 동정녀의 순결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만든다. 변화된 시대, 자유연애시대에서 순결은 미혼여성의 훈장이 아니라 장애물이 된다. 자유롭게 즐기면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자유연애시대에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순결과 정조의 상징인 처녀를 부담스러워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두 웹툰 작품은 모두 여주인공이 주인공과 다른 여성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전무한 성경험을 충족시켜 줄 스승으로 모시게 되면서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여주인공은 경험이 풍부한 플레이보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남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주인공은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섭렵하고 순결한 동정녀에게 안착하는 이야기이다. 남녀 주인공은 각자 자신에게 없는 매력을 갖고 있는 상대방과의 결합을 통해 성격과 삶의 균형을 이루게 된다.

<클로버 트레플>은 처녀인 여주인공이 난봉꾼 주인공과의 계약연애를 통해 자신의 여성적 매력을 발견하게 되고, 회사 내에서 목석녀에서 인기녀로 급상승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토리코 치야의 이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고 있으며 10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회사에서 ‘최후의 독신’ 히나코, 결혼을 앞둔 카논, 인기녀 유즈하는 스즈키 세 자매로 유명하다. 히나코는 30살 생일을 게기로 처녀를 버리기로 결심하고, 회사에서 가장 인기남이면서 언제나 OK인 난봉꾼 호소야 타케토에게 자신과 섹스를 해줄 것을 요청한다. 호소야는 그의 엉덩이에 있는 세 개의 별을 만지면 좋은 사람과 결혼한다는 미신까지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히나코는 수줍은 미소의 사장님 사촌인 프린스 세노 츠바사(24)를 마음에 두고 있어, 호소야 엉덩이의 세 개의 별을 만지고 성경험을 쌓은 후 세노에게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호소야는 히나코의 순진하고 순수한 마음에 호감을 느껴, 자신의 풍부한 인간관계와 연애경험을 전수해 주면서 히나코의 매력을 이끌어내어, 회사 내의 세 명의 킹카에게 모두 구애를 받는 인기녀로 변신시킨다.

<클로버 트레플>은 계약연애로 연애의 고수와 연애 포기자가 만나 서로를 보완해주고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이다. 연애 무능력자인 최후의 독신녀는 연애 달인인 난봉꾼을 만나서 연애의 기술과 관계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연애의 고수도 독신녀를 만나 그녀의 깊고 넓은 마음가짐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 이때 남녀 주인공의 여동생이 장애물로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여동생은 부모의 죽음과 언니에 대한 원망으로 호소야를 사랑한다는 거짓 고백으로 여주인공이 주인공을 포기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의붓 여동생은 오랫동안 마음에 품던 의붓오빠 호소야가 많은 여성들과 가벼운 만남을 가지다가 여주인공과 깊은 관계가 되자 자신의 마음을 마침내 고백한다. 두 여동생의 고백으로 남녀 주인공은 위기를 맞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재결합하게 된다. 주인공이 유일하게 여주인공의 진중하고 헌신적인 성격을 알아채고 격려해주며, 여주인공이 유일하게 주인공의 가벼운 연애 뒤에 숨겨진 상처와 고독을 눈치 채고 위로해 준다. 넓고 얕은 관계를 지향하는 주인공과 좁고 깊은 관계를 지향하는 여주인공은 서로의 만남을 통해 자신에게 없는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간다. 두 사람은 연애 문제에 대해서 코치를 해주는 스승과 이를 배우는 제자의 관계처럼 한시적인 계약관계를 형성하여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상처와 부담감을 없애게 된다.

 

<2번째 사랑은 거짓말쟁이>는 10년간 짝사랑해온 선배의 결혼으로 충격으로 받은 여주인공이 그 선배의 남동생과의 계약연애로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에 대한 매력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하타 아카미의 이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며 21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스미는 대학 때부터 10년간 일편단심으로 나츠키 선배만을 좋아하다가, 여자로서의 피크를 넘긴 28살의 쭉정이녀가 된다. 그녀는 여사원들에게 활기를 주고자 신설된 구내식당에서 꽃미남 종업원 사츠키를 만난다. 나츠키 선배가 결혼을 발표하자 스미가 충격을 받고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는 순간, 나츠키의 동생 사츠키가 스미와 연인인 것처럼 위장해서 위기를 넘긴다. 가짜 사내 커플이 된 두 사람은 스미가 나츠키를 잊고 쭉정이녀에서 탈출할 때까지 계약연애를 하게 된다.

