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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체제를 파탄내는 코로나의 습격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리뷰
신자유주의체제를 파탄내는 코로나의 습격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 리뷰
  • 이종훈 l 북에디터
  • 승인 2020.03.3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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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ssier] ‘코로나19의 역습’, 서유럽은 왜 코로나19에 무기력한가?

-서유럽 신자유주의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원인 분석

-영국의 집단면역주의로는 코로나19의 속도를 잡지 못해

-예견된 의료시스템 낙후를 외면했던 유럽 정부들

-몽테스키외, 디포 등 서유럽 지식인들도 틀렸던 페스트의 역사

-코로나 바이러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파탄낼 수 있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는 전 세계, 특히 유럽에 몰아친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코로나19의 역습’을 주제로 12개면에 걸쳐 특집기사를 다루었다.

이번 4월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기력한 유럽의 민낯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으며, 특히 서유럽 국가들이 신자유주의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던 와중에 외면했던 공중의료보건 시스템의 허점을 코로나19가 파고든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영국에서 논란이 되었던 집단면역은 스웨덴과 일본을 비롯해 시도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같은 접근방식은 노약자 등 감염위험이 높은 사람은 격리하고, 면역력이 높은 사람에게 감염을 집중시켜 질병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다. 실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페스트가 창궐했던 300년전에 유럽에서 사용되었던 대처 방식으로, 신속한 대응방식이 필요한 21세기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4월호는 이처럼 죽음으로 내모는 집단면역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번 사태가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프랑스 사회학자 테오 부르주롱이 쓴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집단면역의 카운트다운’(1면)은 영국 보리스 존슨 정부의 근시안적인 의료보건 정책에 매서운 질책을 담고 있다. 필자는 영국 보리스 정부가 신속한 대단위 검사를 선택하는 대신에 영국인구의 60%가 집단면역을 갖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구시대적인 해법을 선호했던 이유와 그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세계적인 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은 ‘우리 모두는 코로나호에 함께 타고 있다’(3면)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적극 지원한 사실을 지적했다. 지젝은 “네타냐후의 이같은 조치가 인도주의적 친절이 아니며 바이러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구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의 르노 랑베르와 피에르 랭베르 기자는 ‘다음 종말이 오기까지, 또 다시 외면만 할 것인가?(5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임시미봉책으로 이번 코로나 사태를 모면하려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접근방식이 위기에 처한 프랑스 의료시스템 개혁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고 냉철하게 비판했다.

파리10 대학의 알랭 가리구 교수는 ‘마르세유 페스트에 대한 몽테스키외의 오판’(10면) 기사에서 계몽주의 철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몽테스키외가 저서 『법의 정신』에서 전염병 페스트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무역과 관련하여 그 파급 효과를 분석하지 못했던 오류를 분석했다.

경제학자 프레데리크 로르동은 ‘코로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파탄낼 수 있을까?’(14~15면)란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미국과 서유럽 금융권을 침체시키고 기업들의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으로 번져, 이번 사태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코로나19, 아시아 정치사회구조를 뒤흔든 광풍

-코로나 낙인찍는 한국사회의 문제점 조명

-도쿄 올림픽 연기 이후, 불확실한 아베 정권과 자민당의 불안정한 기류

-코로나 사태에 대책이 없는 이란의 실태

 

<경배>, 2017 - 황지현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은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가 더 우려되는 이유’(34면)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하여, 신천지 교인들을 낙인찍는 세태를 ‘나치시대의 유대인 솎아내기’에 비유하며 ‘스티그마 효과’에 현혹된 한국사회를 비판했다. 아울러 4.15 총선을 앞두고 신천지 색출작업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호도한 일부 보수 개신교가 ‘사회주의 낙인찍기’를 이어갈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겨레신문 도쿄특파원을 역임한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은 ‘올림픽 연기 후, 포스트 아베는 어디로?’(32~33면)란 제목의 기사에서 도쿄올림픽이 연기된 이후 아베 내각의 잘못된 코로나 셈법으로 정국 불안정이 심화되고, 아베 이후 차기 연립내각 마저 거론되는 자민당의 불안한 속사정을 분석했다.

마르마르 카비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이란어판 편집인은 ‘이란의 대책없는 코로나19 사태’(9면) 기사에서 코로나19 이전에 서방의 경제제재에 이미 고통받고 있던 이란에서, 이번 사태 이후 거부와 대기업은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반면, 빈곤층은 더 혹독한 현실에 처한 속사정을 조명했다.