<2번째 사랑은 거짓말쟁이>는 계약연애로 외강내유의 여주인공이 외유내강의 주인공을 만나서, 쭉정이녀 연상녀와 연애고수 연하남은 풍부한 사회 경험과 다양한 연애 경험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를 형성한다. 강한 여성과 약한 여성이 대비를 이룬다. 스미는 강한 여자가 좋다는 나츠키 선배의 말을 듣고는 강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나츠키 선배는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연약한 여성을 배우자로 선택한다. 스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지만 아끼는 후배에게 머리 헝클 등 끊임없이 스킨십을 해오는 나츠키 선배와 자신을 쭉정이녀라고 놀리면서 촉촉함을 주겠다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사츠키 연하남 사이에서 혼란을 느낀다. 스미가 짝사랑 선배의 따뜻한 성격과 개념 없는 스킨십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자, 쿨하면서도 유연한 성격의 사츠키가 스미 옆에서 자신의 형을 계속 견제해 주면서 도움을 준다. 사회경험이 풍부한 연상녀와 연애경험이 풍부한 연하남이 만나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여주인공은 주인공의 가벼운 행동과 말 뒤에 숨겨진 진중하고 따뜻한 품성을 발견하고, 주인공은 여주인공의 강한 가면 뒤에 숨겨진 연약한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힘들면 말해요. 촉촉함을 줄게요.”라며 다가오는 연하남은 이러한 여주인공의 강한 여성이라는 가면을 벗겨낸다. 선배의 결혼으로 친한 후배라는 가면이 벗겨지면서 위기가 발생하게 되자, 스미는 사츠키의 제안을 받아들여 커플을 위장하는 계약연애를 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을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사츠키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2번째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완벽남과 평범녀의 계약연애: 동정남의 여성 공포증 극복기
<이 남자 이 여자의 연애방식>, <내 처음을 너에게 줄게>

완벽남과 평범녀의 계약연애 웹툰은 우발적인 키스 사건으로 계약연애를 시작하게 되며, 연애 공포증과 욕망의 경계에서 배려심 있는 여주인공이 완벽한 동정남의 여성 공포증 극복을 도와준다. 남성의 능력에서 성적 능력이 점점 주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여성과의 사랑, 연애, 섹스 등의 경험도 필수적인 능력으로 평가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성과 연애를 잘 하지 못하거나 동정인 남성은 상대적으로 열등감을 가지는데, 특히 완벽한 킹카인 동정남은 이러한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의식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때 남녀 주인공의 우발적인 키스를 통해 주인공의 여성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한 계약연애가 시작된다. 감성이 풍부하거나 보이쉬한 중성적 매력의 여주인공은 이러한 완벽한 동정남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를 도와주는 계약연애 관계를 맺게 된다. 여성 공포증이 있는 주인공이 예외적으로 여주인공에게는 공포증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명적 사랑을 예고한다. 여주인공은 아무도 모르는 완벽남의 단 한 가지 결점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의 우위가 연애와 사랑에서 주요한 요소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 99%를 가진 완벽한 동정남과 그 남성이 못 가진 1%를 가진 평범녀는 계약연애를 통한 정신적, 육체적 결합으로 충만한 100%를 만들어간다.

<내 처음을 너에게 줄게>는 남자친구의 바람피우는 현장 목격과 전교 1위 인기남과의 우발적인 키스 사건을 계기로 여주인공은 주인공에게 여성 공포증을 극복하고 연애 경험치를 올려주기 위해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에리 타카시마의 이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며 79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해버린 미즈키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어떤 남자에게 키스를 하면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커플인 척 위장한다. 하지만 키스한 상대는 전교 1위 인기남이자 여자친구를 사귀지 않기로 유명한 아즈미 유우이며, 사실상 그것이 그에게 첫 키스였던 것이다. 미즈키는 연애 경험이 없는 아즈미의 순수함에 감동하여 여성 공포증을 극복하고 연애 경험치를 올려주기 위한 레슨의 일환으로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그녀는 공부 전교 1등, 운동 만능, 상냥한 성격의 완벽남과 친밀한 관계라는 사실을 들키면 그의 수많은 팬들에게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면서 연애 코치를 시작한다.

<내 처음을 너에게 줄게>는 여자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학교 최고 인기남이 동정남이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리지만, 따뜻한 성품의 여주인공과의 계약연애로 여성 공포증과 연애 경험치를 높여 사랑을 하게 된다. 아즈미는 계속 나만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어서 외로웠으며,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연애도 못 해보고 죽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아즈미는 미즈키가 남자친구와 다른 여학생의 성관계 장면을 보고도 울지 않는 모습을 보고, 강한 너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며 두 번째 키스를 시도한다. 이에 미즈키는 이런 아즈미의 반응을 각인현상(새가 부화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상대를 어미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그의 낮은 연애 경험치를 올려 자신에게서 벗어나 마음에 드는 여자친구를 사귈 때까지 도와주는 계약관계를 제안한다. 첫 키스를 빼앗은 것에 대해서 미안함을 느낀 여주인공은 계약연애를 통해서 대리체험과 조언을 해주며, 이러한 계약연애는 여성과 연애에 대한 주인공의 부담감을 덜어준다. 여주인공은 외모, 공부, 운동, 성격 등 모든 것이 완벽한 주인공의 유일한 결점을 알며,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는 여주인공의 숨겨진 열정과 배려를 알게 되면서 서로의 결합을 통해 100%를 채워 나간다. 각인 현상인지 아니면 여성 공포증을 느끼지 않는 운명적 상대인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남녀 주인공은 가벼운 계약연애를 통해 전남친으로 인한 과거의 상처와 여성에 대한 공포증을 극복한다.

 

<이 남자 이 여자의 연애방식>은 빚을 진 여주인공이 남자로 오인 받아, 정략결혼을 강요받는 재벌 2세 주인공으로부터 게이 커플로 위장하는 계약연애를 제안 받는 이야기이다. LHW의 이 작품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이며 8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가진 것 없이 1,700만원의 빚을 진 여대생 주예승은 카페에서 보이쉬한 외모로 남자용 알바복을 입고 일을 한다. 재벌 2세로 정략결혼을 강요받던 서우현은 여성 공포증에 시달리며, 맞선 현장에서 옆에 있던 남자 알바생(?) 주예승에게 키스하며 맞선 상대 여성을 포기시킨다. 예승은 자신의 소중한 첫 키스를 빼앗아 간 그에게 분노하지만, 빚을 갚아준다며 거액의 돈을 걸며 게이 커플로 위장하는 계약연애를 제안하는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이 남자 이 여자의 연애방식>은 사채 빚에 시달리던 여주인공과 여성 공포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은 게이 커플로 위장하게 되며, 돈으로 맺어진 계약연애를 통해 서로의 정신적,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찾게 된다. 여성 공포증이 있는 주인공은 보이쉬한 외모의 여주인공을 남성이라고 오해하고 게이 커플이라는 계약연애를 제안한다. 그래서 이 웹툰은 사실상 이성애를 가장한 동성애일 수 있다. 주인공이 다른 여성들에게는 모두 거부감이 드는데, 여주인공과의 만남과 육체적 접촉은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운명적 상대이거나 아니면 여성 공포증이 정신적 문제일 수 있다. 재벌 2세 주인공은 재벌 후계자로 키우려는 억압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의 정략결혼 강요, 자신을 경쟁자로 생각하며 견제하는 형과의 애증관계, 자신의 출신 배경을 보고 적극적인 공세를 퍼붓는 많은 여성들로 인해 여성 공포증이 생겨난다. 여주인공과 부모는 주인공과 형이 산 속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도와준 은인이라는 점에서 운명적 만남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계약연애라는 가벼움과 여주인공의 편안한 성격으로 정신적 압박감을 느끼던 주인공은 여성 공포증에서 벗어나게 된다.

 