 

[문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예술은 사회를 변화시켜 

-미분과 적분, 그리고 성서적 이미지로 본 소설 『모비딕』 등 심층 분석

-사이코메트리로 파악한 영화 <컨테이젼>

-황석영 소설, 프랑스에서 『La Vieux Jardin』 (오래된 정원)으로 번역 출간

-코로나 시대의 예술

 

<여기서부터 어딘가로>, 2017 - 황지현

코로나의 불안 속에 문화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불편을 느끼는 요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호는 독자와 문화의 거리를 좁히는 원고들을 엄선했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안치용은 ‘근대의 개인이 찾는 잃어버린 집’(38~39면, 세계문학 오디세이 12회)에서 자본주의 이전의 ‘적분된 인간’과 이후의 ‘미분된 인간’의 개념을 바탕으로 『모비딕』(허먼 멜빌)과 『갈매기』(안톤 체호프) 등 세계 명작 6권의 소설을 분석했다.

특히, 소설 『모비딕』의 구조에 짙게 깔린 성서적인 이미지를 섬세하게 분석하여 등장인물의 성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작품의 배경시기인 19세기 미국에서 포경업이 추구하던 자본주의적 탐욕을 소설 전개와 맞물려 조명한 접근방법이 매우 흥미롭다.

영화평론가 지승학은 ‘판데믹에서 가치와 교훈을 찾는 긍정의 해석학’(36면) 제목의 기사에서 2011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컨테이젼>(36면)을 코로나19사태 속에 재조명했다. 지승학 평론가는 이 영화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예언서로 규정하고, 전염 폭로의 순기능적 효과를 주목하면서 사회적 순기능으로 전환된 사이코메트리를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문학평론가 카트린 뒤푸르는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된 작가 황석영의 소설 『La Vieux Jardin』(오래된 정원)에 대한 서평(37면)에서, “이 소설이 군부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주의를 맞이한 한국의 일상적 얼굴을 광주를 중심으로 보여주었다”면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인생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향으로 남을 것”으로 평가했다.

예술 에세이스트 김지연은 ‘코로나 시대의 예술, 재난 앞의 우리, 그리고 예술’(35면) 제목의 기사에서 돌연히 등장한 코로나 시대에 예술 전시와 공연이 뜻하지 않게 위축되었지만, 그 충격의 와중에도 화가들의 온라인 전시, 오케스트라의 스트리밍 공연 영상 서비스 등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진단했다. 기사에 언급된 퍼포먼스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인용문, “예술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예술은 개인의 변화를 도울 수 있고, 그렇게 바뀐 개인이 모여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메시지는 이번 4월호를 읽는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줄 것이다.

 

[다른 추천 기사들]

-영국의 근거 없는 러시아 공포증, 위조문서에 휘둘린 역사적 왜곡 조명

-서독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상, 윤리적 이유보다는 미국을 더 의식한 결정

-‘대외용 국가’와 ‘실제 국가’ 간극이 큰 모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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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밤>, 2019 - 황지현

히브리대 국제관계학 교수인 기 라롱은 ‘영국의 근거없는 러시아 공포증’(17면)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 영국이 러시아의 표트르 1세 문건, 코민테른 집행위원장이었던 그리고리 지노비예프의 문서 등을 영국 국내 정치에 악용한 사례를 지적했다. 기 라롱 교수는 영국내 뿌리깊게 남아있는 러시아 공포증이 일부 위조문서에 근거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강조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SOAS 대학교의 다니엘 마르베키 연구원은 ‘독일과 이스라엘, 국위회복과 물질적 필요의 관계’(20~21면) 기사에서 그동안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것과 다른 두 나라의 이면 역사를 밝혔다. 마르베키 연구원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서독이 이스라엘에 경제적 배상을 한 것은 윤리적 차원보다는 독일의 훼손되었던 국위회복을 위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연구원은 콘라드 아데나워 전 독일수상이 미국에서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대단히 막강한 점을 감안해 미국과의 관계를 의식한 배상 결정을 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피에르 퓌쇼 특파원이 현장 취재로 작성한 ‘대외용 국가와 실제 국가의 간극이 큰 모로코’(28~29면) 기사는 유럽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고속철도가 달리는 북부, 교육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실업자가 양산되는 남부를 극명하게 비교하였다. 피에르 퓌쇼 특파원은 모로코가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에서 121위로 이웃나라인 알제리(82위)와 튀니지(97위) 보다도 훨씬 못한 점에 주목하여 모로코인들 사이에 조성되는 민중저항 분위기를 지면에 담았다.

 

글:이종훈

북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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