계약연애: 시작은 계약, 끝은 연애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은 자유연애시대에서의 연애불능을 다룬다. 계약연애는 연애를 할 수 없거나 연애를 하기 싫은 경우, 즉 자의적, 타의적 문제를 가진 인물을 다루며, 대부분 동정녀, 동정남 등 육체적인 경험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사실상 정신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여주인공은 과거 첫사랑의 상처로 연애를 거부하는 반면, 주인공은 완벽한 남성이지만 자신의 배경을 보고 덤벼드는 여성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연애를 두려워한다. 계약연애는 연애이면서 연애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여주인공의 상처와 주인공의 두려움을 가볍게 만들면서 사랑이라는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진지한 관계에 뛰어드는 용기를 갖게 만든다.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에서 주인공의 장애물은 공적 관계와 아버지 콤플렉스이며,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운명적인 상대인 여주인공과의 계약연애이다. 우선, 공적 관계에서의 사회적 지위가 남녀 주인공이 사적 관계를 맺는 데 장애물이 된다. 특히 재벌남과 비서의 경우에는 완벽한 공적 파트너로서 서로 신뢰관계를 형성하였던 만큼, 연인관계의 실패로 공적 파트너를 잃을 것이라는 불안을 야기한다. 그래서 재벌남은 다른 여성들과의 단기간의 섹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면서 여주인공을 멀리 한다. 하지만, 계약연애로 남녀 주인공의 육체적 접촉이 늘어나게 되면서 내면의 욕망이 폭발하면서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로맨스에서 커플로 위장하는 계약연애와 그로 인한 육체적인 관계가 정신적인 관계를 증진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엄격하고 강압적인 재벌남 아버지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억압으로 여성 불신, 여성 공포증, 결혼 공포증 등을 앓게 되며, 아버지의 질서로 인한 억압을 여주인공의 자유와 배려로 극복한다. 주인공은 공적 영역에서 사장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과 사적 영역에서 남편으로서의 아버지에 대한 분노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며, 아버지와의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실패하였으며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심하게 보인다. 이러한 아버지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주인공은 재벌 2세로서 정략결혼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요에 계약연애로 대응하며, 공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사적, 내적 영역까지 침범해 오는 아버지의 무거운 질서에 대해 가벼운 계약연애로 조롱하고 거부한다.

주인공의 정신적 공포증은 운명적 상대인 여주인공과의 계약연애로 극복된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운명적 사랑을 암시한다. 여성 공포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만 공포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설정은 두 사람이 운명적 상대, 운명적 사랑임을 암시한다. 주인공은 대부분 정신적 문제로 인해서 연애나 깊은 사랑을 못하지만, 계약연애를 통해 조건, 방식, 기간을 명확히 하고 이별을 상정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가볍게 한다. 계약연애가 운명적 사랑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바로 연애에 대한 기대의 가치값을 낮추는 데 있다. 기대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결별로 끝나는 기간 한정의 연애이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이 없어진다. 사실상 이러한 계약연애를 선호한다는 것 자체가 운명적 사랑과 결혼의 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마음의 부담감을 가진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계약연애는 이별을 예고한 관계로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며, 연애라는 무겁고 불안정한 변수를 계약이라는 가볍고 안정적인 상수로 전환시켜 준다.

계약연애는 기간에 대한 한정으로 마음의 상처를 줄이고, 연애라는 감정의 영역을 계약이라는 이성의 영역으로 전환시키고자 한다. 계약연애는 일정 기간 동안 연애를 하고 나서 서로 마음에 들면 연애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계약연애를 선호하는 이유는 남녀가 연애를 하기 힘들거나 연애에 전부를 걸기 싫기 때문이며, 일정 기간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사랑, 욕망, 이별에서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받을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열정과 욕망으로 자신의 이기심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위대하지만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에, 계약은 쌍방 간의 조건을 맞추어 합의를 이루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의 영역과는 다소 다른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통제 가능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계약이라는 조건으로 전환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시작, 중간, 끝을 알 수 없는 남녀 간의 열정 게임이지만, 계약은 그 시작, 중간, 끝이 명시되어 있는 조건 게임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특히 서로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상대방에게 사랑하지 않는다 혹은 사랑이 식었다 등의 말로 상처를 줄 필요가 없으며, 단지 계약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서로의 사랑에 충실하여야 하는 깊고 힘든 관계보다는 짧고 가벼운 만남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계약연애는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즉흥적이고 인간미가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조건 없는 연애가 운명적 사랑이라면 조건 있는 연애가 계약연애이며 서로 대립된 가치관을 보여준다.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을 맞추었기 때문에,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렇게 계약조건을 명시한 연애이기 때문에 즉흥적이고 인간미가 없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이 싹트고 사랑이 피어나는 것이 바로 아이러니이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이용하며 계약을 명확하게 명시하지만, 애정관계는 워낙 복잡해 논란의 소지가 계속 생겨나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책임지기를 거부하며 자유로움과 편의성을 중시하던 인물이 계약연애를 통해 마음의 부담감을 덜고 연애, 사랑, 결혼의 책임으로 뛰어든다. 구세대는 정과 남들 시선으로 쉽게 못 헤어지는 반면에, 신세대는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계약연애와 닿아 있다. 계약연애는 기간을 한정하여 분명하게 헤어지기 위해서 만든 관계이기 때문에 계약기간 중에 결별 요구를 하거나 혹은 헤어질 때 매달리면 계약 위반이 된다. 사랑을 대체한 것이 계약연애이지만, 결별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랑이 계약 위반이자 장애물이 된다.

계약연애에서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이 명시되어 있어서 이별을 미리 상정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남녀 사이의 깊은 관계 혹은 오랜 시간의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계약연애는 이별을 필수 전제로 한 연애이며, 끝이 명확한 연애이다. 집착, 갈등, 부담, 감정 소모, 스트레스 등 사랑의 여러 다양한 모습을 배제하고자 한다. 사랑의 달달한 부분은 삼키고 쓰디쓴 부분은 뱉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계약연애가 이별을 상정한 연애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만남과 이별 기간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이별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거나 이별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이기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확인 등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사실상 이별에 대한 명시로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계약연애에서 사랑하게 되면 이 모든 계약 조건을 위배하게 된다. 서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아파하며 계약기간 전에 헤어지자고 말하게 되어 계약 기간간이 끝날 때 멋지게 헤어지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사랑한다고 고백하기가 힘들어진다. 일단은 아무리 좋아하거나 사랑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으로 인해 내가 감정을 소모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기주의의 발현이자 사랑의 거부이다.

계약연애 로맨스물은 기간 한정의 계약연애에서 시작되어 사랑을 빠져 계약조건을 위배하지만, 운명적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에서 계약에서 시작해서 연애로 끝난다. 계약연애 영화는 기간을 한정하여 계약연애를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남녀가 사랑에 빠져 계약 조건을 위배하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룬다는 내용이 많다. 계약연애 드라마도 모두 계약에서 시작해서 커플로 끝이 나며, 계약연애에서 시작하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내용이 일반적이다. 계약연애 웹툰의 경우에는 경제적인 위기와 생계의 위협으로 여주인공이 할 수 없이 악마, 재벌남 등과 계약연애를 시작하는 점에서 동기와 계기가 다소 상이하지만, 조건을 내세운 연애에서 진정한 사랑으로 나아간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은 남녀 주인공이 계약연애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관계를 가지며, 사랑이 장애물이자 계약 위반이 되는 상황으로 위기를 겪게 되며, 결국 이타주의와 사랑으로 나아가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일반연애와 계약연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랑의 가치이다. 일반연애에서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연애에서의 가장 필수적이면서도 주요한 요소이며 유일무이하면서도 독점적인 연인 관계를 맺는 데 가장 필요한 항목이다. 하지만, 계약연애에서는 필연적으로 이별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 장애물이 된다. 왜냐하면 이별을 명시한 한정적인 계약연애이기 때문에 계속적인 관계를 요구하는 사랑은 장애물이 된다.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계약연애를 했기 때문에 서로 부담을 주는 사랑은 금기 사항이자 장애물이 된다. 그래서 남녀 주인공이 상대방에게 사랑을 느낄 때는 사랑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위장을 해야 한다. 이러한 로맨스물에서 가장 핵심은 티격태격하며 사랑 없는 계약연애를 시작하지만 끝내 마음을 열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설정이다. 원래의 계약연애를 조건을 위배하는 것이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의 플롯적인 재미이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혹은 사랑을 믿지 않거나 빠지려고 하지 않는 인물들, 사랑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계약연애를 통해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핵심이다. 계약연애 로맨스 웹툰은 계약으로 시작해서 연애로 끝나는 상황의 아이러니, 즉 건조하게 시작해서 촉촉하게 끝내기의 반전을 보여준다.

 

참고 자료

[1] 김경훈, 「전미선 계약연애, 오랜 기간 이성 못 사귀었다면 해볼 만 하다?」, 《ENS연예문화매거진》.
http://www.vop.co.kr/A00000481492.html

[2] 이나래, 「계약연애 드라마 10」, 《데일리》, 2017년 12월 5일.
https://www.daily.co.kr/life3128223283

[3] 「'계약연애' 유행...고교생까지 확산」, 《조선일보》, 2002.01.27.
https://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02012770218#Redyho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 웹툰

 

글: 서곡숙

문화평론가 및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서울시 영상진흥위원회 위원장,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사무총장, 르몽드 아카데미 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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